어느 해인가..
제주여인네가 남편의 일로 1년쯤 서울생활을 하면서 모협회에서 오카리나를 배우다 고향 제주로 돌아온 후 딱히 끌리는 단체가 없어서 혼자 오카리나와 놀고 있던 날..
모밴드에서 이번 공연의 홍보를 보고..여기는 어떤자격이 있어야 참여를 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비록 지금은 혼자 오카랑 놀고 있지만...1급 자격증도 있고.. 작은 상도 받은 경력도 있고... 나이 먹고 늦게 배운 작은 재능이지만 가끔 재능기부 연주도 하고 있었지만 오카리나에 대한 알 수없는 어떤 갈증이 있던터라...어떤 자격을 갖추어야 하는지 궁금해서 일단 문의를 했다. 특별한 자격요건이 없다는 답을 받고... 와우~ 겁없이 도전해보자는 맘으로 바로 개인연주자로 신청했다. 믿는 구석은 가끔 제주에 내려오는 oes샘...
4곡의 악보를 받은 날...헉.. 한달남짓 남은 기간에 4곡을 연습할 수 있을까? 하는 긴장된 마음에 바로 oes샘에게 연락을 했더니 집안에 일이있어서 다음날 제주도로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 긴장되었던 마음을 쓸어내렸다.
한고비 넘기니 또 산이 있다..연습을 어디에서 해야할까?
날씨가 추워져 바닷가나 들로 산으로 나가 연습할 수가 없으니... 유료연습실??.. 이건 마지막 보루다.
공연에 참여하려면 비행기도 타야 하고 공연날은 하룻밤 묵기도 해야하고 레슨비도 나가기에...
간절하면 보인다고... 평소에 후원하고 있던 청소년음악연습실에 사정이야기를 하며 유툽영상 "빛은 동방에서"를 드려주었다. 장난감 같은 오카리나가 이렇게 아름답고 웅장한연주를 하냐고 놀랐다고 하며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모자란 시간은 아파트 옥상에서 간간히 연습을 하며 총연습 날을 기다렸다. 첫경험이기에 모든게 궁금했다. 전체적인 분위기도.. 다른사람의 오카소리도..나는 어느정도의 실력인지도.. 과연 참여할 수 있을지도....
그런데 이게 왠일이래요..
총연습 전날 항공사에서 연락이 왔다. 기상악화로 비행기가 결항된다고.. 급하게 전날 비행기를 알아보앟지만 연결이 안되었다. 허탈한 맘에... 여기까지인가?? 진짜 열심히 연습했는데... 오랜만에 잡아보는 AG도 처음에는 쉽지않았지만 어느정도 적응이 되었고.. 그동안 열심히 연습하면서 배운 것으로 만족할까??라는 생각들이 순간 밀려왔지만 아쉬웠다. 어쩌면 이런 무대에 서 본다는 게 처음이자 마지막일텐데 .. 주어진 기회를 놓친다는 건 바보라는 생각에 다시 마음을 다 잡았다. 또 혼자 연습하기도 쉽지않았다.다른파트하고 맞춰 볼 수 없어서 막연하기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습은 계속되었고..
공연날 아침 비행기로 날아갔다 (기도해주신 성연원님 감사해요) 이름표를 받고.. 아..내가 400인 중 1인으로 함께 하는 게 확실하구나! 가슴이 벅찼다... 이 나이에 무슨 복이래..ㅎㅎ 리허설이 시작되면서 잠시 남의 오카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나의 오카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함께하니 나도 할 수 있겠다. 그동안 염려는 기우였다.
본 공연이 시작되면서 자신감이 뿜뿜.... 모두가 어우러져 내는 소리는 아름다웠다. 이곳에 있는 내가 자랑스러웠고 뿌듯했다. 다음에도 기회가 되면 또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퐁퐁퐁...생겨났고 소지로 선생님의 연주를 공연장에서 직접 듣는다는 것도 감동이었다. 선생님의 오카소리는 자연의 소리 그 자체였다. 그 깊이를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정말 멋있고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60이 시작되는 해에 아주 뜻깊은 시간으로 초대해 주심에 고마웠고... 연습에 집중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모든 게 감사함입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
첫댓글 제주에서 비행기까지 타고 오셨군요~ 정말 화려한 외출이었네요.. 후기 즐감하고 갑니다.^^
대단한 열정에 박수 보냅니다.
선생님 후기를 이제야 읽었습다.
혼자 있을 때 오카리나가 친구가 되어준 것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