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이 지나고 소설을 앞둔 지금 날이 드디어 차가워졌습니다. 11월도 이제 곧 하순에 접어드니 초겨울의 입구라고 봐야겠지요. 그래도 오늘 낮에 보이는 풍경은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겼습니다. 산과 들에 가득한 낙엽과 아직은 아름다운 나뭇잎들이 얼마나 아늑한지요. 바람이 부니 노란 은행나무잎들이 마치 비처럼 쏟아지는 것도 아름다웠습니다. 이렇게 서둘러 잎들을 떨구고 나면 이제 겨울이겠지요. 지난가을에 성모 회장님과 함께 밭에 뿌린 퇴비 때문에 곧 겨울인데도 토마토, 고추가 얼마나 무성한지 모릅니다. 서리가 아직 내리지 않아 괜찮긴 하지만 이 무성한 열매가 조금 더 지나면 다 얼어버리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적당한 때에 주는 거름이 작물들에게는 이리 큰 힘이 됨도 처음 알았습니다. 내년에는 조금 더 일찍 거름을 줘야겠습니다. 호박이 커져 가서 몇 주 전에 나뭇가지 몇 개를 호박 아래 깔아놓았더랬습니다. 오늘 밭에 가서 살짝 들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예쁜 도롱뇽이 그 틈 사이에서 겨울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일단 호박은 그냥 살짝 내려 두고 왔습니다만 다시 가서는 겨울잠 잘 자도록 큰 돌이라도 다시 올려 두고 호박을 따서 오든지 해야겠습니다.
지난 주일에 복음화 담당 신부님이 오셔서 특강을 해 주셨습니다. 공동체 안에서의 신앙과 기초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소공동체는 끼리끼리의 모임이 아니기에 좀 더 양보하고 좀 더 인내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서 성숙되어 나가는 것이겠지요. 우리가 익숙하고 편한 사람들끼리 만나는 것에서 우리 모임의 경계가 더 넓어지고 열려지면 좋겠습니다. 소공동체 모임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면 좋겠습니다.
특강 후에 손님 신부님과 점심을 같이 하였습니다. 봉사자들도 함께 하였습니다. 여러 이야기 중에 생태환경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생태환경의 중요성을 본당 교우들이 점점 더 이해하고 실천하고 있다고 말이지요. 그런데 그 자리에서 민망하고 무안을 드리는 것 같아 말씀드리지 못했는데 음식물 튈까 목에 두른 일회용 앞치마도 플라스틱입니다. 그것도 물티슈처럼 썩지 않고 잘게 부서져 흙과 물속에서 떠돌아다니다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것이죠. 어느 자매님들은 아예 천으로 만드셔서 들고 다니시는 것도 보았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참고가 되면 좋겠습니다.
지난주 토요일에 성물방 인수인계가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성물방 봉사를 맡아주신 자매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정말 오랜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성물방은 앞으로 제로웨이스트 샵도 겸할 예정입니다. 제로웨이스트샵이 외래어여서 알맹상점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알맹이만 판다고 해서 그렇게 부르는 것 같습니다. 우리끼리 좋은 이름 찾아보는 것은 어떨지요. 알맹이 가게? 알맹이 방? 알맹이 성물방? 다 좋은 것 같은데요. 생태환경위원회에 몇 가지 이름을 게시하고 투표를 받아 정하는 것도 한번 건의해 보겠습니다. 사용하고 버려지는 플라스틱 통들을 보는 것이 내내 마음에 켕겼는데 앞으로 우리 성당에 있는 이름 정해지지 않은 그 점빵을 많이 이용해야겠습니다. 우리 본당은 생태환경에서는 대구에서 제일 잘 나가는 본당이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의 참여가 있고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겠습니까? 감사하다는 인사, 다시 한번 올립니다.
첫댓글 "우리가 익숙하고 편한 사람들끼리 만나는 것에서 우리 모임의 경계가 더 넓어지고 열려지면 좋겠습니다. 소공동체 모임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면 좋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오랜기간 성물방에서 봉사하신 자매님들께 수고하셨다는 말씀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