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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고장났다, 어떻게 A/S 받지? 남자 사용 설명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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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동법을 모르는 거 아냐? 카메라나 컴퓨터 하물며 단추만 누르면 되는 전기주전자에도 들어 있는 사용설명서. 그런데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하는 남편은 그런 것도 없다. 신혼부부든 10년, 20년을 산 부부든 부부싸움이 일어나는 것은 사랑에 콩깍지가 씌여도, 아무리 오래 살아도 이해할 수 없는 남편의 사고방식과 행동 때문. 이럴 땐 정말 전자제품처럼 ‘사용설명서’라도 있었음 싶지만 간단 매뉴얼조차 없이 살아야 하니, 내 남편만 유별난 것인지, 원래 남자란 동물이 그런 것인지 궁금증만 더한다. 이런 아내들이 우선 알아둬야 할 것은 남편은 완제품이 아니라는 사실. 아내가 ‘구입(결혼)’ 후 알아서 조립하고 길들여가며 사용해야 한다. 문제는 한 번 사용한 후에는 아무리 작동상태가 시원치 않더라도 교환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사용법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응급처치 및 자가수리법 정도는 익혀 두는 것이다. 폭력이나 성격장애, 알코올 및 도박중독, 외도처럼 전문가의 중장기적인 수리를 필요로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벼운 고장은 알아서 고쳐 쓰시라’는 게 지혜로운 남편 사용 노하우다. 중요한 것은 10년을 같이 살아도 절대 이해 못할 남편의 행동 중에는 진짜 고장이 나서 A/S를 받아야 하는 경우보다는 아내가 사용법을 잘 몰라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얼핏 고장이 난 것 같지만 실상은 아내가 작동법을 잘 몰라서 혼자 끙끙 앓는 경우는 어떤 것인지, 그 유형과 대처법을 알아보자. 별것도 아닌 일에 버럭 큰소리를 지르고, 인상을 구기는 남편들이 있다. 이런 남자들은 대개 고집이 엄청 세, 죽어도 아내 말을 듣지 않는 경향이 있다. 버럭남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완전 버럭’형 아내와 자녀들은 물론이고 회사동료나 처가식구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과 맞지 않으면 버럭버럭 화를 내는 유형이다. 이 부류들은 자신이 늘 다혈질에 직선적이라며, 뒤끝이 없다는 것을 입버릇처럼 자랑한다. 그러나 듣는 사람들에게는 뒤끝이 많이 생긴다는 사실은 모른다. 자기가 아주 훌륭한 남편인 줄 알기에 “나만큼 잘하는 남자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 하는 말을 겁 없이 내뱉기도 한다. 둘째 ‘반 버럭’형 아내와 아이들에게는 화를 잘 내면서도 다른 가족이나 남들에게는 일절 화를 내지 못하는 ‘방 안 퉁소’형이다. 밖에서는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호인일수록, 식구들이 받는 상처는 더욱 크다.
이렇게 A/S 하세요 버럭남편은 창검술이 뛰어나 근접 싸움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럴 때 아내는 같이 창검을 빼들기보다는, 먼저 안전거리를 확보한 다음에 활로 원거리 공격을 해야 한다. 즉, 버럭버럭 화내는 남편에게 시시비비를 가리거나 사과를 받아내려고 앞에서 물고 늘어지지 말라는 얘기. 시간을 두고, 조용한 곳에서 자신이 서운하고 속상했던 부분만 얘기하라. 속도에는 개인차는 있겠지만 열에 아홉은 변화가 올 것이다. 불량이 너무 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남편이 나이가 들고, 약해지면서 확실하게 업그레이드된다. 모든 것을 참고 인내하는 착한 여자신드롬은 금물이다. 자칫 자신에게 오는 고통을 눈물로 삼켜서 가슴속에 고이고이 담아 두었다가 상대적 약자인 아이들에게 분노를 표현하거나, 우울증에 걸리거나, 심하면 암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가끔 집안의 경제권을 틀어쥐고, 아내가 시장에서 사오는 콩나물 가격 하나까지 시시콜콜 간섭하는 남자들이 있다. 아내가 가구나 가전제품을 새로 구입이라도 할라 치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막아서는 유형이다. 따지고 보면 돈 문제에 관한 한 여자들보다 훨씬 소심해지고 좀스러워지는 남자들이 적지 않다. 여자들은 평소에는 아끼고 절약하지만 써야 할 자리에서는 오히려 남자들보다 훨씬 대범하다. 남편들이 그토록 돈에 대해서 민감한 이유는 남자에게 돈은 생명이자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어릴 적 지독하게 가난하게 성장했거나, 주변에서 인정과 격려를 받지 못한 경우 이런 성향이 훨씬 강하다. 그래서 ‘쥐꼬리만 한 월급 받아오는 주제에….’라는 말은 남편을 두 번 죽이는 일이 된다. 안 그래도 급여명세서를 보고 힘이 쭉 빠져 풀이 죽어 있는 남편을 확인 사살하는 일이기 때문에. 괜히 홧김에 내뱉은 한마디에 고장이 심각해져버릴 수도 있다.
이렇게 A/S 하세요 돈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남편에게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자. 그때까지는 아내의 따스한 햇살이 필요하다. 남편을 꽁꽁 얼어붙게 만든 ‘돈’을 사르르 녹일 수 있는 ‘남편의 날’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곰곰이 따져 보면 요즘 남자들만큼 불쌍한 이들도 없지 않다. 밖에서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치이고, 집에 들어와서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밀려나 설 자리조차 변변치 않은 남편들이 부지기수. (그래도 예전 남편들은 두툼한 월급봉투를 내밀면서 “아껴 써!” 한 마디 던지며 어깨에 힘이라도 줄 수 있었건만.) 남편이 월급 받는 날, 온가족이 함께 모이는‘남편(가장)의 날’을 한번 만들어 보자. 그날만큼은 외식을 하기보다는 아내의 정성이 담긴 음식을 준비한다. 거창한 음식을 준비할 필요는 없다. 돼지고기 송송 썰어 넣은 김치찌개 하나면 충분하다. 단, 이날만큼은 남편 전용 찌개그릇을 준비한다. 옹기나 도기 그릇이면 더욱 좋겠지만 양은냄비면 어떠랴, 경고문 하나만 써 붙이면 된다. “누구든지 내 남편 외에 이 찌개에 수저를 넣는 자는 엄벌에 처함!” 이왕이면 식사 전에, 한 달 동안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일한 남편을 위해 가족기도를 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남편들의 직장은 가히 전쟁터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은 가장이기 때문. 개인 사업을 하는 남편도 사정은 매 한가지. 그저 참고 버텨야 사회에서 살아남고 가족들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의 날’을 통해 가족의 사랑을 한껏 채워 주자. 남편이 전쟁터 같은 일터에 나가 다음 한 달을 너끈히 버틸 수 있는 에너지가 될 것이다. 유형 3 허풍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남편 → 고장 아닌 정상 여자들이 수다 떠는 재미에 산다면 남자들은 뻥치는 재미에 산다. 국가대표팀이 축구에서 지는 것은 감독이나 선수의 실력 부족이 아니라 자기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아서다. 지구에 평화가 오지 않는 것, 우리나라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는 것도 정치인들이 자기 말을 듣지 않기 때문. 원래 남자란 동물이 그렇기 때문에 남편이 마음껏 뻥을 치며 기세등등하게 산다면 아내가 아내 역할을 잘하고 있는 셈이다. 결혼 전 남자들의 허풍은 때론 자신감으로 비쳐지며 매력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결혼 햇수가 길어질수록 아내들은 남편의 허풍을 받아주는 데 인색해진다. 더 이상 아내에게 뻥이 통하지 않게 된 남자들은 허풍을 칠 수 있는 상대를 찾아 밖으로 새기도 한다. 뻥을 친다는 것, 그들에게는 살아 있는 기쁨을 누리게 해 줄 상대를 찾아 딴 짓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A/S 하세요 허풍을 떠는 남편을 기죽이지 마라.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게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80점을 받아왔을 때 ‘참 잘했다. 앞으로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하고 칭찬을 해주면, 칭찬을 해준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정말로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고, 결국 90점, 100점도 받아오게 된다는 것. 남편은 ‘덩치만 큰 애’라는 사실을 잊지 마라. 만일 경제적 능력이 안 되는 남편이 “조만간 유럽여행시켜 줄게” 하고 허풍을 떨더라도 그 앞에서 “당신이 무슨 능력으로” 하며 싸늘하게 받아치지 마라. 그런 아내는 평생 가야 제주도 한번 구경하기 힘들다. 차라리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당신을 믿어요” 하는 말 한 마디면, 설사 유럽은 아니더라도 제주도는 너끈히 가고도 남을 것이다.
유형4 잘 삐치는 다 큰 아이, 남편 → 고장 아닌 정상 두 살 연상의 아내와 연하남편이 있다. 아내는 남편에게 꼬박꼬박 높임말을 썼지만, 남편은 반말을 썼다. 하루는 어린 딸이 물었다. “엄마는 왜 아빠보다 나이가 많은데 존댓말을 써?” 엄마가 대답했다. “그건 말이야…, 안 그러면 쟤 삐쳐!” 우스갯소리지만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아내보다 ‘훨씬’ 자주 삐치는 남편들이 많이 있다. 그런 남편들의 특징은 자기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는다는 것. 그저 지레짐작으로 자기 혼자 판단하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믿고 단정 짓고, 혼자 삐치는 통에 아내들은 여간 피곤한 게 아니다. 때로는 아이가 생긴 후, 아내가 아이에게만 신경을 쓴다며 삐치는 남편도 있다. ‘남자랑 결혼할 때는 다 큰 아이 하나 걷어 키운다는 다짐이 서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 공연한 것이 아니다. 이렇게 A/S 하세요 ‘남자 나이 쉰이면 감투가 50개도 모자란다’는 말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외로워지고 초라해지는 남자들이기에, 감투가 아무리 많아도 만족하기 어려울 정도로 여기저기 할 수 있는 일과 인맥에 집착한다는 의미다. 기계를 사용하기 전에 예열을 충분히 하지 않으면 기능이 떨어지기 십상이다. 남편도 마찬가지로 따뜻한 예열이 필수다. 예열을 위해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그저 엄마의 마음으로, 남편 얼굴을 끌어안고 품어 주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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