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꿈에 16~17세로 보이는 오스트리아 소녀가 손님 시중을 드는데, 손님이 동전을 자판기에 넣으면 소녀가 여러가지 시중을 든다.
그러나 소녀는 그 일을 하기가 싫은 기색이다.
깨어나서 생각해보니 하얀 에이프런(apron)을 두른 어린 소녀는 융프라우 여신인 것을 알겠다.
돈에 시중드는 융프라우 신이여,
바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연이 어떻게 대접받는가를 보여주고 있구나.
인터라켄 동역에서 모닝 트레인 티켓을 사다(115.20 스위스 프랑 ≒ 115,200원).
엄청 큰 돈이 팍팍 깨진다. 빵과 우유로 아침을 때우고 톱니바퀴 기차를 타다.
설빙밑으로 암벽을 뚫고 기차가 올라간다.
옆좌석에 앉은 프랑스 사람의 골상이 크로마뇽 원시인 같다.
고대 로마인의 눈으로 볼때 알프스 이북에 사는 민족은 야만인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각 민족 자기나름의 문화의 있기 마련인데 로마문화를 중심에 두고 중심부 주변부로 나누어 얕보며 평가 한다는 것이 얼마나 자의적인가?
역사는 정복자의 관점에서 씌어지게 마련이요, 정복자의 문화가 약소 민족의 문화를 흡수 동화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민족이 아주 없어지지 아니 하는 한 각개 민족문화는 제 멋을 찾아 제멋대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문화가 과연 발전하는 것인가?
역사는 과연 진보하고 있는가?
모든 것을 회의한다. 현대를 금융자본주의요, 포스트 모더니즘이요, 첨단 정보통신시대라고 한다. 해체주의 철학 이후 신영성주의(New Spiritualism)가 떠오른다.
이 모든 것의 근원은 '자본주의'라는 검은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다.
"어찌하여 서쪽바람 불어와 평화롭던 수풀을 흔들어대나, 외마디 기러기 울음소리 하늘 울리네"
(何事西風動林野 , 一聲寒 雁戾長天)
외마디 기러기 소리여, 우주를 뒤흔든다. 악!
임제의 할이요, 덕산의 방망이다.
영겁에 불멸하는 생명이로다.
아이거바르트 전망대(Eigerward 2865m)에서 일대장관에 눈을 씻고 다시 스핑크스 전망대(3571m)에서 융프라우 봉(4158m, 알프스산 최고봉)을 바라보며 보살의 서원을 다지는 기도를 한다.
말로만 듣던 빙하와 크레바스를 눈 앞에서 본다.
융프라우는 손에 잡힐 듯한 거리에서 백설공주의 젖꼭지를 들어내놓고 있다.
사방을 둘러보니 남동으로는 설봉이 연꽃처럼 피어 있고, 북서쪽으로는 일망무제의 지평선이 곡선을 그리며 천지 미인(天地美人, 천지 자연의 아름다움을 미인으로 비유하여)이 아미를 숙이고 있다.
백설의 정혼(精魂) 앞에서 순백의 신심으로 기도하다.
보현행원의 길을.........
세세생생 보살의 길을 가기를....
얼음궁전(ice palace)- 지하 10m아래 얼음을 뚫어 궁전을 만들었다.
곰, 에스키모의 이글루. 펭귄을 조각해 놓은 얼음조각 '자유의 전당'이란 코너에는 자유를 위해 헌신한 위인들의 이름을 새겨 놓았다.
동양인으로는 손문, 간디, 아키노, 이치카와 후사예가 들어있다.
어젯밤은 짤쯔부르크
오늘은 융프라우 올라와
천하를 주유하는 나그네로세
가슴 크게 열고
별의 정기 마시노라.
내려오는 기차안에서 [노랑풍선]이라는 뺏지를 단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을 만나다. 요즘 50대 친구들이 만나서 하는 이야기 주제가 해외여행이란다.
모두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어한다.
여행에 한번 맛을 들이면 중독된 것처럼, 훌쩍 떠나고 싶은 유혹을 끊을 수 없다고 한다.
누구나 떠나고자 한다.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
누구나 새로운 것을 원한다. 다시 헌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누구나 젊어지기를 원한다. 못다한 욕망을 채우느라 젊음을 허비하기 위해서.
누구나 오래 살기를 원한다. 명줄을 버티다 결국 죽기 위해서.
라우터 브룬넨을 지나다.
천길 낭떠러지를 떨어지는 폭포를 바라본다.
북종(北宗) 산수화 속으로 들어온 듯.
라우터브룬넨에서 톱니바퀴차는 서고, 연계버스를 타고 역으로 내려오다.
모닝트레인 티켓을 사서 융프라우 관광을 다 마치는 데는 7시간 걸린다.
브리엔쯔 호수에서 유람선을 타고 산과 물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놀이를 즐기다.(www.bls.ch)
융프라우 아래 짙푸른 호수여
배를 타고 오리를 벗하느니
산수화 속에 노니는 듯
구름 밖에 떠다니는
한줄기 풀잎 나그네여
배 닿는 곳곳마다
봄 머금은 숲이야.
키르히호퍼 쇼핑센터 구경을 하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얼마나 많이 물건을 사가길래 한국인 유학생을 점원으로 고용해 놓았는가 ! 스위스제 칼을 파는 가게에서 명고스님이 작은 칼을 하나 사서 나에게 선물로 준다. 지나가는 길에 분수와 정원이 잘 가꾸어진 카지노 벤치에 앉아 노래하는 분수를 즐기다. 저녁으로 '퐁뒤'라는 것을 주문했는데 치즈덩이를 와인에 섞어 노란 죽처럼 끓여서 빵조각에 찍어 먹는다. 지독한 냄새에 맛이 이상하여 영 비위에 맞지 않는다. 스위스에서는 서민의 음식이라 한다. 식당에는 한국에서 호텔학을 공부하러 온 아가씨 한분이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다. 호텔서어비스 분야에서는 스위스가 알아준다고 한다. 자기가 좋아하고 보람을 느끼는 일을 일찍 천직으로 선택한 그에게 앞날이 환히 열리기를....
오후 7시경 숙소로 돌아오는데 거리가 한산하다.
왠만한 상점은 모두 정시(오후 5시경)문을 닫고 쉰다.
살기가 괜찮아서인지 대자연의 품안에서 여유로와져서인지, 모두 시간을 넉넉하게 가지고 한가하게 자기 인생을 찾고자 한다.
사회주의의 최종목표는 노동가치의회복, 노동과 유희의 일치, 유희하는 노동으로서의 예술행위에 있다.
지금 한국 사회는 빈부격차가 더욱 벌어져 유한계급은 오로지 레저를 즐기고, 빈곤계층은 노동을 담당하고 있어 노동과 유희는 더욱더 서로 소외되어가고 있다.
누가 일만하고 싶겠는가?
다 같이 일하고 다 같이 놀 수는 없을까?
놀되 좀 수준있고 고상하게 놀 수는 없을까?
승화된 놀이가 곧 예술이요, 종교이다. 그 사람에게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졌을 때 어떻게 노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정신적 수준을 알 수 있다.
무슨 짓을 하면서 노는가가 곧 그 사람됨이다.
참고) ---------------------------------------------------------------------------
*대천옥(大天獄) : 어느 것을 주봉(主奉)으로 하여 맥을 형성하고 있는지가 불분명하다.
모든 봉우리가 무질서하게 늘어서 있어, 기를 서로 모아주지 못하므로 다만 잠시 쉬어가는 형국인 과산(過山)의 형태를 띤다.
내령(內嶺)이 잘 발달하지 않아 인간이 붙어 살만한 조건(휴먼팩터 Human factor)이 결여되어, 이것에 도읍을 한다든지, 수행자나 도인을 맞아들일 수 있는 길지(吉地)는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