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가는 횟수의 2/3가 넘는 곳이 소위 '공돌이'들이 모이는 천안과 화성상록이다.
연금공단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사설에 비하여 값은 10여 만원으로 반정도에 불과한데 시설은
비슷하니 더 애용하게 된다. 그래서 아래 위에 회원권을 2개나 가지고 있으니 뭐가 부러우냐고
동료들 끼리농담을 주고받기도 한다.
특히 천안상록은 다소 멀어 고위층들이 선호하지 않아 가끔 부킹이 가능한 데다 페어웨이가
넓고 잔디도 두터워 초·중급자들이 자주 찾게 되는데, 아무래도 화성보다는 가는 횟수가
직급이 낮을수록 더욱 많아지게 된다. 그런대 예로부터 천안은 하늘이 안정된 곳(天安)이라
하여 수재를 비롯한 자연재해가 없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겨울철에도 그리
춥지않고 바람도 크게 불지않으며 주위에 오염지역이 없어 공기도 아주 청량하여 운동을
하기에는 최적의 장소로 생각된다.
이 곳은 경부고속도로 목천나들목에서 빠져 10분 내외의 거리에 있는데, 기미 독립운동의
'아우내장터'로 유명한 병천면을 통과하여 가게 된다. 아우내는 2개의 개천이 아울러 흐른다고
하여 생긴 이름으로 나중에 한자식인 병천으로 바뀌었다고 하며, 옛부터 전해오는 순대국밥이
아주 유명하다. 면내의 한 마을인 병천리는 고을 전체가 순대집으로 아예 시에서 지정하는
'전통음식 순대타운'이 조성되어 있다.
주말골퍼들은 시간의 제약으로 어느 때나 바삐 움직이는 것이 다반사이다 보니 거의 식사를
집에서 하지 못하고 골프장 주위에서 해결하게 되는데 장내에 들어가면 값은 배 이상으로
뛰고 먹을 것은 없는 초라한 식사를 하게 되므로 서로 수소문 인근 맛집을 개발하여 애용하면
저렴하면서도 그 지방 특유의 음식을 든든히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천안에 갈 경우 꼭 찾는 곳이 바로 이 '아우내순대타운'이다.
타운내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이 원조중의 원조라고 자랑하는 '박순자할머니집'이다.
이 집은 아예 간판에 "기다려서 먹는 집"으로 표기해 놓았을 정도로 갈 때마다 입구에서 부터
길게 늘어선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골프손님은 물론이고 인근 고장 주민들,
전국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식도락가들이 넘쳐나는 것이다.
아주 푹 삶아 기름기가 완전히 빠진 머릿고기와 내장, 순대를 푸짐하게 썩어 툭수바리에
담아 허연 김이 풀풀나도록 내오면 기다린 입에 침이 고이고 한 점을 새우젖에 찍어 입에
넣으면 어릴적 먹던 전통의 바로 '그 맛'이다. 사람이 서너명 이상 모이면 국밥 한그릇 씩에
'접시순대'를 하나 시키면 금상첨화다. 국밥 한 그릇으로도 거의 배가 차지만 접시고기를
안주로 막걸리 까지 한잔 걸치면 천하에 부러울 게 없다. 18홀 내내 시장기는 물론이고
그늘집에 들를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다. 국밥은 5천원, 접시는 8천원이니 합해도 클럽하우스
한사람 밥값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빠르면 한 주에 늦으면 한 달에 한번 정도로 자주 가는데도 전혀 물리지 않고 고속도로만
빠져 나가면 그 생각으로 입에 군침부터 도니 그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조상대대로 우리
체질에 맞춰져온 우리 음식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늘이 편안한 천안에 회원권(?)을 가지고
있어 수시로 즐길 수 있고 식도락까지 겸할 수 있으니 어찌 흐뭇하지 않으랴. 고급차도 없고
고관·갑부도 아니지만 이만하면 그런대로 행복한 소시민이라는 착각으로 살고 있다.
첫댓글 근무지 포항 청하에도 인근 골프장 들어와 면관내 유명한(?)고깃집 문전성시를 이루는데 아우내 순대도 골퍼들에게 멋진 서비스를 하고 있다니 천만다행
하늘아래 가장 평안한 곳이 바로 천안, 그렇게 될줄알고 땅 좀 산사람은 억만장자, 근데 단국대가 위치한 마을이 바로 안서동, 한자로 표기하면 멋진데 한글로는 영영, 안서동에만 대학이 5개라.
90년전 유관순 누나가 만세를 불렀던곳 천안시 목천면 아우내 장터, 웰빙음료(?)로 각광받는 순대가 막걸리 만나 날개를 달은꼴
상록엔 가보진 못했지만 아우내 장터 생각하니 순대는 물론 군생활 마무리한곳 천안이 아련히 떠오르며 십수년전의 생활상이 뇌리를 스친다. 고향집 지으러 2주마다 고향길, 지금생각하면 용감했을까, 무모했을까.
그렇네..동생이 천안에 살기도 했으니 하늘아래 평안한 동네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겠네. 엊그제 일 같지만 그 곳에서 함께 테니스도 하며 정을 나누기도 했는데 그새 수삼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살 같이 지나는 인생을 다시한번 실감하게 되네 그랴. 그렇지만 이렇게 또 살다보면 그 동네에서 다시만나 순대 한 접시 놓고 삶을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