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중 발표키로 한 2017학년 대입개선안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미 교육부가 밝힌 2015대입개편안을 통해 불거진 쟁점들은 과연 해결될 것인가. 학생 학부모 학교는 물론 교육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17 개편안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2015개편안이 혼란을 줄이기 위해 현행제도를 간소화의 방향으로 일부 조정한 수준인 반면 2017개편안은 향후 대입의 전체 틀을 전체적으로 확정하는 상황 때문이다. 특히 수능을 통한 문/이과를 통합안이 걸려 있어 논란은 커지고 있는 상태다.
한 교육 전문가는 “2017개편안은 숙제가 많다. 2015 2016 개편안이 노출한 많은 문제점을 바로잡아야 한다. 혼란을 줄인다는 차원에서 미조정한 부분들이지만 이제 변명꺼리가 없다. 2017개편안을 통해 교육수요자들이 공감할만한 전체적 그림을 내놓아야 한다. "고 강조했다.
2017학년 대입개선안이 풀어야 할 쟁점들과 바람직한 방향성을 짚어봤다.
<문/이과 융합, 2안이 유력>
문/이과 융합방안은 뜨거운 감자다. 명분과 실질사이에서 접점을 찾기가 쉽지는 않은 듯하다.
일단 띄워놓고 여론의 향배를 지켜본다는 차원에서 나온 3가지 안이 전문가는 물론 교육수요자들까지 치열한 논쟁으로 몰아넣고 있다.
교육부가 창조경제를 모토로한 청와대를 의식해 3안을 내심 밀어 왔지만 여론의 반응을 의식해 2안으로 타협볼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당장 당정협의에서도 통합안과 절충안으로 의견은 갈리는 듯하다.
새누리당 제6정책조정위원회는 16일 국회에서 교육부와 비공개 협의를 시작했다.
2017학년부터 적용될 3가지 수능체계 개편안의 장/단점을 논의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현행 수능체계를 유지하는 방안을 최우선 검토 대상으로 제시하면서 문/이과 구분을 완전히 없애는 '완전 통합안'(3안)과 일부 없애는 '절충안'(2안)을 함께 내놨다. 이날 협의에서 정부는 문/이과를 일부 통합하는 절충안인 2안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제2안은 문/이과 일부 융합안으로 문/이과별로 교차해 과목을 선택하는 등 기존의 수능 체제 틀을 일부 조정하는 방식이다.
국어, 영어는 문•이과 가르지 않고 공통으로 출제하되 수학의 경우 공통 과목을 설정한 뒤 나머지 과목(미적분Ⅱ, 확률과 통계, 기하와 벡터) 중에서 1과목을 선택한다.
교사들은 학습부담을 줄이는 것을 전제로 문/이과 폐지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나 교육과정 및 교과서 개편, 현장 준비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동의는 하지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총 관계자는 “교육과정 및 교과서 개편, 2017-2019년까지 과도기 수능의 경우 공통학습 과목 증대로 인한 학생 학업부담, 교원 수급 등 상당한 준비가 필요한 만큼 대안 마련 및 학교 현장의 의견 청취 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역시 찬성하는 측이다. 전교조는 “융합적 사고가 강조되고 있는 시대흐름에 따라 문/이과 구분은 폐지되어야 한다”며 “다만, 대학 입시에 과목을 공통화하고 필수화 할 경우 학습부담의 우려가 뒤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학습부담의 원인은 과목수에 있다기 보다는 분량과 비중의 문제였다”며 “현재의 국수영 점수 반영 비중을 낮춰 다른 과목과 균형을 맞추고 교육과정의 양과 난이도를 적정화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한교련) 역시 지난 13일 창립총회 때 ‘문이과 구분 해소’를 첫 번째 정책 방향으로 꼽은 바 있다.
반면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습부담을 의식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한 학부모는 “다른 계열 과목 공부는 아예 하지 않아도 되었던 상황이었는데, 급격하게 공부할 분량이 늘었다”며 “학생들을 더 옥죄는 정책만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내 사립 고교의 한 교사는 “사회, 과학 과목 교사 입장에서는 수업시수가 늘어나면 입지가 넓어지는 것이므로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나도 중학생 자녀가 있는 입장에서 앞으로 두 영역을 모두 공부시킬 생각을 하면 사실 막막하다”고 밝혔다.
<수시에 수능성적 미반영, 재수와 사교육 확대>
대입전형 간소화의 일환으로 수시에서 수능 성적이 아예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
교육부는 애초 수시에서의 수능최저학력기준(수능최저) 완화 권장을 1안으로, 수능 성적 미반영을 2안으로 뒀다. 수능 성적이 수시에 아예 반영되지 않는다면 수능최저 완화 권장이 확정된 2015-2016학년보다 더 강력한 '수시=내신, 정시=수능’ 체제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교육전문가들은 “현재 서울 주요 사립대들은 수시모집에서 70% 정도를 선발하고 있지만, 2015학년도부터는 정시모집 선발 비율이 수시를 역전해 학교에 따라 50~60% 정도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2017학년에는 2안이 실시된다면 정시 선발비율이 수시 선발비율을 압도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들은 내신보다 수능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한 대학의 입학 관계자는 “수시에서 수능 성적을 아예 반영하지 말라고 한다면 정시로 뽑는 숫자가 더 많아질 것이다”라며 “내신은 학교마다 다른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학생의 대학수학능력을 판단하는 데 좋은 잣대라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사교육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문호가 더 넓어지는 정시를 준비하기 위해 수능전문학원으로 몰려들 것이다. 결국 교육특구의 수요는 다시 살아나면서 수능 시대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이제 대학별 고사가 축소되며, 정시확대 움직임이 현실화 된다면 수능 위주의 정시로 재수를 노리는 재수, 반수생들이 대거 늘어날 전망이다.
올 초 수시 위주의 대입 탓에 매물이 쏟아지던 유명 기숙학원들이나 재수 종합학원들 역시 특수를 회복할 가능성도 제기 된 바 있다.
하지만 전교조는 “대학에 완화를 권장하는 것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고 2안을 지지하며 “학교교육에 충실한 학생을 선발하자는 것이 수시의 취지인 만큼 수시에서 수능자격기준을 폐지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라고 밝혔다. 수시를 내신으로만 한정한다면, 정시 전형은 수능 전형으로 단일화 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내 사범대의 모 교수는 “사정관제 등 다양한 수시 전형 덕분에 겨우 공교육이 키를 쥔 듯 했는데,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꼴이 됐다”며 “교사 집단에서 이를 왜 찬성하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어 그는 “복잡한 수시 전형을 알기 쉽게 정리할 수는 있겠지만 무작정 ‘수시=학생부, 정시=수능’으로 단순화 해버린다면 다양한 인재 선발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고입과 대입의 연계성 생길까>
2015-2016 대입제도 확정안은 고입과 대입의 연계성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입학사정관제와 비슷한 성격인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실시하는 고교가 2014학년 기준 전국 203개에 이르는데 정작 대입에서는 사정관제가 축소되고 수능 위주의 정시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교육계에서는 2017학년 대입 개선안에서 이 부분이 수정될 지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중학생들은 꿈과 끼를 바탕으로 진로교육에 무게를 싣고 사정관제를 베이스로 한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고교를 진학하는 반면 대학은 수능위주로 공부하라는 얘기다.
꿈과 끼를 토대로 한 고입이라면 대입 역시 사정관제를 중심으로 한 개편안이 마련됐어야 한다. 학습부담을 줄인다는 강박에 사로잡히면서 고입 대입의 연결성이라는 큰 틀은 놓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교육부는 중학교에서 ‘꿈과 끼를 살리는’ 정책을 펼쳐왔다.
자율학기제를 비롯해 진로와 진학, 독서 등을 강화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중학생들이 치르는 고입에서도 선발체제는 자기주도학습전형(사정관제)을 유지하고 있다. 중학생들은 내신을 챙기되 진로 탐색을 열심히 하고, 독서에 집중하면 자기개발계획서와 면접을 통해 원하는 고교에 지원해 볼 수 있게 돼 있다.
2015-2016 대입제도 확정안에 따르면 이렇게 꿈과 끼를 열심히 살린 중학생들도 고교에 입학하면 내신과 수능에 올인해야 한다.
대입체제는 “수시=내신, 정시=학생부”의 공식으로 진로탐색을 계속하거나 책을 읽는 여유는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
정관제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이름이 변경된 채 간신히 명맥만을 유지하게 될 전망이다.
물론 서울대의 입시 정책에 따라 상위권 대학과 상위권 학생들의 행보가 갈리겠지만, 연세대나 고려대 등의 상위권대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수능에 주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17 입시, 대학은 손도 못 대고 있어>
대학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관계자는 “대입개선안 시안도 문제고, 교육부의 행태도 문제”라고 꼬집는다.
서울시내 주요사립대 입학관련 부서의 팀장은 “2017학년 선발은 손도 못 대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도 10월에 발표될 확정안을 봐야 2017학년을 건드릴 수 있고, 사실 당장 11월까지 2015학년 입시계획안을 만드는 것도 걱정이다”고 밝혔다.
이어 “멀리 보고 만들어야 하는 게 대입 전형인데, 당해년도 입시와 다음해 입시를 입학팀에서 둘 다 소관하고 있어 심층적으로 연구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뿐만 아니라 전형을 만든다 해도 정권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뒤집히는 정책 때문에 전형을 싹 갈아 엎어야 해 난감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8월 나왔던 시안에 따라 문/이과가 폐지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이공계열 모집단위에서 학력저하가 일어날까 걱정하고 있다”며 “수시모집에서 수능최저를 반영하지 못한다면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들도 정시 위주로 판도가 뒤집힐 것”이라고 전했다.
대학별고사의 축소도 대학의 고민이다.
수시모집에서 수능최저를 활용하지 못하면 정시가 커지며, 대학별고사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내 사립대의 입학 처장은 “앞으로 학생을 어떻게 뽑아야 할 지 모르겠다”며 “학생부보다는 수능이겠지만, 수능 역시 변별력이 낮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능 영역별 만점자가 1% 정도 나오는 '쉬운 수능' 상황에서 최상위권의 변별력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실수를 하지 않는 학생이 만점을 이뤄내는 현 정책에서 수능성적과 학업성적과 같다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실제로 2012학년 수능 만점자 6명 중 전교 1등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모두 전교 5~10위권 내의 학생들이었다.
정부는 2012학년부터 2013학년까지는 난이도 상으로 영역별 만점자 1%를 목표로 평이한 출제를 목표로 했다. 올해 2014학년 수준별 수능에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 사실상 폐기됐지만 비슷한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 측에서는 “논술도 못하게 하고, 수시에서 수능 반영도 안된다고 하면 대학은 어디에서 변별력을 찾아 학생을 선발할 지 모르겠다”며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지원금을 안 주겠다고 하니 선발권을 빼앗긴 것 아니냐”며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9월 2015-2016 대입 확정안 발표에서 대학들의 입시 제도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대입제도 개선내용과 공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연계를 강조했다.
공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은 대입전형에서 공교육 연계, 전형 간소화, 사교육 유발 정도 등을 평가해 재정을 차등 지원하는 사업이다.
<기사출처:베리타스알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