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날씨가 추워지는 환절기가 찾아왔다. ‘환절기’라는 말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바로 감기일 것이다. ‘철이 바뀌는 시기’를 뜻하는 환절기란 단어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온갖 질병을 떠오르게 하는 일종의 병명처럼 돼 버렸다.
그만큼 환절기는 감기 뿐만이 아니라 여러 전염성 질병에 걸리기 쉬운 기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노인들의 경우 지병이 악화돼 급작스럽게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증가하기 때문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심한 일교차가 면역력 저하시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이유는 바로 환절기의 심한 일교차에 있다. 그러면 유독 봄과 가을 환절기에 일교차가 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건조한 날씨에 있다. 우리나라의 봄과 가을은 중국 대륙에서 불어오는 양쯔강 기단의 영향을 받는다. 이는 대륙에서 만들어진 기단이기 때문에 건조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 봄과 가을엔 매우 건조한 것이다.
건조하다는 것은 대기 중에 수분을 적게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물은 대표적으로 비열이 큰 물질에 속한다. 비열이란 1g 물질의 온도를 1℃ 상승시키는데 필요한 열량으로, 비열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온도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만약 대기 중에 수분이 많다면 하루의 온도변화가 그다지 크지 않겠지만 요즘 같이 건조한 날씨엔 비교적 일교차가 크게 나타나는 것이다. 맑은 날이 흐린 날에 비해 일교차가 큰 것도 같은 이유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는 10월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맑은 날이 많고 일시적으로 낮 기온이 높아지는 날이 많아 일교차가 클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일교차가 클 때 감기를 조심하라는 이유는 인체의 면역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워서 감기에 걸리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확한 사실은 아니다. 감기를 일으키는 감기 바이러스는 그 종류만 200여개 이상이다. 이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 인체로 들어와 감기에 감염되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환절기에 잘 걸리는 이유는 이 때 인체의 면역력이 평소에 비해 약화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정온 동물이기 때문에 외부 환경의 기온이 변하면 신체 내에서 외부 온도에 적응하기 위한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그런데 외부의 온도가 너무 급격하게 변화하게 되면 이를 담당하는 자율신경계가 지쳐 피곤해지기 마련이라 이에 신체의 면역력이 떨어져 쉽게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이다.
지난 4년 대비 검출 8배 증가한 아데노바이러스
우선 감기에 걸리게 되면 몽롱함과 두통, 발열을 비롯해 시도 때도 없는 기침과 콧물로 고통 받으며 심한 경우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기도 한다.
특히 수능을 앞둔 수험생이나 중요한 일을 치러야 하는 사람들에겐 가벼운 감기도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또한 감기라고 무시한 채 대처하지 않으면 점점 신체의 면역력이 더 떨어져 다른 질병에 감염될 우려도 있으며, 폐렴이나 축농증 등의 합병증도 유발할 수 있다. 이미 다른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 감기로 인해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
최근 들어서는 ‘아데노바이러스(ADV)’라는 감기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매년 산발적으로 발생했지만 특히 올해 들어 지난 4년에 비해 검출율이 8배로 급증해 경계대상이 되고 있다. 아데노바이러스는 호흡기 질환에 문제를 일으키는데, 가벼운 호흡기 질환부터 폐렴과 기관지염 등의 합병증을 쉽게 일으킬 수 있어 위험하다. 또한 감염성이 높으며 한번 걸리면 증상이 10주 이상 계속 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다.
특히 아데노바이러스는 성인에 비해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에게 잘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 긴 연휴로 인한 급격한 신체리듬의 변화로 신체가 지쳐있는데다가 환절기까지 겹쳐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워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고 있다.
특별한 치료법은 없으며 다른 감기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바이러스와의 접촉을 피해 예방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호흡기 쪽의 합병증이 일어나기 쉽워 주의가 필요하다.
철저한 위생관리로 환절기 유행성 질환 예방
환절기엔 비단 감기만 조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기 때문에 제대로 보온을 하지 않는다면 혈액의 온도가 낮아지고 이에 따라 혈관이 수축될 수 있다. 때문에 평소 심장질환이나 혈관질환을 앓고 있던 사람들의 경우는 위험할 수 있다. 좁아진 혈관으로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거나 막혀버려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뇌졸중이나 고혈압 환자들은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건조한 날씨 때문에 피부염에도 쉽게 걸릴 수 있다. 특히 환절기엔 아토피 피부염 환자가 늘어난다. 아토피 피부염은 괴로울 뿐만 아니라 한번 발병하면 쉽게 낫지 않기 때문에 독한 질병으로 유명하다. 이 외에도 알레르기성 결막염이나 비염, 감기 합병증으로 인한 중이염 등도 환절기에 증가하는 질환들이다. 특히 비염은 코 안의 세균이 귀까지 퍼져 중이염을 유발하고 축농증과 같은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게다가 만성 비염으로 발전하면 치료도 힘들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독감도 주의해야 한다.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흔히 독감을 심한 감기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독감과 감기는 원인균과 병의 경과가 달라 구분되는 질병이다. 노인이나 소아는 물론, 젊은 사람까지 사망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질환이다.
이런 환절기 질환들의 예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모든 감염성 질병이 그렇듯 기본적인 위생관리를 철저히 한다면 그만큼 질병에 걸릴 일이 줄어든다. 환절기 질환들은 건조해진 날씨와 심한 일교차로 인해 성능이 떨어진 면역 체계를 바이러스들이 침투하는 것이기에 철저한 위생관리로 바이러스와의 접촉을 막아야 한다.
손을 자주 씻고 호흡기에 손을 대지 않으며 먼지나 매연이 많은 곳에서 마스크를 착용 하는 것이 좋다. 또한 가벼운 감기라고 우습게 넘기지 말고 병원을 찾아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좋다. 게다가 독감을 감기로 오해해 방치하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