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호수/백운/화악/가평 라이딩 후기

[도치(조성민)]

올해 라이딩 시즌이 시작되면 꼭 가보고 싶은 코스가 있다. 양주 집에서 출발하여 천보터널 - 동두천 - 소요산 - 백운 계곡 - 광덕 계곡 - 화악산 - 도마치재로 해서 돌아오는 여정

편도 117 km 이고 도마치재를 넘고 돌아오면 복귀 135 km 해서 총 250 km, 누적 고도 3천미터 정도가 되는 코스이다.

다운힐 코스 야간 라이딩에 대한 두려움때문에 엄두가 나질 않았는데 잔차 타는데 좀 익숙해졌고 야간 라이딩에 대한 경험도 쌓여 몇주 전부터 하려고 맘먹고 있었는데 주말마다 일이 생긴다.

이번 주 토요일도 작업!

그리고 일요일 오후는 비 예보!!!

일요일 새벽부터 스마트폰 일기 예보를 보다 결국 "양주 뺑뺑이" 오전 라이딩 그리고 오후에는 밀린 일하기로 맘 먹었다.

아무리 '구라청'이지만 이번 만은 믿었어야 했다. 근데 잔차 가지고 밖을 나와 보니 비 오지 않을 것 같은 이 불길한 예감!

그냥 빡시게 '양주 뺑뺑이'돌고 오후에 열심히 일해야 했었다.

가자! 화악산으로!!!

가다 비 올것 같으면 소요산 쯤에서 돌아 오자!

그렇게 화악산까지 갔다.

50여 키로 쯤 달리고 신장 삼거리 광명 휴게소에서 1차 보급을 한다.

포천 이동 갈비 식당으로 가는 길은 기분 좋은 라이딩 길이다.

담에 누구랑 온다면 이동 갈비를 뜯고 싶다.

여우 고개로 가는 낭유 삼거리에 도착을 했다. 심한 축사 내음이 나기 시작하면 낭유 고개 오르막이다. 오르막을 들어서자 마자 도로 오른편에 족히 백여 마리가 넘는 개들이 모여 있는 개 농장?이 있다. 여길 올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 곳의 정체가 궁금하다. 가끔 도로 옆에 주차한 승용차와 젊은이들이 옷을 갈아 입고 농장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가 유기견을 보살펴 주는 곳이기를 바라는 맘이지만 관리가 안 되어 보이는 백여 마리의 개들이 사납게 짖어대는 이곳을 지나는 느낌은 썩 좋지않다. 내려서 사진이라도 찍으려했지만 울타리를 빠져나와 짖어대는 개를 보고는 그냥 정상을 향해 페달을 밟는다.

낭유 고개 정상이다.

이 길로 곧장 내려가면 산정 호수가 나온다.

자전거 라이딩의 가장 치명적인 매력은 힘든 오르막 다음, 전신의 오금를 짜릿하게 만들어 주는 내리막 다운힐이 있어서이다. 다운힐은 양날의 칼과 같아서 엉덩이를 안장 뒤로 쭉~ 빼고 가슴을 프레임에 그리고 시선을 지면에 최대한 붙여 정면을 바라보게 되면 속도에 대한 두려움과 감각이 없어지게 된다. 내 귓가를 스치는 맹렬한 바람소리와 전방 5미터 앞의 도로만 눈에 보일 뿐이다.

아무리 노련한 전문가라도 다운힐에서의 사고는 피할 수 없다. 예기치 않은 타이어 펑크는 잔차 신이라도 사고를 피할 수 없고 굴곡이 심한 헤어핀에서의 모래나 깊은 도로 홈이라도 밟게 된다면 잔차를 껴앉고 뒹굴고 쇄골 골절로 이어진다. 쇄골에 강철 핀을 박은 라이더를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래서 위험하고 그만큼 더 짜릿한 것이 다운힐이다. 나는 쇄골에 핀을 박는 대신 못 생긴 뻐드렁니 3개를 가지런한 앞니로 바꾸었다. 그리고 오른쪽 입가에 훈장을 하나 얻었고....

그래도 난 또 엉덩이를 쳐들고 다운힐을 내려간다.

산정 호수 입구를 지나 여우 고개로 꾸역 꾸역 페달을 밟는다.

작년에 한창 공사 중이던 전원 주택 건물 두 동이 완성이 되었다.

이런데 살면 좋을까!

백운 계곡은 개울가에 난립한 식당가들 때문에 여길 놀러 올까 싶다. 꾸역 꾸역 페달을 밟으며 백운 계곡 정상을 향해 오르는데 갑자기 경사가 심해진 곳에서 체인이 빠지면서 낙차, 그리고 잔차 안장이 입 돌아 가듯이 돌아가 버렸다. 육각 렌치가 없어 억지 힘으로 돌리려는데 반대 반향으로 휙 꺽기더니 꼼짝을 않는다. 결국 잔차를 바닥에 눕히고 안장 한쪽에 큰 돌을 받치고는 모질게 잔차 프레임을 내려 밟는다.

어~흑~ 내 카본 프레임!

저~기 백운 계곡 정상 휴계소가 보인다.

강원도 곰이라서 그런지 좀 투박스럽다.

백운 계곡 정상은 비좁고 관광객 차들이 많아 쉴 곳이 없다.

백여 미터 아래로 내려가면 조경철 천문대가 나오고 그 입구에 할머니 채소 노점이 있다.

작년 여길 지나면서 목도 축이고 요기도 할 겸 토마토를 샀더니 덤으로 파프리카를 주셨다.

여전히 건강해 보이신다.

백운 계곡 다음은 광덕 계곡, 경사가 비교적 완만하고 길어서 다운힐 즐기기엔 아주 좋다. 식당 과 펜션들이 들어서 있지만 반대편 백운 계곡보다는 휠씬 정갈해 보여서 좋다.

천 미터 고지 화악산 업힐을 앞두고 광덕 삼거리에서 도시락으로 충전을 한다.

작년 이곳은 냉면 집이었는데 편의점 도시락집으로 바뀌었다.

주인 아주머니께 약간의 아쉬움을 이야기하니 날 알아본다. 같은 주인인 것이다.

주말 손님만 있는 냉면집은 채산이 안 맞았는지......

몇 년전인가 첨 광덕 계곡을 찾았을 때 이 광덕 슈퍼에서 보급을 했다.

근데 지금은 맞은 편에 생긴 세븐일레븐에서 보급을 한다.

잔돈 받기가 싫은 라이더들에겐 카드 결제가 되는 곳이 편하다.

도마치재 라이딩 훈련을 하러 오는 오토바이 족들의 보급소이기도 하다.

드디어 화악산 가는 길로 접어든다.

작년 처음 화악산을 왔을 때 무척이나 힘들었던 기억 때문에 벌써 긴장이 된다.

그동안 잔차 근력이 좋아 졌는지 긴장한 만큼 어려움은 없다.

그냥 고개 쳐 박고 꾸역 꾸역 페달을 밟다보니 곰돌이 앞이다.

오르막 길에 내리기 시작 한 보슬비가 터질듯한 내 허벅지를 적당히 식혀 주었다.

오늘 라이딩은 여기까지 딱 좋았다.

보슬비가 갑자기 굵어지기 시작하더니 바람이 몹씨 분다.

아! 집에 우째 가지!!!

그래도 가평역까지는 가야 하겠기에 화악 터널로 들어서지만 반대편 입구에서 비구름을 삼킨 터널이 광풍과 함께 나를 향해 쏟아 낸다.

"네 이놈! 집에서 밀린 일이나 할 것이지!!!"

짙은 비구름 때문에 한치 앞도 안 보이는 터널을 뚫고 반대편 출구에 도착을 했지만 비바람이 몰아치는 터널 밖으로 나갈 엄두가 안 생긴다. 비에 젖은 몸도 식기 시작하니 떨리기 시작한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화악산 다운힐 라이딩! 그 것은 공포다!!!

지나가는 차라도 잡아 보려고 했지만 차는 없고 몸은 점점 떨려오고 저체온증에 대한 공포 때문에 죽을 각오를 하고 내려간다.

한 십여분 죽는 줄 알았다. 정상에서 그렇게 몰아치던 비바람도 십여분을 내려오니 잦아들고 잔차 탈만 해졌다.

"그래서 북면까지 가서 택시타고 가평역까지 가자!"

북면 근처에서 택시를 잡으려고 하니 휘~ 지나가 버린다.

그래서 가평역까지 페달을 죽자 사자 밟았다. 살려고~~~

일반 전철 승객에게는 미안하지만 빗물이 줄줄 흐르는 몸으로 전철에 탑승했다.

다행히 비 오느 날 승객이 없어 내 잔차도 자리를 잡았다.

근데 몸의 열이 식으니 점점 더 추워 온다.

전철 안에서 속으로 용을 쓰며 상봉역에 도착을 하고 역사 안에 있는 부산 오뎅으로 식은 몸을 데운다!

좀~ 살 것 같다!!!

검정 고무신 저편에 잔차 거지가 보인다.

- 총 이동 거리 ; 129 km

- 총 이동 시간 ; 약 8시간

날씨 좋은 6월의 주말 이 코스를 완성해야 겠다.

[다람쥐]

와우~!!! 129km를 잔차로 게다가 화악산~!!멋진 주말을 보내셧군요~!!
또한 후기도 재미집니다 한편의 소설을 보는듯한~
뻐드렁니 3개를 가지런한 앞니로 바꾸었다...터질듯한 내허벅지를 적당히 식혀주었다...거지가보인다...
허니펌킨님과 같은 작가의 기질이...ㅎㅎㅎ

[도치(조성민)]

무한도전에서 배워 무한도전 식으로 쓴 후기입니다. ㅎㅎ

[중화기(김창수)]

자전거 타본지가 언제인가 ~ ~ ~ ? ? ? .............

[조아]

짱 멋지십니다
무서우신분 또 만나게 되나 봅니다
정산에서 허벅지 터지고 있습니다^^
즐기시는 모습이 보여서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