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처럼 늙어간 慶州가 렌즈 속으로 파주=곽아람 기자 aramu@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사진가 배병우 개인전… 古都의 역사·정취 선보여
1983년부터 경주의 소나무를 찍어온 사진가 배병우(61)가 이제 왕릉과 탑, 불상 등 경주의 문화유적을 본격적으로 카메라에 담는다. UN세계관광기구(UNWTO) 총회를 기념, 8일부터 내년 2월 26일까지 경주 아트선재미술관에서 열리는 개인전 'Bae Bien-U'가 그 신호탄이다. 지난 30년간 찍어온 100여점을 선보이는 전시에서 배병우는 1000년 고도(古都) 경주의 역사를 머금은 왕릉의 아득한 곡선, 괘릉 무인석(武人石)의 힘찬 기상, 정혜사지 13층 석탑의 고독한 정취 등을 담은 사진을 내놓는다. 경주 유적을 간간이 찍어왔지만 전시회는 처음이다.- ▲ 배병우가 분신처럼 여기는 독일제 린호프 카메라 두 대와 함께 소나무 사진 앞에 섰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경기도 파주의 작업실에서 만난 배병우는 "경주에서 왕릉을 지키는 소나무를 찍으면서도 애써 왕릉은 작품에 드러나지 않도록 했다. 한 곳을 찍을 때는 한 가지 주제에만 집중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바닷바람에 항거하느라 뒤틀리고 비꼬인 경주 소나무의 동물성, 오래도록 왕릉을 경배하듯 지켜온 나무의 성스러운 느낌에만 사로잡혔다"고 했다.
경주를 새삼 다른 눈으로 보게 된 것은 최근 5~6년 새. "나이가 들었기 때문인지 그간 눈여겨보지 않았던 경주의 문화유적들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5년 후쯤 경주 문화유산 사진집을 내는 게 목표다. "그간 종묘, 창덕궁 등 문화유산을 찍었지만 의뢰를 받은 거지 자발적인 것은 아니었어요. 경주 유적은 제가 자발적으로 찍은 최초의 문화유산입니다."
풍경 작업을 매끄럽게 마무리하는 것도 그의 목표다. 5일부터는 서울 회현동 금산 갤러리에서 산호초의 섬 뉴칼레도니아와 DMZ 풍경을 아울러 전시 '배병우, 세상의 끝에서 보다-뉴칼레도니아~DMZ-'전을 연다. 제주도 풍경 사진집도 내년 독일서 출간할 예정이다. '파격'은 또 있다. "내년 런던올림픽 때는 선수들 모습을 다큐 형식으로 찍을 겁니다."
▶배병우전 〈Bae Bien-U〉, 8일부터 내년 2월 26일까지 경주 아트선재미술관, (054)745-70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