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고 있다"
Winter is coming
-네드 스타크
미드 시리즈 < 왕좌의 게임 >첫 대사이다. 잊지 말자! 인생의 겨울이 오고 있는 두려움이 앞서는 봄날이다. 꽃잎이 천국과 지옥의 사이를 오가는 소멸과 부활을 보여준다. 벗어나려고 발버둥 쳐도 우리 인생에 거듭남은 없다.
수십 년간 이어진 여름, 하지만 이제 끝나지 않을 겨울이 다가온다.
왕좌의 게임(A Game of Thrones)은 미국의 작가 조지 R. R. 마틴의 하드보일드 판타지 소설 시리즈이다. 상상초월의 스토리와 방대한 규모의 등장인물들, 머리 띵하게 만드는 명대사들, 영웅적인 성품과 최강의 외모, 긴 머리카락을 바람에 날리는 남자 주인공의 섹시한 모습은 심장을 통타한다. [왕좌의 게임]은 칠 왕국을 놓고 벌이는 인간들 간의 권력에 대한 탐욕과 처절한 배신, 그리고 이어지는 통렬한 복수의 드라마이다. 개인적으로 구체적이고 황홀한 복수의 달달함을 장인이 만든 달고나처럼 좋아한다.
혼돈은 수렁이 아닙니다. 혼돈은 곧 사다리지요.
"Chaos isn't a pit. Chaos is a ladder."
-리틀 핑거
세 가문이 왕좌를 놓고 벌인 전쟁, 백귀, 용, 죽은 사람의 부활 등 비현실적인 요소는 언제나 원초적인 인간의 욕망을 자극한다. 권력에 대한 다툼과 사랑을 그린다. 명대사들이 쏟아진다. 역사는 최초 인류와 숲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왕들의 전쟁을 통해 고통과 슬픔의 속살로 사람들의 마음을 끈다.
인생에도 겨울이 있다. 겨울이란 <위기>를 말하는 것이다. 준비하지 않은 자에겐 시련과 고통의 시간이지만 지혜로운 자에겐 따뜻한 안식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죽음의 신에게 뭐라고 해야 할까요?"
Not today
"오늘은 아니야"
-아리아 스타크
나이가 들면 죽음은 더 이상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죽음의 질주는 시작되고 내 손엔 아무도 모르는 번호표가 주어진다. 인생의 겨울이 시작되면 살아생전에 해결해야 할 것들이 있다. 부동산은 미리 정리하지 않음 반 토막 날 수도 있다. 주식, 예금, 부채까지 확실하게 정리해 두어야 한다. 컴퓨터 스마트폰의 정보도 중요하다. 노트에 희망 장례식이랑 매장 방법도 세세하게 적어 두어야 한다. 봉안묘나 자연장, 해양장등등 미리 기록해 두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워야 할 정보는 반드시 휴지통까지 비워야 한다.
지인은 수목장(樹木葬)을 원한다. 사계절 푸르게 유지하는 코니카 가문비나무나 주목나무, 반송 나무를 주로 많이 쓴다. 부부 목이나 가족 목으로 선택하면 된다.
지인은 자신이 죽으면 황금 소나무 아래 묻히고 싶다고 했다. 추운 겨울에 가끔 찾아와서 따뜻한 오줌 한 번씩만 싸달라고했다. 아무도 모르게 모피 롱스커트나 검은 롱패딩을 입고 노팬티로 방문해 잠시 쉬었다 와야 하나! 웃음으로 답했다. 초대해야 할 지인의 명단까지 작성하는 센스도 발휘해야 한다. 죽음은 일방통행이며 속도 제한이 없다. 거룩한 날은 서프라이즈로 온다. 누구든 안다고 예측할 수 없다. 종적이 묘연해지는 레드 카펫 위를 홀로 걸어가야 한다.
살았을 때 보기 싫은 사람 죽어서도 반갑지 않다. 영정사진도 미리 준비해 두지 않음 내가 원하지 않는 마지막 모습을 남기게 된다. 평소에 셀카 열심히 수시로 찍어두고 잘 나온 사진들 꼼꼼하게 모아 두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내 이상적인 모습은 나만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상상하는 나와 현실의 나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나이 들수록 사진은 정직해서 내가 원하지 않는 모습으로 답한다. 정직함이 때로는 ㅇ아픔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느껴진다.
죽음의 서문은 언제나 미리 써야 한다. 가족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전화나 이메일 사진이나 월 정액도 반드시 한곳에 정리해 두어야 한다. 가급적이면 할부로 정수기나 핸드폰, 커피 머신, 비데는 이용하지 않는 게 좋다. 본인이 취소하기는 쉽지만 타인이 계약 해지를 하기는 생각보다 번거롭다. 뒷정리 잘하고 가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학창 시절, 청소 잘하는 아이가 제일 이쁘다고 하셨던 담임 선생님의 가르침에 난 영악하게 청소 잘하는 척을 수시로 했다. 그분도 물로 알고 계셨을 것이다. 가상화폐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가장 처치 곤란한 게 바로 암호화폐이다.(다행히 내겐 이 귀하신 골치거리들이 없다.) 가족에게 애매한 힌트만 남기고 간다면 <페르마의 난제>처럼 된다.
치매가 와서 암호를 잊어버리거나 앱이 삭제되면 모든 게 무(無)로 돌아간다. 돈 없는 노인보다 돈 날린 노인은 버림받거나 구박받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아무도 모르게 무로 간다면 상관없다. 영원히 없음에서 없음으로의 이주일 뿐이다. 대대로 가족들에게 수수께끼만 남기고 원망만 듣게 된다. 죽어서도 자손들에게 욕만 먹게 된다. 아주 밉상이다. 상당히 불편한 진실이다.
친일 활동으로 부자 될 수 있었는데 독립운동하느라 가족들 고생만 시킨 조상처럼 된다. 열심히 일해서 남 좋은 일만 하고 간 독립투사의 이야기처럼 원망만 남는다. (그럼에도 난 푸르디푸른 에메랄드그린 같은 안중근 의사가 너무 좋고 자랑스럽다.) 연애편지 같은 유언장도 틈틈이 작성하고 수시로 수정해야 한다. 늦든 빠르든 인생엔 결정의 날이 반드시 온다.
내가 충고 하나 할까, 절대 네가 무엇인지 잊지 말아라. 세상이 잊을 리 없으니까. 그걸 네 갑옷으로 삼는다면, 그건 절대 널 해칠 수 없다.
"Never forget what you are. The rest of the world will not. Wear it like armor, and it can never be used to hurt you."
-티리온 라니스
"신의 이름은 오직 하나야. 그의 이름은 즉 죽음이지.""우리가 죽음에게 할 말은 오직 하나밖에 없어! 오늘은 아니야"
남편과 나는 <왕좌의 게임>이 아닌 <계좌의 게임>을 하기로 했다. 미리 모든 걸 정리해서 한 계좌에 넣어 두고 끝까지 살아남는 자에게 다 <몰빵> 해 주기로 했다. 몸에 해로운 모든 것들을 다 끊고 운동 시작, 몸부터 만들어야겠다.
두려움은 검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내는 법.
"Fear cuts deeper than swords."
- 아리아 스카크
남편보다 하루만 더 살면 다 내 꺼!
<세상의 모든 것들이 이야기가 되는 아침> 난 오늘도 공부를 한다.
진정한 학문이란 세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