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랑 우리 집사람이 태워주는 차편으로 상근이 동네로 갔다.
지난번 상근이 집들이 1차 행사장인 초하쌈밥 앞에 기다리니 상근이 약속시간에 맞춰 도착한다. 16시 30분 셋이서 길고긴 고통을 위해 대구로 출발했다.
소풍을 떠나는 초등학생의 마음처럼 설렘으로 출발한 우리들은 차안에서 웃음꽃을 피운다.
1시간가량을 달려 17시 30분 경 경산휴게소에 도착했다.
여기서 저녁식사를 하고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적당하다 생각해서 휴게소 식당으로 갔다.
나와 상근이는 돈까스 정식을 성수는 함박 정식을 주문했다.
맛있게 식사를 하고 집결지인 봉무공원으로 출발~
18시 30분경 지난해 집결지인 봉무공원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사람들이 없다.
조금 전 공원에 올라올 때 큰길가에서 보았던 파란텐트랑 북적이던 사람들이 대회장이었던 것이다. 작년에 비해 참가자 인원이 늘어나고 해서 주최 측에서 장소를 더 넓은 곳으로 옮겼나 보다.
주차 장소가 마땅하지 않아 대회장과는 많이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하며 경험자인 성수와 상근은 '내일 대회 마치고 여기까지 오려면 죽었다.' 한다.
번호표와 간식을 받아들고 대회 채비를 마쳤다.
구청장, 구의원……. 머시기 선출직 넘들의 인사 퍼레이드가 한바탕 끝나고 5인조 아줌마들의 댄스공연과 몸 풀기 스트레칭을 마쳤다.
7시 10분을 조금 넘어 출발했다.
그런데 출발을 알리는 신호나 폭죽도 없이 우수수 사람들이 출발한다. 좀 시시하다. 우리도 그 틈에 끼어 떠밀리듯 걸어 나갔다.
출발 1시간 이상은 좁은 인도에 동시에 출발한 많은 인원으로 북새통이 따로 없다.(실 짜증이 난다.) 도로 통제나 준비가 미흡하다는 느낌이 든다.
19시 30분을 조금 넘겨 파군재삼거리에 도착했다. 누군지 긴 칼을 들고 선 장군의 동상이 보인다.
성수가 우리가 저쪽으로 내려 올 것이란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과의 간격도 넓어지면서 조금 여유가 생겼다. 그런데 팔공산을 오르는 지루한 코스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성수가 준비한 비옷을 얻어 배낭을 덮고 걸었다. 더운 날에 비까지 내리니 걱정이 태산이다. 고온다습한 악조건 속에서 걷기를 재촉했다.
촌길을 따라 미대내동 정보화 마을을 지나 도로로 접어들기 전 팔공슈퍼가 보인다. 아마 1년에 한 번 있는 이날이 몇 달치 매상과 맞먹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급해주는 물도 미지근한 터라 상근이 시원한 맥주를 한 캔 하잔다. 성수가 준비한 육포에 맥주를 나눠 마시고 다시 출발.......
팔공산 꼭대기를 넘어서니 진행요원들이 문 닫은 주유소에서 물을 나눠주고 있다. 물을 받아 배낭에 보충하고 한 켠에서 준비한 노란물을 몇 잔 마셨다. 짜릿한 전율이 느껴진다. 약을 보충한 우리는 씩씩하게 걸어 나간다.
수태골, 부인사를 지나면서 성수가 만들어낸 음담 전설을 들으며 상근이가 작년에 질러 놓은 떵이야기…….
우리들의 수다는 끝이 없다. 특히 상근의 쉬지 않고 돌아가는 입모터에 나는 놀랠 따름이다.
00시 15분경 대회 중간에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에 도착했다. 성수는 2그릇을 뚝딱. 막걸리도 마시고 앞에 아가씨 둘에게 이야기도 나누고 잠깐의 휴식을 뒤로 하고 또 걸어 나아간다.
팔공산을 다 돌아 내려와 파군재 삼거리에 다다르기 전 패밀리마트에서 쉬었다. 맥주에다 노란물을 비벼 먹고 이온음료로 원기를 달랬다.
도심을 조금 지나 다시 죽음의 코스 금호강변을 걷는다.
경험자인 성수랑 상근이 끝없는 강변길을 최고의 악코스로 손을 꼽는다.
03시 40분경 공항교 밑에 진행요원 아가씨에게 사진을 한 장 부탁하고 그 강길을 하염없이 걸어갔다. 벌써 반환점을 돌아오는 사람들이 눈에 띤다. 우리보다는 얼추 2시간은 빠른 것 같다.
얼마를 걸었을까? 나타나지 않을 것 같던 반환점이다. 우리를 큰 목소리로 반겨주는 진행요원들이 너무 반갑고 고맙다.
두부김치, 수육, 떡을 한 접시씩 받아들고 막걸리도 두잔 얻어먹었다. 이제는 사진 찍는 것도 귀찮다. 아니 배낭에 카메라를 꺼내기가 싫다. 그래서 반환점에서 찍은 사진이 없어 두고두고 아쉬울지도 모른다.
이제 돌아가는 길만 남았다.
우리가 마지막 그룹이 아닐까 걱정했는데 돌아가는 길에 우리보다 느린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속으로 ‘하이고 언제 반환할래?’
강변에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필두로 5시 30분을 넘기면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초췌한 우리들을 유심히 살펴본다. 가슴에는 번호표를 붙이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우리가 이상해 보이는 가보다.
그렇게 길고 길었던 50킬로의 종착점이 시야에 들어온다. 기쁘다! 아니 너무 좋아 울고 싶다. 동쪽 산에서는 우리들의 완보를 축하해주는 해가 얼굴을 들어낸다. 뽀얀 사진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 장 찍고…….
06:27분 골인했다. 환호해주며 반기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우리를 기다리기엔 너무도 긴 시간이었는지 진행요원인 봉사 학생들 몇몇은 탁자에 얼굴을 깔고 잠들어있다.
기록증과 완보매달을 받고 준비된 테이블에서 막걸리 한잔을 마셨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무더위와 중간에 내린 비로 인한 높은 습도 속에서 11시간 12분의 긴 여정이 끝났다.
출발 전에 주차해 둔 곳으로 걸어가는 길이 정말 멀다. 그래도 셋이서 함께하니 좋다.
씻고 잠시 눈 붙일 곳을 찾아 헤매다 산격동 쪽에 깨끗한 사우나를 물어물어 도착했다.
10시경 우리는 울산으로 출발했다.
울산에 도착해서 해산주를 위해 목촌으로 갔다. 국밥에 소맥을 한잔 말아먹으며 지난밤을 되새기며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나는 수십 번의 하프마라톤과 두 번의 풀코스 완주 경험이 있지만 정확히 비교하면 걷기가 더 힘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두 친구는 가을에 경주 달빛걷기에 가잔다. 어제는 죽어도 싫더니 오늘은 또 갈까하는 마음도 든다.
첫댓글 걷기는 거기 매력인기라. 죽어도 싫다가도 하룻밤 자고나면 또 가도잡은 거..고통을 즐기는거쥐 맹쑤의 눈에 선한 참관기를 조목조목 시간대 별로 잘 정리 해놨군 밤새 걸으면서 기억에 남는 맹쑤의 한마디 어느새 내아들 고추가 내보다 크더라는 말...ㅋㅋ 참말로 온갖음담패설로 밤을 꼴딱 새웠지 내 인생에서 즐거운 하룻밤 기억에 남을 하룻밤이쥐 즐거웠어 친구들 그리고 진우의 격려문자도 고맙고 여러칭구들의 격려담긴 홈피의관심문자들 덕분에 잘 갔다 온것 같음...
야 하룻밤 산에 갔다오더만 좀 긍정적으로 변했네...도가 텃어.
다음번에 아무리 힘들어도 순간순간 적절한 사진들을 담아 홈피에 올릴께.
그랴.. 지나고 나면 사진 기록이 가장 소중한듯... 사진을 보면서... 아... 그때 말이쥐... 얼굴은 멀쩡해보여도 마이 힘들었어..하는 그런 맛으로다가... 명수... 후기를 넘 잘 적었네.... 사진과 함께 글을 보니 더 기억이 새록새록....
걷기, 마라톤, 산행 각각의 자기만의 재미가 있어....사진 배경을 보니 기억이 새록새록하군...
이야 사진 잘나왔네..회사에서 올린거 같은데..명수 글솜씨도 만만치 않아.. 햇살이 옛추억이 소록소록 나겠구만 지나보면 요런때가 참 행복했다고 느낄것이여..
다음번에 진우 니도 함께 가자~
아그야 똥꼬에 바셀린 듬뿍 발라서 가자...따겁꾸로...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