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공 세알에 매수당해서 응원했지만 아쉽게

2015년 4월 22일 저녁 8시경이었다. 75km만 더 북쪽으로 가면 금강산에 도착하는 곳이다. 강원도 철원 태봉골프연습장 2층, 1층은 회원이 자리를 다 채워 부득이 2층에서 외로이 변화무쌍한 샷을 날리고 있었다. 갑자기 전혀 모르는 어떤 젊은 사람이 뒤편에서 연습을 하는 데 연로한 분이 서포트를 하는 게 좀 이상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홀로 난타 공연을 계속했다. 그러나 문제가 있나보다 뒤편에서 공이 안나온다고 다급하게 카운터에 왔다갔다 한다. 몽베르cc에서 남자골프시합이 있다는 것은 들었고 해서 내일 시합에 참가할 예정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내 연습타석을 이용하라고 했더니 괜찮다고 그냥 공만 몇개 빼가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하고 스윙하는 모습을 곁눈질로 보니 신기했다. 그야말로 하체와 머리는 미동도 안하고 상체로 공을 치는 데 직사포였다. 나는 연습에 몰두했었다.   나 혼자 연습 삼매경에 빠져 있었는 데 갑자기 젊은 친구가 와서 공 세개가 든 박스(Titleist v1x)를 놓고 가면서 "좋은 거예요" 하고 떠나려 한다. 생각지도 않은 공을 받아 얼떨결에 격려의 응원차 약속을 했다. 주말 일요일 결승 라운드가 있을 때 몽베르 cc에 가서 응원하겠다고 했다. 의도는 열심히 해서 예선을 통과해보라는 취지였다. 연습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누군지 궁금했다. KPGA 남자선수 프로필 사진도 서치해보기도 했지만 누군지 확인할 수 없었다. 다음날 연습장에 다시 가서 어제 왔던 골프 프로선수가 누구였냐고 물었더니 오긴 왔다고 하는 데 누군지 모르겠다고...참 JTBC에서 중계한다고 했지 TV에 나오면 알겠지. 그런데 시청하는 중에 아버님하고 나오는 김태훈 프로하고 하길래 자세히 보니 골프연습장에서 만났던 프로였다.   이렇게 실력있고 유명한 프로였는 지 몰랐다. 일요일 집사람고 결승라운드가 있는 몽베르cc에 약속대로 갤러리로 응원하러 나갔다. -2의 스코어로 3번째 홀을 지나고 있다고 해서 챔피언조를 넘기고 한참을 쫓아갔다. 드디어 5번홀인가 Par 5홀에서 이글 찬스를 잡아 버디를 잡았다. 이어서 Par 3에서도 버디..스코어는 -4. 전반홀을 -4로 마치고 후반홀로 넘어가는 것까지 보고 잘하면 우승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하고 일이 있어 몽베르cc를 떠났다. 일을 끝내고 저녁에 최종스코어를 보니 -4 그대로 끝내고 허인회 프로가 우승했다고 한다. 혹시라도 내가 계속 따라다녔으면 성적이 더 좋지 않았을까..혼자말하니 집사람이 골프공 세알에 매수당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