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매일 아침 라디오 방송을 하면서 주말엔 지방 콘서트까지 하는 강행군을 버틸 수 있는 건 아마 등산과 배드민턴 덕분일 거예요. 산에 일주일에 한 번씩은 가고, 배드민턴도 매주 화요일마다 치고 있어요. 전엔 일주일에 두 번씩 쳤는데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져서…. 대신 나머지 주 중엔 웨이트 트레이닝을 좀 하죠.”
요즘 ‘붉은 노을’ 지방 콘서트에 크리스마스 공연 준비로 바쁜 가수 겸 라디오 DJ 이문세(50)씨는 배드민턴 매니어다. 지난 8일 서울 홍대앞 카페에서 만났을 때도 게임을 하고 오느라 좀 늦었다며 미안해했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뒤엔 각종 매스컴의 인터뷰 1순위이던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이용대·이효정 선수를 자신의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깜짝 게스트로 출연시키기도 했다. 연예인 배드민턴 동호회인 MT클럽(원래 월·목요일에 모인다고 해서 붙인 이름)의 회장으로서 국가대표 선수들과도 친분을 쌓아온 덕분이다.
“여름엔 스쿠버, 겨울엔 스키, 그 밖에도 패러글라이딩·축구·야구·골프 등 안 해본 게 없을 만큼 원래 스포츠 매니어예요. 그런데 지금까지 가장 꾸준히 하고 있는 게 배드민턴인 것 같아요.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죠. 땀을 흠뻑 쏟을 만큼 운동량도 적지 않은 데다, 무엇보다 게임을 하다 보면 재미가 있거든요. 파워와 순발력·섬세함이 골고루 필요한 스포츠이면서, 동호인 클럽에서 복식경기를 주로 하다 보면 인격 수양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참, 다이어트에도 좋아요. 개그우먼 조혜련씨 남편도 배드민턴을 하면서 몸무게가 10㎏ 이상 빠졌다니까요.”
많은 다른 배드민턴 동호인들처럼 그도 처음엔 배드민턴을 ‘만만하게’ 봤다 큰 코 다친 경험이 있다. 어느 날 동네 산에 올랐다가 중턱의 배드민턴장에서 할머니·할아버지들이 게임을 하시는 게 재미있어 보여 끼어들었단다. “배워야 할 수 있을 텐데”라는 할머니 말씀을 흘려들으며 게임을 시작했는데, 웬걸, 칠순도 넘기신 듯한 그 노인들과의 시합에서 한 점도 못 따고 15 대 0으로 참패를 당했다. “스포츠 매니어라고 자신만만하던 교만함이 한 방에 깨져 버리더라고요. 그날로 집에 돌아와 라켓을 구해서는 3개월간 레슨을 받았죠. 그리고 바로 그분들께 재도전해서 15 대 2인가 3인가, 아무튼 큰 점수차로 이겼어요. 하하. 어쨌든 젊음이나 힘으로만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란 걸 절실히 깨달았죠.”
본격적으로 즐기려면 동호회 활동을 “배드민턴의 묘미를 느낄 수 있으려면 적당한 연륜과 체력이 필요하다”고들 한다. 국내 배드민턴 동호회의 주축은 40대다. 전국배드민턴연합회는 등록되지 않은 동호인들까지 포함하면 배드민턴을 즐기는 국내 인구는 약 300만 명으로 추산한다. 대표적인 ‘약수터 운동’으로 확산됐지만 최근에는 많은 동호회가 학교 체육관이나 아파트 단지의 체육시설 등을 단체로 빌려 사용한다. 날씨와 상관없이 꾸준히 즐길 수 있고, 바람을 타기 쉬운 셔틀콕의 특성상 실내에서 해야 정확한 기술을 구사하며 게임을 할 수 있다.
배드민턴을 본격적인 운동으로 즐기려면 초기 비용이 만만치 않다. 30만~50만원은 필요하다. 우선 정기적으로 네트가 있는 시설을 이용하려면 동호회에 가입해야 한다. 보통 가입비가 5만~10만원, 월 회비가 2만~4만원가량 든다. 회비에는 시설 대관료와 셔틀콕 비용 등이 포함되는데, 어떤 체육시설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난다. 또 라켓과 운동복도 준비해야 한다. 셔틀콕이나 라켓 모두 소모품인데도 국산이 없어 다소 비싼 편이다.
이 밖에 초보자는 3~6개월은 전문가로부터 레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문학원인 한국배드민턴아카데미의 김성범(서울강남구배드민턴연합회장) 원장은 “배드민턴은 순발력이 요구되는 몸동작이 많고 점프 등도 자주 하기 때문에 부상 위험이 높은 운동”이라며 “게다가 많은 동호인이 서로 잘못된 자세를 가르쳐 주다가 그게 굳어져 만성질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점프 후 착지할 때 뒤꿈치가 아닌 발가락 부분이 먼저 닿아 무릎에 큰 부담을 준다든지 ▶손목이 아닌 어깨 힘을 이용해 라켓을 휘두르다가 어깨 근육이 파열되고 ▶잘못된 자세로 공을 받다가 팔꿈치에 무리가 되는 것은 기본 스텝이나 그립(라켓 쥐는 법) 등에 대한 기초지식과 훈련이 부족해 생기는 부상이라는 것이다.
시속 300㎞ 스매싱, 안면 부상 주의해야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의 진영수 교수는 “배드민턴을 치다 보면 팔목관절과 어깨관절, 팔꿈치 등이 가장 많이 다치지만 안면 부상도 종종 생기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선수들이 셔틀콕을 내리칠 때의 속도는 시속 300㎞를 넘나든다. 동호인들의 스매싱 강도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순간적으로 공의 낙하 지점을 판단해 움직여야 하는데, 순발력이 부족하거나 스텝이 꼬일 경우 공에 눈을 다치기도 한다. 배드민턴은 또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이 결합돼 있다. 열량 소모량이 적지 않다.
진 교수는 “각자 몸무게나 치는 방식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열량 소모량이 조깅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게임을 즐기다가 무리가 되기 쉬우므로 스스로 운동량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무리 자세가 좋다고 해도 과사용 증후군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 손목은 예민한 부위이기 때문에 통증이 오면 금방 알 수 있어 치료도 신속히 이뤄지는 편이다. 그러나 어깨는 웬만큼 아프기 전까지는 사용하는 데 큰 무리가 없어 그냥 지내다가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통증이 지속적으로 느껴지면 일단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보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