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플러 33호침
사람들은 우리 조상이 물건너 왔다고 나를 호치키스 알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엄연히 이 땅에서 성과 본을 창설해서 평화씨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 가문의 상징은 비둘기가 하늘을 나는 모습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우리를 어둠의 암살자라 부른다.
서류묶음에서 제침기나 손톱으로 떼내 슬며시 바닥에 버리거나
책상에 떨어진 우리를 훅하고 불어버린다.
우리는 수명이 다해 자연으로 돌아갈 때도 편히 가지 못한다.
빗자루에 쓸려 플라스틱관에 잡쓰레기와 함께 누웠다가
종량제 봉투에 담겨 소각장이나 매립장으로 운구된다.
더 운이 없는 동포들은 물걸레에 닦여 구정물통으로 간다.
화가 난 동료들은 마지막 죽을힘을 다해 걸레 빠는 청소노동자의
손바닥을 아프게 찌른다.
그래서 어둠의 암살자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그래도 가끔은 아마포와 세마포는 아니더라도 고급 화장지로 곱게 싸서
아름다운 무늬가 새겨진 관에 넣어주는
고운 손길이 있다.
메모
생활 속에서 좋지 못한 작은 습관 하나가 묵묵히 일하는 사람을 피나게 찌를 수 있다. 이주노동자나 소수자 등 우리 눈길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아무렇지 않게 인간이하의 대접을 하는 수도 있다. 습관처럼…. (2015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