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10일차 : 트레치메 환종주, 토파나봉
오늘은 배낭을 거의 비우고 식수와 간단한 소지품만 가지고 트레치메를 한바퀴 돌아볼 예정이다.
모처럼 가벼운 차림으로 나서니 기분이 매우 산뜻해진다.
8시반쯤 호텔을 나서서 버스정류장에 나가보니 트레치메 가는 버스는 10시가 넘어야 있었다.
그것도 미수리나에서 갈아타야 한다고 한다.
이럴줄 알았으면 어제 도착하면서 시간을 미리 알아보았을 것인데 후회막심이다.
트레치메 가는 버스가 매일 그때그때 시간이 다르다고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트레치메 같이 유명한 관광지라면 수시로 버스가 있을 줄 알아는데 완전 계산착오였다.
점보택시를 알아보니 100유로를 달라고 했다.
버스값에 배 정도되는 금액이다.
여기서는 시간이 금이라 율두스님이 겨우 깍아서 90유로에 타고 가기로 했다.
그래도 7명이 움직여서 상대적으로 싼 편이었다.
기다렸다가 버스를 탔으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돌아올 뻔했다.
트레치메 둘레길 걷기가 시작되었다. 본 루트는 알타비아 4번과 9번이 교차하는 곳이기도 하다.
주차장에는 벌써 차량으로 꽉 차있고 오는 길이 조금만 늦었어도 많이 밀렸을 것이다.
이런 곳은 아무리 좋다고해도 본인으로서는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
오히려 고즈녁한 이름모를 산야가 나에겐 더 의미가 있다.
그래도 유명한 풍경이니 한번 멋지게 돌아보도록 하자..
남쪽으로 보이는 미수리나 연봉 중 최고봉인 치마카틴(2,839m).
트레치메는 위로 솟아 있어 아직 안보이지만 시야에 들어오는 맞은편 풍경은 시원하게 펼쳐져 장관을 연출한다.
금강산 일만이천봉이 이런 모습일까..
치마카틴 연봉과 시작점인 아우론초 산장(2,320m).
트레치메 남쪽에 모습.
동쪽으로 뻗어있는 골짜기 사이로는 멀리 조그만 동네와 호수가 보이는데, 아우론초마을과 산타 카레리나 호수라고 한다.
아름다운 풍광에 둘러쌓인 라바레도 산장에서 생맥주 한잔 안하고 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술이라기 보다는 기분이 살짝 좋아지는 음료라는 표현이 적절할 듯..
이번 여행 중 낮이나 저녁이나 술을 마시긴 했지만 필요 이상으로 폭주를 하는 일은 없었다.
일행 중 그런 사람도 없었고 모두 적당히 기분 좋을 정도로만 먹었다.
라바레도 고개(2,454m)에서 깍아지른 듯한 모습의 트레치메 북벽.
라바레도 산장이 내려다 보이고, 미수리나산군, 크리스탈로산군, 크로다 로싸까지도 조망이 된다.
라바레도 고개를 넘어서면 루트는 북쪽으로 이어지고 멀리 로카텔리 산장(2,450m)이 자리하고 있다.
로카텔리 산장에서는 전방으로 트레치메 연봉이 병풍처럼 시야에 펼쳐지는데 특히 석양을 받은 트레치메의 모습은 압권이라고
한다. 워낙 인기지역의 산장이다 보니 성수기 예약은 몇달전에 끝나는 것이 보통이다.
트레치메 북벽은 그냥 험준한 남벽의 모습과는 달리 90도가 넘어가는 오버행의 깍아지른 절벽이다.
정식명칭 '트레 치메 디 라바레도'(Tre Cime di Lavaredo)는 이탈리아어로 '라바레도의 세 봉우리', 독일어로 '드라이
찐넨'(Drei Zinnen)은 '세 凸'(성벽 총안구의 튀어나온 부분)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왼쪽부터 이탈리아어 명칭/독일어 명칭/초등 연도/높이
Cima Piccola / Kleine Zinne ("작은 봉") / 1881 / 2857m
Cima Grande / Große Zinne ("큰 봉") / 1869 / 2999m
Cima Ovest / Westliche Zinne ("서봉") / 1879 / 2973m
서쪽으로는 트레치메 밑으로 퇴적암 지대가 펼쳐진다. 퇴적암 지대 위로 난 등산로를 따라 횡단한다.
멀리 크로다 로싸(3146m)가 올려다 보인다.
퇴적암 지대가 끝나는 곳에 있는 랑가름 산장(2,283m).
작은 규모의 산장인데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다.
점심이나 먹고 가려고 서성였지만 주문하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어 포기하고 가는 길을 재촉했다.
트레치메의 거벽 아래 Rienz-Ursorung 호수.
햇빛을 받아 물색이 연두색으로 빛났다.
메조고개를 넘어 트레치메 남면으로 진입했다.
남쪽으로는 우리가 올라 온 방향에 미수리나 호수가 아름답게 모습을 보여준다.
한바퀴 트레치메 환종주를 마치고 101번 트레일을 따라 미수리나 호수까지 트레킹을 더하려 하였으나, 날씨가 너무 덥고
관광 트레킹이 오히려 더 피곤해서 미수리나간을 왕복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호수까지 내려섰다.
미수리나 호수.
트레치메에서는 관광객이 붐벼 점심을 못먹고 미수리나까지 내려와서야 레스토랑에서 늦은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시간관계상 호수 한바퀴를 여유있게 걷는 것도 생략하고 다시 택시를 불러 코르티나 담페초로 돌아왔다.
오후엔 토파나봉(3,244m) 전망대를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 보기로 했다.
토파나봉으로 오르는 곤돌라는 세번에 걸쳐 바꿔타고 오르게 된다. 1인당 30유로.
우리는 오후 4시에 탔는데, 오후 5시에 곤돌라가 마지막으로 내려오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관람을 마쳐야 한다.
하트 모양에 아름다운 호수도 보이고..
곤돌라 정상엔 이런 모습이..
잔설이 남아 있다.
토파나봉(3,244m) 정상.
계단식으로 띠를 두른 암릉이 인상적이다.
걸어서 올라왔다는 한 여성등산객과 한 컷..
이쪽은 우리가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다.
이름모를 산군들이 사방으로 펼쳐졌다.
돌로미티는 광활했고 우리가 돌아본 지역은 지극히 일부분이었다.
코르티나 담페초가 내려다 보이고..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뾰족한 봉이 안테라오(3,263m)이다.
왼쪽으로는 크로다 로싸(3,146m), 오른쪽으로는 크리스탈로(3,199m)가 서있다.
중앙에 우뚝 솟은 산은 스카페리(3,152m)이다.
관광하느라 몸도 피곤해서 멀리 못가고 인근 호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메뉴를 보니 여기도 티본 스테이크가 있는데 어제처럼 통짜가 아니라 1인 메뉴로 나와있어 모두 그것으로 결정했다.
가격도 28유로여서 적당했다.
그런데 어제와는 달리 크기가 상당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400g이 넘는 양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2명당 하나만 시켜도 될뻔 했다.
고기도 맛있어서 본인은 어제 마음껏 못먹은 보충으로 푸짐하게 먹었다. 총 305유로.
고기가 먹고 싶다면 나중에라도 한번 더 들리고 싶은 집이다.
우리에 호텔로 돌아와서 2차로 몇몇 사람만, Bar에서 주문한 향이 좋은 양주 한잔씩을 마셨다.
채송화님이 내셨다. 매우 아름다운 밤이었다.
* 구간 지도 <율두스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