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대상은 환영(幻影)입니다. 그것이 아무리 감각적으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라 할지라도 모든 대상의 본질이 환영이라는 진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나타나서 잠시 유지되는 듯 하다가 사라지는 것은 모두 대상이고, 모두 환영입니다. 있지만 있지 않은 것입니다.
이 세상에 대상이 아닌 것은 없습니다. 모든 것이 대상입니다. 따라서 모든 것은 환영입니다. 대상을 경험하는 주체로서의 ‘나’ 역시 또 다른 대상이며, 역시 또 다른 환영에 불과합니다. ‘나’ 역시 어느 순간 나타나서 잠시 유지되다가 결국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나’는 윤회, 즉 끝없는 생멸변화를 반복합니다.
그러나 모든 대상의 배경, 배후, 바탕에는 대상이 아닌 무엇, 아니 무엇이 아닌 무엇이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의 대상으로 알 수 없을 뿐더러 결코 모를 수도 없습니다. 그것은 하나의 대상으로 얻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절대 잃어버릴 수도 없습니다. 그것은 모든 경험 이전에 이미 있는 존재입니다.
거기에는 알 것도 없고 모를 것도 없습니다. 거기에는 얻을 것도 없고 잃을 것도 없습니다. 거기에는 나도 없고 세상도 없습니다. 거기에는 집착할 것도 없고 포기할 것도 없습니다. 거기에는 행복도 없고 불행도 없습니다. 거기에는 삶도 없고 죽음도 없습니다.
바로 지금 여기가 바로 거기입니다. 바로 지금 이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너무나 단순하고 당연한, 있는 그대로의 이것입니다. 그대가 인정하든 말든, 그대가 깨닫는 말든, 이 사실, 이 진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것은 어떻게 이해하고 깨닫고 얻고 성취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아무 이유나 조건, 까닭이 없이 그저 이것일 뿐입니다.
출처 : "아쉬타바크라의 노래", 심성일 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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