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시가 종교편향 정책을 펼치고 있어 지역사회에서 원성을 사고 있다.
서산 천장사 주지 허정스님에 따르면 서산시의 종교편향 정책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서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아라메길 사업에서 기존에 들어가 있던 천장사 코스가 빠지고 천주교 순례코스가 추가된 것과 내포문화숲길의 서산시 구간에서 원효깨달음의길 삭제, 천장사로의 도로명 사용 묵살 등이다.
서산시는 2010년부터 서산판 올레길인 아라메길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아라메길은 바다의 고유어인 ‘아라’와 산의 우리말인 ‘메’를 합쳐 서산의 아름다운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을 함께 둘러볼 수 있는 길이라는 의미다.
아라메길 조성사업은 1구간에 이어 2구간은 해미읍성에서 황락저수지~숭덕사~한티고개~천장사~신송저수지~촛대바위~고북면 간척지로 이어지는 22.2km를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돌연 2구간의 천장사 코스를 취소하고 대신에 천주교순례길 해미순교성지~성지2로입구~해미읍성서문~해미읍성진남문~해미파출소~산수리회관~한서대입구~송덕암교차로~대곡1리마을회관~한티고개~대치2리입구까지 11.0㎞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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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문화숲길 표지판. 부제에 원효깨달음의길이 빠져있다. |
내포문화숲길에서도 원효깨달음의길이 서산구간에서는 표지판에 삭제됐다.
내포문화숲길은 충남 홍성군을 비롯해 예산군, 서산시, 당진시 등 지자체와 수덕사, 중부지방산림청이 협력해 내포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따라 ‘원효깨달음의길’, ‘내포천주교순례길’, ‘백제부흥운동길’, ‘내포역사인물길’ 등 4가지 테마로 조성되는 총 길이 340km에 이르는 자연과 역사가 함께하는 ‘걷는 길’이다.
그런데 4가지 테마 중에 하나인 ‘원효깨달음의길’이 서산구간에서 빠졌다. 천장사 주변에는 원효스님 보다는 경허스님의 이야기가 많은 곳이니 천장사 주변 안내판에서는 ‘원효깨달음의길’ 대신에 ‘깨달음의길’이라는 팻말을 세워 달라는 허정스님의 부탁을 ‘원효깨달음의길’을 원치 않는다고 곡해해 서산 전 구간에서 빼버린 것이다.
서산시는 도로명에서도 종교편향을 했다. 천장사 진입로의 고수관로는 조선시대 판소리 명창인 고수관의 이름을 따서 정해졌다. 고수관이 태어난 곳은 고북면 초록리로, 천장사로 들어가는 장요리와는 아무 연관이 없다.
이에 한국 근대선의 중흥조인 경허스님과 만공스님의 수행도량인 천장사에서는 사찰 진입로의 도로명을 경허로를 만들고자 기존의 고수관로 주소 사용자 130명의 서명을 받아 민원을 제출했다. 1순위는 경허로, 2순위는 천장사로, 3순위는 성우로로 정했다.
하지만 담당공무원은 2순위의 천장사로를 문제 삼았다. 천장사길이 있기 때문에 천장사로는 불가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2순위를 만공로로 변경해 신청했다.
하지만 서산시청은 12월6일 심의를 열고 모두 부결시켰다.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고수관로를 분절해 다른 도로명을 부여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문화·전통·역사가 곁들인 도로명이어야 하며, 종교편향적인 도로명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허정스님은 “해미읍성의 천주교 성지에는 성지로와 성지길이 엄연하게 존재하고 있는데 천장사로는 천장사길과 중복이 된다고 해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명백한 종교편향”이라고 주장했다.
또 스님은 “서울에는 원효스님의 원효로가 있고 홍성에는 한용운스님의 만해로가 있듯이 탐방객의 편의와 역사적인 관련성과 앞으로 발전 가능성을 보더라도 경허로는 마땅히 만들어져야한다”며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몇 년이 걸리더라도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