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단편이 상-하로 나뉜 이유는.. 다들 아시겠지만
'5 대 5'의 시점 서술상 시점이 바뀌는 거 아시죠?
그래서 나뉜 것 뿐입니다. ^^
'5 대 5'는 은근히 소수의 매니아 분들이 계셔서 기분이 좋습니다. ^^
그래서 기분 좋아보고자 이 새벽에 심란해서 함 올려봅니다.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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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대 5 ( EpisodeⅣ : 위험한 동침 上)
- 으아아악- 여우야!!! 휴지! 휴지!!!!
“ 왜 나한테 니 똥휴지 타령이야. 그냥 물로 씻고 나와!!!
평소에는 더러운 놈이 깨끗한 척은... ”
화창한 가을 아침.
교복으로 갈아입고 방에서 나오는데, 아침에 그렇게 깨워도 안 일어나던 민우 녀석은
결국 뒤늦게 일어나 욕실로 뛰어 들어가서는 들어간 지 몇 분 되지도 않아 2층까지
들릴 정도로 시끄럽게 휴지 타령을 한다. 그 모습에 혀를 차며 화장실을 향해 소리
쳐주고는 아침을 먹기 위해 1층으로 걸어 내려왔다.
“ 국희 누나. 2층 화장실에 휴지 없던데... ”
“ 아! 맞다... 휴지 다 떨어졌어. ”
“ 안방 화장실에도 없던데? ”
“ 아까 1층에 있는 것도 마저 썼어. ”
커다란 식탁에 모여 있는 어른들께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 앉으며 말하자, 국희 누나
와 삼촌, 큰 형까지 -두 집 식구들의 출근 시간이 거의 같기 때문에 보통 아침은
모두 한 집에서 먹고 출근 혹은 등교 한다- 차례대로 줄줄이 화장지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 우와아악!!!!! 샴푸도 없어!!!!
“ 아. 맞다. 샴푸도 없던데... ”
때마침 머리를 감는 건지 2층에서 들리는 희미한 민우 녀석의 고함소리에 난 밥공기
를 건네주는 국희 누나에게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받아들고는 숟가락을 들며 말
했다.
“ 그래. 그래서 아침에 나도 1층 내려와서 샤워했어. ”
나의 말에 난희 누나가 계란말이를 집어 먹으며 말했다. 오늘따라 초록색 파가 잔뜩
들어간 노란 계란말이가 무척이나 예쁘게 만들어졌다.
“ 국희 누나. 오늘 계란말이 예쁘다. ”
“ 고마워- ”
“ 아. 우리 집에도 이것저것 다 떨어졌던데... ”
나의 말에 국희 누나가 웃으며 말하는 순간 매희 누나도 앞 접시에 담긴 숟가락으로
된장찌개를 떠먹으며 한 마디 했다. 울 엄마가 마감 때면 집안이 온통 엉망인 건 10
여 년 동안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건 매희 누나가 결혼 해 있어도 별 차이는 없
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매희 누나도 아빠, 이모와 함께 병원에 다니는 상황이기에
늘 집안일을 할 만큼 시간적 여유가 있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은 민우
네 누나들도 하나같이 바빠서 도통...
“ 오늘 너희 학교 일찍 끝나지? 너희가 장 좀 봐와라.
처제. 얘네들 사 올 거 적어줘. ”
“ 우리가??? ”
부모님들께서 맞벌이를 하시기 때문에 모든 집안일은 식구들이 모두 분담해서 하는
것이 두 집안의 방식이었지만, 고 2가 되면서부터 수험생이라는 이유로 주말 이외에
는 집안일에서 해방되던 민우와 나였기에 큰 형의 말에 되물었다. 오늘은 겨우 화요
일이었기 때문에...
“ 아무리 수험생이래도 할 일은 해야지.
오늘은 식구들 다 바쁜데, 당장 오늘 쓸 것도 없잖아. ”
부드러운 눈매로 그렇게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큰형은 무지 무서운 아빠랑은 전혀
다른 위압감이 있다. 겉으로 엄청 무서운 백호 형과도 달리 부드럽게 무섭다.
“ 알았어. ”
“ 괜찮아요. 형부. 그냥 내가 카페 일 끝나고... ”
“ 피곤하잖아. 애들이 사오면 백호가 픽업 해오면 돼. 그렇지? ”
국희 누나의 말에 큰 형은 작은형과 내게 말했고, 작은 형과 난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식구들이 모두 바쁘다. 아빠와 민우네 엄마, 우리 누나, 큰 형은 병원 일로
모임이 있고, 우리 엄마는 마감 막판이라 초인적임 힘을 내고 있으며, 민우네 아빠의
카페에서는 오늘 큰 행사가 있어서 난희, 국희, 죽희 누나들이랑 주작 형이 지원하러
간다. 그리고 현무 형은 요즘 말 그대로 열혈 수험생인 재수생. 그래서 결국 오늘 장
을 봐 올 사람은 우리들뿐이었다.
.
.
.
“ 가자. ”
“ 응? 자. 아- ”
야간 자율학습의 중간 쉬는 시간.
장을 보려면 11시 전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책가방을 챙겨 들고는 민우 녀석에게 말
하자, 일찍 가야 하는 것을 잊고 있었는지 교실에서 친구 녀석들과 과자를 나눠 먹던
민우는 눈을 땡-그랗게 뜨고는 들고 있던 과자를 내 입 가까이 대고는 말했다. 그 모
습에 민우의 손에 들린 새우 과자를 받아먹자 금세 기가 살아서는 맛있냐며 눈웃음을
치며 애교를 부리는 민우에게 다시 재촉했다.
“ 맛있지? 맛있지? 내가 주니까, 더 맛있지? ”
“ 그래. 맛있다. 맛있어. 얼른 일어나. 지금 가도 빠듯해. ”
“ 근데 어딜? ”
아침에 등교 하면서 한 말은 어디로 흘린 건지 눈을 땡-그랗게 뜨고는 되묻는 민우
녀석의 말에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책상 옆에 걸려있는 민우 녀석의 텅텅- 비어서
가벼운 가방을 들어 안겨주며 말했다.
“ 얼른 가서 장 봐와야지.
너 내일 아침에도 휴지 가져다 달라고 잔소리 안하지... ”
“ 아. 맞아-
머리도 비누로 감았더니 내 비단결 같은 머리가 퍽퍽해 진 것 좀 봐- ”
“ 어디다 대가릴 들이밀어? ”
등교 하는 내내 비누로 머리 감아서 이상하다고 구시렁거리던 민우 녀석은 또 떼
쓸 거리가 생겨 신나서는 내게 지 머리를 들이 밀며 칭얼거렸다. 그런 민우 녀석의
머리통을 밀어내며 짜증을 내자 민우 녀석은 다시 과자를 주섬주섬 주워 먹으며 내게
물었다.
“ 근데 장보러 우리가 가? ”
“ 그럼 너 혼자 할래? 나야 너 혼자 가면 좋지-
뭐, 그것도 싫으면 내일 아침에도 그렇게... 하던가... ”
“ 알았어. 알았어. ”
나의 협박에 민우는 서둘러 그렇게 말하고는 원래 아무 것도 안 넣고 다녀 훌쭉한
가방을 들고는 책상에 펼쳐진 새우 과자를 한 주먹 쥐고는 애들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 그럼 신양이랑 데이트 하러 간다- ”
“ 부부가 나란히 장보러 가냐? ”
“ 우우우~~~ 너무 티내는 거 아냐? ”
“ 그렇게 꼭 끌어안고 둘이 몰래 빠져나가서 뭔 짓을 하려고?~ ”
“ 신혼살림에 준비할게 많지?~ ”
“ 뜨겁다. 뜨거워~~~ 우~ ”
내 허리에 팔을 두르고 말하는 민우 녀석의 농담에 다른 놈들도 괜히 놀려대기 시작
했다. 내 팔에 둘러진 녀석의 팔을 떼어내려 했지만, 내가 움직이자 팔에 힘을 꽉-
주고는 놓지 않는 민우 녀석 탓에 난 오히려 민우에게 반쯤 안긴 모습이 되어 버렸다.
형의 결혼으로 민우 녀석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된 것이 알려지고 나서 학교에서는 아
예 형네와 묶어서 신혼 취급을 한다. 항간에는 형과 누나의 결혼식이 끝나고 들인
폐백은 녀석과 내 결혼식이 라나 뭐라나?...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을 믿는 어이없는
녀석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얼마 전부터 였다. 민우 녀석이라면 간이든 쓸개든 다
빼어줄 예성이 녀석에게 민우가 자기는 내 꺼라서 더 이상 예성이 녀석을 받아 줄 수
없다는 말을 한 후로 민우와 내가 커플이라는 말도 안 되는 말은 완전히 기정사실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민우랑 혜성이랑 진짜 사귀는 거예요?’라는 놈들의 질문에 큰 형이 ‘글세?
한방 쓰더니 어느새 그렇게까지 발전했나?’라는 말도 안 되는 농담을 하는 바람에 집
안에서도 완전 공인된 커플이란 말까지 나돌고 있었다. 예전에는 민우 녀석의 엄마
취급이더니, 이제는 마누라 취급이다. 아무튼 이민우 이 녀석 하는 짓은 항상...
“ 그러기에 왜 예성이 놈한테 쓸데없는 말을 해서 이상한 소문이 돌 게 하냐? ”
“ 무슨 이상한 소문? ”
“ 부부라느니, 신혼이라니... ”
“ 그게 뭐가 이상한데? ”
“ 뭐??? ”
들고 있던 과자를 버석-거리며 되묻는 어이없는 민우 녀석의 반응에 녀석을 노려보며
말하자, 녀석은 정말 뭐가 이상한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
다. 그런 어이없는 반응에 난 화가 나 크게 소리 쳤다.
“ 우리가 왜 신혼이냐? ”
“ 너무 오래 되서 아냐? 하긴... 10년도 넘었는데, 신혼이라는 건 이상하다. 그치? ”
정말 그렇게 믿고 있는 건지 날 놀리려는 건지 도통 알 수 없는 녀석의 반응은 진짜
그렇게 믿고 있는 것처럼 리얼했다. 이 놈은 천성이 연기자 려나?
“ 그 말이 아니잖아. 지금!!! ”
“ 아... 그럼 첫날 밤? 흐음... 몰랐어. 니가 그렇게 내 몸을 원하는 줄...
난 우리가 성인이 될 때까지 순결을 지키고 싶었지만, 네가 정 원한다면...
나의 순결을 너에게 바칠게... ”
두 손을 가슴에 꼭- 모으고는 청순한 표정으로 말하고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려
버리는 민우 녀석의 모습에 난 어이가 없어져서는 코웃음을 칠 수밖에 없었다.
“ 니가 아침에 똥 싸고 뒤를 못 닦더니 돌아버렸구나... ”
“ 아잉- 자기 부끄럽구나?~ ”
“ 철로로 밀어버린다. ”
이제는 주먹으로 내 어깨를 토닥이기까지 하는 녀석에게 싸늘하게 말하자 녀석은
삐친 듯 눈을 흘기고는 신경질적으로 운동화 신을 발로 지하철 플랫폼 바닥을 툭툭-
찼다.
“ 안타??? ”
“ 피이- ”
지하철이 왔는데도 플랫폼에서 발장난만 하고 있는 녀석을 향해 묻자 민우 녀석은 입
을 삐죽이며 지하철에 올랐다. 그리고는 지하철에 타서도 나와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는 텅 빈 좌석은 놔둔 채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서 있었다.
무슨 사내자식이 저렇게 소심한지, 털털한 누나들이 가질 소심함은 다 이 녀석이
가지고 태어났다.
“ 우선... 두루마리 화장지 두 팩. 사각티슈 두 팩... 흐음. 우리가 원래 쓰던 게... ”
“ 이거. 이거. 야. 이거는 색깔도 있다. ”
“ 그건 비싼 거야. ”
지하철 안에서는 모르는 사람인 것 마냥 외면할 때는 언제고 마트 안에 들어서자마자
무슨 어린애마냥 이것저것 신기해하던 민우 녀석은 화장지 코너에 가서는 살 물건 목
록을 살피며 물건을 고르는 내 옆에 서서 새로 나온 화장지를 신기한 듯 가리키며 말
했다. 그런 철딱서니 없는 민우 녀석을 힐끗- 돌아보며 대꾸해 주자 녀석은 내 말을
믿지 않는 건지 입을 삐죽이며 중얼거렸다. 저 놈의 주둥아리는 허구헛날 튀어나오지.
확- 잘라버리던지 해야지... 원...
“ 에- 휴지가 비싸야 얼마나 비싸다고- ”
“ 봐. 거의 몇 천원 차이잖아. ”
“ 우와~ 진짜네? ”
“ 이게 원래 우리가 쓰던 거야. ”
“ 다 똑같아 보이는데... ”
“ 두개 집어넣어. ”
고개를 갸웃거리며 휴지를 내려 쇼핑 카트에 집어넣는 민우 녀석을 보며 혀를 찼다.
우리는 엄마의 마감 때면 집안이 엉망이어서 나와 형들이 집안일을 하곤 했다. 그래
서 똑같은 막내임에도 불구하고 장보기나 살림을 곧잘 하는 나와는 달리 정말 말 그
대로 온실 속의 화초처럼 누나들의 사랑만 받고 자란 민우 녀석은 그런 일 따위는 하
나도 하지 못한다. 어리버리한 주제에 건방지게도 말 그대로 세상물정 하나 모르는
막내도련님이다.
“ 와아~ 맛있겠다. 우리 이거 먹자. 먹어봐. ”
시식 코너로 달려가 조리해 놓은 불고기를 낼름- 집어 먹고는 내게도 내미는 녀석의
모습에 녀석의 손에 들린 불고기를 받아먹었다.
“ 맛있지? 맛있지? 우리 이것도 사자~~~ 응??? ”
“ 됐어. 그건 목록에 없어. ”
맛은 있었지만, 예산이라는 게 있기에 매정하게 녀석의 말을 뒤로하고 몸을 돌리자
녀석은 또 계속 조르기 시작했다.
“ 맛있는데... 히잉- ”
“ 얼른 와- ”
또 또 시작됐다. ‘맛있는데 병’. ‘예쁘다 병’, ‘신기하다 병’과 함께 녀석의 배냇 병.
계속 시식대 앞에서 징징대는 녀석의 귀를 잡아끌었다. 이래서 이 녀석이랑 장 보러
오면 안 된다니까... 애들 마냥 매번 이거 사자, 저거 사자, 조르기나 하고...
“ 샴푸는 어디 있지? 흐음... ”
“ 와아~ 이거 디-게 귀엽다. 그치? 그치??? ”
또 하나 있다. ‘귀엽다 병’.
저 자식은 사내자식이 귀여운 건 되게 좋아한단 말야. 쯧쯧-
“ 샴푸 두개, 아니 세 개랑 린스 두개. 그리고... 아. 치약. 치약은... ”
“ 필교야. 이거 봐. 이 칫솔 디-게 귀엽다. 그치? 그치??? 응??? ”
“ 치약은 한 팩만 사면되겠지? 아. 비누도 한 팩...
흐음... 여기가 L마트 보다 조금 더 비싸네?
지난번에 봤을 때 60개짜리가 얼마였더라?... ”
“ 필교야. 이거 사자. 사자. 응? 사자아~~~ 필교야~~~ ”
녀석은 도움은 하나도 안 되게 따라다니면서 시끄럽게만 군다. 맨날 이거 사 달라,
저거 사 달라 찡얼 찡얼 찡얼- 애기마냥... 이럴 때는 무시하는 게 최고다.
“ 파 한 단. 오이 다섯 개... ”
“ 와아~ 이게 뭐야? 진짜 귀엽다- 그치?
이거 당근인가 봐. 당근. 당그은- 큭큭- ”
“ 그리고... ”
“ 이거 귀여운데 이거 사자. 응? 필교야. 필교야아- ”
“ 뭔데? ”
“ 이거 봐. 귀엽지? 귀엽지? 이게 당근이래- ”
녀석은 방울 모양으로 생긴 작은 당근이 담긴 봉지를 들고는 말했다.
“ 그거 사다가 뭐 하려고? ”
“ 글쎄? 흐음... ”
“ 집에 당근 많아. 누나가 매일 삼촌 갈아드리잖아. ”
“ 히잉- 귀여운데... ”
완전 애다. 애. 그러고 보면 정말 막내 티가 팍팍 난다. 나도 같은 막낸데 이 녀석
은... 쯧쯧- 그건 순전히 누나들 탓이다. 누나들이 어렸을 때부터 항상 오냐 오냐
하니까 이렇게 애같이 자란 거다.
첫째인 매희 누나는 민우에게는 엄마와 같은 존재다. 우리 아빠와 함께 치과를 하기
이전에도 아빠와 같은 치과에 근무하신 이모는 아빠와 교대로 야간 근무를 하셨다.
야간 진료까지 하는 것을 특징으로 했던 그 치과는 우리 아빠와 이모의 희생으로
운영되다시피 한 것이다. 뭐, 그런 살인적인 근무 덕분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 커다란
집에 살고, 건물도 있는 거긴 하지만, 그래도 그때는 정말 쓸쓸했다. 나야 막내라서
한달에 두 번 있는 마감 때가 아니면 엄마한테 애교를 부리며 자랐지만, 민우는 그렇
지 못했다. 태어나자마자 늘 바쁜 엄마와 아빠의 손길은 받지 못한 채 매희 누나의
손에서 자랐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야 알게 된 사실인데, 그 때 너무나 바쁘셨던 이
모는 민우를 지울 생각도 하셨단다. 하지만 우리 아빠의 강경한 태도로 그냥 낳을 수
있었다고... 그런 면에서 우리 아빠는 민우 녀석의 생명의 은인이다. 후훗-
아무튼 민우에게 엄마와 같은 매희 누나는 우리 중에서도 첫째로 청룡 형보다도 한살
많은 스물 여덟 살이다. 학교 다닐 때부터 똑똑했던 누나는 장학생으로 아빠와 이모
가 졸업한 대학에 입학했고,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녔다. 그리고는 바로 졸업해
엄마와 아빠가 연 치과에 합류했다. 그리고 팔년의 열애 끝에 지난 달 우리 큰 형과
결혼식을 올렸다. 예쁘고 똑똑한 매희 누나가 우리 큰 형수가 된 것은 기쁘지만, 사실
조금 걱정도 됐다. 매희 누나는 정말 무서웠으니까... 엄청 예쁘게 웃는 매희 누나지
만, 역시 이모를 닮아서인지 화 낼 때는 무지하게 무섭다. 죽희 누나처럼 시끄럽게 무
섭게나 백호 형처럼 주먹이 나가는 편은 아니었지만, 우리 아빠나 이모처럼 그냥 분
위기가 싸-아 한 게... 암튼 분위기로 압도 한다.
그런 면에서 둘째인 난희 누나는 좀 편하다. 누나는 완전 개인주의적 성향이랄까?
대학교 영어영문학과 3학년인 난희 누나는 전공을 위해 지난 1년 간 어학연수에 갔다
왔다. 그런 난희 누나를 향해 민우 녀석은 졸업하고 취직 못할까봐 도피 휴학을 한
것이라고 놀리곤 한다. 똑똑한 것이 분명하지만, 역시 어딘가 멍-한 구석이 있는 독
특한 성격의 누나이다. 백호 형은 그런 난희 누나를 좋아한다. 나를 비롯한 우리 형제
들은 거의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남자 형제들이다 보니 백호 형이
먼저 말하기 전에는 아는 척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백호 형도 통 내색을 하지 않으
니 난희 누나가 아는지는 알 수 없다.
셋째인 국희 누나는 말 그대로 날개 없는 천사이다. 넷째인 죽희 누나와 일란성 쌍둥
이로 생긴 건 똑같았지만, 성격은 정 반대다. 국문과를 나온 부드러운 성격의 삼촌과
가장 닮은 게 바로 국희 누나다. 삼촌과 같이 국문과를 나와서 아주 시적이고 감성적
인 국희 누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우리 두 식구들의 밥을 해주고 옷을 입혀주는 엄
마 같은 존재였다. 매희 누나가 민우에게 엄마라면 국희 누나는 우리의 엄마였다. 항
상 미소 짓는 얼굴로 이런 저런 귀찮은 일을 도맡아 하는 국희 누나를 민우는 참 좋
아한다. 그래서 매일 매일 곤란한 일이 생길 때면 ‘셋째 누나- 셋째 누나-’를 입에
달고 산다. 그리고 국희 누나는 늘 그런 민우를 예뻐한다.
넷째인 죽희 누나는 국희 누나와 쌍둥이지만, 국희 누나와는 전혀 다른 성격이다. 민
우가 늘 폭군이라고 부를 정도로 정신없고 폭력적이다. 물론 나에게는 둘도 없는 지
원군이지만, 민우 녀석은 매일같이 두들겨 맞곤 한다. 꼴에 남자라고 그러게 매일같이
두들겨 맞으면서도 한번도 누나를 때리지 못하는 어리버리한 민우 녀석이기에 민우는
죽희 누나의 밥이다. 밥. 그런 국희 누나와 죽희 누나는 우리 넷째 형인 현무 형과 동
갑인 스무 살로 현무 형이 그렇게도 가고 싶어 하는 H대 건축학과 1학년이다. 그래서
죽희 누나는 내년에 H대 건축학과를 목표로 하고 있는 현무 형을 만날 때면 늘 후배
라고 놀리곤 한다.
“ 필교야. 우리 포도도 사자. 포도- 포도 냄새 되-게 좋아. 그치? 그치??? ”
“ 포도? ”
“ 응. 응. 사자. 사자- ”
포도 한 송이를 들고는 내 코 앞에 들이대는 민우의 행동에 포도 향을 맡아보니 달콤
하고 좋은 게 맛이 괜찮을 것 같았다. 게다가 마트 끝날 무렵이라 세일도 하니까,
오늘 야식이나 내일 후식으로...
“ 흐응- 14명이니까. 우선은 10송이. ”
“ 더 사자. 더 사- 나 포도 좋단 말야~~~ ”
“ 쓰읍- ”
또 철없이 조르는 민우 녀석에게 눈을 부릅뜨고 혼을 내자 민우 녀석은 볼을 잔뜩
부풀리고는 냅다 소리를 쳤다.
“ 야! ”
“ 왜? ”
“ 씨이- ”
그런 관심 가져 달라는 어린애 같은 모습에 모른 척 포도를 골라 넣기 시작했다.
“ 하나. 둘. 세엣. 네엣. 다아섯. 여어섯. 일고옵. 여더얿. 아호옵...
흐음... 이게 나은 가? ”
“ 이 여우 새끼야!!! ”
“ 이게 정말!!! ”
- 퍽!!!
“ 이 새끼가 정말!!! ”
결국 분이 안 풀리는지 내가 그렇게도 싫어하는 여우라는 말을 입에 담는 민우 녀석
의 모습에 결국 나도 화가 나서 그대로 포도를 담던 손에 잡힌 오이를 들어 민우의
머리를 내려치자 오이가 반으로 뚝- 부러져 버렸다.
“ 씨이- 아프잖아!!! ”
“ 여우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지??!!! ”
“ 여우. 여우. 여우우우우- ”
“ 이 자식이 그래도!!!! ”
남은 오이 반 토막을 민우 녀석의 입에 쑤셔 박고는 카트를 돌려 필요한 것을 계속
사러 다녔다. 나쁜 자식. 맨날 여우. 여우- 씨이- 내가 왜 여우야? 여우가??!!!
나쁜 자식...
.
.
.
“ 어? 차 저기 있다- ”
마트에 도착했다는 백호 형의 전화에 주차장으로 나가자 민우는 소리치며 차 쪽으로
카트를 밀며 뛰어갔다.
“ 야! 위험하니까, 뛰지 마!!!! ”
애 마냥 조심성 없이 뛰어다니는 민우 녀석에게 소리를 쳤지만, 민우 녀석은 못 들은
건지 폴짝폴짝 뛰어갔다. 그 모습에 주차장 좌우를 돌아보며 차가 오나 살펴봤지만,
다행히 늦은 밤이라서 그런지 차는 나오지 않았다.
“ 카페 일을 다 끝났어? ”
“ 응. 거의... ”
같이 뒤에 앉아야 한다며 고집을 부리는 녀석 때문에 함께 뒷자리에 앉아서는 둘째 형
에게 묻자 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 누나들도 다 아직 아빠 가게 있어요? ”
“ 응. ”
“ 에- 난희 누나한테 영어 숙제 도와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
“ 난희는 가게에 없는데? ”
민우의 중얼거림에 둘째 형이 말하자 민우가 놀라며 말했다.
“ 에??? 왜??? ”
“ 아까 일찍 나갔어. ”
“ 저기 난희 누나 아냐? ”
- 끼익-
마침 지나고 있던 동네 놀이터에 언뜻- 보이는 난희 누나의 모습에 내가 말하자 둘째
형은 거칠게 차를 세웠다.
“ 우... 형. 다칠 뻔 했잖아... ”
앞좌석에 머리를 부딪힌 내가 투덜거렸지만, 백호 형과 민우는 차 문을 열고 내렸다.
“ 어디? 누나가 어디 있다고??? ”
차에서 내려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내게 묻는 민우의 물음에 입을 떼는 순간 백호 형
이 크지 않은 낮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 이난희! ”
“ 야!!!!! ”
백호 형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민우는 동네 놀이터의 그네에 앉아있는 난희 누나와
그런 난희 누나의 앞 모래사장에 앉아있는 남자를 보고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 어머, 오빠!!! ”
동네가 시끄럽도록 소리를 지르는 민우의 목소리에 백호 형을 발견한 난희 누나는
소리치며 벌떡- 일어섰다.
“ 이게 정말!!!!! 지금 뭐하는 짓이야??!!! ”
“ 아이- 형님- 왜 이러세요??- ”
부들부들 떨면서 정신없이 난희 누나에게 달려드는 민우 녀석은 내가 붙잡기도 전에
벌써 난희 누나에게 덤벼들려 했다. 그리고 난희 누나의 앞에 앉아있던 남자는 그런
민우의 단순 무식한 모습에 놀라 민우 녀석을 붙잡으며 말했다.
“ 뭐?? 형님??!!! 내가 왜 니 형님이냐!!!!! ”
민우는 그런 남자의 손길을 팍-하고는 쳐내고는 도끼눈을 해서는 그 남자를 노려봤
다. 아마도 그 남자는 난희 누나가 우리 형을 보고는 한 말을 민우에게 한 말로 착각
한 모양이었다.
하긴... 하는 짓을 봐서는 꼭 오빠처럼 굴고 있긴 하다... 아무튼 평소에는 누나들의
극성에 치 떨려하는 녀석인 주제에 은근히 보수적인 녀석이다. 그래서 누나들 연애에
웬 관심이 그리 많은지... 매희 누나에 큰 누나인데다가 만만한 성격이 아니고, 또
상대가 처리 큰 형이라 민우도 어쩌지 못했지만, 다른 누나들의 연애에 대해서는 엄
청 예민하다. 게다가 자정이 넘은 이 시간까지 집에 들여보내지 않고 있는 모습은 솔
직히 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 퍽!!!
“ 어디다 대고 반말이야??!!! ”
그런 민우의 반응에 난희 누나는 어김없이 민우의 뒤통수를 세게 때리며 소리쳤다.
그렇게 맞고도 민우 녀석은 도끼눈을 하고는 상대 남자를 노려봤다.
“ 이 시간까지 이러고 있는 사람보고 존대를 하라고??!!! ”
“ 니가 무슨 상관이야!!! ”
“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특별한 이유 없이 이런 건 네가 잘못한 거 같다. 태환아. ”
“ 어? 백... 백호 형..... ”
그때 마침 다가와 말하는 백호 형을 알아본 상대 남자는 이미 형을 알고 있었는지
놀라 말을 더듬었다. 그 틈을 타 난 민우 녀석을 붙잡고는 폭주를 막았다.
“ 들어가자. 다들 걱정하고 있어. ”
“ 알았어. 그럼 잘 가. ”
백호 형의 말에 난희 누나는 그 남자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집 쪽을 향해 걸어갔
고, 그 남자는 백호 형에게 고개를 꾸벅-하는 재빨리 사라졌다. 하지만 백호 형은 그
런 그 남자의 뒷모습을 꽤나 오래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백호 형의 눈길이
매우 사나왔다는 걸 눈치 챈 사람은 나뿐인 듯 했다.
“ 씨이- 저런 이상한 놈을..... 야! 너 저 놈한테 반했냐? ”
민우 녀석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날 향해 이상한 소리를 해 댔다. 그런 녀석의
덜 떨어진 발언에 난 녀석을 노려보고는 몸을 돌려 형과 누나를 따라 걸었다.
“ 또 뭐래? 니가 드디어 돌았구나... 쯧쯧- ”
“ 근데 왜 저 놈을 그렇게 애절하게 쳐다보는 건데!!!!! ”
하지만 녀석은 그런 날 재빨리 따라오며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 오빠 오늘 뭐 기분 나쁜 일 있었어? ”
“ 아니. ”
집에 도착하자 짐을 집 안에 내려 주고는 돌아서 나가려는 백호 형을 붙잡은 난희 누
나가 물었지만 백호 형은 표정의 변화 없이 대답했다. 그 모습에 난희 누나가 얼굴을
구기며 다시 물었다. 난희 누나는 성격이 시원시원해서 누군가 꽁-하고 있는 일은 보
지 못했다.
“ 근데 표정이 왜 그래? ”
“ 간다. ”
“ 잘 가. 백호 형- ”
“ 잘 자- ”
하지만 난희 누나의 물음에도 그냥 몸을 돌려 나가는 백호 형에게 인사를 했지만
형은 우리에게 손만 흔들어주고는 나가버렸다.
백호 형은 무섭다.
그건 우리 식구 모두가 알고 있고, 또 민우네 식구도 알고 있다. 하지만... 몇 년 전.
정확히 말하면 1년 반 전 일은 백호 형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절정의 순간이었다.
일의 발단은 엄마와 삼촌이 졸업한 대학 치의예과 졸업생인 매희 누나와 백호 형이
학교 모임에 함께 가면서부터 시작되었다. 1차에서 2차로 넘어가면서 모임에 사람들
은 물론이고 같은 가게 안에 있던 사람들 역시 점점 술에 취해갔다. 그래서 자정이
가까워 졌을 때는 여기저기서 술 취한 사람들이 난무 했다. 매희 누나가 예쁜 건 이
미 여러 번 이야기 했다. 그래서 그 때도 아마 술에 취한 사람이 매희 누나에게 수작
을 걸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매희 누나가 한 성격 한다는 것 역시 이미 여러 번 언급
한 바 있다. 그래서 매희 누나는 무섭게 그 남자를 내리친 것 같다. 그래서 사건이 커
졌다. 화가 난 상대 남자가 매희 누나에게 손을 대려는 순간 그 남자를 잡아버린 백
호 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에게 덤벼드는 걸로 부족해 매희 누나에 대해 나쁜 말
을 하던 그 남자를 그대로 날려 버렸다.
백호 형의 주먹은 정말 무섭다. 그 겁난다는 복싱을 10년이나 한 백호 형의 주먹은
우리 형제들도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주먹은 3년 전 청룡 형에게 덤벼들다
가 백호 형에게 두들겨 맞았을 때 내가 몸소 체험한 바 있는데, 사람이 할 짓이 못
된다. 아무튼 그런 일 때문에 그 곳에 있던 모두는 경찰서를 가게 되었고, 술 취한 아
저씨들이 헤롱 거리며 고소하겠다고 난리를 치는 순간에도 백호 형은 아무 말 없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매희 누나와 무슨 관계냐고 묻는 경찰의 말에 ‘형수님입니다.’
라는 말을 해서 청룡 형과 매희 누나의 관계를 처음 폭로한 것도 백호 형이었다. 그
때 일은 그 곳에 있던 다른 누나들을 통해서 전해 들었는데, 누나들 말로는 매희 누
나에게 심한 말을 하던 아저씨들에게 주먹을 날릴 때와 형수라는 말을 하던 순간 백
호 형은 진짜 멋있었다고 말했다. 아무튼 그 때 마침 경찰서로 들이닥친 게 바로 청
룡 형과 주작 형, 현무 형과 나, 민우였다.
- 뭐야? 누가 우리 매희 누나를!!!
- 어떻게 된 거야? 응???
- 누가 우리 큰 누나를!!!!!
주작 형과 현무 형, 그리고 민우는 경찰서를 뛰어들면서부터 엄청나게 시끄럽게 떠들
어 댔다. 그럴 만도 한 게 우리 형들은 매희 누나를 무척이나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우리가 경찰서도 뛰어들자 경찰 아저씨들은 놀라 우리에게 물었다.
- 무슨 관계시죠?
- 애인이랑 동생들입니다. 무슨 일이죠?
- 아... 술집에서.....
- 뭐야? 누가 우리 큰 누나한테 수작이야? 수작이??!!!!!
이야기를 듣던 민우는 결국 폭발해 그 아저씨들을 향해 돌진하려 했고, 내가 겨우 뜯
어 말리는 동안 청룡 형이 침착하게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우리 아
빠와 아저씨가 도착하시는 바람에 경찰서는 온통 우리 가족과 민우네 가족으로 그득-
차 버렸다. 결국 매희 누나를 둘러싼 남자들의 연속적인 등장에 쫄아 버린 아저씨들
의 앞에서 아빠는 그 아저씨들에게 사과를 하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백호 형은 폭
력을 사용한 건 잘 못했지만, 다시 그런 일이 벌어진다 해도 똑같이 행동할 거라고
말하는 통에 아빠가 무섭게 주먹을 날려 버렸고, 그 모습에 경찰서에 있던 경찰들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놀라 굳어 버렸다. 사실 백호 형 주먹이 센 건 다 아빠를 닮아
서였다. 그래서 그 맷집 좋은 백호 형도 아빠의 주먹에 입술이 찢어져 저렸다. 그런
아빠의 무서운 행동에 상대 아저씨들은 삼촌과 매희 누나에게 사과를 하는 것으로 사
건을 마무리 짓게 되었다.
.
.
.
“ 우웅- 작은 누나..... 우우웅..... ”
“ 큭큭... 짜식... 아까는 혼자 어른스러운 척 다하더니,
결국 누나 뺐기기 싫어서 잠꼬대냐?
또 내일 일어나서 다 꿈이라고 우기려고... ”
고등학생이 되서는 공부도 안하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 민우는 결국 잠꼬대를 해댄
다. 그런 녀석의 모습에 잠시 펜을 놓고는 녀석을 돌아보다가 이불을 다 차버리고 자
는 녀석에게 다가갔다. 가슴까지 끌려 올라간 오렌지색 티셔츠 아래로 뽀얀 배를 다
내놓고는 이불은 다 차서 방바닥으로 밀어버리고 자는 녀석의 티셔츠를 끌어내려 녀
석의 배를 덮어주고는 방바닥에 떨어져 있는 이불을 덮어주었다.
“ 어이구- 잘~자네. 우리 애기.
고등학생이라는 놈이 하루 종일 공부는 하-나도 안하고, 잘~도 잔다~ ”
이불을 덮어주자 ‘우웅-’거리며 잠투정을 하는 민우 녀석의 배를 두들겨 주자 다시
곤히 잠이 들었다. 누가 막내 아니랄까봐 어릴 적 가지고 있던 버릇이란 버릇은 하나
도 안 버리고 고스란히 다 가지고 있다. 어렸을 적부터 일주일에도 서너 번씩 잠꼬대
를 하며 잠에서 깨어나던 녀석이었다. 그럴 때는 깨기 전에 배를 두들겨 주면서 달래
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잠이 들곤 한다.
“ 에구... 나도 잠이나 자야겠다. 너 자는 거 보니까 졸리다... ”
책상 위의 시계를 보자 벌써 11시.
뭐 내일 학교를 안가긴 하지만 그래도 왠지 졸리다. 하암-
“ ..... 으... 뭐야?..... ”
한참을 잘 자고 있는데 뭔가 이상한 손길에 잠이 깨 버렸다. 내 바지 속에 들어와서
내 오동통한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는 이 손길은...
“ 이 새끼가 미쳤나??!!! ”
- 퍽!!!
내 바지 속으로 들어와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는 민우 녀석의 손길에 혼비백산해 날 끌
어 안고 있는 민우 녀석의 머리통을 때려주었지만, 엄청난 힘의 녀석은 날 놓을 생각
은 하지 않고 왼팔로 내 허리를 더욱 꽉- 끌어안은 채 엉덩이를 주물럭거리고 있던
손을 더욱 농염하게 놀렸다.
“ 으윽- 야. 으으으윽..... 하아아아..... ”
민우 녀석의 한 팔에 허리를 완전히 감긴 채 두 다리는 녀석의 튼튼한 다리에 감겨서
는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한 술 더 떠서 허리를 감고 있던 손을 티셔츠
안으로 들어와 나의 등줄기를 더듬었다.
“ 허어어억..... ”
등은 나의 약점이다.
그래. 솔직히 말하면 최고의 성감대.
위쪽은 상관없지만 허리와 연결된 등의 움푹한 부분을 따라 손가락을 놀리면...
허억... 그래. 바로 이렇게... 으윽...
“ 이 새끼가... 너 안 자고 있지??!!! ”
“ ..... 여우야..... 으응.... 혜성아... 흐음... ”
하지만 자는 게 분명하다. 단순 무식한 이민우라면 이 상황에서 자는 척 하는 고도의
전술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단순 무식하게 ‘좋지? 그러니까 나랑 자자. ’라고
애교를 부리며 말할 놈이다. 아니면 말 그대로 정말 단순무식하게 덤비던가...
“ 하악... 너 진짜... 으윽..... ”
“ ..... 예뻐... 여우..... ”
그렇게 중얼거리며 이제는 지 입술까지 내 얼굴에 부비는 것으로 모자라 내 귓불을
빨아대는 녀석의 입놀림에 정말 죽을 것 같았다. 게다가 그런 자기 행동들이 자극이
됐는지 언제부터 나한테 부비고 있었는지 모를 그 녀석의 것이 점점 부풀어 올라 내
것을 자극했다. 그리고 그 느낌에 더욱 내 엉덩이를 진하게 주무르며 허리를 움직여
대는 녀석의 행동에...
“ 젠장... ”
했다.
아... 열 다섯 사춘기도 아니고, 팬티에 하다니... 빌어먹을 이민우 새끼.
열이 받아서는 녀석의 앞섬을 꽉- 쥐어버리자 녀석은 엄청 야한 신음소리를 내며
해버렸다.
새끼... 축축한 채로 자라. 쌤통이다.
하고는 몸에 힘이 풀려서는 무슨 꿈이라도 꾸는 건지 입에 묘-한 미소까지 달고는
잠들어 버린 녀석을 버려두고는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는 옷을 갈아입었다.
빌어먹을 새끼.
너 같은 변태랑 같이 안자!!!
장에서 이불을 꺼내 바닥에 깔고는 잠이 들었다. 아이씨... 딱딱해...
“ 야. 여우. 너 왜 여기서 자냐? ”
“ 씨발. 비켜- ”
어느새 내 허리에 올라타서는 날 깨우는 민우 녀석의 모습에 가슴팍을 확- 밀어 쓰러
뜨리고는 욕실로 들어갔다. 새벽에 샤워를 해 그냥 가볍게 샤워를 하고 나오자 두 볼
이 퉁퉁 부은 녀석의 모습이 보였다.
“ 뭐냐? ”
“ 뭐가- ”
“ 나랑 자는 게 그렇게 싫어? ”
“ 뭔 소리야?- ”
“ 근데 왜 바닥에서 잤냐? ”
“ 니가 밤새 더듬어서 그랬다. 왜??? ”
“ 내가 너 더듬는 거 하루 이틀 일이냐? ”
하긴... 그렇다. 이 녀석 지가 무슨 애정 결핍이라고 항상 옆에서 자는 사람을 더듬
으며 자곤 했다. 그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어제는 너무...
“ 뭐 그래서 흥분하기라도 했냐? ”
“ 내가 너냐??!!! ”
“ 근데 뭘 유난스럽게 그러냐? ”
“ 피곤한데 자꾸 더듬으니까 그렇지... ”
“ 예민하기는... ”
민우 녀석은 다리를 들어 내 엉덩이를 퍽-하고 차고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욕실로
들어갔다.
첫댓글 하편 주세용T-T;; <
넘 재미있어염,, 다음편도 기대기대,,
이런 분위기 넘 좋심다ㅠㅠ
너무 재미있어요~
항상 잘 읽고있습니다T-T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에요(수줍)
아아 너무 재미있어요T_T
헝헝헝ㅠ 재밌어용ㅠ 잘읽겠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