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일 화요일 맑음
자지러진 매미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제주도 농업기술센터에서 친환경자재활용기술 교육이 시작되므로
서둘러야 합니다.
잠자리가 바뀐 후배 내외는 밤 새 뒤척이는 것 같군요.
부지런히 애마를 몰아갑니다.
애월읍 상귀리에 있는 기술센터에 도착하니 9시 40분여...
바로 옆이 농기계 교육장이었습니다.
이른 시간임에도 여름햇살이 너무 강렬해서 숨이 턱턱 막힐 지경입니다.
경북 청도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강사의 미생물 관련 강의가 첫 시간입니다.
친환경 농사의 핵심이 미생물을 활용하는 거라네요.
물론 농법의 10% 정도를 담당하고 있으니 절대적인 건 아니랍니다.
걸음마를 벗어난 친환경 농법에 국가의 지원도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답니다.
인증을 받은 농가에 50만원(ha당)의 장려금이 나오고,
제주도 차원에서도 5,000호의 유기농가 육성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현재는 1200 가구 정도가 인증을 받았는데, 열기가 높지 않아서인지
2,500호로 축소가 되었다는군요.
미생물을 이용한 유기농 제재들을 양산하는 업체도 많아져서 살충 및 살균제재가 11종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물론 본인이 직접 만들어 쓰면 비용 절감이 되는지라, 이런 교육이 필요한 것이었구요.
오후 시간,
졸음이 쏟아져서 아예 책상에 머릴 쳐박고 말았습니다.
뒤를 이은 시간들은 기술원에서 이미 들은 내용이었음으로
블루문님을 만나기 위해 제주시로 넘어갑니다.
중개인을 만나 월정리의 전을 구입하는 계약을 맺고
하루 일과를 한의원에서 마치기 위해 서귀포로 넘어갑니다.
블루문님은 감기가 낫질 않아 고생이더군요. ㅜㅜ
쉬질 못하니 오래 가는 모양입니다.
8월 4일 수요일 맑음
9시에 시작하는 수업이라 물 한모금 마시고 교육장으로 급히 달려갑니다.
오늘은 애월읍 봉성리에 있는 보타리 친환경교육학교에서 실습이 진행됩니다.
이틀에 걸쳐 미생물활용방법을 배우게 되는 것이므로 기대가 큽니다.
보타리(보금자리) 영농조합의 회장이자 강사인 김형신씨는 제주도 내에서뿐 아니라
전국에 이름이 알려진 40 후반의 유기농 2세대랍니다.
인삼은 물론, 각종 채소와 과일 들....온통 농약 덩어리를 먹고 있는 현실...
부지런히 배워서 텃밭에라도 활용해야 될 것 같습니다.
예전에 생선액비를 만드는 걸 보았을 때 궁금했던 것이 있습니다.
당밀(설탕)을 넣는 이유였습니다.
미생물의 밥이랍니다.
그런데 너무 많아도 발효가 잘 되질 않는다니 적정한 양을 주어야 합니다.
영원히 사는 미생물의 속성상 필요할 때 조금씩 설탕을 공급해주면 된답니다.
고삼,종가시 등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것을 이용해서 살충 살균제를 만드는 방법도 흥미로웠습니다.
(고삼 잎과 꽃)
(제주도가 주산지인 종가시 나무)
수업 일수가 짧아서인지
실습시간도 짧고 설명도 빨라서 제대로 습득하긴 어렵습니다.
여러번 반복해서 듣기를 권하는 김형신씨의 말이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저녁무렵.
후배 내외를 끌고 나가 놀멍걸으멍의 막걸리 맛을 보게 합니다.
청년회와 부녀회가 공동 운영하는 한치회 포장마차가 들어섰으나
소주를 마시기엔 날이 너무 덥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번에 처음 인사를 나누게 된 후배 와이프가
고등학교 동기(MBC PD수첩, PD)와 잘 아는 사이랍니다.
둘은, 물론 직업상 만나게 된 거였지만....
그래서, 세상은 좁고 어느 곳에서라도 사람 눈을 속이는 짓을 하면 절대 안된다는 사실을
다시 절감합니다.
8월 5일 목요일 맑음 소나기
오전 수업에 늦었습니다.
전기세를 내느라 ....
농협 앞에 차를 세웠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립니다.
다소 흐린 탓도 있지만,
내리던 비는 월드컵 경기장을 벗어나, 도순동에 못미쳐서 그칩니다.
스콜을 연상케 합니다.
40여분 지각을 했지만 사례발표를 하는 시간이었던터라,
마음은 여유가 있었습니다.
물류 유통과 인증 방법등의 시간이 차례로 지나가고....
다시 실습이 이어졌습니다.
보타리 효소 종균을 만들어 보고,
퇴비를 만들어 보기도 했습니다.
특이한 것은 작물을 기초로 하는 퇴비와 액비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군요.
허브와, 감귤, 양파, 마늘, 파....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을 활용한다는 점이
머리에 콕콕 박힙니다.
65명이 신청했지만 37명만이 수료를 했습니다.
그런데 수업 태도가 너무 좋다며
키틴질 액비 1병과 보타리 3호 효소 한 포대씩을 나눠줍니다.
유용하게 써 볼 요량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다 돌아가고 난 뒤,
김형신씨와 대화를 해 봅니다.
11월부터 6월 사이에 생산되는 작물들은
타 지역 학교 급식에도 활용될 수 있을 정도로 경쟁력이 있답니다.
8월 6일 금요일 맑음 소나기
농기계 교육이 있는 날입니다.
과태료를 내야하므로 다시 여유를 부립니다.
간만에 아침 식사를 하려고 준비중이었습니다.
강쥐가 짖어대고, 밖이 소란스럽습니다.
아주머니 한 분이 들어와서 큰 일 났다고 하십니다.
외국인이 자전거를 타고 오다가 꼬구라졌다는 겁니다.
놀라서 달려가 보니, 전봇대와 담벼락 사이에
헬멧과 경주용 복장을 한 사내가 숨도 못쉬고 쓰러져 있었습니다.
대학 1학년 가을 축제 때
사람이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져 즉사하는걸 목격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생각이 떠올라
무서웠습니다.
조심스레 다가가 보니 입 주변인지 코인지 모르겠지만
피를 흘리며 꼼짝도 못하고 엎어져 있습니다.
짧은 영어로 물으니 괜챦다고 합니다.
수 삼초나 흘렀을까요.
일으켜 세워달라고 한국말로 이야기를 합니다.
60후반은 되 보이는 할아버지였습니다.
선글라스에 가리고
엎어져 있는 뒷 모습이 희끗희끗 흰머리가 보이므로
옆집 할망들은 물론 , 아주머니까지도 외국인으로 오인할 수 밖에요.
조심스레 일으키고,
복부를 압박하고 있는 배낭을 풀어 헤친 뒤 까진 무릎을 보며 부러진 곳은 없는지 물어 봅니다.
없다고 대답하시더니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도
연신 119는 부르지마라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달라고 하십니다.
저와 후배는 119 구급차가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만취한 것인지 아니면 숙취가 덜 빠졌는지 모르지만
구취가 심해서 곁에 서 있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상태로 이 더운 날씨에 자전거를 몰다니....
더욱 가관이었던 것은,
119가 도착하고 나서였습니다.
가족인지와 통화를 하는 구급요원의 표정이 황당해집니다.
자전거가 400만원 이상이므로 본인들이 도착할 때까지
병원 이송을 멈춰달라는 이야기입니다.
더 이상 두고 보다가는 제가 열이 받을 것 같고
큰 이상은 없어 보여서 집으로 들어 오고 말았습니다.
식사를 서둘러 마치고,
과태료를 내기 위헤 집 근처의 농협에 다시 들릅니다.
6월 어느날, 남원에서 무인카메라에 과속으로 찍혔습니다.
표선의 차돌선배님 집에 가다가 깜박해서
60km 구간에서 16km나 오버했습니다.
길을 빨리 익히던지 네비를 계속 켜놓고 다니던지 해야겠습니다.
10시 40분 경 하귀의 교육장에 도착.
다행스럽게도
오후까지 진행되는 교육이라 등록을 허락해줍니다.
땡볕 아래 진행되는 굴삭기 트랙터 운전연습이지만
이 교육을 이수하지 못하면 대여조차 하지 못하므로 열심히 듣습니다.
집에 와 보니 후배가
삼계탕 재료를 사 온다고 합니다.
초, 중복에도 보신을 못해서 말복 보신은 꼭 해야겠다는군요.
연신 흐르는 땀을 주체하지 못하니
그런 생각이 들 만도 합니다.
또,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집니다.
화창한 날임에도 불구하고
굵은 빗방울이 후두둑....
잠시 시원해지는 건 좋지만,
빨래를 향해 달려가는 내 모습이 우습습니다.
완전히 아열대 기후가 되어 버린 건 아닌지....
후배 내외는 한 달 정도 체류할 예정인데, 내일은 우도에 들어 갔다가
10일부터 포구 근처의 민박에서 머무르기로 했답니다.
첫 작품이라는 후배 와이프의 삼계탕을 저녁상으로 받습니다. 맛이 훌륭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집사람도 제가 끓여주는 삼계탕을 좋아하는데....
다음주 금요일에 취재차 온다고 하니....
망부석(望婦石)이 되어야 하나 봅니다. ^^
첫댓글 고생이 많습니다..............그런데 고삼의 잎으로 올린 왼쪽 사진은 먹구슬나무의 잎처럼 보이니 확인 바랍니다.제가 허리가 아파서 움직이지 못할 때 고삼의 뿌리를 돼지고기 기름에 넣고 달여 먹었었는데(-어느 돌팔이가 허리 아픈 사람은 산삼보다 고삼을 먹어야 한다해서-) 이 세상에 그보다 쓴 약은 없지요.먹고 난 다음 얘기하길 옛날에는 사약에 집어넣는 약이었다고 그러대요.돼지기름이 날 살린거죠.
아, 그런가요? 확인하겠습니다.ㅋㅋ 헌데 독성이 있다는 말씀은 맞는 것 같습니다. ^^
일사에 놀러 옵써~~ 얼굴 잊어 버리쿠다^^
그러겠습니다. 뭐가 그리 바쁜지 집에 들어가는 시간이 너무 늦다 보니....그리 되었군요. 정말 만사제쳐두고 한 번 놀러가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