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라 바다에 뜬 보름달, 마음에 걸린 등불하나
불기 2569년 9월 6일(토) 우란분절(백중) 회향의 저녁, 거제 일운면 구조라 해수욕장에 보름달이 떠오르니 모래는 금빛 길을 길게 펴 내었습니다. 발끝에 닿는 모래는 아직 한낮의 온기를 품고 있지만, 파도는 낮은 숨으로 밀려와 서둘러 열기를 거둬가는 시간입니다. 하늘은 별빛으로 가볍고, 눈앞의 둥근달은 말없이 크고 환했습니다. 그 앞에 앉아 호흡을 고르니, 마음은 어느새 넉넉해지고 고요해집니다.
주지스님의 안내에 따라 조용히 눈을 감고 입정에 듭니다. 들숨 셋, 날숨 넷을 세어봅니다. 처음엔 잡생각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물러가기를 반복했지만, 이내 파도 소리는 멀고 숨결만 가까워졌습니다. 주위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파도소리는 잠시 멎은 듯, 일상의 무늬는 흐려지고 본래의 자리는 더욱 또렷해집니다. 바람에 스치는 옷깃의 소리, 바다를 실은 갯내음이 한데 섞여, 일상 속의 모난 마음들이 조금씩 둥글어져 갑니다. 달빛은 곁을 비추되 속을 서두르지 않는다는 말을 오늘 밤 비로소 깨닫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고요가 자리를 잡습니다. 그동안 마음속에 부딪히던 일들이 잔 파도로 가라앉습니다. 오래 품고 있었던 걱정도, 미처 말하지 못한 감사도, 달빛 아래에서는 크기를 잃고 본래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바다는 묻지 않고 받아 주고, 달은 가리지 않고 비춰줍니다. 그 두 가지 너그러움이 우리의 등을 가만히 토닥이면서, 밝음보다 어둠이 많아도, 그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지금 여기에 머무는 일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려주는듯 합니다. 고요는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숨, 바로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습니다.
달빛 명상을 마무리하면서, 도반님들은 보름달을 향해 마음을 모았을까요? 오늘의 달처럼 우리 마음도 보름달처럼 늘 가득 차서, 스스로를 먼저 환히 밝힌 뒤, 곁의 누군가를 비춰 주기를, 내일의 말 한마디가 조금 더 따뜻하고, 손길이 조금 더 느슨해지기를, 그렇게 작지만 분명한 기도를 바다에 띄웠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감사한 인연들과 함께한 구조라 달빛명상,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을 것 같습니다. 나무석가모니불~
첫댓글 감사합니다..
참좋은 기억으로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