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머레이 맥체인 회고록(Memoir and Remains of the Rev. Robert Murray M‘Cheyne)』, 앤드류 보나(Andrew A. Bonar)
다 타오른 젊은 심령의 빛, ‘거룩한 열정’의 초상
앤드류 보나의 『로버트 머레이 맥체인 회고록』은 단순한 인물 전기가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짧지만 찬란한 생애를 통해 “참된 복음 사역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영적 초상화이다. 스물아홉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스코틀랜드의 젊은 목회자 로버트 맥체인의 삶은, 깊은 경건과 눈물의 기도로 빚어진 하나님의 사람의 모델로 남았다. 보나는 그를 화려하게 찬양하기보다, 그의 내면의 고뇌와 거룩한 긴장을 담담하게 기록함으로써 ‘성결한 목회자의 실존’을 드러낸다.
이 책의 모든 장을 꿰뚫는 중심 주제는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으려는 열망’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다섯 가지 키워드—성결, 말씀, 기도, 목회, 열정—를 중심으로 살펴볼 수 있다.
1. 성결(Holiness): ‘하나님의 임재 안에서 자신을 잃은 사람’
맥체인의 생애를 관통하는 첫 번째 특징은 ‘성결’이다. 그는 단순히 도덕적으로 바른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매 순간 자신을 거룩함으로 단련한 영혼이었다.
그의 일기에는 이런 고백이 반복된다.
“내 안의 죄가 나를 괴롭힌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의가 내게 위로가 된다.”
그에게 성결은 추상적 이상이 아니라, 하루의 삶을 통째로 하나님께 드리는 실천적 태도였다.
보나는 그의 회개와 자기점검의 습관을 세밀하게 기록한다. 그는 매일 자신의 내면을 “하나님 앞에서 심문하듯” 점검하며, 미세한 교만이나 냉담함조차 죄로 인식했다.
이러한 내면의 훈련은 단순한 수도적 금욕이 아니라, 목회의 동력이었다. 그는 “거룩하지 않은 사람은 영혼을 거룩하게 인도할 수 없다”는 확신 속에 살았다.
맥체인의 성결은 율법주의가 아니었다. 그것은 십자가 중심의 성결이었다. 자신의 죄를 날마다 십자가 아래 내려놓고, 오직 그리스도의 은혜로 정결케 되는 길을 걸었다.
그의 거룩은 ‘분리된 경건’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드러난 사랑의 순수성이었다.
2. ‘성경으로 숨 쉬는 사람’
두 번째 키워드는 ‘말씀’이다.
맥체인은 성경을 단순히 설교 준비의 자료로 삼지 않았다. 그는 말씀을 “영혼의 호흡”으로 삼았다.
보나는 그가 매일 새벽과 밤에 말씀 묵상에 몰두하며, 그 본문이 “마음속에 불이 되어 설교의 언어로 흘러나갔다”고 전한다.
그의 설교는 학문적이지 않았으나, 성경의 본질에 닿아 있었다. 청중들은 그의 설교에서 “살아 있는 성경의 음성”을 들었다.
그가 세운 ‘성경 통독표(M‘Cheyne Bible Reading Plan)’는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교회에서 사용된다. 그는 “말씀을 하루 네 장씩 읽되, 단순한 읽기가 아니라 마음의 양식으로 삼으라”고 권했다.
그의 설교의 특징은 성경적 단순함과 영적 깊이의 결합이었다.
그는 “설교는 지식이 아니라 사랑이어야 한다”고 말하며, 진리의 칼날로 회개를 촉구하는 동시에 그리스도의 품으로 인도했다.
보나는 그가 설교 전 항상 무릎을 꿇고 “주여, 제가 먼저 이 말씀 아래 서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고 기록한다.
그에게 성경은 학문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을 변화시키는 거울이었다.
3. 기도(Prayer): ‘무릎으로 일군 목회’
세 번째 키워드는 ‘기도’이다.
맥체인의 사역의 비밀은 화려한 언변이나 조직이 아니라, 무릎에서 흘러나온 눈물의 기도였다.
그는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기도에 쏟았다. 그의 동역자들은 “그의 방에서는 새벽마다 흐느낌 소리가 들렸다”고 증언한다.
그의 기도는 단순히 요청의 연속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였다.
그는 “기도는 내 영혼이 하나님께 가까이 가는 숨결”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그는 영혼을 위한 중보기도에 헌신했다.
보나는 그가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불러가며 눈물로 기도했다”고 회상한다.
그의 설교가 성령의 능력을 가졌던 이유는, 설교보다 먼저 드려진 기도에 있었다.
그는 사역의 위기를 만날 때마다 “더 열심히 일하라”가 아니라 “더 깊이 기도하라”로 응답했다.
그의 일기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사역의 열매는 내 능력에서 나오지 않는다. 무릎에서 자란다.”
4. 목회(Ministry): ‘영혼의 목자, 눈물의 전도자’
맥체인은 단지 탁월한 설교자가 아니라, 목자다운 목회자였다.
보나는 그를 “영혼의 목자”라 부르며, 그의 목회가 구조보다 사람 중심의 사랑에 기반했다고 증언한다.
그가 섬긴 더디(Dundee)의 세인트 피터스 교회는 처음엔 냉랭한 도시 교회였다. 그러나 맥체인의 목회가 시작된 후, 교회는 눈물과 회개의 공동체로 변했다.
그는 청년, 가난한 노동자, 병든 노인들을 찾아가 말씀을 전하고, 그들의 집에서 함께 눈물로 기도했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내 양들이 그리스도를 사랑하게 되는 것.”
1839년, 그는 유대인 선교 조사를 위해 팔레스타인으로 파송된다. 이 여정은 그에게 새로운 사명 의식을 주었다.
그는 돌아와 “예루살렘의 복음이 다시 시온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설교하며, 선교적 교회의 비전을 심었다.
이 여행 중에도 그는 계속 일기를 쓰며, ‘모든 민족이 그리스도께 돌아오는 날’을 꿈꾸었다.
그의 목회는 조직이 아니라 사랑과 눈물로 엮인 관계의 공동체였다.
보나는 “그의 설교보다 그의 삶이 더 큰 설교였다”고 평가한다.
5. 열정(Passion): ‘불타는 심령, 짧은 생애의 영원한 영향력’
마지막 키워드는 ‘열정’이다. 맥체인은 불과 스물아홉 해를 살았다. 그러나 그 짧은 인생은 불꽃처럼 타올라 수많은 영혼을 비췄다. 그는 병약한 몸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불사르듯 복음을 전했다.
보나는 “그는 사는 날보다 기도하는 날이 더 많았다”고 회상한다. 그의 열정은 인간적 야심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영광을 향한 순전한 열망이었다.
그는 “내가 잠시라도 그리스도의 얼굴을 가리게 된다면, 차라리 숨이 멎기를 원한다”고 고백했다. 그의 이런 고백은 형식적인 신앙의 시대 속에서 참된 경건의 불씨를 되살렸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설교와 일기, 편지들은 스코틀랜드와 영국, 그리고 미국 전역에 퍼졌다.
많은 젊은 목회자들이 그의 생애를 읽고, ‘그처럼 거룩하게 살고 싶다’*는 결단을 했다.
앤드류 보나 자신도 “맥체인의 죽음은 한 사람의 끝이 아니라, 경건 운동의 시작이었다”고 평가했다. 그의 영향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오늘날 ‘맥체인 성경읽기표’를 사용하는 교회, 또는 경건 서적을 읽는 신자들에게 그는 여전히 거룩한 모델로 살아 있다.
맺음말: ‘세상은 거룩한 사람을 필요로 한다’
앤드류 보나의 회고록은 단순히 과거 인물의 일대기를 넘어, 거룩한 목회자의 영적 지도서이다. 보나는 맥체인의 삶을 통해 “지식보다 성품, 프로그램보다 기도, 성공보다 성결”이 중요함을 일깨운다. 오늘날의 교회가 구조와 전략 속에 방향을 잃을 때, 맥체인의 생애는 우리에게 다시 묻는다.
“너는 얼마나 거룩하냐, 얼마나 사랑하냐, 얼마나 기도하느냐?”
그의 짧은 생애는 한 구절로 요약될 수 있다.
“그리스도를 닮고, 그리스도를 전하며, 그리스도와 함께 살았다.”
이것이 바로 앤드류 보나가 『로버트 맥체인 회고록』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불멸의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