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두언/ 한강문학 6호, 봄 호/ 2016. 4월 초 발간
울진봉평신라비 蔚珍鳳坪新羅碑
권 녕 하(한강문학 발행인 겸 편집주간)
* 한 때 ‘면장’을 “면장어른”으로 호칭하던 시절이 있었다. 사자성어(?)로. 도시화되기 전, 농어촌 산간 시골마을에서지만, 그 시절 면장은 목민관이면서 마을 인근에서 제일 존경받는 사람이었다. 당연하게. 그런데 민주주의가 발전했다는 요즘, 민선을 통해 뽑은 단체장 이름 뒤에 ‘어른’이란 용어가 절대(?) 붙지 않는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내면서 민주화를 발전시켰다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어이된 까닭인지 ‘존경심’이 증발해 버렸다.
* 유년시절 친구 ‘진우’가 있었다. 그런데 이 친구를 호칭 할 때면 사자성어(?)로 꼭 “진우새끼”라고 부르게 된다. 유년시절의 기억, 친근감의 표현이겠지만, 그만! 어느 날, 집에 놀러 온 그 친구를 술상 앞에 앉혀놓고 아내가 그 친구를 호칭하는데, 자연스럽게 “진우새끼”였다. 호칭이 입에 밴 것이다. 웃음으로 용서를 구하고 폭소로 용서를 받았지만, 그날 밤 화제는 저질스런 용어, “새끼”가 되고 말았다(이 글을 쓰는 싯점에 그의 부고통지를 받고 안타까움이 한층 깊다). 그리고 그 용어는 기필코 여의도로 불똥이 튀었다. 그 당시 살던 집이 샛강 건너 영등포구였기 때문일 것이다.
*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다(獲罪於天 無所禱也)”고 논어論語 제3 팔일八佾 편에 있다. 공자孔子 이름을 내세워서. 그런데 이 사자성어 “획죄어천獲罪於天”이 신라新羅 시대, 돌비석에 새겨져 경북 울진에도 있다. 때는 신라 법흥왕 11년, 화백제도의 전통을 이어받아 신라 천년왕국! 법치주의 통치시스템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서기 524년이다. 신라시대 왕족과 관리도 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있었다는 확실한 증좌를 금석문金石文으로 남긴 것이다. 이 돌비석을 <울진봉평신라비>라 부른다.
* 그로부터 1천 5백여 년이 지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신라 법흥왕 때와 한 세대 전 면장시절만도 못하게 오늘날 사회기초질서가 추락한 것은 어이된 까닭인가. ‘문민법치주의’ 대한민국에서. ‘친일인명사전’을 영구보존용 백과사전처럼 두껍게 만들어, 교육당국에 이어 지자체에서도 적극 배포하듯이 “국민(하늘)에게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다”는 사자성어(?)를 (거룩하게 받들어)돌비석에 새겨, “번화가 사거리 혹은 관청, 대형건물 한 옆에라도 세워놓자”고 하면~ 무슨 답변이 돌아올까? ‘위안부 소녀상’을 남의 땅에도 세우면서.
* 유년시절에 “너 커서 뭐 할래?” 하고 물으면 “면장님이요!” 하고 대답하던 순박했던 그 시절, 임명직 면장을 “면장어른”으로 호칭하고, 존경심의 대표적 용례用例로 쓰이던 그 시절이 차라리 그립다. “한자리 맡아야 하지 않겠어요?” 하고 옆구리를 찌르면, “요즘, 추대 받고, 존경받는 자리 어디 있겠어요?” 하고 되묻게 된다. 존경할 대상이 사라져버린 상실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했다는 대한민국에서, 어이하여 존경심만 역주행을 거듭했을까. 어린백성들이~ 철딱서니 없이 사자성어로 좌충우돌左衝右突 자승자박自繩自縛한 결과다.끝.
<약력>
* 권녕하(權寧河)/ 시인, 문화평론/ 03187 서울 광화문우체국 사서함 146호
*《한강문학》발행인 겸 편집주간, 한강문학회 회장, 해동문협 명예회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원, 기자 언론상(1999), 올해의 작가상(2007), 해동문인협회 특별공로상(2008) 수상, 국토해양부 장관상(2012,녹색환경부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2013,문화예술발전부문), 2015년 세계평화문화대상<(사)충효예실천운동본부>수상/ 한국지역진흥재단(행안부) <이야기 속으로 떠나는 한국여행> 편집위원장, 한국관광공사(문화관광해설사심화과정)<지역밀착형스토리텔링>교육강사, 공간문화대상심사위원(문체부)/《교단문학》詩부문 등단(박화목님 추천, 91년),《해동문학》천료(2007년:성기조,정광수)/ 詩集『숨어 흐르는 江』/ 산문집『겨울밤, 그 따뜻한 이야기들』외/ 譯書 :『세일즈맨의 죽음』A.밀러 원작,『파리떼』J.P. 싸르트르 원작
첫댓글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다(獲罪於天 無所禱也)” 문장에서 "無所禱也"를 교열! 수정합니다.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