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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매체환경의 변화 속에서, 인간의 땀과 눈물을 담는 긴 호흡의 다큐멘터리 사진작업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네트워크 <이미지프레스>는 무크지 1권『여행하는 나무』를 시작으로, 다큐멘터리의 중요한 주제들을 사진가들의 실제 작업과 접목시키겠다는 사진무크지 출간의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청어람미디어의 신간『사람들 사이로』(무크지 2권)는 그 두 번째 결실이다.
이 책『사람들 사이로』의 표지사진(노순택)의 사람들, 그들은 늙은 농부들이다. 빼앗긴 땅이 되어버린 자신들의 땅 위에서 이 대추리와 도두리의 늙은 농부들은 노동에 지쳤던 손을 하늘로 뻗어올리고 모처럼 아름답게 웃는다. 사진가의 카메라는 인간의 온기를 담기 위해 사람들 사이로, 그들의 몸짓을 따라간다. 그저 아름답기만 한 이미지가 아니라 '인간의 냄새가 나는 사진을 담겠다.'는 마음으로,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년에 걸친 작업들에서, 우리는 그저 멋지고 예쁜 이미지가 아니라, 인간의 몸짓과 삶에 대한 응시가 가진 깊이가 주는 울림을 느낄 수 있다.
『사람들 사이로』는 수년간 현장에서 열정적으로 작업해온 우리 시대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생생한 육성과 시선을 담고 있다. 이 외에도 2006년에 새롭게 부각된 사진집 출간과 수집에서 각광받은 작업이었던 성남훈의 사진집『유민의 땅』에 대한 리뷰(이상엽), 19세기 초상사진의 간략한 역사(박평종), 오로지 사진만을 고민하기 위해 멀리 중국땅 윈난성까지 가서 수십 명이 사진을 고민했던 이미지프레스의 강도 높은 사진워크숍 보고서 등도 수록되어 있다.
인간의 냄새, 이 땅의 냄새가 나는 진지하고 아름다운 작업들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네 명의 사진가들이 만난 사람들 이야기들을 담았다. 우리 사회의 분단 문제를 기록한 <얄읏한 공> 전 등으로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기억하게 만든 사진가 노순택의 '마을 사진첩' 이야기. 십여 년이 넘게 혼혈인들의 삶을 담아오고 있는 이재갑, 머나먼 사할린에서 만난 한인들을 담으며 우리의 오해와 그들의 진실을 기록한 이상엽, 파노라마라는 형식 속에서 인물의 정체성을 말하는 독특한 사진가 Area. Park. 모두 짧게는 몇 달에서 몇 년에 걸쳐 작업한 사진과 글이다. "이 처절한 장면들을 필름에 담는 내 머릿속엔 딸아이의 생각이 떨쳐지질 않았다. 마을사진관에 따라와 반사판을 들어주며,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재잘대던 내 아이, 대추분교 운동장에서 동네 언니, 오빠들과 신나게 뛰어놀았던 딸아이에게 나는 무어라 설명해 주어야 할까. 얼굴이 달아올랐다. 부끄럽게도 내겐 답이 없었다. 답이 떠오르는 대신 눈물이 울컥 솟아올랐다. 정말, 이럴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내가 마음속에 품은 것은 그 물음표 하나뿐이었다. 누군가 답을 주기 전까지, 내가 그 답을 찾기 전까지, 그 물음표는 인간에 대한 혐오감으로 오래 남아 있을 것만 같다. 나는 들녘에서, 아스팔트에서, 마을사진관에서 만났던 황새울의 늙은 얼굴들을 모아 작은 '마을 사진첩'을 만들고 있다." 노순택_대추리·도두리의 늙은 농부들에 관한 보고서 "극동의 사할린. 안톤 체호프의 '유형의 땅'으로 유명한 곳이자, 우리들에게는 강제징용으로 이주한 4만의 한인들이 남아있는 '망향의 땅'이자 고통의 땅이다. 아니, 그렇게 들어왔다. 거의 모든 언론이 사할린을 다룰 때는 강제징용과 고국에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 같은 우리의 생각은 사할린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그것과 같은 것일까? 혹시 우리 마음대로 그들을 규정짓고 마음대로 상상하는 것은 아닐까?" 이상엽_사할린에서 만난 한인들, 오해 또는 진실 "왜관에 살고 있는 커티스에게서 연락이 왔다. 넨시의 어머님이 돌아가셨다고 했다. 습관처럼 카메라를 준비하고 어머님이 계시는 병원으로 향했다.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묻고…그러나 어머님이 잠들어 계신 곳을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누를 수 없었다. 불편해서가 아니라 혼자 어머님 옆을 지키고 있는 넨시의 모습을 보면서,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순간 내가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4년 동안 무엇을 위해 사진작업을 한 것인가, 깊은 고민을 하게 했던 시간이었다." 이재갑_아직 끝나지 않은 그들만의 전쟁, 혼혈인 "나의 카메라는 대개 우리의 사회를 겨냥하고 있다. 고교시절 겁도 없이 찍었던 대학가의 시위사진은 이미 요즘에는 볼 수 없는 생경한 풍경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화염병, 최루탄으로 대변되던 당시 대학가의 분위기를 떠올려보면, 최근의 대학가는 너무도 많이 변해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처럼 사진이란 매체가 다른 장르보다 가장 판이하게 차이나는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시간성이 개입한다는 것이다. 문학이나 음악, 미술과 같은 장르보다 사진은 지나간 시간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현대사회에 가장 부합되는 매체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는 또한 내가 우리사회를 표현하는 매체로 사진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Area. Park_공간이 말해주는 특정 캐릭터
1990년대에 출간되어 이제는 희귀본이 된, 감동적이고 특별한 사진집 한 권이 있다. 이미 사진집 컬렉터들 사이에는 전설이 된『윤미네 집』이라는 사진집. 첫딸 윤미가 태어난 것을 기뻐하며, 갓 태어난 아기 때부터 다 큰 처녀가 되어 시집갈 때까지 사랑으로 자신의 딸과 가족을 찍은 아버지가 있다. 올해 작고한 사진가 전몽각 선생의 이 아름다운 사진들을 보며 우리는 "가까운 것부터 사랑하자. 가장 가까운, 가장 사랑하는 가족부터 사진으로 기억하고 추억하자. 그들이 나를 떠나기 전에, 내가 그들을 떠나기 전에."라는 말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막 태어나 실눈을 뜨고 있는 아이, 엄마 젖을 맛있게 물고 있는 아이, 제 동생과 엄마 귓속에 뭐라 뭐라 속삭이는 아이, 아빠의 두 손에 들려 웃음 짓고 있는 아이, 이뿐 아니었다. 어느새 자라 교복을 입고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고르는, 엄마와 같은 키가 되어 골목을 나서는, 수줍게 연애를 하고 마침내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린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있는 윤미. 삶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한 가족이 사진으로 오롯이 남아 있는『윤미네 집』. 낯선 이의 앨범에서 그와는 전혀 상관없는 내 옛 기억이 스멀스멀 생각나고, 그 사이 주름이 많이 늘은 내 어머니와, 여기저기 흩어져 사는 형제, 그리고 기억 너머에 있는 아버지가 떠올랐다. 가족에게 이 같은 선물이 또 있을까? 잃어버린, 잊고 있던 가족의 시간을 이렇게 온전히 되찾아주는 사진이 있을까 싶었다. 아버지가 딸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었고, 그 눈부심에 낯선 이의 가슴까지 물들게 하는 사진집이었다." 전몽각_나의 가족, 사진으로 찍어보셨나요?
최근의 초상권을 둘러싼 분쟁은 사진판의 가장 큰 이슈가 되었다. 사진기자인 이치열은 실제 사례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이 문제가 녹록치 않음을 다시 발견했다고 한다.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 사이의 관계,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의 소통의 문제 등 중요한 쟁점들에 대해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취재과정중 알게 된 다른 사례들로는, 유력 사진동호인 집단 <레이소다>의 경우 회원이 찍어 올린 인물사진으로 인해, 그 사진의 주인공으로부터 초상권 침해에 대한 대가로 무려 1,200만원을 요구받았고, 현재 법적 절차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야말로 프리랜서 사진가, 직업 사진가, 동호인을 가리지 않고 조여오는 초상권 침해의 공습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듯하다." "요즘은 흔히 우리가 좋은 인물사진의 '대가'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글과 말, 심지어 그들의 작업현장을 담은 동영상을 통해 그들의 작업방식, 즉 피사체인 사람에게 다가가고 그들과 함께 사진작업을 이루어 내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비슷한 점들을 갖고 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 충분한 시간을 공유하며 대화와 관찰을 거친 진지한 촬영자세 등."
시대의 가객이자 여전히 '물 좀 주소'라는 명곡으로 기억되지만 실은 한대수 선생은 사진집을 출간한 적 이 있고 사진으로 생계를 이어본 적이 있는 사진가다. 요즘도 그의 여행가방에는 늘 카메라가 함께한다. "인물사진이란, 인연 놀음이다"라며 나름의 인물사진 찍기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는 김홍희 선생의 글도 재미를 더한다. 또한 무크지 1권에서 특이한 글과 사진의 조합으로 많은 시선을 모았던 이규철-천수림 씨가 이호철, 홍성원, 윤흥길, 임철우, 은희경, 조경란, 한강, 김영하, 이문열 등 우리 한국문학의 주인공들을 순례했다. "내 노래는 자신의 손을 움켜쥐고 투쟁하는 사람에게 바치는 노래. 내 노래는 자유의 노래……"(자유의 노래) 체 게바라와 함께 가장 자유로운 영혼으로 일컬어지는 저 칠레의 가수 빅토르 하라가 불렀던 것처럼. 세상과 인간을 노래하는 검은 무당들. 우리에게 어떤 노래를 들려줄 것인가. 자유와 존엄성, 위로와 격려, 책임과 열정……. 어떤 이들의 얼굴은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을 빼앗기곤 하는데 이유는 하나다. 그들은 세상의 본질에 기꺼이 닿아보려고 애쓰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이규철_멀리서 와서 노래하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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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내며-얼굴로 시대를 읽는다는 것 이상엽 얼굴로 읽는 시대 1∥마음에 새긴 물음표 하나, 대추리·도두리의 늙은 농부들에 관한 보고서 해외 사진가 소개∥신화적인 포트레이트 사진가 필립 할스만 얼굴로 읽는 시대 2∥사할린에서 만난 한인들, 오해 또는 진실 얼굴로 읽는 시대 3 ∥ 아직 끝나지 않은 그들만의 전쟁, 혼혈인 추모특집 ∥사진가 전몽각의『윤미네 집』 얼굴로 읽는 시대 4∥공간이 말해주는 특정 캐릭터 포토 에세이 1 ∥사람 얼굴 찍는다는 것, 알고보니 인연 놀음이다 포토 에세이 2∥눈빛과 대화로 발견하기_호치민의 아름다운 사람들 포토 에세이 3 ∥우리 시대의 작가, 우리 시대의 얼굴_ 멀리서 와서 노래하는 사람 역사비평∥ 19세기 초상사진의 간략한 역사_ 다게레오 타입에서 건판시대까지 기획취재 ∥우리 시대, 인물사진 찍기의 어려움_ 저널리즘 사진에서의 초상권 침해에 대하여 리뷰∥2006년에 만난 사진집_성남훈의『유민의 땅』 특집∥2006년 이미지프레스 운남 사진 워크숍 보고서_ '因緣' 한 장 더! ∥브리야트 공화국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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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에 창간된 다큐멘터리 사진웹진이자 사진가 네트워크. 50여 명의 사진가들이 네트워크 형태로 활동하며 지금까지 200여 편의 사진 다큐멘터리를 발표했다. 2000년 사람들 사이로 ― 이미지프레스 o2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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