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무개의 장자 산책’이란 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책을 알게 되기까지의 내력을 먼저 이야기합니다. 계속 친분을 쌓아가고 있는 어떤 여교사와 나는 맨 처음엔 서울로 ‘비폭력대화’ 연수를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밤 한 시가 넘었으므로 그녀의 집에서 잠을 자게 됐습니다. 무엇을 준비하는지 부엌에선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났고, 나는 그만 골아 떨어졌습니다. 아침에 식탁에 앉자 눈이 휘둥그레지더군요. 그렇게 극진한 대접을 받아보긴 처음인 것 같았습니다. 자존감을 느껴본 모처럼 만의 체험이었습니다. 그 후 여름과 겨울방학 단식을 하러 같이 다녔는데, 그 때마다 좋은 책을 소개 받았습니다. 올 1월 20일 우리는 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 여교사가 ‘이 아무개의 장자 산책’을 올 한 해 동안 읽어보라고 했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주문했고 책을 받아보니, 일 년 전에 읽다가 어려워서 포기했던 ‘장자’라는 책이었지만, 번역자가 달랐습니다.
제1장의 첫 번째 이야기, 붕(鵬)이 남(南)으로 날아감 북녘 아득한 바다에 물고기가 있으니 이름을 鯤(곤)이라고 한다. 곤의 크기는 몇 천리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 바뀌어 새로 되면 이름을 鵬(붕)이라고 하거니와 붕의 등은 몇 천리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 힘차게 날면 그 날개가 마치 하늘에 드리운 구름과 같다. 이 새가 바다 기운이 움직이면 남녘 아득한 바다로 날아가고자 하는데 남녘 아득한 바다는 하늘 못이다.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과장법을 쓰려면 저 정도는 되어야겠지 하면서 무얼 말하려 한 것일까 궁금해 청소년용 만화 ‘장자’를 보니, ‘청소년이여 곤이라는 물고기와 붕이라는 새처럼 원대한 꿈을 가져라’고 풀이를 했더군요. 그런데 소개하고자 하는 이 책에선 이렇게 풀이를 했습니다. “물고기는 무엇이고 새는 무엇인가? 만물이 한 송이 꽃이다. 존재하는 것은 하느님(도, 자연)을 드러내는 것. 사람의 말로써 담을 수 없는 그 무엇이면 된다. 그것이 물고기와 새의 정체다. 그것은 인간의 육안에 보이면서 (새) 보이지 않는(물고기)다. 색이면서 공이다. 사람은 하느님을 보지 못한다고 해도 안 되고 본다고 해도 안 된다. 보면서 보지 못하는 것, 들으면서 듣지 못하는 것, 잡으면서 잡지 못하는 것, 그것이 장자의 물고기요 새다.” 장자의 지혜로움을 능가하는 번역자의 지혜가 더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이 책의 여러 내용 중 제3장에 나오는 ‘포정의 소 잡기’는 가장 매혹적입니다. “요즘 제가 쓰는 칼은 19년을 쓴 것인데 그동안 소를 수천 마리 잡았습니다만 칼날이 새로 숫돌에 간 것 같지요. 뼈마디에는 틈이 있고 칼날에는 두께가 없어서 두께 없는 것으로 틈 있는 곳에 들어가니 칼날 노는 데가 널찍하고 여유가 있게 마련입니다. 이래서 19년을 쓴 칼날이 새로 숫돌에 간 것 같다는 말씀이올시다. 그러하나 뼈와 살이 뭉쳐 있는 곳에 칼을 댈 적마다 일의 어려움을 아는지라 두려움으로 삼가 경계하고 곁눈질을 하지 않으며 천천히 손을 움직여 아주 세밀하게 칼질을 하면 흙덩이가 땅에 떨어지듯 살덩이가 툭툭 떨어지지요. 칼을 든 채 서서 사방을 살펴보고 머뭇머뭇 망설이다가 이윽고 흡족한 마음으로 칼을 잘 씻어 제 자리에 둡니다.” 나는 30년이나 가르치는 일을 해오면서 과연 제자들의 마음 다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는지. 회초리(비난, 비판)만 자꾸 갈아 치우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봅니다. 새봄 새 학기 새 희망이 넘치는 3월입니다. “이 아무개의 장자 산책”을 하루에 한 장씩만 읽어 보세요.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눈빛이 맑아지는 걸 느끼실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