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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쿰부 3 패스, 로왈링「베가님」 스크랩 18.쿰부-3Pass/추쿵에서 본 환상적인 아마다블람,로체,로체사르,눕체연봉..
베가 추천 0 조회 303 16.10.03 06:2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어제 생각없이 머리를 감았다가, 금새 머리를 죄이는듯한 통증이 와서 고소증의 공포에 휩쌓여 얼마나 옷을 두껍게 입고 잤는 지...

잠결에 더워서 털모자를 벗었다가 또 잠결에 머리가 싸늘해서 주변을 뒤적이며 다시 모자를 찾아 쓰기를 몇번이나 했는 지....

 

오랜 시간 잠자리에 누워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몸이 찌푸둥하다.

확실히 고산병의 두려움에 휩쌓이긴 했나보다.

하긴 고소증세가 올까봐 공포에 시달릴 만도 하지~

해발고도 4,750m 에서 머리를 감았으니....ㅠㅠ

 

누군가의 외침이었는 지, 꿈속에서 히말의 정령이 깨웠는 지 눈을 떴다.

본능적으로 창가의 커튼을 재쳐본다.

 

"뭐가 보여??"

이풀도 나의 기척에 깨서 역시 본능적으로 물어본다.

 

"응~ 설산은 아니지만....암튼...바위산이 훤하게 다 보여~ 헐!! 이는 날씨가 좋다는 거....??"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린 둘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동시에 밖으로 뛰쳐 나갔다.

 

" 아!! 드디어 우리의 기도가 하늘에 닿았어~

   세상에~~ 로체,로체사르, 아마다블람 북벽이 훤히 다 보여~

   어마 어마 하군!!!"

 

우린 환호성을 질렀다.

 

 

 

 

한동안 넋을 잃고 우린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빠져 들어 있었다.

 

얼마 동안 그러고 있었을까....

우린 또 동시에 소리치며 방으로 뛰쳐 들어와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하얗게 눈이 부시도록 빛나는 거대한 설산에 이끌려 하염없이 걸어 올랐다.

 

지금 내 눈앞엔 그렇게도 간절히 온전한 모습을 보고싶어 애가 탔던 '아마다 블람'과 그 옆으로 좌악~주름진 거대한 설벽이 탁 버티고 있는 것이었다.

 

롯지를 벗어나 한참을 걸으니, 빙하가 녹아 흐르는 계곡이 나왔다.

그리고 익숙한 팻말이 보인다.

바로 임자체( 일명 아이랜드 픽, Imjatse 6,189m)로 오르는 길 표지판....

 

아!! 임자체!!

우리도 오를 수 있었으면....

 

이곳 추쿵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저 임자체를 오르고, 그리고 우리처럼 콩마라 패스를 넘어 EBC 로 가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콩마라 패스만를 넘기 위해 이곳 추쿵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 비경도 보고...

 

 

 

 

 

 

 

 

 

한참을 걸어 능선을 하나 올라섰다.

그제서야 뒤를 돌아보니,

 

오 마이 갓!!

세상에 앞으로 보이는 아마다블람 뿐만이 아니라 거대한 로체와 로체 사르, 눕체 연봉능선이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추쿵의 롯지는 깨알만한게 까마득하게 보인다.

 

그 거리감에 잠시 주춤했지만...

다시 앞을 보니, 거대한 아마다블람이 빨리 와 보라고 손짓을 한다.

 

"그래~

저기 능선에 오르면 바로 저 아마다블람과 거대한 설벽의 주상절리와도 같은 주름이 눈앞에 터억 있을것 같아~

 얼마나 그 모습이 장관일까...."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온 몸이 흥분에 휩쌓였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그냥 튀어 나와 등산화 끈도 제대로 묶여지지 않았고,

장갑도 안끼고, 옷도 제대로 갖추어 입지도 않았는데....추위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아마다블람은 그렇게도 강렬하게 나를 유혹했다.

 

그런데 오르고 나면 또 다른 풍광이 그 앞으로 펼쳐질 뿐  아마다 블람은 여전히 그 거리 만큼 떨어져 턱 버티고 있는 것이었다.

 

"헐~ 아니네~

 그럼 저기 능선까지 올라야 바로 있을까.....??"

 

나는 그 모습에 이끌려 다음 능선을 오르기 위해 까마득하고 가파른 아래로 내려갔다.

그곳은 마치 한라산의 백록담 처럼이나 깊게, 마치 분지 처럼 패여 있었다.

 

 

 

 

 

 

 

 

 

 

발자욱이 닿는 곳은 이른 새벽이라 아직 밤새 얼어붙었던 에델바이스와 야생화들이 채 풀리지 않은 살얼음을 달은 채 파르르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이 새벽 햇빛을 받아 또 얼마나 반짝이는 지...

다이아몬드가 이보다 매혹적일까 싶을 정도다.

 

살얼음기와 물기를 잔뜩 머금은 야생화들의 빛깔은 또 얼마나 선명하고 이쁜 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깔을 띠고 있다고 흥분에 겨워했다.

 

 

눈앞에서 이풀이 사라진 지는 오래 되었다.

이풀도 분명히 저 언덕을 나보다도 훨씬 빨리 올라 넘어서 바로 그 설벽앞에 있을 것만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얼마나 숙소에서 걸어 나왔는 지도 모른 채 그저 그 하얀 설벽에 이끌려 걸었다.

 

 

 

 

 

 

 

 

 

 

 

 

 

 

 

 

 

 

 

 

 

 

 

 

 

 

 

  

 

 

 

 

그때 저 쪽 위에서 내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뒤돌아 보니, 내 앞의 저 언덕 넘어 하얀 설벽앞에 가 있을 줄 알았던 이풀이 한 참 뒤편 능선에 있는 것이었다.

 

"너 왜 그 아래까지 내려갔어?

 빨리 올라와~"

 

"헐!! 너 아직 거기에 있었던 게야?

 저 너머 아마다블람의 연봉앞에 있었던게 아니었어?"

 

친구를 보니, 갑자기 내가 아마다블람에 이끌려 너무 멀리 가고 있었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래도 저 능선에 오르면 어쩌면 아마다블람의 저 설벽이 바로 발앞일 지도 몰라~

 

나는 그 능선을 향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 그곳에 올라서도 아마다블람과 그 하얀 주름진 설벽은 아까와 똑같은 거리에 있었다.

아니, 다가갈 수록 되려 더 멀어지는 것만 같았다.

 

"아!! 이런 이런~~

 아니었구나~

단지 너무 거대해서 착시현상을 일으킨 것이었어~"

 

나는 더이상 욕심을 내지 않고 그곳에 서서 한동안 아마다블람을 카메라에 담았다.

 

잠시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강렬한 햇빛이 하얀 설산에 부딪혔다.

그 모습이 너무나 매혹적이었지만,

반사광이 너무 강해서 순간은 카메라에 설산을 담을 수가 없었다.

 

 

 

 

 

 

 

 

 

 

 

 

 

 

 

 

 

 

 

 

 

 

 

 

 

 

 

 

 

 

 

 

 

 

 

 

 

한바탕 사진을 찍고나니, 갑자기 급한 마음이 들어 저쪽에서 손짓하는 이풀을 향해 서둘러 걸었다.

 

아마다블람에 빠져들어 오직 시선을 한곳에만 두었다가 뒤돌아서 나오니 그제서야 반대편 쪽으로 기막히게 펼쳐져 있는 로체와 눕체 연봉...그리고 저 아래로 보이는 탐세루크까지...기막힌 풍광이 또다시 사로잡는다.

 

"아~~ 세상에~

저렇게 매혹적이라니...."

 

나를 중심으로 360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히말라야의 설산의 모습에 반해서 또다시 발걸음은 멈춰져 버리고 말았다.

 

 

 

 

 

 

 

 

 

 

 

 

 

 

 

 

 

 

 

 

 

 

 

 

 

 

 

 

 

 

 

 

 

 

 

 

 

1시간여를 홀로 설산에 빨려들어가 있다가 이풀을 만났으니....

마치도 고국에서 온 사람을 이 멀리 히말라야 아마다블람 앞에서 만난것 처럼 반가움에 호들갑을 떨었다.

 

언제 왔는 지...

이풀옆에는 우리의 키친보이 푸리도 와 있었다.

이제 겨우 19살 청년....

우리네 아이들 보다도 훨씬 어려보여

아기같은 순진함이 느껴지는 아이다.

 

이런 푸리가 이풀도 너무 귀여웠는 지,

연신 푸리를 모델삼아 카메라에 담아 주었다.

카메라 렌즈에 잡힌 자기의 모습을 보고는 또 얼마나 좋아하는 지...

그리고 어쩌면 생전 처음일지도 모르는 

묵직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 보았겠는가~

찍고 찍히는 그 즐거움에 

먼발치서 보이는 우리를 따라나선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ㅎㅎ

 

우린 이곳에서 한바탕 출사 놀이를 하며 서로를 카메라에 담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고,

언제 푸리가 내려갔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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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돌아보니, 그렇게도 구름한 점 없이 선명했던 산 봉우리에 구름 띠가 생기기 시작했고,

저 멀리 보이는 산 허리 사이로 구름이 수없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젠 내려가야 겠다는 예감이 들어 한참 내려가고 있었는데, 롯지에서 소리치는 외침이 까마득하게 들려왔다.

'빨리 내려오라고....'

 

급한 마음에 정신없이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그제서야 등산화 끈도 제대로 메지않고 다녔음을 눈치챘다.

거친 바윗 돌이 좌악 깔려있는 하산길이고 어제 내린 비로 얼어붙었던 풀잎에 젖은 등산화라 미끄러워서

잠시 멈춰서서 등산화 끈을 다시 묶었다.

 

그런데 그때 앞서가던 이풀이 나를 부르며 소리친다.

"나 보여??~"

 

갑자기 뜬근없는 질문에 멈칫하며 뒤를 돌아다 보니, 어느새 저 아래 까마득했던 구름들이 들이닥쳤는 지,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니 앞서가던 이풀에게 잠깐  내가 등산화 끈을 매고 있던 사이 따라오는 기척이 없어 뒤돌아 봤을때 내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허어걱!  세상에~ 도대체 저 구름의 속도는 시속 몇 킬로미터나 될까....

그 잠깐 사이에 저 까마득한 아래에서 여기까지 다 뒤덮어 버렸다니....비행기가 날아가는 속도보다도 더 빠른것만 같았다.

대장님은 그것을 인지하시고 우리를 향해서  그렇게도 소리를 치신 것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이풀과 잠시 의견의 엇갈림이 있었다.

그건 우리 서로가 오르는 길이 달랐어서 였다.

그러나 풍광에 사로잡혀 정신줄을 잘 놓치는 나보단 언제나 정확하고 이지적인 이풀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이풀이 오른 길이 훨씬 수월했다는....ㅠㅠ

 

 

 

 

 

 

 

 



Malotte : The Lord's Prayer (주기도문) - Gary Ka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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