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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여주귀 단봉
청송루!
낙양성 북쪽에 위치한 커다란 주루,
이곳의 독한 죽엽청의 맛은 일품이라
낙양성의 애주가들에게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주루였다
. 그래서인지 아직 이른 저녁 시간이건만
일이층 주루의 좌석은 대부분 채워져 있었다.
사람들은 술자리에 앉으면 말이 많아지고
따라서 자연 세상의 숱한 소문들이 한바탕 떠벌려지게 마련이다.
탁!
용비운은 술잔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다시 잔을 채웠다.
대낮부터 연거푸 폭음을 해서인지 그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 올라 있었다.
그는 울적한 기분으로 창 너머를 응시했다.
노을에 물든 고도 낙양의 정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 (주려에 대한 행방은 알 길 없고 괜한 소문만 듣게 되었군.)
그는 우물 속의 은신처를 나와 낙양성 일대를 두루 수색했다.
하나, 암흑삼세의 고수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모두 낙곤과 온주려를 추격해 간 듯했다.
용비운은 실망을 금치 못하고 이곳 청송루에 들어와 자작자음하는 중이었다.
기분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시려는 것이 첫번째 의도였고
취객들의 입을 통해 강호의 정세를 들어보려는 이유도 함께 해서였다.
한데. 그는 차라리 안들었으면 좋을 소문만을 귀가 따갑도록 듣게 되었던 것이다.
강호일정 용비운과 서역 대밀종천과의 대결..
(곤란하게 됐군.. 밀종의 대머리들이 소문을 내서 나를 옭아매 놓았군.)
용비운은 다시 한 잔을 비웠다.
그로서는 갈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 새로이 좌석을 차지한 몇몇 표사들의 떠들썩한 음성이 그의 고막을 괴롭혔다.
"아, 글쎄 용대협이 어떤 분인데 약속을 어기시겠는가?
무림계의 기린아 용비운대협이라면 중원무림의 대표적 무인이 아닌가?
대밀종천에서 어떤 마승이 나온다 해도 용대협의 신기는 당하지 못할 것일세."
입심이 좋은 구래나룻의 표사는
좌중의 주목에 더욱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내 일전에 용비운대협과 녹림도들이 격투하는 진귀한 장면을 보게 되었는데.."
그는 거품을 품어가며 열변을 토했다.
용비운은 심사가 괴로웠다.
(약속대로 대파산 천각봉으로 가야만 한단 말인가..?
대밀종천의 불마선공은 중원의 무학과 상극을 이루는 기공들이라 했는데..
나의 현 실력으로 그들과 대적했다가는 치욕적인 패배를 면치 못할 것이다.)
용비운은 두 달 동안의 수학을 통해 어느 정도 무림대의에 대한 관념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고 약속 장소에 나가지 않는다면
저들이 무서워 나오지 않았다는 조소를 면치 못하게 될 텐데..
정말 난감한 일이군.)
이때 문득,
엽완란의 영상을 떠올리게 되었다.
(또 그녀의 얼굴이 나타나는 군.
마음 속은 주려의 안위를 우려하고 있으면서도
.그는 거푸 잔을 비웠다.
(엽소저를 생각해서도 약속을 지킬 수 밖에 없군.
최소한 그녀에게 비겁자란 인식을 안겨 주고 싶지는 않다.
차라리 패해 죽는한이 있더라도..
그는 쿡쿡 마른 웃음을 흘렸다.
(내가 한 여인에게 이토록 연연하다니.나란 녀석은 나도 모르겠다. )
이순간,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말발굽소리에
용비운은 힐끗 시선을 돌렸다.
질주하는 한 마리 적토마,
마상의 인물은 복잡한 대로를 마치 무인지경처럼 여기며
무서운 속도로 말을 몰고 있었다.
행인들은 기겁을 하며 좌우로 비켜섰다.
용비운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필시 말이 미쳤거나 사람이 미쳤겠군.)
한데 그것이 아니었다.
마상의 인물은 주루 앞에 이르는 순간 말고삐를 홱 잡아당기는 것이 아닌가?
적토마는 앞다리르 높이 치켜 올리며 급정거했다.
마상의 인물은 안장에서 몸을 날리며 멋들어지게 회전하며 내려섰다.
실로 놀라운 기마술이었다.
용비운은 창문가에 앉았기에 이러한 광경을 모두 지켜볼 수 있었다.
홍의녀,용모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의 몸매는 극히 뛰어났다.
몸에 찰싹 달라붙은 홍의를 입어서인지
그녀의 나신이 그대로 투영돼 보이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홍의녀는 전혀 여인답지 않은 걸음으로 주루에 이르렀다.
그녀가 주루앞에 이르러 멈추자 점소이가 쪼르르 달려왔다.
"해해... 어서 오십시요, 아가씨."
홍의녀는 말채찍으로 그의 머리를 톡톡 쳤다.
"적풍에게 만일 약간의 이상이라도 있었다가는 네 머리가 성치 못할 것이다."
"흑.. 예예, 알겠습니다."
점소이는 자신의 목을 움켜 쥐고는 적토마에게 달려갔다.
그는 적토마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히 요청했다.
"적풍선생, 가시지요."
적토마는 말갈기를 휘젓고는 당당히 그를 따랐다.
용비운은 내심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 주인에 그말이군.)
촤아아악!
주렴이 거칠게 걷혀지며 홍의녀가 들어섰다.
그녀는 말채찍으로 가볍게 손바닥을 치며 주루 안을 둘러보았다.
그녀의 오만한 태도는 취객들의 이맛살을 절로 찌푸리게 했다.
하나, 그들은 그녀의 절륜한 용모를 대하는 순간
분노대신 감탄을 터뜨리고 말았다.
홍의녀의 용모는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아미는 칼날처럼 날카로왔고,
도도한 콧날은 구름을 뚫고 솟은 상봉처럼 오똑했다.
수정빛 눈망울은 지극히 차가왔고
주사를 바른 듯 붉은 입술은 굳게 다물어져 있었다.
또한 입가의 선명한 홍점이 묘한 매력을 풍겨 주었다.
그녀는 중인들의 시선은 아랑곳없이 뚜벅뚜벅 안으로 들어섰다.
뚱보 주인은 그녀의 강렬한 인상에
그녀의 신분이 예사롭지 않음을 간파한 듯 몸소 그녀를 접대했다.
"어서... 어서 드시지요."
홍의녀는 오만하게 그를 쓸어보며 한 마디 던졌다.
"본 낭자는 이곳의 죽엽청이 유명하다기에 단숨에 칠백 리 길을 달려왔다.
이곳에 가장 독한 죽엽청을 내오너라."
"예예."
뚱보 주인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정중하게 허리를 꺾었다
홍의녀는 말채찍으로 그의 볼룩한 배를 쿡쿡 찍었다.
"만일 한 방울의 물이라도 탓을 경우에는
이 배가 등으로 나오도록 해 주겠다. "
뚱보 주인은 울상이 되어 대꾸했다.
"소..소저, 본 주루는 명예를 걸고
소저께서 흡족해 하실 죽엽청을 올리겠나이다."
"이층으로."
홍의녀는 뚜벅뚜벅 계단을 밟고 올라섰다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그녀의 풍만한 둔부가 가볍게 출렁였다.
이때,
좌중에는 한 중년인이 일어서며 공손하게 물었다.
"혹시... 단봉소저가 아니신지요?"
홍의녀는 힐끗 시선을 둘렸다.
"감히 나인 줄 알면서 고개를 숙이지 않는단 말인가?"
그녀의 매몰찬 힐책에 중년무인은 황망히 포권지례를 취했다.
"단봉소저! 소인이 미처 몰라뵌 죄를 용서하시오."
중인들은 비로소 그녀의 신분을 파악한 듯 분분이 일어서며 예를 취했다.
"단봉소저를 뵈오이다."
홍의녀는 냉소를 치며 말채찍으로 계단의 난간을 세차게 후려쳤다.
차아악!
"흥! 내 이토록 푸대접 받아보기는 처음이군..
낙양에는 모두 맹인만 모여 있는 줄 알았다."
그녀의 오만과 도도함은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하나,
그녀의 그렇나 태도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인물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가 이층으로 들어서자 좌정해 있던 취객들 역시 모두 일어나 그녀를 영접했다.
그녀의 신분을 모르는 사람들 역시 남과 행동을 같이할 수밖에 없었다.
용비운은 창가로 시선을 돌린 채 모른 척했다.
그역시 그녀의 명호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꼽군. 단봉 여의상아라면 무림계의 공주라도 된단 말이냐?)
단봉 여의상아 희비연!
화문사봉의 일 인으로 불리우는 당세의 재녀,
그녀는 당금 무림계에서 가장 고귀한 가문의 후계자였다.
현 백도무림계의 최강 문파인 월영성궁의 궁주
월제 월락대제 희천궁이 그녀의 부친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백도제일인의 부친과 그녀를 애지중지하는 무림명숙들의 후광을 입어
천하에 부러움이란 없었다.
그녀의 별호에붙은 여의상아가 말해주듯
그녀는 자신이 뜻하는 그 무엇도 이룰 수 있는 여인이었다.
희비연은 천천히 용비운이 앉은 의자로 다가섰다
. 그녀는 용비운의 의사도 묻지 않고 그 앞에 대좌했다.
"흥!"
그녀는 탁자 위의 술병을 들어 단숨에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녀의 주량이 대단하다는 것은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사실이었다.
만일 그녀와 대좌하여 지지 않을 자신만 있다면
누구라도 그녀와 친분을 맺는 행운을 얻을 수 있다,
그녀는 빈 술병을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만일 이렇게 마시지 못한다면 내게 무례한 죄를 묻겠다."
용비운은 천천히 고개를 돌릴 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희비연은 그의 절세적인 용모에 다소 놀란 눈치였으나 냉소를 치며 그를 비꼬았다.
"얼굴이 제법 반반하다고 자만하는 것인가?"
용비운은 그녀를 직시하며 당당히 말을 받았다.
"너는, 후광이 조금 있다고 이토톡 도도한 것이냐?"
"너...?"
희비연은 일순 어이가 없는 듯 말을 잊지 못했다.
천하를 활보하며 그녀가 이러한 업신여김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쾅! 그녀는 탁자를 힘껏 내리치며 벌덕 일어섰다.
그 바람에 탁자의 다리가 모두 바닥에 박혔다.
"명호를 밝혀라! 나는 하찮은 자들과는 상대하지 않는다."
"단봉, 너무 오만해 하지 마라. 오히려 가련히 보인다."
용비운은 역겨움을 참으며 냉소적으로 대꾸했다.
희비연은 도도하면서도 호탕한 면이 있는 여장부였다.
그녀의 오만함은 여인으로서 지나치게 강한 기질 때문에 비롯된 것이었다.
"호호호.. 좋아요.
내 무림을 종횡하면서 당신 처럼 기개 있는 사람은 처음 보았어요.
좀 전에 무레를 용서하세요."
그녀는 태도를 바꿔 그에게 깍듯이 예를 올렸다.
(분별없이 도도한 계집은 아니군.. 오히려 장부처럼 호탕하구나...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밉지만은 않군.)
용비운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간단히 답례했다.
"용비운이오. 소저를 너무 격하게 해 면구스럽소."
희비연은 날카로운 아미를 치켜올렸다.
"예예..? 그렇다면 공자께서 강호일정으로 추앙되는 무영금마선.?"
용비운은 금마선을 펼치며 낭랑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남들이 그렇게 부르고 있지요."
희비연은 망설임없이 그의 두손을 덥석 움켜쥐었다.
"바로 용공자셨군요 어쩐지 기품이 예사롭지 않다 했더니.."
그녀는 그를 이끌어 옆자리로 옮겨 갔다.
"정말 반가와요. 그렇지 않아도 용공자를 한 번쯤 꼴 뵙고 싶었는데..
이런 기회에 용공자를 만날 줄이야.."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빤히 응시했다
.(대단하군.치마만 둘렸지 장부로서도 손색이 없겠다.)
용비운이 오히려 낯이 뜨거워질 졍도였다.
이때,
점소이들이 낑낑대며 하나의 커다란 술단지를 가져 왔다
"드세요. 이렇게 기쁜 날 어찌 취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용비운은 사발을 받아들었지만 내심 조바심이 일었다.
(엄청난 대주가 로군. 나로서는 감당 못하겠는데..?)
희비연은 한 사발을 단숨에 들이키고는 매혹적인 미소를 머금었다.
"명주예요..소녀도 이렇듯 진귀한 죽엽청은 처음 마셔 보는군요."
용비운은 장부의 쳬면을 생각하며 한 사발을 들이켰다.
얼마나 주기가 독한지 그는 불덩이를 들이킨 듯했다.
하나,
그는 소매로 입가를 씻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과연 좋은 술이오."
희비연은 은방울이 구르듯 시원스레 웃었다.
"호호호.. 용공자께서는 진정 장부세요."
용비운은 괜히 신분을 드러냈나 후회했다
.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같이 마셔야야 할 판국이었다.
한데 이때, 한 명의 노인이 흥얼거리며 계단 위로 올라서고 있었다.
그는 옷을 얼마나 기웠는지 본래의 옷감을 판가름해 낼 수 없었다.
"서요, 취몽숙부."
노인은 졸음에 겨운 눈을 번쩍 뜨며 입구를향해 유령처럼 날아갔다.
"아이구.. 하필 저 망나니가 있는 곳으로 들어설 게 무어람!"
노인은 희뿌연 연기로 화해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녀도 그를 따라 달려나갔다.
용비운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나도 겁나.)
그는 창문을 통해 신형을 날렸다.
"상의할 것이 있다는 말을 전하려 했는데.."
이층에 올라 선 그녀는 썰렁한 좌석을 보고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흥! 알고 보니 용비운도 형편없는 작자로군..."
"자네는 어딜 가는가?"
용비운은 달려가던 신형을 세우며 짐짓 태연하게 대꾸했다.
"본인은 다소 급한 일이 있기게 희여협과 작별을 하고 나온 것이오."
취몽성수 노자량
그의 성격은 온화하여 누구와도 원한을 쌓은 일이 없다
. 어렸을 때의 옷을 일천 번이상 기워 입을 정도로
그는 세속에 영달과 안락을 기피했다.
그에게는 천하의 어떠한 병도 치유해 내는 성수가 있었기에
풍진 속에 주유하며 무림계를 위해 일평색을 살아왔다.
그는 용비운에게 철호로를 건네 주었다.
"맛이 조금 비릿하군요. 무슨 술이오?"
노자량은 딸기코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자네같이 젊은 사람에게는 더없이 좋은 좋은 것이네.
특히 그 여귀 같은 망나니를 다스리려면 많이 마셔 두어야 하네."
그는 철호로를 허리춤에 찼다.
"귀면삼목이란 술이네."
용비운은 입맛을 다시며 미간을 찌푸렸다
. (하필 뱀술이었군.)
노자량은졸린 눈으로 그를 훑어내리며 물었다.
"참, 아까 자네이름이 뭐라고 했었지, 응.."
"용비운이라 하오."
"엇!"
노자량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냅다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아니 갑자기 왜 이러는 것인가?
혹시 용비운을 알고 있기라도 한단 말인가?)
그는 급히 그의 뒤를 쫓았다.
"노선배 왜 달아나는 것이오?"
그는 그를 따라 송림 속으로 뛰어들었다.
한데, 거대한 고숭뒤에서 노자량이 튀어나오며 그의 입을 막았다.
"어서 숨게, 내 자네가 두려워 피한게 아니라..."
그는 입을 다물고 신형을 숨겼다.
바로 그때 한 인영이 말을 달려 오고 있었다.
바로 적풍을 탄 여의상아 희비연이었다.
그녀는 마상에 찰싹 달라붙은 채 놀라운 기마술로 질주해 가고 있었다.
적풍 역시 천하의 명마로 흡사 비마처럼 단숨에 언덕을 너머 황진 속으로 사라져 갔다.
노자량은 손을 떨치며 송림에서 나왔다.
"허험.. 내 괜히 주도를 가르쳐 주었다가 이런 곤욕을 치르는 구나."
용비운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하하.. 희여협에게 큰 죄를 저지르셨나 보군요?"
"자네, 아까 용비운이라 했던가?"
노자량은 졸음이 싹 가신 눈으로 그를 응시했다.
"그렇습니다."
"그럼 밀교의 인물들과 싸우기로 한 것이 사실인가?"
"사실이오."
"왜 그렇게 대전을 벌이는가..?
자네는 중원 무림계의 큰 별이네.
신진 고수들은 모두들 자네를 추앙하여 자네와 같은 인물이 되려 노력하고 있네."
그의 표정은 진지했다.
"내 자네와 교분이 없어 자네에게 어찌 처신하라 말은 못하겠지만
부디 신중히 행동하게."
용비운은 한 번의 대면이었지만 그의 인간적인 성품에 크게 감복했다.
노자량은 그의 얼굴을 한참동안 바라보고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에게 말하지만 나는 의술에 능한 것이 아니라 관상에 능하네...
관상을 보아 요절할 자는 아예 치료하지 않지.
그렇기에 무림에서는 나의 손 한 번 닿으면 만병이 낫는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살아날 녀석들은 진창 속에 처박아 두어도 살아나는 법일세."
그는 호로를 풀어 한 모금 들이켰다.
"한데 자네처럼 괴이한 관상은 노부 평생 처음 보네..
자네의 얼굴에는 적어도 세개의 다른 운명들이 겹쳐 있네."
"정의지안과 사악지안,
그리고 정사의 기운이 겹쳐 있는 정사지면의 세운명이네."
용비운은 그의 놀라운 관상술에 경악해졌다.
(사면은 아삼 시절의 운명을 지녔겠고,
정면은 용비운의 운명을 이어받은 것이겠고
정사지면은 탈태환골 후의 운명일 것이다.
취몽성수, 세상에는 참으로 이인들이 많군.)
그는 담담히 대꾸했다.
"하하.. 그렇다면 본인의 목숨도 세 개나 되겠구료?"
"세 개면 무엇 하겠는가? 네 번 죽게 되면 없어지게 될 텐데.."
노자량은 쯧쯧 혀를 차고는 신형을 돌렸다.
"만일 자네가 천각봉 대결에서 살아나게 된다면 월영성궁을 한 번 방문해 주게..
십이대천마의 횡포와 신비 단체의 움직임을 저지시키기 위해
군웅대회가 조만간 벌어질 것일세."
용비운은 검미를 가볍게 찌푸렸다.
(신비의 단체라면 그 천이라는..?)
이때, 그는 그 옆으로 다가서며 물었다.
"노선배, 천하제일의 명의이시기에 한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소."
"무엇인가?"
"구음절맥! 그것은 진정 치료될 수 없는 것이오?"
"뭣이 구음절맥..?"
노자량은 고개를 홱 돌렸다
. 그의 졸음에 겨운 눈은 어디 가로 강렬한 정광을 발하는
신안이 부릅떠져 있었다.
"그 저주의 절맥을 타고 난 인물이 어디 있는가? 어서 말하게나."
그는 철호로를 불끈 움켜 쥐며 그를 다그쳤다.
용비운은 그의 신색에서 상황의 심각성을 간파할 수 있었다.
"구음절맥의 소유자가 어디에 있는지는 나도 모르겠소.
한데 왜 그렇게 놀라시오?"
"구음절맥의 소유자는 죽어야 하네.
그렇지 않는다면 천하가 멸절할 것일세."
"그 치유 방법은 오직 두가지 뿐으로
오행의 힘과 사상의 약제가 합쳐져야만 치유될 수 있네."
노자량은 철호로의 술을 말끔히 비우고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구마혈정이 진정으로 세상에 존재한다면
그 절증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일세..
구마혈정...악마의 아홉 가지 마력이 담겼다는 그 구마혈정.."
그는 전신을 부르르 떨고는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잊지 말게나! 구음절맥의 소유자는 무조건 죽여야 하네..
그 자가 구마혈정을 얻어 병을 치료하면 천하는 상상도 못할 겁난이 몰아칠 걸세."
그는 송림을 평지처럼 밟고는 황혼 속으로 사라져 갔다.
"구마혈정..? 대체 그것이 얼마나 가공하기에
천하의 기인 천결신의마저 경악케 하는 것인가?"
그는 고개를 갸웃하다 북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어서 항산 은한림으로 가자!
천하제일의 지자라는 공공천야에게 묻는다면
모든 사실을 알수 있을 것이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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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미진진하여 독하고있읍니다.싸.
감사 드립니다
잘봅니다..^^
즐감
잘봅니다
잘보고있읍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