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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 카트맨이 되어 마트에서 같이 장 보는중)
드디어 산돌님과 만났다. 인터넷으로 산돌님을 봤을때는 상당히 젊은 형으로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나만한(?) 아들이 둘씩이나 있다고 하셨다.
오늘 출근을 하셨는데 내가 오는 바람에 조퇴를 하셨다고 했다.
조금은 죄송스러웠지만.. 죄송한 마음보다는 빨리 몸과 마음의 안식을 찾고 싶었다..ㅎㅎㅎ
그리곤 집으로 돌아와 삽겹살과 손수담그신 김치, 그리고 된장찌개가 나오는 산돌셋트(?)를 직접 차려주셨고,
뿐만이니라 중국에대한 피가되고 살이되는 이야기까지 해주셨다.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좋은 공부가 되어서 짧은 시간이였지만 중국을 이해할 수있는 눈이 넓어진 것 같았다.
그 중 흥미로은 이야기 몇가지만 소개하자면
중국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나와는 다른사람이 있다는것을 알게된다. 이유인즉슨 워낙 많은 민족이 뭉쳐서 이루어진 나라이고 산하나 넘어있는 바로 옆동네만가도 중국의 서로다른 방언때문에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어렸을때부터 나와는 다른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들을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문화를 갖고 있다. 어쩌면 세계화 시대에 알맞은 문화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나와 다른사람은 태어나서 20살이 되기전까지 보지 못한다.
20살이 넘어서 외국을 가보고 외국인을 만나봐야 그때서야 겨우 "아 나랑 다른사람이 있긴 있구나" 라고 머리로 이해하게 된다.
우리 대한민국은 단일민족이라는 자부심과 민족애가 매우강해서 나와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들을 참지 못하고 우리끼리 모여서 잘살려고 한다. 한국사람인 나도 20살이 되기 전까지는 외국인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외국인이 있다는걸 알긴알지만 나와 똑같은 생각을하고 나와 같은 욕구를 느끼는 다른사람이 있다는게 상상이 잘 안됐다. 사실 중국자전거여행을 하는 지금 조금이나마 이들과 부대끼며 20여일을 생활하다 보니 조금이나마 몸으로 이해가 가는 것 같다.
(아침은 상큼하게 토마토쥬스와 샌드위치)
그리도 두번째 이야기는
남편이 중국으로 발령받았을때 아내들이 3번운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첫번째는 '당신 능력이 없어서 그 위험하고 더러운 중국으로 쫒겨나는거냐고, 안가면 안되냐고' 하면서 운다.
두번째는 중국은 10만원도 안되는 금액에 가정부를 둘 수 있어서 편하고, 친구들끼리 여행도 가고 중국어도 배우면서 중국생활을 즐기다가 갑자기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한다는 남편말을 들었을때 '당신은 능력이 없어서 다시 한국으로 되돌아 가는거냐고' 하면서 운다.
세번째는 한국으로 돌어와서 '언제 다시 중국가냐고' 하면서 운단다..
우스갯소리지만 어쩌면 현실을 반영한 뼈있는 농담이다.
2박3일간 산돌호텔에 묶으면서 정말 푹 쉬었다.
(다시한번 산돌형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산돌님이 출근하시고 혼자 중국라면도 끓여먹으면서..
산돌님의 애마 미니벨로! 프레임빼고 전부 손수 개조하셨단다.
계속 푹쉬다보니 시내나가는 걸 깜빡했다.
그래서 산돌님이 특별히 시내구경도 시켜줄겸 외식하자고 해서 나갔다.
창저우의 밤은 화려했다. 하늘높은줄 모르고 올라간 빌딩들은 저마다 화려한 조명을 뽐냈으며 도시답게 사람들도 활기가 넘쳤다.
생각해보니 중국에서 밤에 나온건 처음인것같다.. 밤에는 아무것도 없고 위험해서 10시이후에는 안나가봤으니..
꿈같았던 2박3일이 지나가고, 이제 정들었던 산돌님과도 작별이다.
곧 10월1일 국경절연휴가 일주일을 쉰다고 하시는데, 아마 자전거여행을 떠나실것같다고 하신다.
원래는 멀리 시안까지 기차를 타고가서 그지역을 한바퀴 둘러보실 계획이셨지만 기차표가 이미 동난 상황..
(10월4일인 지금 산돌형님은 창저우 근처인 리양이라는 도시를 돌고 계신다..)
가는날이 장날이여서 일까? 아니면 산돌호텔에 하루 더 묶으라는 뜻일까?
아침부터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오늘 쑤저우까지의 라이딩이 매우 걱정됐다.
하지만 산돌호텔의 규칙상 이틀이상은 묶을 수 없기에.. 나도 그 규칙을 깨기 싫고, 80%이상 방수가 확실히 되는 우비가 있기때문에
힘차게 떠날 수 있었다. 마지막날 아침까지 미역국을 끓여주시고 도시락까지 싸주신 산돌님과 아쉬운 인사를 하고 쑤저우로 떠난다.
산돌님이 말씀해주신 정보에 의하면 창저우에서 쑤저우까지 길이 아주 좋다고 하셨다.
역시 말씀하신대로 차도와 저전거도로가 완벽하게 구분된 안전하고 깨끗한 길이계속 나왔다.
중국인들은 비가와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살던대로 똑같이 산다..(우비하나 걸치고)
중국에서 일반 빌딩못지 않게 세워지는건 아파트다.
보통 우리나라는 시장조사를 하고 아파트 건축을 하고, 여러가지 마케팅을 하며 세입자를 끌어모으는데..
중국은 일단 지어넣고 때려박는(?) 단다.. 중국이 아무래도 공산당이다 보니 당의 권한이 세고
그들의 힘으로 저 높은 아파트 분양도 쉽게 하나 보다.
처음으로 상해 표지판이 보였다. 159km.. 아직 멀리 있긴하지만 왠지 표지판만봐도
상해에 도착한것같은 착각이 들었다.
점심은 산돌님이 싸주신 닭가슴살 덮밥이다. 이날 날씨도 춥고 그래서 힘들었는지
진짜 맛있게 먹었다. 첫날 위해에 배타고 들어올때 식당에서 챙겨온 김과 함께 싸먹으며 점심을 먹고 있는데
자전거여행자들이 심심치 않게 지나갔다. 한국같으면 무조건 불러세워서 이야기도 나누고 할텐데 여기는 은근히 자전거여행자가 많아서
서로 그렇게 신기하게 생각안하나 보다..
장강하나 넘었을뿐인데 그제 본 중국과는 전혀 다른 모습들이 계속 펼쳐 진다.
청도에서 많이 봤던 고급세단도 서서히 많이 보인다.
오후가 되어 비가 점점 그쳐서 잠시 다리 밑 공원에서 우비를 벗고 휴식을 취했다.
이런곳이 텐트치기 딱 좋은 장소인데 왜 막상 텐트를 치려고하면 좋은 장소가 안보이는건지 모르겠다.
오후 5시에 쑤저우에 도착했다. 하늘에는 천국, 땅에는 쑤저우와 항저우가 있다는 말이 있다.
중국인들이 제일 살고싶어하는 도시 또한 쑤저우다. 듣던데로 물의 도시이고 이곳 역시 깔끔하고 좋은도시지만
창저우와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창저우는 딱딱하고 경직되보이는 도시라면 쑤저우는 자연스럽고 사람냄새 나는 동네랄까?
쑤저우에서 3일 묶은 유스호스텔의 고양이인데, 3일내내 9시정도만되면 항상 내 무릎에와서 잠들곤 했다.
전국자전거여행 중 10일간 고양이를 데리고 다닌 경험이 있기때문에 왠지 고양이에게 정이 많이 간다.
자길 이뻐해주는줄 아는지 자꾸 내주위에 와서 놀다가 잠드는데, 고양이 깰까봐 못움직여서 덕분에 모기들 파티 제대로 했다.
근데 사진속에 왠 흑형이....
20kg가 넘는 짐을 싣고 다니며 하루 100km가까이 이동하는 자전거여행이 정말 힘들지만
이렇게 숙소에 몇일 묶을때는 내 개인 자가용(자전거)이 있기때문에 공짜로 그곳의 구석구석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카페베네도 떡하니 번화가에 자리잡고 있다.
한국에 있을때 카페베네를 거의 매일 이용해서 가격이 궁굼해서 들어가보니 한국과 가격이 비슷했다. 오히려 조금 더 비싼듯 했다.
주일 이여서 지하철을 타고 쑤저우에 있는 한인교회에 가기로 한다.
개통한지 1년밖에 안된 지하철이고 아직 1호선밖에 없기때문에 사람들도 적고 무척 깨끗했다.
구글지도를 보고 교회쪽을 가는데 한글간판들이 많이 보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곳이 쑤저우 한인타운이였다.
한국슈퍼라서 당연히 한국점원이 한국어로 반겨줄줄 알았는데 중국어로 한다.. 이곳 한인들이 중국어를 할줄아니까 굳이 중국점원이 어려운 한국어로 응대할 이유가 없다.
한인상가 3층에 있는 교회였는데 규모가 꽤나 컸다.
예배를 드리고나서 목사님과 인사를 하고, 얼떨결에 오후에 있는데 청년부 예배까지 드렸다;;
유학생들과 직장인들이 30명정도 있었는데 서로서로 별로 안친해 보였다..
1년전에도 자전거여행자가 교회로 왔다는데 그친구는 북쪽으로 올라가서 내몽고를 거쳐서 유럽으로 간다고 했다.
그분 지금쯤 유럽에 도착했을까?
쑤저우한인상가. 마치 한국에 온것처럼 중국사람빼고 모두 한국인이다..
청년부예배 끝나고 도시락도 싸주셔서 공원에서 먹었다
(저만 싸주신게 아니라 청년들한테 모두 주셨어요ㅎ)
작년 북경 여행갔을때 파쿠르 하는 친구들을 우연히 봤기때문에 이번에도 비보이나, 파쿠르 등 익스트림 스포츠 하는 젊은친구들을
만나는게 작은 소망이였다. 그래서 공원으로 갔는데 젊은이들이 젬배(?) 같은것을 치고 놀고 있었다.
특히 가운데 저 서양인은 중국어가 수준급이 였다. 아마 유학생인것 같다.
쑤저우에 왔으니 그래도 관광지 한군데는 들려야할 것같아서 선택한 사자림.
제일 규모가 크고 멋지다는 졸정원보다 입장료가 싸서 선택했다.. 사실 이런 관광지보다 자전거타면서 현지인들 생활
구경하는게 훨씬 재밌어서 언제부턴가 이런 관광지에 흥미를 잃었다.
그래도 이왕 온거 안가면 후회할까봐 갔는데 생각보다 상당히 재밌었다.
사자림은 저렇게 기이한 바위들로 미로를 만들어놨는데, 요거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다.
밖에서 보기에 작은 규모라 만만하게 보고 들어갔는데 20분정도 출구를 찾지 못하고 결국 바위를 넘어서 빠져나왔다.
중국인 가이드 말을 들어보니까 들어갈때 오른쪽 문으로가면 길을 안잃고 왼쪽 문으로 들어가면 길을 길을 잃는다는데 무슨 법칙이 있나보다.
여기도 온통 중국인이다. 다들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가운데 검정색 티셔츠의 청년이 길을 잃어서 당황하는 모습이 보인다.
나름 재밌었던 사자림을 뒤로하고,
혹시나 없어지지 않았을까 재빨리 자전거주차해놓은 곳으로 달려왔다.
다행이 자전거와 부속품 모두 무사하다.
가끔 이렇게 자전거를 밖에나 묶어 놓으면 상상하는게..
만약 이 자전거가 도난당하면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완벽한 핑계거리가 생긴다는.. 그런 상상을 한다.
그만큼 한국이 그립긴하다.
(인력거 아저씨들의 호객행위는 일상이다.. 그냥 아무나 찔러본다)
하지만 지금 내가 선택하고 하고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 너무 행복하다.
자신이 진정 일생을 바칠 만한 가치 있는 일에 몰입할 때
행여 과정이 조금 고통스럽더라도 행복할 수 있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선택과 과정에서 이미 성공을 거둔 것이다!
편의점에만 가면 자꾸 애국심이 생겨서 한국음식들만 사게 된다.ㅎㅎ
동방즈먼. 교회 근처에 있던 공사중인 건물이였는데 거의 완공직전이고 그 높이와 화려함이 어마어마 하다.
이런 건물들이 지금 중국에 수도없이 생기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동방즈먼 근처에 있는 공원을 한바퀴 돌기로 했다.
얼마지나지 않아 익스트림 스포츠를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인라인스케이트와 BMX자전거를 타는 친구들이 였다.
왠지 이친구들을 보니 자극이 되어서,
소싯적 한창 춤으로 날렸을때(?)를 생각하며 포즈를 잡아본다.
저녁에는 한국 김밥천국 같은 곳을 왔다.
이 제육 덮밥이 무려 한국돈 8천원 가까이 한다.
중국에서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들은 대부분 비싼것같다.
아무래도 고향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아쉬워서 오는거니까 싸게 팔 이유가 없는것같다.
숙소까지 10km정도 되는 거리를 자전거 타고 오니까 아름다운 장면도 많이 보게 된다.
이름은 모르지만 중국 남대문..
중국사람들은 뒤에서 아무리 경적을 울리건, 역주행을 하건, 추월을 하건, 심지어 뒤에서 박아도(물론 살짝)
화를 내지 않는다. 얼굴한번 찌뿌리지 않는다.
"런뚜어띠따"
(人多地大)
사람이 많고 땅이 크니 무슨일이 생겨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대륙의 마인드를 느낀다.
26일 : 110km
28일 : 90km
중국자전거여행 누적거리 = 1090km
첫댓글 흥미진진한 여행이네요 화이팅
재밌게 봐주세요^^
이야,,우리 광우의 멋진 춤을 직접 봐야 하는데~~ 나도 여행 안좋아하고, 이렇게 중국인들 생활하는게 좋아~~
마지막 사진은 압권이네요. 그리고 대륙의 마인드!! 저에게도 그러한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며 안광우님의 재밌는 글들, 정말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