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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6.4.-5. 산행입문 20여년만에 첫 지리산 등정에 오르다. 거림-세석-장터목-천왕봉-중산리 종주코스다. 경남 산청군 시천면 내대리소재 천왕봉팬션&연수원에서 1박. 조식 후 아침6시반 거림골에서부터 시작되는 지리산 등반길에 나서다. 등산로 초입에 버티고 서서 등산객을 맞이하는 노송. 천왕봉 등정의 첫 사진이 되었다. 숲길사이를 땅을 보며 계속 오른다. 숨도 차다. 긴 호흡으로 바꿔본다. 거림에서 3.2km를 지난 구간. 북해도교라는 이름의 다리를 건넌다. 오뉴월에도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어 붙여진 이름이라 전한다. 돌밭을 따라 숲길을 2시간 반 정도를 오르니 시야가 트인다. 세석대피소까지 500M지점이다. 외삼신봉과 내삼신봉, 삼천포가 보이는 전망대가 있다. 앞서 도착한 휘산회그룹들이 기념촬영에 한창이다.
산행시작 3시간 10분만에 세석산장에 도착. 드문드문 철쭉꽃이 보이는데 연분홍빛갈이다. 평원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신라시대 화랑들의 심신수련장이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산행가이드 ‘지리산’의 저자 김명수씨는 세석(細石)에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으나 화전을 일구다 난 산불로 인해 관에서 주민들을 이주시켰다고 전한다.
세석평전(細石平田)을 소개하는 국립공원의 안내판에 쓰여진 평전(平田)이라는 말도 일본식 표기라며 세석고원이라 고쳐 부르고 있다. 1472년 8월 점필재선생은 지리산기행기를 남기셨다. 그 분의 나이 42살 때다. 김종직은 세석고원을 저영원(沮汝原)이라 불렀는데 지형상 외부에서 접근하기 곤란하다는 점 때문에 당시에는 세석을 그렇게 불렀다고 했다.
세석에서 장터목까지 3.4km, 천왕봉까지는 5.1km구간이다. 촛대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풍광이 아름다워 이곳에서 시간을 많이 지체했다. 세석고원에서 촛대봉(1703m)에 오르는 구간은 잘다듬어진 돌밭길이다. 모진 비바람을 견뎌내며 오랜 세월 벼랑끝에서 굳건히 버텨온 소나무도 보인다.
지리산 종주코스 중 가장 아름답다는 촛대봉(1,703m)-삼신봉(1,678m)-연하봉(1,730m)-장터목(1,750m) 구간. 2.7km 구간에서 2시간 넘게 시간을 많이 지체하다. 처음 보는 고사목과 기암괴석, 겹겹이 펼쳐진 능선들, 신선들이 살았을 것 같은 삼신봉부근에서는 칠순선배가 따라주는 도라지술도 받아 마시다. 장터목(場基項)은 옛날 산청군 시천면 주민들과 함양군 마천면 주민들이 물물 교역을 하던 장소라고 한다. 구례의 화계장터 같은 곳이 이 높은 산꼭대기에 있었다는 사실에 옛 조상들의 힘이 느껴진다. 지금의 장터목은 예전의 장터보다 더 부산하고 번잡스런 곳이 되었다고 한다. 청왕봉 일출을 보기위해 사방 다섯군데의 등산로를 통해 장터목산장으로 집결하다보니 등반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등반소요시간이 휘산회 목표시간보다 1시간 정도 지체되었다. 지리산 종주내내 길잡이를 맡아준 54산악회의 뚝심 영호가 서둘러 길을 재촉한다. 장터목에서 천왕봉으로 오르는 1.1km 구간은 내 기억으로는 천왕봉 등정의 가장 힘든 등반길이었나 싶다.
천왕봉에 오르기 전 만나는 제석봉(帝釋峰). 제석봉(1808m)은 전나무, 구상나무, 분비나무 등 아름드리 침엽수가 빽빽이 우거진 지리산의 전형적인 고산숲이었으나 1960년 산불로 숲이 황페화되었다고 지리산의 저자는 전한다(39쪽). 거목들이 불탄 자리에 남아 있는 고사목들 사이로 어린 구상나무들이 보인다. 천왕봉 등정을 서둘러야 하기에 사진찍을 겨를조차 없이 숨찬 발길을 재촉한다. 제석봉 이정표에서 철사디리를 내려서면 좌우로 암벽 비탈길이다.
천왕봉을 오르는 마지막 관문 통천문(通天門). 하늘에서 내려오는 사람들과 하늘에 오르려는 사람들로 병목현상이 생기는 곳에서 연옥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바위돌을 밟고 오른다. 천왕봉300m 표지판이 서있다.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라는 표석이 새겨진 천왕봉(1,915.4m)에 올라선다, 거림에서 천왕봉까지 6시간 반만에 천왕봉(1,915.4m) 정상을 밟는다. 하늘을 떠 받치는 기둥, 천주(天柱)라는 글씨가 새겨진 바위를 보고 싶었으나 그저 희망사항이 되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천왕봉 정상에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서둘러 중산리 길로 하산. 비오듯 땀이 쏟아지고 목이 탔지만 지난여름 설악산 경험을 살려 생수 2통에 이온수 2통을 준비했기 잘 견뎌낸 듯 싶다. 정강이와 무릎이 뻐근해 법계사에서 무릎보호대를 차고 스틱까지 네 다리로 힘든 하산길을 마치다. 스톱워치를 멈춘다, 11시간10분. 중산리에 도착하니 안내봉사를 맡은 휘산회 후배가 반가히 맞는다. 지리산1박산행기회를 주신 휘산회 회장과 산악대장에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산에서 신선주를 따라주신 鹿潭 柳淏宣 선배가 천왕봉을 오른 후 남긴 시다.
登天王峰 천왕봉을 오르다
天下東方天王屹 천하 동방에 천왕봉이 우뚝 솟아 있고 姑壇聖母護社稷 노고단 성모께서는 나라 보호 하시네 千里周長四表通 천리 산둘레는 사방으로 통하거늘 三道五郡相和集 세개의 도와 다섯개 군이 화합을 하는도다 高峻卄峰爭絶美 빼어난 스무개 봉우리 서로가 뽐내는데 頭流景槪十絶特 두류산 경치중 그 십경은 더욱 뛰어나더라 淸嵐圍繞萬洞谷 맑은 산기운 만 동곡을 감싸고 도는데 歷史恨氣充滿溢 지난 역사 원한의 기운 가득 서리어 있네 端午前日臨山頂 단오 전날 천왕봉 정상을 올라서 拂邪洒情感拜揖 사심 털고 마음 씻으며 그간 은혜에 답배 올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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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60년대 초 대학 시절에 친구들과 1박 2일 코스로 산 속에서 떨고 자면서 천왕봉을 오른 기억이 있는데
사진을 보니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저는 앞으로 다시 오를 수 없겠지요? 힘 있을 때 오릅시다. 병국 드림
오르실 수 있습니다.병국회장님!.
힘있을때 오르셔야 합니다^^ 76세의 대선배도 천왕봉을 올랐습니다.
재경서흥회가 서울성곽길을 한바튀돌면 기를 충분히 받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