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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주사비혈(九州四秘血)
채 그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위--이--잉!
콰르르르…!
엄청난 뇌강의 강륜이
무섭게 여황천후를 비롯한 팔대패왕화를 휩쓸었다.
콰릉--!
콰르르르릉--!
콰콰콰쾅--!
천번지복이던가?
그것은 무시무시한 광풍으로 천지를 휘몰아쳐 갔다.
"크--윽!"
"으--음--!"
허공으로부터 신음성과 함께
노파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지면에 나뒹굴었다.
동시에,
화르르…!
거대한 체구의 홍포노인이 허공에서 날아 내렸다.
마치 뇌신을 보듯,
엄청난 기개를 지닌 노인이었다.
여황천후는 독살스런 눈으로 그를 노려 보았다.
"뇌정마벽종! 당신이 감히…!"
--뇌정마벽종!
바로 그는 대륙육합천패 중 뇌정마계의 계주인 뇌정마벽종이었다.
언제인가,
하후미린과도 일대면이 있었던 인물,
뇌정마벽종은 우렁찬 대소를 터뜨렸다.
"우하하핫…! 본종은 천후와 오랜만에 회포나 풀고자 이렇게 왔소이다!"
그 말에 여황천후는 발끈했다.
"비켜욧! 본후는 당신과 노닥거릴 시간이 없어요!"
이어,
스스슥…!
그녀는 몸을 날려 그의 옆을 지나려 했다.
허나,
"핫하… 어딜 가시려오?"
콰르릉--!
쿠--앙!
돌연,
대지를 태워 버릴 듯한 엄청난 뇌기가 여황천후에게 쇄도했다.
"당신이 기어코 나를 가로막으려는군요!"
여황천후는 이를 악물며 뇌정마벽종을 쏘아 보았다.
뇌정마벽종은 대답대신 급히 하후미린을 향해 외쳤다.
"임마! 안 가고 무얼 하느냐?
묵붕천비영과 황금재벌 놈들이 들이닥치기를 기다리느냐?"
그제서야 하후미린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나를 도와 주러 왔구나!)
그는 감격하여 깊이 포권했다.
"후일… 사례를 하겠습니다."
다음 순간,
화르르…!
그는 지체없이 천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이… 이런…!"
여황천후는 그가 사라지자 대노하여 길길이 뛰었다.
그 때,
"헛허… 그렇게 화내실 게 무에 있소?"
뇌정마벽종의 조소가 그녀의 약을 바짝 올려 놓았다.
뒤이어,
"야--압!"
콰르릉--!
콰쾅--!
"흥! 네깟 것이!"
휘류류--륭--!
쩌--쩌--쩡!
격돌을 하는지 굉음이 난무했다.
하후미린은 그 소리들을 뒤로 하고
질풍같이 전면으로 쏘아져 나갔다.
쐐--액!
허나,
십 리를 채 못 갔을 때였다.
돌연,
그의 양 옆으로 다가서는 인영들이 있었다.
스스스…!
두 부류의 인물들,
한쪽은 금갑을 두른 삼십육 인의 괴인들로서,
하후미린은 대략 그들을 알아 보았다.
(삼십육금황천신…!
십 년 전에 철혈전후에게 당했으나 무적이라고 한때 불리우던
황금재벌의 황금수호무신들…)
한편,
스스으…!
다른 쪽에는 얼음으로 빚은 듯 으스스한 한기를 뿜어내는
혈령괴인들이 다가오고 있다.
그들 한 명 한 명에게서 각기 풍기는 지독한 살기를 대하자
하후미린은 내심 중얼거렸다.
(이 자들은 대륙육합천패 중 전문살수집단인 신비혈련의 살수들이다…)
하후미린의 안색은 몹시 침중해지고 말았다.
여황천후의 마수에서 벗어 나기가 무섭게,
대륙천하를 주름잡는 대륙육합천패에게 걸려 들다니…!
그는 염두를 굴리며 궁리를 짜내야 했다.
(이 자들을 우선 벗어나야 하거늘… 어찌해야 한다?)
허나,
방법은 언뜻 떠오르지 않는 가운데,
스스스…
허공을 밟으며 한 명의 금포노인이 다가왔다.
전신을 보옥으로 뒤덮다시피 한 인물,
그는 대뜸 하후미린을 회유하려 했다.
"아이야, 본벌주를 따라 가자,
그러기만 하면 대륙천하를 다 살 수 있는 재화와
천하의 미녀들이 모두 네것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귀공이 바로 황금재벌주이신 황금대야이겠구료?"
하후미린이 묻자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노부가 황금대야이지
. 그것을 알았으면 어서 이리 와야 되겠구나."
아아… 그랬는가?
--황금대야 금사신!
저… 구주팔황을 황금으로 뒤덮을 수 있다는 황금성--황금재벌!
그 황금재벌의 지존인 자,
아울러,
대륙의 육패천인 중 황금의 신!
제자인 금황신후 금사란을 보내,
하늘의 용을 낚으려 했던 바로 그 자였다.
황금대야는 하후미린에게서 욕심을 불러 일으키느라
은근히 애를 쓰고 있었다.
허나,
하후미린은 딱 잘라 거절했다.
"미안하지만 본인은 재화도 미녀도 원치 않소."
"무어라고? 이런 방자한 것 보았나?"
황금대야는 대노했다.
기대가 클수록,
실패했을 때의 실망도 비례하여 커진다.
황금대야 금사신!
그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신이 차지하지 못한다면,
남에게도 주기 싫은 것이 아닌가?
그는 살심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자,
스스스…!
때를 맞추어 양 파의 고수들이 즉각 포위망을 좁혀 왔다.
그것을 본 하후미린은 드디어 한 가지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
(별도리 없다.
한 번도 무공을 써보지 않았으나
뚫고 나가려면 한 번 시도해 보는 수밖에…)
이윽고,
그는 천천히 쌍수를 들어 올렸다.
스스슥…!
일순,
그의 쌍수는 수천만 개의 수영을 일으켰다.
휘류류…
핏빛의 사기를 내뿜는 혈수,
아!
그것은 바로 유령천사종의 천사지존수가 아닌가?
허나,
실전은 처음인 하후미린이 그것을 완벽히 구사해 내기는 불가능했다.
황금대야는 대뜸 그 허를 파악하고는 코웃음을 쳤다.
"그 따위 무공으로 감히 나를 상대하려는가?"
한데, 그 때였다.
쿵!
쿠--웅!
돌연,
삼십육금황천신들과 신비혈련의 살수들이
짚단처럼 쓰러져 가는 게 아닌가?
"헛!"
황금대야는 아연실색했다.
허나 그 순간,
츠츠츠…!
푸시시시…!
괴이하게도 쓰러진 삼십육금황천신들은
금갑만을 남긴 채 한 줌 혈수로 화해 갔다.
"어느 놈이냐? 독공을 쓴 놈이?"
황금대야는 버럭 일갈했다.
"이… 이런!"
하후미린까지도 불의의 사태에 흠칫했다.
그 때,
"호호호! 황금대야! 감히…
본 구주독밀계의 독인지존을 핍박하다니…!"
싸늘한 살기 어린 여인의 교갈이 터짐과 아울러,
스스스…!
밤안개와도 같이 피어 오르는 묵기류!
한데,
푸시시…!
오오… 녹아 내리고 있었다.
흑무에 닿는 나무며 기암이
모조리 한 줌의 독수로 흘러 내리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쩌--엉!
그 흑무 사이로 폭사해 나오는 두 줄기 흑안!
횐자위는 허나도 없는,
흑진주와도 같이 까맣고 영롱한 눈이었다.
그 눈에서는 시퍼런 독강전이 줄기줄기 뻗어 나오고 있었다.
하후미린은 흠칫하며 안색을 굳혔다.
반면,
"그대는…!"
황금대야의 안색은 시커멓게 굳어가며 경련마저 일으키고 있었다.
"구주독밀계(九州毒密界)…
전설의 구주사비혈(九州四秘血) 중 독종비혈맥(毒宗秘血脈)이 나타나다니…"
황금대야는 충격을 받은 듯 침음성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럴 수가…!
독종여황모(毒宗女皇母)!
황금대야를 제어하고 나선 인물은
바로 구주독밀계의 계후인 독종여황모였던 것이었다.
만독묵강대법을 시술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었던 여인,
그녀는 만독성황지를 벗어난 후
지금까지 암중에서 하후미린을 미행하며 보호했던 것이었다.
황금대야 금사신!
대륙을 받치는 여섯 하늘 중 황금천… 황금재벌의 지존!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구주사비혈!
그 신비로운 힘이 드러날 때,
천하의 판도가 뒤바뀌리라는 사실을,
사실,
황금의 힘은 천하를 뒤덮을 수 있는 거력이 아니겠는가?
황금대야 금사신이 보는 천하,
그것은… 세 가지였다.
우주오대초인으로 대변되는 인간의 신화!
그리고,
대륙의 여섯 하늘--대륙육합천패!
변황의 공포혈세--패천사상혈세!
대륙과 변황을 장악하고 있는 파천황의 힘을 지닌
패세의 그것들이 둘이요…
거기에, 이제껏 드러나지 않았다.
오직, 전설상으로만 구전되어 내려오는
신비의 천외세력이 바로 구주사비혈이었다.
그것이 마지막 세 번째였다.
(구주독밀계. 그 인간 이전의 전설이 현세하다니…)
황금대야는 등줄기로 식은땀이 흐름을 느꼈다.
허나,
그는 곧 정신을 추스렸다.
황금재벌의 지존좌!
그 자리는 오직 하늘만이 차지할 수 있는 좌였다.
황금대야 금사신!
그는… 대륙의 여섯 하늘 중 일천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곧 대륙의 권위였고,
황금대야는 예의 오연한 기세로 일갈을 터뜨렸다.
"황금재벌은… 구주독밀계와 아무런 은원이 없거늘…
어찌 독수를 쓰시오?"
노기마저 서린 일갈이었다.
그런 그의 시선은 이미 녹아 독수로 화한 삼십육금황천신을 보며
파랑을 일으키고 있었다.
허나,
독종여황모는 태연히 대꾸했다.
"호호! 그 분은 본 구주독밀계의 일천독종녀의 정인이시자
독종여황모의 부군이세요!"
하후미린을 바라보는 독종여황모의 봉목,
그 검은 흑진주같은 눈망울은 촉촉히 젖어 있었다.
짙은 사랑의 애수가 넘쳐 흐르는,
한데,
"저 자가 구주독밀계의 독인지존?"
황금대야는 아연한 시선으로 새삼스레 하후미린을 돌아보았다.
하후미린,
그는 비로소 뇌리의 일각에 잡혀지는 환상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군! 여황천후에게 끌려갔고… 혼미한 상태에서 들은… 음성.)
아울러,
그는 생각을 끊어야 했다.
찰랑이는 물결 속에서,
한 마리 야수가 되어 터질 듯한 여체를 미친 듯이 탐하는 자신,
그 황홀한 영상이 피어 오르니,
(독종여황모…)
하후미린은 새삼스런 시선으로 독종여황모를 응시했다.
남녀의 뜨거운 시선이 서로 교차되고,
그들을 바라보는 황금대야의 시선은 복잡하게 교차되고 있었다.
(일이 꼬이는군!
만일 구주독밀계에 놈을 넘긴다면
천하지존의 군림야망은 버릴 수밖에 없는 일…)
황금대야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포섭하든지 죽이든지 해야 한다!
놈이 구주독밀계와 합일된다면
황금재벌은 황금의 하늘로밖엔 존립할 수 없다!)
츠으으!
그의 눈은 어떤 확고한 결단을 내리고 있었다.
(지금 이곳엔 본벌 외에도 육합이 모두 모여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는 산으로 가는 법! 그렇다면…)
미소,
황금대야의 입가로 음모의 미소가 번져갔다.
(흐흐! 놈은 이미 육합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면 그들은 놈을 죽일 것이다!)
츠츠츠--!
황금대야는 하후미린을 노려보며 살기를 발했다.
(저 계집만 막는다면 용(龍)은 죽는다!)
용은… 죽는다!
황금대야 금사신!
그의 마음은 그렇게 결론짓고 있었다.
그리고,
스--윽!
그는 성큼 앞으로 나섰다.
"독종여황모라 했는가?"
츠--팟!
황금대야는 살광을 일으키며 독종여황모를 직시했다.
"감히… 본녀를 막겠다는 것인가?"
전의를 일으키며 독종여황모는 싸늘한 냉갈을 터뜨렸다.
그와 함께,
그녀는 하후미린에게 재빨리 전음을 보냈다.
"상공! 어서… 피신하세요!
그리고. 아미태산의 무저독룡탄으로 왕립해 주시길."
그녀의 전음을 받은 하후미린은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허나,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다!
힘을 얻었으나… 운용할 묘를 터득해야 한다!)
하후미린은 내심 결심을 굳혔다.
그는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체내에 용솟음치는 어마어마한 힘을,
그러나,
그것은 각기 동떨어져 제멋대로 그의 내부를 휘젓고 있을 뿐이었다.
하후미린에겐 그것을 제어하며 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천무가 필요했던 것이었다.
"그럼… 보중하시길…"
하후미린은 독종여황모에게 포권해 보인 뒤,
슥…!
그는 즉시 허공으로 날아 올랐다.
휘--익!
그러자,
"서랏!"
황금대야는 짐짓 그를 뒤쫓으려 했다.
순간,
"호호! 황금대야! 본녀를 부숴야만 그 분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츠츠츠츠…!
가공할 묵강독류가 황금대야를 휘감아왔다.
"감히…! 금황천강폭--!"
쩌--엉!
황금대야의 전신에서 엄청난 금광이 폭발해 오르며
묵강독류에 부딪혀 갔다.
콰--우우우--!
콰콰콰--쾅!
대기가 찢어질 듯 떨어 울리고,
땅거죽이 균열되어 뒤흔들린다.
대륙의 하늘과,
구주의 신비혈의 격돌!
그 굉렬한 전투는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한편,
쐐--애액!
하후미린은 모든 속력을 다 내어 동북 방향으로 치달렸다.
그러던 약 일다경 후,
"허엇!"
그는 급히 발길을 멈추고 말았다.
그의 앞,
그곳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까마득한 단애가 아닌가?
마치,
천제(天帝)가 도끼로 대지를 찍어 갈라 놓은 듯 험준한 절곡,
(휴우… 길을 잘못 들었다.)
그는 내심 낙심천만이었으나 이내 돌아서 다시 달리려 했다.
허나 그 순간,
스… 슥…!
돌연,
한 무더기 묵영이 그의 앞에 바짝 내려섰다.
(으음?)
하후미린은 흠칫하여 그 인영을 주시했다.
내려선 인물,
"…"
그는 초로의 노인으로 흑포를 걸치고 있었다.
하후미린은 그를 대하자 대뜸 심한 압박감을 받았다.
(엄청난 기도로군…!)
과연 그러했다.
츠으으…
흑포노인의 전신에서는 태산 같은 기도가 흐르고 있었다.
더욱이,
걸치고 있는 흑포와 한 자루 묵직한 묵도가 사뭇 위압감마저 조장한다.
흑포노인,
그는 형형한 안광을 발하며 하후미린을 주시했다.
"그대가 하후미린! 만상하후천맥을 이은… 천림소종사인가?"
묵직한 음성,
음성마저도 엄청난 무게가 깃들어 있다.
하후미린은 똑바로 그를 마주보며 입을 열었다.
"그렇소이다. 귀공은 혹시 묵붕천비영주가 아니오이까?"
그 말에 흑포노인은 사람 좋게 웃었다.
"헛허. 맞네. 노부가 바로 묵붕지존이라는 사람이지."
(역시.)
하후미린은 그 이름을 듣자 대번에 안색을 굳혔다.
묵붕지존!
아는가… 그 이름을…?
하늘의 제왕!
그렇게 불리우는 자를,
지상에서 가장 빠른 천비인!
대륙육합천패 중 묵붕천비영의 지존!
십 년 전,
그 자는 다른 육합과 마찬가지로 대륙군림의 기치를 들어 올리며
야망의 발걸음을 내딛었다.
허나,
그의 군림야망은 무서운,
저… 공포의 바람--천년풍!
그 무적철혈풍에 휘말려 처절히 좌절되어야만 했다.
아울러,
묵붕조인들도 대륙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한데,
지금,
묵붕천비영은 묵붕지존과 함께 찬란한 부활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으니,
그 묵붕조인군단은 천하정복의 기치를 드높이 올린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하후미린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다.
하늘의 제왕이,
하후미린은 내심 복잡한 심정이 되고 말았다.
(묵붕지존. 이 인물은 철혈전후에게 초주검을 당하고서도
천하제패의 야망을 버리지 않는 대효웅이다.
그러니 이자가 나를 찾는 이유는 뻔하다.)
그는 매우 안색이 침중해졌다.
(곧 나를 이용하여 천하 위에 서려는 것이다.)
이미,
그로서는 묵붕지존의 속셈을 훤히 알고도 남았다.
그 때,
묵붕지존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소형제, 내키지 않더라도 자네는 본 영주와 함께 가 주어야겠네."
천하의 어느 인물이 이 말에 항거하겠는가?
허나,
하후미린만은 달랐다.
"영주의 호의를 받아들일 수 없음을 용서하십시오."
그는 점잖게 잘라 말했다.
그러자,
묵붕천비영주는 은근히 힘주어 말했다.
"설마 본 영주로 하여금 손을 쓰게 하지는 않겠지?"
"미안하오이다."
하후미린은 역시 힘주어 대답했다.
이어,
슥…!
그는 천천히 쌍수를 쳐들었다.
그리고는 내심 염두를 굴렸다.
(기습이다! 천사지존수를 동시에 걸쳐 시야로 가린 뒤,
유령천사지둔술로 벗어나야 한다.)
그의 머리는 재빠르게 회전하여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
천사지존수!
역사상,
최강의 절대사종이었던 유령천종!
그가 죽음으로 얻은 영감을 통해 남긴 사계최후의 대사공!
관음천불수!
대륙의 원세불도계의 장을 열었던 대성니--보타성니!
그녀가 남긴 대륙최극강의 수공!
유령천사지둔술!
하늘마저 가두어 버릴 수 있다는 초자연진--천라금쇄천죽대진!
그것마저 뚫었던 유령의 신법!
그 세 가지는 가히 무의 최고봉에 오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이었다.
만일,
그 중 한 가지라도 극성에 이르도록 연마하여 펼칠 수 있다면,
하후미린은 능히 지금의 난관을 돌파할 수 있었다.
허나,
그가 그토록 절실하게 바랐던 힘!
그것은 너무나 돌연히 자신도 모르게 찾아 들었고,
그것을 제어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이 그는 쫓김을 당하고 있는 것이었으니,
어찌하겠는가?
한편,
묵붕천비영주 묵붕지존은 감탄과 조소가 섞인 투로 한 마디 덧붙였다.
"무공을 알고 있다니, 놀랍군."
허나 그 때,
"천사지존수! 관음천불수!"
낭랑한 외침이 일며 돌연,
쩌쩌쩡!
츠츠츠…!
일시에 십 장 방원이 수천, 수만의 수영으로 뒤덮였다.
동시에,
콰르르릉…!
산악이라도 허물어 버릴 듯한 엄청난 강기가 묵붕지존을 덮쳤다.
"헉!"
설마했으나 묵붕지존은 비로소 대경실색했다.
"우야--압!"
그는 감히 얕볼 수 없음을 알자 급급히 마주 경기로 쓸어 갔다.
콰르르…!
푸학--!
허나 그 순간,
스스슥. !
하후미린은 그의 시야에서 흐뜨러지고 말았다.
마치,
유령과도 같이,
(아차! 속았다!)
묵붕지존은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그러나 그가 누구인가?
대륙육합천패 중 하늘의 제왕!
천하제패의 야망을 가진 대효웅!
그는 즉각 쌍수를 내쳤다.
"벗어나지 못한다! 묵붕파천강(墨鵬破天剛)!"
콰르르릉!
쿠아앙!
돌연,
엄청난 폭풍이 일었다.
동시에,
천지가 거대한 묵붕의 그림자로 뒤덮이고 말았다.
"아!"
한 줄기 절망이 담긴 신음이 터졌다.
하후미린,
그는 그 어디로도 빠져 나갈 수 없음을 느낀 것이었다.
묵붕파천강!
일천 마리 묵붕들이,
그대로 하늘에서 쇄도해 오며,
그 가공할 부리로 쪼아들 듯이 짓쳐드는 수천, 수만 개의 날카로운 강기!
콰콰콰--!
그것들은 불완전한 하후미린의 공세를 무차별 부수며 압박해 오고 있었다.
물론,
천사지존수나 관음천불수가 약한 것도 결코 아니었다.
다만,
하후미린은 체내의 엄청난 잠력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가 없어
불완전하게 시전되는 것이었으니,
허나,
하후미린은 정신을 집중시켜 똑바로 정면을 주시했다.
그 순간,
(모두 칠십이변이 있다!)
그의 눈에 묵붕파천강의 변화가 그림같이 확 들어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하후미린은 그에 대처할 능력이 아직껏 없는 상태였다.
퍼--억!
"크---흑!"
그는 처절한 비명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안면이 무너지는 듯한 통증과 함께,
부--웅…
그는 그대로 허공 중에 퉁겨지고 말았다.
"이… 이런!"
묵붕천비영주 묵붕지존은 질겁을하여 그의 신형을 받아 보려 했다.
허나,
허공으로 날아갔던 하후미린,
그는 그대로 긴 호선을 그리며 끝없는 단애 밑으로 추락하고 말았으니…
"아아---아악!"
긴 비명의 메아리를 들으며 묵붕지존은 쓴 입맛을 다셨다.
"으음. 실수다. 묵붕파천강까지 쓰는 것이 아니었는데…"
상대에게 속임수를 당했는가 싶은 순간,
그는 너무도 흥분하고 만 것이었다.
그로 인해,
그는 너무도 쓰디쓴 실패를 맛보아야만 했다.
덕분에,
얻으려던 것을 영원히 잃고 말았으니,
후회란 너무도 속절없는 것에 불과했다.
망연한 시선,
그의 시선 속에 들어오는 것은 깎아지른 듯한 단애뿐이었다.
휘--잉!
거센 산풍이 묵붕지존의 흑포를 어지럽게 흩날리고 있었다.
하후미린,
용은 죽은 것인가…?
콰르르르…!
쿠르르릉…!
휘몰아치는 격랑의 소용돌이,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시커먼 격랑이 몰아친다.
돌연,
"우… 우… 우…!"
창노한 장소성이 격랑을 뚫고 메아리쳤다.
그와 함께,
스스스…!
한 줄기 인영이 우측의 석벽으로 날아올랐다.
아!
능공허도의 경공!
화르르…!
인영은 절벽 사이로 튀어나온 석반에 가볍게 올라서고 있었다.
밑으로부터 그곳의 높이는 무려 백여 장,
뉘 있어 그 높이를 이렇듯 쉽게 오르내리는가?
그 인물,
그는 마의를 걸친 평범한 촌노였다.
한데 문득,
"드디어…!"
주름진 노인의 얼굴에 미묘한 흥분의 기색이 일렁였다.
그는 두 눈에 광채를 빛내며 한 곳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가 주시하는 곳,
그곳에는 검붉고 거대한 바위가 허나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두 자 높이의 나무가 한 그루 솟아 있었다.
바위에 나무가 자라다니…!
분명히 그것은 괴목임에 틀림없으리라.
과연, 그것은 괴목이었다.
반투명한 나무줄기,
거기에도 잎사귀라고는 허나도 없고,
단지 그 끝에 주먹만한 자색의 과일이 열려 있었다.
마의노인은 그 과일을 보며 떨리는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태양천령금과(太陽天靈金果)! 백 년을 하루같이 기다렸거늘…
오늘에야 열렸구나!"
아!
<태양천령금과>
천지간의 태양정기를 흡수하여 십만 년 만에 성숙한다는 전설의 영과!
이는 복용하면 무려 십갑자의 공력을 줄 뿐만 아니라,
하늘이라도 태워 버릴 엄청난 태양화력을 얻을지니!
이 효능으로 인해 화문에서는 무가지보로 불리우고 있지 않은가?
마의 노인은 잔뜩 긴장하여 태양천령을 주시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스으… 스으…!
태양천령의 강렬한 향기가 절곡 전체를 진동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차츰 태양천령의 색은 반투명하게 변해갔다.
그러던 한 순간,
"되었다!"
마의노인은 희열을 감추지 못하며
급히 작은 옥갑을 열어 과일 밑에 대었다.
뚝!
과일은 때를 딱 맞추어 옥갑 속으로 떨어졌다.
노인은 재빨리 옥갑을 닫으며 중얼거렸다.
"태양천령금과…
이것이면 전후님은 잃은 정력을 오성쯤은 회복하실 수 있으리라!"
허나 문득 그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늘이 덮었다.
"가장 거친 광풍이 불려 하거늘…!"
깊은 탄식이 절로 그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신농의맥(神農醫脈)을 이었다는 나 천약종(天藥宗)의 재간으로도
전후님의 전신철혈패력(戰神鐵血覇力)을 되찾아 드릴 수가 없으니…"
마의노인,
그는 자신을 가리켜 이렇게 칭했다.
천약종!
그것은 의계(醫界)의 신화적인 이름이었다.
의도쌍천류 중 천약류인 신농의맥!
그 성스러운 피를 이어온 신농의황의 후예가 바로 그였던 것이었다.
아울러 그는 일갑자 이전에 모습을 감춘
고고한 한 마리 백학과도 같은 존재였으니!
철혈전후!
삼 년 전 육합패혈풍을 잠재웠던 천 년의 … 바람!
그 철혈초인녀의 곁에서 보필해 온 유일한 인물이 바로 그였다.
"돌아가 보아야겠군!"
볼 일을 마치자 천약종은 더 이상 지체하지 않았다.
화르르…!
그는 곧장 절벽으로 뛰어내렸다.
마치 선학인 양 가벼운 날갯짓으로 그는 날아내린 것이다.
한데 그 순간,
"엇!"
갑자기 그의 눈이 크게 떠졌다.
격류에 휘말려 내려오는 한 명의 백의인.
그의 노안에 그것이 뜨인 것이었다.
"천장애에서 떨어졌는가?"
쐐--액!
그는 그대로 격류 속의 백의인에게 쏘아져 갔다.
이어,
"차--앗!"
노인답지 않은 우렁찬 일성이 흘렀다.
동시에,
콰르르…!
파--팟!
갈영이 번뜩였는가 싶은 순간,
천약종은 이미 백의인을 허리에 끼고 격류가로 나와 서 있었다.
허나 곧 그는 혀를 끌끌 찼다.
"이런 … 지독한 강기에 얼굴이 망가졌군."
백의인!
과연 그의 얼굴은 강한 힘에 가격당해 완전히 으스러져 있었다.
이목구비의 구별은커녕 그것이 사람의 얼굴인지조차 불분명한 정도였으니!
마치 수천, 수만 마리의 까마귀에게 쪼여 먹힌 듯,
천약종은 백의인을 물가에 누이고는 찬찬히 살펴보았다.
허나 일순,
"헉!"
천약종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어갔다.
다시 경악은 환희로 돌변하고,
"하하하… 만상… 전능신혈맥!"
그는 이내 하늘을 우러러 미친 듯이 웃어젖혔다.
그러다가 또다시 그는 백의인의 전신을 더듬어 보았다.
마치 무엇을 확인하여 눈에 담아 두려는 듯,
한데 그 순간 그의 얼굴에는 또 다른 경악이 겹쳐졌다.
"오오… 전설의 신비… 수정금강밀법에… 만독묵강대법… 소녀혈음쇄심술법…!"
그는 완전히 입이 귀밑까지 찢어져 어쩔 줄을 몰라했다.
"훌훌… 만상전능신혈맥에 그… 여인의 신비혈이 투입되어 힘이 넘치는도다!"
싱글벙글 그는 기쁨에 들떠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다.
"비록… 그 힘이 너무도 가공하여 조절을 못하나… 전후님이시라면 능히…!"
이어,
그는 품 속에서 급히 옥갑을 꺼냈다.
"전후님께 드리려 했으나 이 자에게 더 필요할 것 같군!"
옥갑을 열자 나온 것은 물론 예의 태양천령금과였다.
천약종은 태양천령금과를 조금도 아낌없이 백의인의 입에 털어 넣었다.
긔고는 더 이상 지체치 않고 그는 백의인을 옆구리에 끼어들었다.
"핫하. 비록 얼굴이 망가졌으나…
태양천령금과의 효능에 노부의 솜씨를 더하면 고금제일미남으로 환생하리라!"
파-앗!
화르르…!
그는 기쁨에 찬 외침을 뒤로 남기며 그 자리에서 사라져 갔다.
풍운대륙!
대륙천하는 야망의 장으로 화했다.
그 폭발의 근원은 한 명의 용의 죽음으로 비롯되었으니…
--천세잠룡 하후미린!
비로소… 알려졌다.
천하에서 그 이름을 아는 자는 백이 될 수 없었다.
허나 그 이름을 아는 자라면,
그리고,
대륙군림의 야망화를 내재한 자라면,
누구라도 그 이름을 떠올리며 경외해야만 했다.
아는가?
저, 우주의 다섯 초인의 신화를?
그 중,
서열 이 좌에 올라 있는 태극천유자 하후량!
그 원세초유의 대철인!
좌시한 채,
천세 후를 내다볼 수 있었던 예언의 초인!
그에게는 또 다른 신비가 자리잡고 있었다.
혼원무계의 제황… 황제!
치우를 격파하였던 무계 최초의 제황!
바로… 그 신화의 맥을 이은 자가 태극천유자 하후량이었다.
아울러,
만상하후천맥,
지상에서 가장 위대한 피!
그 천인신혈의 시조가 되는 자가 태극천유자였으니…
한데 그 감춰졌던 하늘의 숲이 열리고,
비등의 나래를 펴려던 천림소종사… 천세잠룡 하후미린!
그가 채 저… 무궁한 창천으로 웅비해 오르기도 전에,
대륙육합천패!
대륙을 떠받들고 있는 여섯 개의 기둥,
대륙군림에서 야망천세를!
우주오대초인의 신화가 전설로 화한 후,
그들은 대륙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허나,
아무도 모르게 그들은 처절한 패배의 좌절을 맛봐야 했으니!
천년풍!
그 무적철혈풍에 휘말려 갈가리 찢긴 것이었다.
천 년의 바람을 일으킨 주역은 한 명의 여인이었다.
철혈전후라 불리우는 대투혼의 전신녀!
허나,
그 무적철혈풍은 다시는 대륙 위에 웅풍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것이 십 년 전이었고,
대륙육합천패는 십 년을 절치부심하여 힘을 키워왔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야망의 불기을 폭발시켰으니…
그 첫 번째 대상,
바로… 천림소종사 천세잠룡 하후미린을 장악하는 것이었으니!
하늘이 되려는 자들이 어찌 간파하겠는가?
대륙군림을 위한 선봉전사로서,
그보다 더 훌륭한 병기가 어디 있겠는가?
허나,
보물은 하나였고,
탐욕자는 여섯이었으니…
결국,
잠룡은 죽음의 길로 인도되었다.
대륙제일악(大陸第一嶽)이라는 태산(泰山)!
그곳 천장애에서 잠룡은 추락하고 말았던 것이었다.
세인들에게 있어 그것은 별로 충격적인 사건이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용의 손길을 받은 여인들과,
야망의 불길을 가슴에 담고 있는 자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으로 던져졌으니…
그리고,
대륙육합천패는 본격적인 군림거보를 내딛기 시작했다.
천년풍!
그 무적철혈풍이 없는 이상
누구도 육합천패의 야망의 불길을 잠재울 것은 대륙에 있을 수 없었다.
여인제국!
황금재벌!
뇌정마계!
묵붕천비영!
대륙육합천패 중 사대천세!
그들이 공식적으로 대륙군림을 선포하기에 이르른 것이었으니!
그 중, 여인제국이 서릿발같은 교수를 내뻗었으니…
아울러,
신비혈련!
그 공포의 죽음의 찬미자들,
신비의 손이 피구름을 뚫을 때 대륙의 일천강자군 중 하나의 목이
차디찬 대지 위로 떨구어졌다.
그 대신, 그 자의 시체 무게만큼의 황금이 신비혈수에 쥐어졌다.
피의 공포!
신비의 전율!
누가 그것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신비혈련!
그들은… 오히려 공식적으로 군림야망을 선포한
다른 사대천세보다 더한 죽음을 흩뿌리고 있었다.
한데,
또 다른 대륙육합천패 중 일천패!
십자천검성!
그들은 또 다른 반란의 주역이 되었다.
--대륙을 장악하려는 마파흑도류(魔派黑道流)!
대정(大正)를 질식사시키려는 자에게 대정의 십자천검이 노하리라!
대정십자천검(大正十字天劒)을 꺾는 자 만이 대륙군림하리라!
십자검황 혁사영!
그가 십자천검을 뽑아든 것이었다.
철혈전후에게 부서진 검을 갈기를 십 년,
그는 분명 야망을 위해 검을 뽑았지 않았던가?
한데,
그런 그가 지금에선 대정천검을 뽑은 것이었으니!
<십자검왕천(十字劒王天)>
십자천검성의 새로운 탄생!
대륙정도무림의 심장인 구파일방이 합일되고,
대정. 백팔십이류가 그곳으로 흡수되었다.
십자천검성을 제외한 나머지 오대패세의 발호!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세력은 대륙천지에 아무 곳도 없었다.
결국,
십자천검성은 대륙정도무림계를 장악할 수 있었고,
그 힘은 대륙육합천패 중 반을 상대할 수 있는 거력으로 증폭되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폭풍의 핵!
검왕천위군단(劒王天衛軍團)!
십자검왕천 중 추리고 추린 무적검호들로 이루어진 대검단!
그 수효는 일천 명이었다.
대륙혈풍을 쓸어 낸다는 미명하에 그들은 대륙을 공포로 군림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 자들의 행동은 결코 대륙무도계의 정화를 살리는 것이 아니었다.
어떤 의미로 본다면 그들의 그런 형태야말로
대륙을 더욱 혼미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대륙이여…!
<구주사비혈(九州四秘血).>
대륙을 통파하는 또 다른 충격파를 일컬음이었다.
철저한 신비의 장막 속에 감춰진 채,
인간의 역사 뒤안길에 숨어 내려온 그 신비혈!
그중,
구주독밀계!
한 번의 손길에 백 리 이내를 초토화시킬 수 있다는 전설 속의 독지!
천세잠룡 하후미린이 천장애로 추락하여 죽은 뒤,
오오!
천하는 전율에 몸을 떨어야 했다.
대륙제일악… 태산!
그곳에,
운집했던 일천의 대륙육합천패의 고수자들,
그들 중,
태반 이상이 한 명의 절대독종녀에게 참살당하고 말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천장애를 바라보며 열흘을 통곡했고,
여인은…!
한 마디 무서운 저주를 남긴 채 사라졌다.
--나 독종여황모의 이름으로 맹세하노라!
감히, 본 구주독밀계의 독인지존을 살해한 대륙이여!
기다려라!
독종한녀들의 삼천 년 혈한의 독루(毒淚)에 대륙십팔만리를 녹여 버릴지니!
기… 다… 려… 라!
일부함원(一婦咸怨)이면 오월비상(五月飛霜)이라 했다.
피의 한이 서린 저주!
어찌할 것인가?
대륙이여…!
"크카카카!"
웃는다!
아수라가… 제석의 죽음을 안고 기뻐하듯…
암흑 속에 묻혀 웃고 있는 악마의 호곡성은 섬뜩할 지경이었다.
쿠쿠쿠쿠!
그 가공할 아수라마후에 암흑의 대기가 전율하듯 떨어울린다.
한데,
암흑의 신전 일각,
츠츠츠…!
악마의 아수라천마상 아래,
신형을 떨며… 깊숙이 부복해 있는 백의중년인!
엎드려 있어 그의 얼굴은 알 수 없었다.
허나,
무릎 꿇고 있는 그의 양 허리춤,
길게… 늘어져 바닥에 끌리고 있는 검이 이채로왔다.
쌍검…!
새하얀 은빛으로 빛나는 쌍검은
암흑의 마기와는 대조적으로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지극히 두려운 듯 가늘게 신형을 떨며 서서히 얼굴을 들어 올렸다.
이미,
초극검인지경에 이른 절대검호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알리라!
만일 이 자의 이름이 떠올려진다면 대륙천하가 경동하리니…
문득,
"십자검황! 그 말이 진정 사실이렷다!"
예의 저주악마음이 암흑대전을 뒤흔들었다.
"감히, 위대하신 지옥천마황 각하께 어찌 거짓이 있겠습니까?"
지극히 공손하게 대답하는 백의중년인,
한데,
오오, 들었는가?
십자검황!
이 이름은 대륙을 대표하는 여섯 하늘 중
대정검천의 지존명이 아니었던가?
아울러,
새로운 대륙정화--십자검황천!
대륙의 모든 정화가 뭉쳐져 세워진
십자검왕천의 천주이기도 한 자가
바로 십자검황 혁사영이었으니…
그런데,
그런 그가 엎드려 있었던 것이다.
그 자신의 모든 명예와 무위를 내던져 버린 채…
오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는가?
모를 일이었다.
"마황 각하께서 우려하셨던 잠룡은 죽었고…
대륙은 혼란으로 섞였습니다!"
"크흐흐…! 운명이 본좌에게 부여한 제 이적이 죽은 이상…
본좌에게 적은 없다!"
흐뭇한 듯…
지옥천마황이라 불린 암흑의 저주자는 미소를 흘렸다.
"철혈전사맥이 강허나…
그 맥은 전후라는 계집에게서 끊길 것이고…"
"호호! 그렇습니다! 마황각하!"
십자검황은 아부 섞인 동조를 취했다.
"변황이 심상치 않으나… 본좌가 출관하면…
지옥마천군으로 변황을 쓸어 버리리라!"
"지옥… 마천군이 완성됐습니까?"
"크크크! 이제 육 개월 후면…
본좌와 함께 지상에 모습을 나타내리라!"
"오오… 경하드립니다! 마황 각하시여…"
십자검황 혁사영,
그는 더욱 고개를 조아리며 몸을 떨었다.
지옥. 마천군!
그것이 무엇이기에…
문득,
"혁… 사영!"
"옛! 하명하십시오! 마황이시여…"
"본좌가 출관할 때까지. 대륙을 정리하라!"
그의 말에 혁상영은 눈빛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흐흐! 걱정 마십시오! 이미… 대륙의 반은 손에 들었고…"
"나머지… 대륙오천패를 일거에 휘몰아 병탄시킬 계책이 마련되었습니다!"
"대륙오천패를 일거에…?"
의외인 듯…
지옥천마황은 반문했다.
"흐흐! 검해를 아시는지요?"
"검의 바다? 그 인간쓰레기들 말인가?"
지옥천마황은 실망한 듯 고성을 질렀다.
"검해의 구성원 개개인은 무인 중 최하류입니다! 허나…"
"허나…?"
"검해를 이루고 있는 유랑검객들의 수효는… 백만이 넘습니다."
"백만! 인간 쓰레기들이 그토록 많았는가?"
"그렇습니다!
그들은 오직 검을 벗삼아 천하를 계집으로 삼으며 떠도는 유랑검단입니다!"
"검해가 어떻단 말이냐?"
"흐흐…! 검해를 장악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들을 장악해 본천에 융합시킨다면…"
"놈들도 검해를 노리고 있습니다!"
"오천패가 말이냐?"
"그렇습니다."
십자검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힘이 비슷하다면… 그 다음은 숫자놀음이지요."
"흐흐…! 대륙의 일은 소신에게 맡겨 주십시오!"
십자검황 혁사영!
그 자는 확신 어린 눈빛을 발하며 깊숙이 포권했다.
"크카카--! 좋… 다! 가거라!
본좌가 환우지존이 되는 날… 네놈은 대륙천자가 되리라!"
"존--명!"
혁사영은 감격에 신형을 떨며 머리를 조아렸다.
오오…
아는가?
대륙천하여…
여기에 대륙의 혼을 악마에게 파는 자가 있음을 천하는 알지 못했다.
그 누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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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봅니다.
감사합니다
잘보고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