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수 없는 가짜 죽나무, 가죽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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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이 빠르며 줄기 지름 50cm, 높이 20~25m에 이르고 나무껍질은 회갈색으로 꽃은 집성화로 원추꽃차례를 이루며 6~7월에 녹색이 도는 흰색의 작은 꽃이 핀다.
가죽나무의 뜻은 가짜 죽나무로 진짜 죽나무는 참죽나무라 불리는 나무가 있다. 둘 사이에는 단지 모양만 비슷할 뿐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먹을 수 있다하여 참죽나무이고, 먹을 수 없다하여 가죽나무이다. 죽나무라 불리는 이유는 대나무처럼 ‘순’을 먹을 수 있어서이다. 죽나무, 즉 참죽나무의 순으로 나물과 부각을 만들어 먹는다.
가죽나무는 소태나무과라는 족보가 말해주듯이 맛이 매우 쓰며 고약한 냄새가 나서 사람이 먹을 수 없다. 냄새를 만든 이유는 분명 잎을 보호하기 위함으로 무릇 모든 잎은 어릴 때 나물로 먹기 마련인데, 가죽나무는 그런 아량마저 사람에게는 베풀 의향이 없는 듯하다. 잎의 가장자리의 끝을 보면 눈처럼 생긴 곳이 있는데 이곳이 독한 냄새가 흘러나오는 샘이다.
또 한편으로는 가죽나무를 가중나무라고도 부르는데, 한자이름이 가승목인 것으로 보아 사찰에서 즐겨먹은 참죽나무와 달리 중도 먹지 못하는 가짜 중나무란 뜻의 가승목 즉, '가중나무'라 라고도 불리고 있다. 이와 관련되어 참죽나무를 절에서 중이 많이 먹는다는 뜻의 '중잎'이라고 부르는 지역도 있다.
두나무 다 목재는 단단하고 결이 좋아서 가구재로 좋으며 추위와 더위에 잘 견디고 내연성이 강해서 근간에는 가로수로 심는 경향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지가 없고 곧게 자라는 이 나무를 가마를 메는 가마채로 써왔으며 민간에서는 이질로 인한 혈변이나 위궤양에 뿌리의 껍질을 진하게 달여서 마시면 효험을 볼 수 있다.
냄새가 나고 여러모로 쓸모 없는 나무이긴 하지만 이 나무는 우리 삶 가까이 자리 잡고 있다. 일단 길게 뻗은 큰 키를 자랑하고, 잎을 많이 만들어 그늘을 마련해 주며 나무의 수형이 매우 그럴 듯하여 가로수로 사랑 받고 있다. 가죽나무는 공해에도 매우 강하여 시끄럽고 먼지 날리는 기차길 옆에서도 잘 자라고, 심지어 기와 위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자란다.
세종14년(1432) 봄 과거에 새로 급제한 사람들이 임금님께 감사의 글을 올린 내용에는 "가죽나무 같은 쓸모 없는 재질로 남다른 은혜를 입었으니 몸이 가루가 되더라도 보답하기 어렵습니다"라 하였고, 성종20년(1489)에는 김흔이란 이가 "가죽나무처럼 쓸모없는 재목이 천지의 큰 은혜를 입어 자라날 수 있게 되었으니 감격한 마음을 뼈에 새긴들 어찌 다 형언할 수 있겠습니까"라 했다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이 있다.
그래서 가죽나무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자란 것이 아니라 아무데나 팽개쳐진 채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으나 그 강인한 생명력은 종자로, 뿌리로 왕성하게 뻗어 웬만한 빈터가 생기면 가죽나무는 군말 없이 모여들어 자라기 시작한다. 경복궁 건춘문 앞의 가로수는 지름이 거의 한 아름이나 되며 자태가 웅장하여 기록에 있는 것처럼 쓸모 없는 나무가 아님을 실증적으로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