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아침
-무궁화
-보이지 않는 돌봄
시인의 아침
송현국
새들이 흐린 날
우울의 날개를 퍼덕이며
허전한 거리두기를 피하듯 계수나무에 앉는다
강아지풀들은 홀로 서서 외로움을 견디고
가냘픈 곡선을 드러내는 웅크림
포도 넝쿨들이 뻗은 설익은 녹색 송이들은
언제 익으려나
공간에 울리는 시계 종소리 들리는 듯
시인은 늘 새벽을 깨우네
녹색 마을 아침을 걷자
참나무, 비비추, 사철나무들이
훈련하는 육상 선수들을 응원하듯 서 있네
흙탕물에 핀 연분홍빛 연꽃 어찌 저리 고울까
고요한 호수에 펼쳐진 녹색 잎들이 외로움을 견디고
꽃을 그렇게 곱게 피웠을까
새벽을 깨우고 걷는 녹색마을은
심신을 훈련하는 시인의 기도처
아침햇살이 꽃들이랑 도란도란
무궁화
송현국
도심지에 무궁화꽃들이 핀다
봄비를 견디고 봄 신록 푸르름이 더하는
오르막길 학교 골목에
무궁화나무들이 꿈을 펼치고 성장하네
비바람 장맛비에도 꿋꿋이 견디어 피는
무궁화는 강하고 모진 시련을 견뎌내고 피워내지
모진 저항의 함성이 있었어
춥고도 처절한 죽음의 한계를 지나
강산에 피는 무궁화는
늠름한 평화의 꽃으로 다음 세대를 지키고 있어
동녘 하늘 새 햇살이 무궁화꽃이랑
미래를 여는 기도는 푸른 하늘처럼
고난의 세월 이겨내고
평화로 하나 되는 날 오고야 말겠지
거룩한 꽃 아름답게 피어라
정의로운 꽃 희망을 펼쳐라.
보이지 않는 돌봄
송현국
성에가 낀 창문으로 들어온
외로운 겨울 햇살은 역병을 치료하는
온화한 광선일 거야
허공을 응시하는 두려움들을
위로하는 천사의 손길들은 그 누구보다도
힘겨운 노동의 고뇌를 보상받아야 한다
욕창을 치료하는 손길들
고통스러워하는 환우들을 돌보는 구슬땀은
생명을 살리는 동행의 발자국
기저귀를 갈아주고
대소변을 처리하는 천사의 손길은
따뜻한 치유의 위로자이다
상수돗물이 정화되어 흐르듯
평화를 신뢰하지 않는 타락으로부터
고침을 받고 원형으로 회복되길
송현국 약력
전북 정읍출생
한신대학 신학대학원 졸업
문예사조 시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짚신문학상 대상 수상(2023)
시집 : <그의 사랑은 저만치 다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