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권은 채무를 변제받기 위해 점유의 반환을 거부함으로써 채무자를 압박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아무리 유치권자라고 하더라도 채무자(소유자) 승낙 없이 임의로 유치물을 사용, 대여, 담보제공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를 위반할 경우 유치권소멸사유가 될 수 있다.
★민법 제324조 (유치권자의 선관의무) ①유치권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유치물을 점유하여야 한다. ②유치권자는 채무자의 승낙없이 유치물의 사용, 대여 또는 담보제공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유치물의 보존에 필요한 사용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유치권자가 전2항의 규정에 위반한 때에는 채무자는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
★ 대법원 2011. 2. 10.선고 2010다94700 건물명도 ☞ 유치권자 최00라는 사람으로부터 임차받은 피고에 대한 소유자의 건물명도청구소송
유치권의 성립요건인 유치권자의 점유는 직접점유이든 간접점유이든 관계없지만, 유치권자는 채무자 또는 소유자의 승낙이 없는 이상 그 목적물을 타에 임대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므로(민법 제324조 제2항 참조),
유치권자의 그러한 임대행위는 소유자의 처분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소유자에게 그 임대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 따라서 소유자의 승낙 없는 유치권자의 임대차에 의하여 유치권의 목적물을 임차한 자의 점유는 소유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적법한 권원에 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02. 11. 27.자 2002마3516 결정, 대법원 2004. 2. 13. 선고 2003다56694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증거를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설령 최00이 배00으로부터 공사대금 680,873,334원을 지급받을 때까지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유치권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최00의 위 유치권을 원용하여 원고의 이 사건 건물에 관한 인도청구를 거절하기 위해서는 피고가 최00로부터 이 사건 건물을 임차함에 있어 당시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인 00실업 주식회사(이하 ‘00실업’이라고 한다)
또는 이후 소유자가 된 유00, 원고로부터 이에 관한 승낙을 받았다는 점에 관한 입증이 있어야 하는데, 피고가 주장하는 최00에 대한 위 공사대금 채무자인 배00의 동의만으로는 민법 제324조 제2항에 따른 동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위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이러한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원심이 유치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다하지 아니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위배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인정한 위법 등이 없다.
그런데, 승낙없는 유치물의 임대를 이유로 한 유치권소멸청구는 임대 당시의 소유자가 아니라 임대행위를 중단한 이후 새로운 소유자도 할 수 있을까? 이 점에 관해 대법원의 첫 판결이 최근 선고되었다.
★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19다295278 건물인도 등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2006. 2.경 주식회사 00개발(이하 ‘00개발’이라 한다) 앞으로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쳐졌고, 이후 강00, 우00, 손00 앞으로 차례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나. 2013. 6. 28.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손00은 2018. 5. 21. 원고에게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고, 매매 당시 손00의 이 사건 부동산 소유기간에 발생한 부당이득반환채권도 원고에게 양도하였다.
다. 피고 김##은 2006. 12.경부터 00개발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에 기한 유치권을 주장하면서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하다가 2007. 10. 4. 00개발의 승낙 없이 @@@에게 이를 임대하였다.
라. @@@는 그 무렵부터 이 사건 부동산에 거주하다가 2012. 2. 3. 피고 김##에게 이를 반환하였고, 피고 김##은 그때부터 현재까지 이 사건 부동산에 거주하면서 이를 점유․사용하고 있으며, 피고 김##의 아들과 며느리인 피고 이%%, 나%%도 피고 김##과 함께 이 사건 부동산에 거주하고 있다.
마.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피고들은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할 권원이 없으므로 그 소유자인 원고에게 이를 인도하고, 2013. 6. 28.부터 이 사건 부동산의 인도완료일까지의 차임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는 내용의 이 사건 청구를 하였다.
한편 원고는 이 사건 2018. 11. 27. 자 준비서면의 송달로써 피고 김##의 무단 임대를 이유로 민법 제324조 제3항에 기한 유치권소멸청구권을 행사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부동산 인도청구를 일부 인용하고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 피고 김##의 무단 임대는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하기 전에 있었으므로 원고가 이를 이유로 유치권소멸청구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나. 피고의 유치권 항변이 인용되므로 인도청구에 대하여 상환이행판결을 하되, 이 사건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액 439,597,390원에서 기변제액 187,257,440원, 2007. 1. 1.부터 원심 변론종결일인 2019. 9. 5.까지의 기간 중 위 임대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의 차임 상당액 47,172,700원은 피고의 과실수취권에 기하여 피담보채권에 우선변제충당 되었으므로 이를 공제하여야 한다.
다. 피고들이 이 사건 부동산에 거주하며 이를 사용하는 것은 유치권의 보존에 필요한 사용이므로 피고들에게 과실수취권이 인정되고, 그 사용이익을 피담보채권에 충당하여도 피담보채권이 잔존하므로 원고에게 반환할 부당이득이 없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유치권은 점유하는 물건으로써 유치권자의 피담보채권에 대한 우선적 만족을 확보하여 주는 법정담보물권이다 (민법 제320조 제1항, 상법 제58조). 한편 유치권자가 민법 제324조 제2항을 위반하여 유치물 소유자의 승낙 없이 유치물을 임대한 경우 유치물의 소유자는 이를 이유로 민법 제324조 제3항에 의하여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
민법 제324조에서 정한 유치권소멸청구는 유치권자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로서 채무자 또는 유치물의 소유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므로 (대법원 2022. 6. 16. 선고 2018다301350 판결 참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324조 제2항을 위반한 임대행위가 있은 뒤에 유치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제3자도 유치권소멸청구를 할 수 있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1) 피고 김##은 소유자의 승낙 없이 이 사건 부동산을 @@@에게 4년 4개월간 임대함으로써 민법 제324조 제2항 위반행위를 하였다.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 원고는 2018. 11. 27. 자 준비서면의 송달로써 유치권소멸청구의 의사표시를 하였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 김##의 유치권은 그때부터 소멸하였다.
따라서 위 준비서면이 피고들에게 송달되었음이 기록상 명백한 2018. 11. 28.부터는 피고들은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할 권원이 없으므로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하여야 하고 피고들은 그 인도 완료일까지 이 사건 부동산을 점유․사용하여 얻은 차임 상당 이익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 <중략>
이런 논리로 유치권자의 명도의무가 인정되었는 바, 이 판결을 통해 무단사용, 임대, 담보제공 등을 하지 않고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로 점유하는 것이 적법한 유치권 주장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에 실수로 저지른 한차례 무단 임대 등을 이유로 자칫 거액의 유치권이 소멸될 수도 있는 위험에 처해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서 유치권행사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