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 20일, 토요일, Chonchi, Hospedaje La Esmeralda (오늘의 경비 US $39: 숙박료 10,000, 식료품 9,000, Chonchi 버스 3,600, 인터넷 800, 환율 US $1 = 600 peso) 오늘 지난 며칠 동안 잘 쉰 Chiloe 섬 북단에 위치한 어항 도시 Ancud를 떠나서 섬 중간에 위치한 Castro로 향했다. 가는 길은 참 아름다웠다. 사진으로만 본 아일랜드 풍경이다. 노란 꽃이 만발한 길가 초원에는 한가하게 풀을 뜯고 있는 소떼와 양떼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Ancud 버스 터미널에서 막 떠나려는 버스에 급히 올라서 앞자리에 앉아서 버스 뒤쪽에는 누가 탔는지 몰랐는데 Castro에 도착해서 버스에서 내리면서 보니 버스에는 배낭 여행객들이 많이 타고 있었다. 갈 데가 다 정해져있는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금방 이 쪽 저 쪽으로 흩어진다. 우리는 Lonely Planet 여행 안내서에 나온 숙소 한 곳을 골라서 짐을 지고 찾아갔다. 그러나 숙소가 있어야 할 곳에 없다. 한참을 헤매다가 그 숙소가 이사한 것을 알아내고 새로 이사한 곳으로 찾아갔다. 그러나 간판은 붙어있는데 빈집 같았다. 아무리 문을 뚜들겨도 인기척이 없었다. 기분이 잡친 우리는 Castro에서 30분 떨어진 Chonchi로 가기로 하고 합승택시에 올랐다. 총알택시처럼 Chonchi로 날라 가듯이 달렸다. Chonchi는 인구 4천의 조그마한 어촌인데 Santiago에서 묵었던 숙소 La Casa Roja의 주인 Simon에게 소개받은 Esmeralda라는 (영어로 Emerald) 숙소를 찾아갔다. Esmeralda의 주인은 Carlos라는 캐나다에서 이민 온 사람인데 이곳에 자리를 잡고 숙소를 개업한 후로 배낭 여행객들에게 많이 알려져서 Chiloe섬을 찾는 배낭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합승택시 기사에게 Esmeralda 숙소 약도를 보여주고 근처에서 내려달라고 했다. 숙소는 틀림없이 바닷가에 있는데 바닷가를 지나서 언덕 위로 한참 올라가서 세워준다. 그리고 Esmeralda를 가려면 다른 택시로 갈아타야 한다고 한다. 걸어서 가겠다고 하고 택시에서 내리고 언덕을 걸어 내려가서 어렵지 않게 Esmeralda를 찾았다. 합승택시가 언덕을 오르기 전에 숙소 옆을 지나갔는데 왜 안 세워주었는지 모르겠다. 나중에 숙소 주인 Carlos에게 물어보니 택시기사가 약도를 이해하지 못 했을 거라고 한다. 사실 남이 그린 약도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Carlos는 우리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 한국에서 왔다하니 자기가 알기에는 우리가 Chonchi를 방문한 최초의 한국인이란다. 그리고 우리는 한국대사나 마차가지란다. 이곳 사람들은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면 우리를 주의 깊게 관찰할 것이고 우리를 통해서 한국을 판단할 것이니 좋은 인상을 주도록 노력하라는 얘기였다. 우리도 항상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번 여행을 하고 있다고 얘기해 주었다. 방이 깨끗하고 아름답다. Carlos가 한화로 28,000원, 24,000원, 20,000원 짜리 방을 보여준다. 방이 모두 바닷가를 향하고 있어서 경치가 좋다. 그 중에도 28,000 짜리 방은 경치가 최고다. 그러나 "짠돌이" 우리는 10,000원 짜리 방을 택했다. 이 방은 본채에서 50m 정도 떨어진 별채 아래층에 있는데 부엌이 바로 옆에 붙어있다. 별채 이층에 있는 방에는 아직 아무도 안 들어서 별채 전체가 우리의 독차지다. Carlos는 별채는 사람이 들면 좀 시끄러울지도 모를 것이라고 은근히 비싼 본채를 권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부엌 근처가 좋다며 별채 방을 택했다. 저녁때 근처 수퍼마켓에 가서 며칠 먹을 음식을 사와서 냉장고를 채웠다. 그리고 큼지막한 스테이크를 저녁으로 해먹었다. 밤이 되니 좀 써늘해졌다. 히터를 키려하니 키는 법을 모르겠다. 본채에 가서 도움을 청하니 Carlos는 외출 중이고 Carlos집에 사는 70대 노인 부부가 와서 히터 키는 법을 가르쳐 준다. 부인하고 얘기를 좀 나누었는데 캐나다 Toronto에서 왔다며 우리가 여행을 많이 하는 것이 부럽단다. 은퇴해서 시간이 많아서 여행을 많이 한다고 하니 젊은 나이에 은퇴했다고 한다. 만 63세라 했더니 믿지 않는다. 내가 본채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뛰어서 올라가는 것을 봤다면서 만 63세의 노인은 그렇게 뛰어서 올라갈 수 없단다. 노인 부부를 처음에는 주인 Carlos의 부모로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다. 그냥 아는 사이라 해서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오후에는 네덜란드 부부가 들어와서 본채 비싼 방에 들었다. 밤늦게 젊은 친구 하나가 또 들어왔는데 아마 우리가 있는 별채 이층에 들은 것 같다. 그러니 숙소 손님이 전부 5명이다. 오늘은 12월 20일, 아마 이곳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것 같다.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아주 마음에 드는 곳이다. 밖에 눈이 없는 게 좀 아쉽다. 여행지도 Chonchi 가는 길 Chonchi 바닷가에 있는 숙소 Esmeralda가 (푸른색 지붕의 건물) 보인다, 본채와 별채가 있는데 우리는 별채에 들었다 썰물로 물 빠진 Chonchi 바닷가 (왼쪽 끝 푸른색 지붕의 건물이 숙소 Esmeralda) 2003년 12월 21일, 일요일, Chonchi, Hospedaje La Esmeralda (오늘의 경비 US $22: 숙박료 10,000, 식료품 2,600, 인터넷 600, 환율 US $1 = 600 peso)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 오는 바다경치는 오랜만에 보는데 그런 대로 정취가 있었다. 이곳 날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한다. 흐리다가 비가 오다가 개다가를 반복한다. 아침 9시에 본채 식당에서 어제 본 네덜란드 부부와 어제 늦게 도착한 미국 청년 Ben과 함께 방 값에 포함된 간단한 아침식사를 했다. 주인 Carlos가 직접 서빙을 했다. Carlos가 집사람에게 “scrambled egg” 계란부침을 노란색 두부라고 농담을 한 다음에 껄껄거리고 혼자 웃는다. 아침 서빙을 하면서 "gringo"란 말의 유래에 관한 얘기를 한다. Gringo란 원래 멕시코 사람들이 미국 사람을 별로 좋지 않게 부르는 말로 ("미국 놈" 정도) 생겨난 것인데 멕시코에서는 아직도 그렇게 쓰이고 있는데 남미에서는 그저 "백인"이라는 말로 쓰인단다. Gringo의 유래에 관한 얘기는 여럿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Pancho Villa에 관한 얘기다. Pancho Villa는1900년대 초기에 일어난 멕시코 혁명을 주도한 인물 중에 하나였다. Pancho Villa는 멕시코 북부 지역에서, Emiliano Zapata는 멕시코 남부 지역에서 혁명군을 이끌었다. 한때 멕시코 정권을 장악하기도 했지만 농민출신의 무식한 그들은 나중에 모두 상류층 출신의 정적들에게 암살을 당했다. Pancho Villa는 미국 정부가 멕시코 정부에게 무기 원조를 하는 것에 화가 나서 미국 국경을 넘어서 New Mexico 주의 한 소도시에 들어가 시민을 여럿 죽인 다음에 퇴각해서 미국이 발칵 뒤집혀진 적이 있었다. 멕시코 사람들은 지금도 이 사건을 아주 통쾌하게 생각한다. 미국 정부는 멕시코로 군대를 보내서 Pancho Villa를 잡으려고 했지만 멕시코 사람들이 협조를 안 해서 실패하고 군대를 퇴각시켰는데 Pancho Villa가 돌아가는 미국 군대를 보면서 "Green go"라고 했다는 것이고 거기에서 "Gringo"란 말이 나왔다는 얘기다. 당시 미국 군인의 유니폼 색이 blue 이었을 텐데 왜 "Blue go"라고 안 하고 "Green go"라고 했는지는 모른단다. 아마 문맹이었던 무식한 Pancho Villa가 blue와 green을 혼동했을 거란 추측이 있단다. 미국 Arkansas 주에서 온 Ben과 얘기를 했는데 기찬 친구였다. 현재 대학교 4학년인데 Latin Studies와 (중남미 연구) 스페인어 복수 전공을 하고 있는데 자기는 스페인어를 매우 잘 한단다. 그런데 스페인어 중에도 칠레 스페인어가 제일 어려워서 칠레 스페인어를 공부하기 위해서 칠레에 와서 한 학기 동안 공부를 하고 귀국하는 길에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스페인어를 그렇게 잘하도록 배웠냐고 물으니 대답이 기차다. 자기는 교회를 통해서 멕시코에 선교여행을 여러 번 했는데 그때 스페인어를 잘 배워보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교환 학생을 미국 자기 집에 초청해서 살게 하는 것이었다. 인터넷을 통해서 자기가 주선해서 부모님을 설득시켜서 고2 땐 칠레 고교생을 6개월 간, 고3 땐 멕시코 고교생을 1년간 자기 집에서 머물게 하면서 그들로부터 스페인어를 배웠다는 것이다. 물론 학교 스페인어 과목은 전부 택했다. 특히 멕시코에서 온 학생은 처음에 영어를 거의 못해서 자기가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면서 영어를 도와주면서 자기도 스페인어를 배웠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주저하던 부모님도 전적으로 도와주어서 2년 동안을 교환학생 뒤치다꺼리를 했다는 것이다. 얼마나 기특한 젊은이인가. 자신의 목표를 정하고 자신의 힘으로 그 목표를 성취한 것이다. 틀림없이 크게 성공할 젊은이다. 우리가 만든 저녁식사에 초청해서 함께 식사를 했다. 아침식사 후에 네덜란드 부부는 떠나고 오후에는 6개월 간 신혼여행을 하고 있다는 프랑스 부부가 도착했다. 오후에는 Carlos가 알려준 대로 바닷가 산책을 하려고 했는데 만조로 바닷가 산책길이 막혀서 멀리 못가고 돌아왔다. 숙소 주인 Carlos와 그의 아들, 캐나다 이민 가족이다, 왜 살기 좋은 캐나다를 떠나서 칠레 이민을 했을까 모르겠다 Carlos가 바다에서 직접 양식하는 싱싱한 홍합 조개 이곳은 날씨가 변덕스러워서 갑자기 비가 쏟아지고 해가 나면서 무지개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