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에서 수에즈 운하에 걸친 젖줄 나일강은 혼탁하다. 물의 량은 한강의 절반 쯤 되어 보인다. 길이가 6671 Km로 세계에서 제일 긴 강이다. 이집트의 젖줄로서, 땅이 비옥하여 이집트 인구의 97 %는 이 강변에 밀집하여 살아간다. 국민소득 800불의 나라, 1960년대의 서울거리와도 비슷한 이 곳은 교통지옥이다. 차선도 없고, 인도도 없으며 신호등이 없다. 나는 우연히 버스 앞좌석에서 아찔한 순간이면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거리의 만원버스엔 차장의 모습도 보인다. 거리에는 ‘현대’, ‘기아 차’도 많이 보인다.
거리의 상인들은 익숙한 한국말로 우리들의 관심을 끌기도 한다. “코리아!”, “안녕 하세요”
, “원 달러 두개”.
거리마다 경찰 군인들이 많다. 국민들에게 직업의 기회를 더 많이 주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라고 한다. 복장은 군인이라기보다 우리나라 예비군복을 입은 아저씨 같고, 기강이 풀려있는 듯 보인다. 그들의 눈에 비친 코리안은 어떻게 보일까? 좀 여유가 있다고 하여 해외여행에서 추한 한국인의 모습을 보여주던 방송 프로그램들이 생각이 난다. 그 때 우리는 얼마나 슬펐던가. 약자를 무시하고, 자랑하며 과시하고, 오만하며 올챙이 적을 잊어버린 ‘어그리 코리안’으로 보고 있진 않을까?
다행히 이 나라는 한국을 존경한다고 했다. 우리의 새마을 운동을 배워 갔으며, 나세르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했다고 한다.
약 두 시간 도시를 빠져 나와 사막을 지나자 잘 닦인 아스팔트가 나타난다. 3200년 전 모세의 출애굽 여정을 따라 수에즈운하를 지나는 것이다. 이스라엘 민족의 Exdos, 뒤 따르는 애굽 군대를 피하여 전진한다. 추적하는 바로와그 군대, 앞에는 홍해, 모세의 기도, 모세의 지팡이, 하나님의 기적, 바다가 갈라지던 역사의 현장은 이곳 어디쯤일까.
모세가 지났던 홍해 길을 우리는 수에즈운하 밑으로 통하는 터널로 통과했다. 1980년 개통한 길이 4.5 Km, 운하 밑 37 mm 에 자리잡은 “아흐마의 함의” 라는 터널이다. 3200년 전 이스라엘 탈출은 기적을 나타내신 바다 위를 건넜고, 현재의 우리는 그 기적을 다시 느끼며 바다 밑으로 건넜다.
어둠이 깃드는 홍해 변 ‘마라’에 도착했다. “모세가 홍해에서 이스라엘을 인도하며 사흘길을 행하였으나 물을 얻지 못하고 마라에 이르렀더니 그곳 물이 써서 마시지 못하였으므로 ■■ 여호와께서 한 나무를 지시하시니 그가 물에 던지며 물이 달아졌더라 (출 15 : 22-)”
사막 가운데 야자나무가 있고 마른 우물 몇 개가 있다. 그곳에서 베두인 족 소녀들은 기념품을 팔고 있다. 물은 약간 짠 소금물임이 틀림없다. 구약기록의 생생한 현장이다. “본 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는 복되도다.” 그 현장을 손과 눈으로 확인함이 믿음위에 확실함의 싸인을 받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