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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오션으로 가자](13) 영국 샌드위치 체인 '프레타망제' |
전문직은 패스트푸드를 싫어한다?
퍼플오션 개척한 샌드위치 전문점 ‘프레타망제’
올해 2월, 미국 정부는 비만을 줄이기 위한 영양섭취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콜레스테롤을 줄이기 위한 식습관 실천 방침으로 탄산음료 대신 물을 마시고, 햄버거, 피자를 피하라고 조언한다.
이 같은 발표에 가장 긴장하고 있는 곳은 당연 패스트푸드 업체. 실제로 지난 50년간 전세계 1등 패스트푸드의 자리를 놓치지 않은 맥도널드의 매출은 2000년대 초 웰빙 트렌드와 함께 급감했다.
최근에는 맥까페 오픈, 신메뉴 개발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웰빙 트렌드를 거스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영국에서 설립된 프레타망제(Pret-A-Manger)는 웰빙 트렌드 속에서도 오히려 패스트푸드의 장점을 살려 급속한 성장을 해왔다. 심지어 2001년 맥도널드는 프레타망제의 성공 전략을 본받고 배우기 위해 5,000만 파운드를 투자하여 이 기업 주식의 33%를 구입하기까지 했다. 최근 미국 내에서는 “비틀즈 이후 최고의 영국산 수입품”이라는 찬사까지 받고 있다. 웰빙 트렌드 속에서 천덕꾸러기 취급받던 패스트푸드 업체 프레타망제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1986년 런던종합기술전문학교 동기인 싱클레어 비첨(Sinclair Beecham)과 줄리언 멧캘프(Julian Metcalfe)는 런던의 빅토리아 중심가에 샌드위치 가게 ‘프레타망제’를 열었다. 18세의 앳된 청년들이었지만, 비첨과 멧캘프는 웰빙 트렌드 속에서 패스트푸드 업체가 경쟁력을 지니려면 특정 소비자층을 겨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전문직 종사자들의 숨은 욕구에 주목했다. 전문직 종사자들은 긴 대기시간, 높은 가격 때문에 고급 레스토랑에 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지만, 건강 때문에 패스트푸드 먹기도 꺼려한다는 것. 프레타망제는 이들의 까다로운 욕구에 맞추기로 했다.
고급 레스토랑의 장점인 질 좋은 샌드위치를 패스트푸드점의 장점인 빠른 식사시간, 낮은 가격으로 제공한 것. 그리고 그 전략은 적중했다. 그들의 조그마한 샌드위치 가게는 오늘날 영국에만 222개, 홍콩 10개, 미국 31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연간 1억 9,000만 파운드(약 3,473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거대 샌드위치 체인으로 성장했다.
질 좋은 재료와 빠른 서비스, 누구나 다 하는 거라고? 물론 기존의 샌드위치 브랜드들도 이를 추구한다.
그러나, 100% 천연재료를 사용하고 5천원 이내의 저렴한 가격을 ‘실제로 달성’한 기업은 프레타망제뿐이다.
비슷한 크기의 샌드위치 1개를 샌드위치 전문점에서 사먹는다고 가정했을 때 ‘S’브랜드는 4,900~7,500원, ‘Q’브랜드는 5,300~9,900원인데 비해, 프레타망제는 3,200~6,300원으로 가장 저렴하다.
이처럼 값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다른 브랜드들이 단순히 ‘좋은 재료’를 주장할 때 프레타망제는 ‘100% 천연재료’를 고집한다.
전세계에 약 260개의 체인을 보유한 작은 기업 프레타망제가 32,000개 매장을 보유한 ‘S’브랜드, 7,000개 매장을 가지고 있는 ‘Q’브랜드조차 달성하지 못 한 ‘질 좋은 재료와 빠른 서비스’를 달성한 셈이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원래 프레타망제(Pret A Manger)는 불어로 ‘기성복(ready to wear)’을 의미하는 ‘프레타포르테(Pret A Porter)’에서 따온 것이다.
브랜드명에서 알 수 있듯이, 프레타망제에서는 원하는 샌드위치를 고르고 계산하여 먹는 시간까지 모두 합해서 고급 레스토랑의 10분의 1도 걸리지 않는다.
패스트푸드점과 비교해도 ‘줄 서서 주문하고 기다렸다 받는’ 프로세스를 ‘(만들어 놓은 샌드위치를) 골라서 지불하고 떠나는’ 프로세스로 대폭 줄인 것. 이러한 주문•서빙 절차의 간소화는 매장운영 및 인건비 효율화로 이어진다.
기성식품(ready to eat)이라 신선함이 의심스럽다고?
프레타망제는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모든 식자재, 심지어 포장에 이르기까지 100% 천연재료를 고집한다.
모든 재료는 당일에 소진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러한 원칙은 저렴한 가격대의 패스트푸드 업체로서는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는 것이 사실.
그러나 소비자에게 최고의 품질을 제공하기 위해 프레타망제의 모든 음식은 그날 입고된 재료로만 만들어진다.
품질에 대한 자부심은 패스트푸드 답지 않게 ‘머리로 따져보고 먹어라(Eat with your Head)’라는 브랜드 슬로건으로 이어진다.
1주일에 10~20개의 신제품 개발 노력은 물론이다. 그 결과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 고급양복을 입은 이들이 프레타망제 샌드위치를 들고 바삐 걸어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간 레드오션이어서 승산이 없다고들 한다. 그렇다고 경쟁이 없는 블루오션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성숙된 시장에도 틈새 시장(niche market)은 존재하기 마련. 프레타망제는 고급 레스토랑은 부담스럽지만 패스트푸드는 먹고 싶지 않은 전문직 종사자의 숨은 욕구를 찾아냈다. 기존 시장(레드오션)을 벗어나지 않고도 새로운 발상(블루오션)으로 판로를 개척한 퍼플오션 전략을 펼친 것.
* 위 칼럼은 한국경제 2011년 3월 15일자에 전문이 실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