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시(詩)를 모른다.
하물며 시어(詩語)는 더욱 모른다.
남의 쓴 시를 읽으면서 이따금 고개를 갸우뚱한다.
내가 쓰는 말과 다르고, 내가 쓰는 문구와는 틀리기에.
시는 A4 용지 한 쪽 분량이 대부분이다. 한 쪽의 글자 수는 200 ~ 300자 정도 이내이다.
남의 시에서는 어색한 단어와 특이한 문구가 이따금 눈에 띄인다.
잡글 쓰는 나한테는 200~300자는 무척이나 적다.
이 짧은 글에서 어색한 시어를 보면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오래 전의 일이다.
해군 대령으로 예편한 고교 친구한테서 시집 한 권을 선물 받았다.
시집의 제목과 본문에서 본 시의 제목이 달랐다.
친구가 쓴 시를 더 이상 읽고 싶지 않아서 책을 치워버렸다.
왜? 그 시인은 책 여러 권을 냈는데도 자신이 쓴 글에서 띄어쓰기조차 확인하지 않았기에.
실수가 아닌 실패로 여겨졌기에.
예컨대 '어머니'라는 단어이다.
나는 나이가 일흔 살이니까 '어머니'라는 말을 아마도 100,000번도 더 넘게 썼을 게다.
어머니 단어를 붙여 쓰던, 띄어 쓰던, 약간 변형해서 쓰던 간에 나는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다르거나 틀리게 쓴 단어(문장)을 보면 이맛살이 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어머니', '어 머니', '어머 니'로 썼다고 해도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를 안다.
그런데 우리말에 서투른 외국인한테는 '어머니' 대신에 '어머 니', '어 머니'가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할까?
'엄니', '엄마', '어무이', 어매' 등은 더 말해 무엇하랴?
나는 詩를 모르기에 내가 아는 단어(문구)가 약간 변형된 詩를 보면(읽는다) 은근히 짜증이 난다.
詩에서는 약간 다르게 써야 하는지, 틀리게 써야만 하는 지를 나는 모른다.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구태여(일부러) 다르게, 틀리게 써야만이 글맛(詩의 맛)이 더 나는 것 같지는 않다.
겨우 한 쪽에 불과한 詩에서도 글자를 다르게 틀리게 써야 하나?
빠르게 글 쓰고는 다시는 다듬지 않는다는 뜻인지를 모르겠다.
나는 숱하게 고치고 뜯어서 잘못된 글자와 어색한 문장을 줄여 나갈 게다.
일전 오랜 만에 월간 국보문학에 내 잡글(수필은 아니고) 하나를 올렸다.
활자로 인쇄된 내 글을 흐믓해서 읽다가는 약간 어색한 문구를 보았다.
띄어쓰기가 헷갈렸다는 뜻. 초안을 더 세밀하게 다듬지 못했다는 실수를 인정했다.
한 달 전 나는 산문집 한 권을 샀다.
'내 안의 나는 무지 예쁘다'.
초등학교 2학년이 학력 전부이고 아홉 살 이후로는 가난해서 학교에 다니지 못한 계집아이가 '애보기'가 되어 남의 집 어린아이를 등에 업었다. 등허리에는 어린아이의 오줌이 배고,... 저녁밥을 조금 얻어서 집으로 가져와 식구들과 나눠 먹으면서 컸다면서 카페에 경험담을 올렸다. 하도 많이 고생한 이야기들이 가득 찼고 또 띄어쓰기, 잘못 쓴 단어가 제법 많다.
작가 운선 이순자 씨는 초등학교 2학년이 학력 전부인데도 글 잘 쓰려고 애쓴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였다.
나는 평소에는 띄어쓰기, 맞춤법 등이 어색한 산문집은 사지 않았는데도 이 책을 샀다. 견출지 테이프를 붙여가면서 몇 차례나 읽었다.
무척이나 틀렸고, 어색한데도 왜?
식당 허드렛일 등 구차한 직업인데도 시간이 나는대로 책을 즐겨 읽었으며, 카페에 '현재의 내가 아닌 또다른 나'를 꺼냈다. '내 안의 나는 무지 예쁘다'는 제목처럼. 사실은, 그 분은 못생겨서 스물여섯 살에 작은씨앗(첩)을 보았고, 얼마 뒤에 이혼당했단다.
나는 글 잘 쓰려고 노력하는 그분을 존경한다. 솔직하게 담담하게 살고 있기에. 글이 조금은 어색해도 나한테는 하등의 문제가 없다. 충분히 이해하기에...
그런데 많이 배운 사람들이 글을 어색하게 쓴다면? 나는 고개를 흔든다.
하나의 예다.
지난겨울철이다. 나는 회원이 3만 5천 명, 우수카페로 지정된 어떤 노년카페에서 '글 바르게 쓰자'는 댓글 달았다가 여러 회원과 방지기한테 오지게 당했다.
'아무렇게나 쓰면 되지 않느냐, 문학카페도 아니고, 이 나이에 국어공부를 새롭게 할 이유도 없고...'
등의 이유로 나를 공격했다. 강퇴시키겠다는 경고도 받았다.
나도 그렇다. 남이 글 잘 쓴다고 해도 나한테 이득 될 것이 하나도 없다. 못 쓴다고 해서 나한테 손해 볼 것이 전혀 없다. 그런데도 나는 '이왕이면 더 잘 하려고 노력하자'는 선의로 댓글 달았으나 결과는? 나만 몰매 맞았다.
또 있다.
사 년 전이던가?
회원 20만 명이 가까운 농업 관련 카페에 정치 이야기가 오르기에 '자제했으면' 하는 댓글 달았다가 즉시 강퇴당했다.
일 년 뒤에 재가입했다. 어떤 회원이 정치 이야기를 쓰고는 경고받았다. 그분이 잘릴까 싶어서 내가 '어느 정도껏은 정치 이야기도 허용하자'는 댓글 달았다. 결과는? 나만 영구히 제명되었다. 내가 농사꾼이기에 절실하게 필요한 귀농카페이고, 내가 좋아하는 카페였는데도 댓글 잘못 단 이유로 순식간에 강퇴당했다.
댓글 잘못 달아 미움받고는 즉시 강퇴당한 경험이 있는데도 요즈음 나는 국보문학 카페에 또 댓글 달기 시작했다.
문학인들이기에 표준어인 우리말과 우리글을 제대로 썼으면 하는 희망으로 댓글 달았다. 나도 동시에 국어공부를 하기 때문이다.
사실이지, 나는 문학과는 거리가 먼 공부를 했고, 딱딱한 업무를 보는 직장에서 퇴직한 사람이다.
페에서 회원의 글을 읽기 좋아한다. 나도 이따금 잡글 올리고는 늘 고쳐 쓰려고 한다. 초안이야 생각나는 대로 앞뒤 가리지 않고 다다닥 자판기를 두들린다. 다듬고, 고치려면 왜그리 힘이 드는지 모르겠다. 생각과는 다르게 엉뚱하게 표현된 흔적이 무척이나 많았다.
남들도 나처럼 고쳐 쓰는 습관을 가졌으면 하는 내 소박한 욕심이 어쩌면 건방진 짓이다. 글 쓴 이가 알아서 썼는데 전혀 모르는 회원이 남의 글을 지적한다? 지적당한 분으로서는 기분이 별로일 게다. 미움받는 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슬쩍 꼬집었다.
이왕이면 내가 가입하고 활동하는 문학카페가 조금이라도 더 건실되게 발전할 수록 나도 덩달아 글솜씨가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의 글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에, 남의 글을 더 많이 모방하고 싶었기에.
이 글 고치다가 쉬면서 어떤 시를 읽었다. 고개를 흔들고는 더 이상 읽지 않았다.
띄어쓰기, 맞춤법은 어려워서 틀린다지만 명사 단어를 틀리면 안 된다.
입말을 글자로 쓸 때 무척이나 틀리게, 다르게 쓴다는 사실도 인정했으면 싶다.
자신이 쓴 글을 한 번이라도 다듬지 않았나 보다.
나는 지방 고유의 방언, 비표준어, 속어, 유행어, 전문용어 등에는 익숙하지 못해서 일상 언어인 표준국어로만 글 쓰려고 한다. 아쉽게도 국어대백과사전은 없다. 대신 소형 '띄어쓰기', '바른 표기' 등의 책은 여러 권 있어서 글 쓰다가도 어색하면 책을 펼쳐서 틀린 부분을 확인하고, 고친다.
사전류가 없으면 인터넷에서도 쉽게 검색하는 방법이 있단다.
일전 어떤 문학인과 말을 주고받았다. 그분은 "지금껏 쓴 문장 전부를 '네이버'에 옮겨서 검색하면 오탈자 등을 쉽게 고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꺼번에 검색할 수 있다니 무척이나 편리한 시스템으로 여긴다. 나는 아직껏 그렇게 하지 못했다. 우직하게도 '띄어쓰기' 책을 펼쳐서 낱자를 확인하고 있다. 다만 늘 고쳐 쓰겠다는 생각이기에 해마다 실력이 늘어서 조금씩이라도 덜 틀리고 있다고 자위한다.
내 집에는 이따금 외국인 사위의 남동생들이 들른다.
서울의 어떤 대학교에서 한국말을 배우는 학생들이기에 나는 우리말을 잠깐이라도 가르친다.
그들이 정말로 힘들어 하는 것은 띄어쓰기이다. 한글을 읽지만 그 뜻을 대부분 모른다.
예컨대 '애달 픈사랑'이다.
'애달'이 무슨 뜻일까?
'픈사랑'이 무슨 말일까?
나는 안다. 두 단어가 틀렸다는 것을. 띄어쓰기를 잘못했다는 것을.
'애달픈 사랑'이라고 제대로 썼다면 외국인은 빠르게 이해할 게다.
또 나의 예다.
그 짧은 시에서 두 단어를 발견했다.
'나뭇가지', '나무가지.'
띄어쓰기 책에서는 '나뭇가지'가 맞다.
왜 이런 차이를 발견하지 못할까?
스마트폰 등 화면이 작은 기기로 글 쓰면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나는 한 번이라도 더 글을 다듬어야겠다고 반성하면서 이쯤에서 글 줄인다.
2.
서울 올라온 지가 나흘째.
비 내리고, 흐리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하늘이 무척이나 맑고 밝다.
갯바람 산 능선 너머로 불어오는 시골에 있다면 지금쯤 텃밭에서 정신없이 일하고 있을 게다. 씨앗 뿌리고, 철이 약간 지났지만 어린 나무를 포기 나눠 옮겨 심을 게다. 앞산 부모 무덤에도 들른 뒤 주변 숲 아래에서 어린 고사리가 돋아났는지도 눈여겨보고, 갯바람을 쐬러 바닷가로 나가고, 산속에서 사는 후배 농사꾼네를 찾고 싶을 게다.
이게 무슨 미친 꼴인가?
바쁜 농사철에 농사 팽개치고는 서울 올라와 이런 글이나 쓰고 있다니...
2017. 4. 19. 수요일. 풀씨하나 최윤환
첫댓글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틀리기 쉬운 띄어 쓰기 문법
어렵습니다
배웠지만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기도 하고요 사실입니다
자주 수정 하고 또 수정토록 하겠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서울 강서구 국어연구원에서 '우리말과 우리글에서는 띄어쓰기가 가장 어렵다'라는 말을 들었지요.
맞춤법도 아직도 완벽하게 정립되지 않아서 우왕좌왕.
19년 전에 발간한 표준국어대백과사전조차도 오류가 5,000개 쯤이어서 재간하지 못하는 실정.
세계 최고의 글자를 지녔는데도 아직도 미흡한 국어 현실이 아쉽네요.
세계 11~12위 언어 大國인 우리나라인데...
우리말과 우리글을 배우려고 한국에 오는 외국인도 많은 세상인데도 정작 우리들은요?
한자병에 찌들어서...
저는 지난해 올해 빗돌 열댓개를 옮기면서 한문을 읽지 못했고.
비문은 이해불능의 그림에 불과하고.
님은 나중에 글 아주 멋지게 쓰실 거에요.
우리말 맞춤법, 문법 검사기를 이용해보세요 .< http://speller.cs.pusan.ac.kr/> 글을 다 쓰고 난 후 여기에다 http://speller.cs.pusan.ac.kr/PnuSpellerISAPI_201602/ 문장을 복사해서 검사하면 되네요.
고맙습니다. 영어로 입력하는데 무척이나 시간이 더디네요.
영어 대신에 '한국어 맞춤법'을 입력하여 여러 가지의 문법 검사기가 뜨네요. 300자, 1,000자까지 검색 가능하군요.
저는 지금껏 이런 것 모르고도 살았군요.
저는 물론이고 카페 회원들도 사용해야겠군요.
각 방 상단에 이런 방이 있음을 게시했으면 싶네요.
전에 어느 분인가 저한테 소개해 주셨는데 제가 무심코 건너 뛰었군요.
제 느낌은 90%는 검색 가능할 것 같군요.
네이버에서도 '한국어 맞춤법 문장검색기' 기능이 있다고 국보회원이 최근에 저한테 알려준 적이 있었지요.
방금 전 '네이버', '다음'에서 실험하니 모두 만족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