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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비용 총 2천만원. 인테리어비는 창업 비용의 10%도 안 들었다. 밥도 안 먹고 꼬박 20시간 일하니 내부가 그럭저럭 완성됐다. 쌈지길에 있는 가게는 보증금 없이 월 매출액의 일정 부분(20~30%)을 내면 되기 때문에 큰돈이 들지 않았다. |
shop 2 손바닥만한 박스를 임대해주는 스몰숍 홍대 앞 - 요기가
진보적이고 실험적인 홍대 앞의 외진 곳에 ‘요기가’라는 숍이 있다. 요기가는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곳이다. 요식업으로 등록되어 있지만 그보다는 전시 겸 판매공간을 임대해주는 곳이란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가 요기가를 오픈하기까지
요기가의 숍 마스터 이한주 씨는 홍대에서만 17년을 보냈다. 홍대 시각디자인학과에 입학하면서부터 쭉 홍대가 그의 삶의 주무대였던 것. 가게를 내기 전까지는 일러스트를 그리고 CD-ROM 타이틀을 제작하면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금강제화 CF 중 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던 데땅뜨와 신씨네에서 제작했던 015B의 실험적인 뮤직비디오, 「서태지TAKE 2」의 뮤직비디오가 그의 손을 거쳐간 대표작들. 이런 작품들로 남들에게는 “앞서간다”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는 자신이 재미있는 일, 나만의 작업을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 재작년 4월, 작업실 개념의 가게를 오픈했다.
작은 가게에서 또 작은 가게를 임대하다
홍대 앞의 목 좋은 숍들은 권리금이나 보증금, 월세가 너무 비쌌다. 그래서 외진 곳에 보증금 2천만원에 월세 80만원을 내기로 하고 가게를 얻었다. 그러나 돈에 연연해하지 않고 하고 싶은 작업을 즐기면서 하고 싶었던 그에게는 그마저도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아는 선배가 자투리 공간을 임대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아이디어를 제안해서 개당 6천원 하는 MDF 박스를 1백 개 구입하고 원하는 사람에게 빌려주기 시작했다. 임대료는 한 달에 2만원. 방향을 다른 쪽으로 살짝 틀었지만 그는 임대수익으로 돈을 벌 생각은 하지 않는다. 가게 오픈 후 그는 이 작업실에서 처음으로 해골 모양의 티셔츠를 만들었다. 하고 싶은 일을 마음 편히 할 수 있었던 작업이어서 즐거웠다.
누구나 열 수 있는 MDF 박스 가게
오픈한 지 2년 남짓, 이제는 이름이 꽤 알려져 외진 곳에 자리 잡은 이곳까지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임대를 목적으로 요기가를 찾는 사람들은 주로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들이다. 공예를 전공했거나 디자이너로 일하는 사람도 있고, 학교에서 프로젝트로 만든 결과물을 맡기는 학생들도 있다. 요기가에서 취급하는 아이템은 장신구와 핸드메이드 노트, 도자기, 음반(홍대 앞에서 음악하는 사람들이 직접 제작한 음반) 등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호회에서 만든 머그잔은 책에 그려진 하루키를 재해석해 펜 드로잉으로 그린 것으로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 자신의 작품을 맡기러 오는 사람들에게 그는 분명히 말해둔다. 요기가는 아트 상품점이 아닌 전시 겸 판매 공간이라고. 그것이 요기가를 운영하는 그의 원칙이다.
창업 비용 총 2천1백만원 정도. 가게 보증금 2천만원에 MDF 박스를 사는 데 60만원이 들었고 등록비가 추가됐다. 인테리어는 따로 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꾸몄다. |
shop 3 홍대 앞 가마보코 전문점 - 어유당
홍대 정문 앞, 신호등을 건너다 목재 외관이 눈길을 끄는 상점을 발견했다. 올려다보니 검은색 간판에 ‘어유당, 가마보코 전문점’이라고 쓰여 있다. 혼자 움직이기에도 좁아 보이는 공간에서 검은색 두건을 머리에 질끈 묶고 일하는 사람을 보고 ‘일본 음식인가? 가마보코가 뭐지?’ 하는데, 그제야 유리 안에 진열되어 있는 어묵들이 보였다.
시간강사에서 가마보코 사장으로
가마보코는 일본 역사책 속에도 나올 만큼 오래된 일본의 전통 음식으로, 생선살로 반죽한 즉석 튀김 어묵이다. 어유당을 창업한 지 1년 3개월째라는 김동욱 사장은 본래 시간강사 일을 하고 있었지만 수입이 자신의 기대만큼 높지 않고 불안정해 다른 길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서울산업통산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실전창업스쿨을 알게 되어 그 과정을 이수했다. 이곳은 3개월 정도의 교육 기간을 마치면 창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곳으로, 무점포·소자본·프랜차이즈·인터넷 쇼핑몰 창업 등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일단 창업에 대한 기본 교육을 받은 뒤 가마보코라는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어려운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닌 데다 꾸준한 수요가 있으므로 위험 부담이 적다고 생각해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우선 가마보코 전문점들을 찾아다니며 그 맛을 비교 분석했다. 그리고 전문점 사장에게 창업 준비 중임을 얘기하고 도움을 받았다. 매장 운영과 손님을 대하는 법 등 세세한 것들을 배운 뒤, 공장에 직접 출퇴근하며 가마보코 만드는 것을 배웠다.
홍대 앞에 삼각형 가게 얻기
창업 예산을 정하고 가마보코를 즐겨 먹는, 젊은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명동, 신촌, 이대 등 소위 목 좋은 곳들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곳은 임대료가 너무 비싸 포기하고 홍대 앞을 물색해봤다. 임대료가 적은 편이긴 했지만 홍대에서도 걷고 싶은 거리가 있는 곳이나 놀이터 주변은 권리금만 1억5천만원에서 2억5천만원이었고 보증금도 따로 내야 했다. 마침내 1억원 정도의 권리금에 맞는 2~3평짜리 자투리 공간을 찾았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각형이 아니라 삼각형 구조라 내부 공간 활용이 쉽지 않았다. 인테리어는 외관을 일본 분위기가 나도록 꾸미고 내부를 깔끔하게 새로 칠해 눈길을 끌 수 있게 했다. 10대와 20대가 홍대 상권의 주요 고객이고, 홍대가 예술대학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고급스럽고 예술적이어야 손님들이 찾는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부터는 매출을 올리기 위해 커피머신도 들여놓아 가마보코, 빅슈, 테이크아웃 커피를 함께 판매하고 있다. 빅슈는 옆 가게에서 판매하던 것이었는데, 가게를 정리하면서 인수해보면 어떻겠느냐는 권유를 받고 시작하게 되었다고. 가마보코라는 제품의 특성상 계절을 탈 수 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지금은 매출도 어느정도 안정되고 단골고객도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 예전부터 애니메이션 일을 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것을 위한 준비 단계이므로 상황을 더 지켜보고 원래 꿈을 이루고 싶다고 했다.
창업 비용 1억1천만원. 창업 비용의 대부분이 가게의 권리금이다. 학교 앞이라 세가 워낙 비싸지만 평수가 작기 때문에 다른 곳에 비하면 적은 금액. 인테리어 비용은 1천5백만원 정도. 가마보코 기계는 청계천 주방 전문점에서 4백만원에 구입. 한 달 수입 5백만~6백만원, 순수익은 2백만원 안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