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 [김철규 원장의 스마트 한의학] 2013-11-29>
오장육부의 부부관계
김철규 하늘꽃한의원 원장
오행인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는 계절에서는 봄-여름-장마-가을-겨울(春-夏-長夏-秋-冬)로, 인체의 오장에서는 간심비폐신(肝心脾肺腎)으로 발현된다. 그렇다면 당연히 육부도 오장(五臟)처럼 오행(五行)에 배속되는 것은 당연한 원리다. 이렇게 해서 나온 이론이 오장육부의 표리관계다.
앞선 칼럼에서 육부(六腑)는 음식물이 지나가는 통로로 가장 안쪽에 있어 음(陰)이지만, 뒤집으면 거죽(表)이 되므로 양(陽)이라고 했다. 오장(五臟)은 음(陰)이므로 양(陽)인 육부와 표리관계에 있게 돼 기능이나 위치관계로 하나씩 짝짓게 되는 데 이것을 부부관계라고 한다.
간(肝)에는 담(膽)이 붙어 있으면서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을 저장하고 내보내는 역할을 하므로 간과 담은 표리관계에 있다고 하고, 음양의 대표인 남편과 아내의 관계와 같다고 해서 부부관계라고 한다. 음중지양인 간(肝)은 횡격막 아래 있으면서 양적인 일을 한다고 했다. 담(膽)은 육부(六腑)의 하나로서 간(肝)보다 더 양(陽)적이다. 그러므로 횡격막 아래 있지만 가장 양적이다. 그래서 기능상으로 보면 양적인 심폐에 가깝다고 보면 음양의 중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양의 편도 음의 편도 들 수 없다. 그러므로 중정지관(中正之官)이다. 한가운데 있는 장부란 뜻이다. 그래도 담(膽)은 양이든 음이든 둘 중 하나로 결론을 내야 하므로 결단(決斷)이 여기서 나온다고 한 것이다.
폐(肺)와 부부 관계에 있는 것은 대장(大腸)이다. 폐(肺)는 제일 위에 있으면서 수분을 조절하고 대장은 아래에 있으면서 대변에 있는 진액을 최대한 회수하는 일을 한다. 둘 다 수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며 폐(肺)는 제일 위에 있으며 가장 양(陽)적인 물질을 밖으로 배출하는 한편, 대장은 아래에 있으면서 가장 음(陰)적인 물질인 대변을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 관문이다. 우리 몸은 양(陽)만 있는 것도 음(陰)만 있는 것도 허용하지 않으며, 음과 양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기운만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대장의 이런 역할을 전도지관(傳道之官)이라고 했다. 찌꺼기인 대변을 잘 이끌어 밖으로 전해준다는 뜻이다. 비장(脾臟)과 부부관계에 있는 것은 위장(胃臟)이다. 우리말에도 소화에 관해 말할 때 “비위를 상했다, 비위가 약하다”같이 항상 비위(脾胃)가 따라다닌다. 비장은 입맛과 배고픈 것과 관계가 있고 위장은 소화와 관계가 있다. 비장은 해부학적으로 보면 혈당을 조절하는 췌장과 그 끝에 붙어있는 지라를 합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에너지 섭취와 소비를 관장하는 뇌의 시상하부에 신체 곳곳에서 에너지인 혈당이 정상치를 벗어나면 췌장의 인슐린과 글루카곤이 적절하게 혈당을 조절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배고픔을 느끼면서 입맛이 돌게 되거나 포만감을 알게 된다. 위장(胃臟)은 당연히 소화와 관계가 있으니 소화가 안되면 명치끝이 꽉 막히거나, 음식물이 오래 머물러서 부패되어 가스가 차서 배가 빵빵하게 되거나 심하면 신물이 올라오게 된다. 이를 두고 비위를 창름지관(倉廩之官)이라고 하였다. 창름이란 식량창고를 말한다. 후천적으로 먹고 마시는 모든 식량이 여기서 저장되고 필요할 때 쓰여지게 관리한다는 것이다.
신장(腎臟)과 방광(膀胱)또한 부부관계에 있다. 신장과 방광은 우리 몸에 쓸 수 있는 물과 못 쓰는 물을 분리해서 수거하는 역할을 하며, 신장에서 거른 것을 방광에서 저장했다가 내 보내는 역할을 한다. 신장은 작강지관(作强之官)이라 했고 방광은 주도지관(州都之官)이라 했다. 신장에 갈무리된 정(精)이 강성하면 몸이 튼튼해진다는 뜻이고, 주도는 주저(洲渚)로 물을 가두어 두는 곳이란 뜻이다. 심장(心臟)과 소장(小腸)은 위치상 폐-대장에 붙어 있으면서 서로 관계를 하는 장기로 위치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영양물질이 소장에서 모두 흡수되고, 그걸 심장이 햇빛을 비추듯 온 몸으로 산포하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심장(心臟)은 군주지관(君主之官)으로 내 몸의 왕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소장(小腸)은 수성지관(受盛之官)으로 위(胃)에서 음식물을 받아서 청탁(淸濁)-영양물질과 찌꺼기-을 분리해서 영양물질은 체내로 흡수하고 찌꺼기는 대장으로 내려 보내는 일을 한다는 것이다. 수성(受盛)이란 받아들여서 인체를 왕성하게 한다라는 뜻이다. <소문 영란지전론>에는 오장육부가 아닌 육장육부로 말하고 있다.
오장(五臟)에 전중(膻中)을 첨가해서 육장(六臟)으로 말하고 육부(六腑)의 삼초(三焦)와 부부의 연을 맺어놓고 있다. 전중(膻中)은 심포(心包)의 또다른 이름이다. 심포는 “심보가 고약하다” “심보가 글러 먹었다”고 할 때 쓰는 그 심보다. 심포는 심장의 지시를 받아 나라의 일을 주관하는 관리이다. 그래서 신사지관(臣使之官)이라 했다. 신사(臣使)란 신하를 부린다는 뜻이다. 심포의 짝인 삼초(三焦)는 신장과 폐의 물을 상-중-하부인 삼초(三焦)에 골고루 배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결독지관(決瀆之官)이라 했다. 물길이 잘 통하도록 한다는 뜻이다. 실재로 심포(心包)와 삼초(三焦)는 해부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기관으로 한의학을 설명하는 기능단위로만 존재한다. 아직도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은 많다. 몸은 자연의 일부로 오운육기에 맞게 형성되었으므로 오장육부여야 한다는 강한 믿음으로 생겨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간-담은 목(木), 심-소장은 화(火), 비-위는 토(土), 폐-대장은 금(金), 신-방광은 수(水)에 배속된다. 이것만은 꼭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