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점 사업들2 : 여성정치세력화운동

[수비니맘]

창간 20주년을 향해 다시 보는 여성신문

역점 사업들2 : 여성정치세력화운동

‘여성정치세력화 인큐베이터’가 되다
대선·경선·지방선거 여성정책 TV토론회, 총선여성연대 발족 등 이끌어

여성신문은 창간 때부터 기사로 시작돼 현실로까지 확장된 여성운동을 계속해왔다. 때문에 여성신문은 가장 여성주의적인 성격의 대중사업을 가장 성공적으로 치러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여성신문의 역점 사업들은 신문의 이슈와 맞물려 대략 네가지로 분류된다. 첫번째는 여성 인권과 권익 증진을 위한 여성운동적 사업들, 두번째는 정·관계 진출을 위한 여성 정치세력화 운동 관련 사업, 세번째는 새로운 사회 대안문화 사회운동 성격의 여성주의·양성평등 문화 사업, 그리고 마지막으로 21세기 롤모델과 네트워킹 제시 사업이다. 이번 순서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39명의 역대 최다 여성 국회의원을 탄생시키고,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2002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여성 당선율을 기록하기까지 직·간접적으로 지원을 다해온 여성 정치세력화 운동 사업들을 소개한다.


대 선

▲ 2007년 11월 열린 ‘대통령 후보 초청 여성정책 토론회’ 당시 이명박 후보가 토론회가 끝난 뒤 여성 패널들과 함께 한 모습.

97·2002·2007 대선직전 개최해 여성계 ‘전통’으로…2007년 첫 경선토론회

범여성계와 함께 대선후보 초청 여성정책 TV토론회로 새 지평

▲ 97년 11월 처음으로 열린 ‘대통령 후보 초청 여성정책 토론회’ 당시 김대중 후보가 여성 패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1997년 대선에서 여성신문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등 88개 여성단체를 대표해 최초로 ‘대통령 후보 초청 여성정책 토론회’를 주최하고 이것이 TV로 생중계(KBS 2TV)되는 새로운 지평을 연다. 대선후보의 정책관을 여성의 눈으로 검토, 평가하고 새로운 아젠더를 제시하는 또 하나의 여성 정치세력화에 ‘전통’을 만들어낸 것.

11월3일부터 ‘21세기 여성정책과 삶의 질’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는 당시 대선후보였던 조순 민주당 총재,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 이회창 신한국당 총재가 초청됐다.

대선후보들은 여성계가 제시한 여성부 신설, 공공기관 20% 여성 채용 할당, 중·고교 학교급식 실시, 만 5세 아동 무상교육, 가정폭력방지법 제정 등의 이슈에 ‘찬성’을 표했다. 반면 호주제 폐지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론 찬성하지만 현재는 시기상조’라는 유보적 입장이 대부분이었다.(97년 11월14일 450호)
이어서 2002년 16대 대선에서도 80여개 여성단체로 이루어진 ‘여성단체연대’ 주최, 여성신문 후원의 ‘여성의 비전, 새로운 리더십’을 주제로 한 여성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11월21일부터 민주당 노무현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순으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후보들은 호주제 폐지, 보육 공공성 확보 등을 약속했다.(2002년 12월6일 704호)
‘2007 대선후보 초청 여성정책 토론회-2007 대선, 여성이 묻는다!’는 11월28일부터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순으로 전개돼, 여성부통령 임명, 여성가족부 존치, 육아휴직시 호봉가산제 등의 공약이 발표됐다.

▲ 2002년 11월 열린 ‘대통령 후보 초청 여성정책 토론회’ 당시 노무현 후보가 여성 패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 2007년 7월 열린 여성계 첫 경선후보 초청 토론회 ‘여성이 묻는다-준비되셨습니까?’에 참석한 당시 경선 후보들. 추미애, 정동영, 한명숙. 심상정 후보(왼쪽부터)가 여성을 위해 ‘준비된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경 선

대선 ‘예비’ 단계부터‘여성 눈’으로 검증

2007년 대선에서는 정례화된 여성정책 토론회가 좀더 엄밀한 방향으로 발전됐다. 처음으로 대선 ‘경선’ 후보 초청 여성정책 토론회로 확대, 계승된 것. ‘여성 표심으로 본 대선 세미나-여성이 묻는다, 준비되셨습니까?’(2007년 8월10일 941호)에 참석한 당시 경선후보 정동영·한명숙·추미애·심상정 후보는 “여성을 위해 ‘준비된 대통령 후보’가 되겠습니다” 서약서에 서명을 해 경선 단계에서부터 여성공약의 중요성을 유권자들에게 인식시켰다. 또한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대표단을 비롯, 여성단체장 200여명이 참석해 4시간여 동안 열띤 토론을 벌이며 뜨거운 관심을 표했다.

여성신문은 양성평등실현연합 여성정책연구소와 공동으로 정동영·한명숙·손학규·이명박·박근혜·추미애·심상정 등 후보 7인에게 양성평등 철학과 시대정신, 여성정책 관련 질의서를 보내고 답변서를 받아 이를 분석하는 식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공통으로 나온 여성공약은 ▲여성 경제참여율 60%로 증대 ▲여성 일자리 100만개 창출 ▲여성장관 30~50% 증가 ▲아동 성폭력 범죄 공소시효 폐지 등이다.

세미나는 대선 ‘예비’ 단계에서부터 후보들에게 여성정책의 중요성을 환기시켜 이를 공약에 반영하도록 준비시키는 동시에 후보들이 양성평등 철학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면에서 의미가 크다. 반면 후보들의 공약에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통해 단계별 추진계획을 위한 여성정책 전문가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당선 후 인수위에서 양성평등이 국정과제로 실현되고 여성정책이 하위 순위로 밀리지 않도록 여성들이 각 후보의 면면을 제대로 평가해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시사했다.


총 선

▲ ‘17대 총선을 위한 여성연대’ 발족의 계기가 된 본지 좌담회 ‘정치개혁과 17대 총선, 여성은 무엇을 할 것인가’ 좌담회(2003년 6월 6일 729호).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 발족과 ‘여성 100인 국회 보내기’ 캠페인으로 이어져

‘17대총선을 위한 여성연대’ 출범
 지역구·비례대표 여성 39명 당선

2003년 5월23일 여성신문이 주최한 ‘정치개혁과 17대 총선, 여성은 무엇을 할 것인가’ 좌담회는 의미 있는 ‘사건’ 하나를 만들어냈다.

이춘호 한국여성유권자연맹 회장, 이오경숙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김금래 한나라당 여성국장, 김효선 여성신문 부사장 등 여성단체와 학계, 정당에 걸쳐 있는 참석자 10명이 ‘내년 17대 총선에 대비, 여성단체와 정당을 망라한 연대기구를 띄운다’는 것에 합의하고 이를 여성신문이 ‘줄기차게 돕기로’ 했다.(2003년 6월6일 729호)
이후 여성신문을 주축으로 수차례 회의가 개최됐고, 8월19일 300여개 여성단체가 참여한 범여성계 대표체로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 여성과 사회적 약자가 참여하는 민주적인 정치’를 선언하며 ‘17대 총선을 위한 여성연대’(총선여성연대)가 출범했다.

범여성계는 94년 ‘할당제 도입을 위한 여성연대’를 구성했으나 대규모로 여성단체들이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2003년 8월29일 740호)
총선여성연대의 제도개선 요구안은 ▲비례대표 대 지역구 의석 1대 2 비율 확대 ▲(남녀순번 지퍼식) 국회의원 비례대표 50%, 지역구 30% 여성 공천 할당 의무조항 ▲위반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삭감 등의 제재조치 ▲비례대표 50% 여성 공천 할당 불이행 정당 후보 선관위 접수 불허 ▲각 당 공천심사위에 30% 여성 할당 등으로, 첫 좌담회 때 합의된 내용 대부분이 반영됐다.

총선여성연대의 활동은 11월6일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 발족과 ‘여성 100인 국회 보내기’ 캠페인으로 이어져 2004년 1월7일 여성후보 102인 명단을 발표하는 퍼포먼스가 전개됐다.(2004년 1월16일 760호)
17대 국회에는 총 39명의 여성이 지역구· 비례대표에서 당선됐는데, 이 수치는 역대 최고 기록으로, 당선자 중 상당수가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의 102인 명단에 포함된 이들이었다.

▲ 본지 6월 좌담회는 300여개 여성단체가 모여 8월에 ‘17대 총선을 위한 여성연대’(총선여성연대)를 발족하는 성과로 이어진다.

▲ 총선여성연대의 활동을 통해 2003년 11월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가 발족되고 ‘여성 100인 국회 보내기’ 캠페인이 활발히 전개됐다.

지 방 선 거

▲ 2006년 5월 열린 서울시장 후보 초청 여성정책 토론회에서 각당 후보들이 ‘OX 퀴즈로 알아보는 후보들의 입장’에 답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박주선, 오세훈, 강금실, 김종철 후보.

2006년 여성행동·여성신문 주최 서울시장 후보 여성정책 토론회

지방선거에서도 후보들 ‘첫’ 검증
여성·사회정책 따져 시정 반영도

여성신문은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여성 정치세력화 운동의 또 하나의 ‘전통’을 만들어냈다.

5월22일 전국 73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생활자치 맑은정치 여성행동’과 공동으로 ‘서울시장 4당 후보 초청 여성정책 토론회’를 성황리에 개최한 것.(2006년 5월22일 880호). 범여성계의 지방선거 관련 토론회로서는 최초의 시도였다.

강금실(열린우리당), 오세훈(한나라당), 박주선(민주당), 김종철(민주노동당) 후보에 대해 여성·사회정책 관련 공약, 자질과 가치관, 여성 마인드 등을 점검한 토론회에서는 여성 현안과 핫 이슈에 대해 ‘OX 퀴즈로 알아보는 후보들의 입장’ ‘그것이 알고 싶다’ 등 기존 토론회에는 없었던 부분들이 추가 시도돼 후보들의 내밀한 생각과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후보들은 공공보육시설 설치 규모, 성매매 집결지 폐쇄 시기, 여성 부시장 임명 등 세부사항에 다소간 입장 차이를 보였지만 고위직 여성공무원 임용 확대, 양질의 여성일자리 창출, 노인돌봄 정책 등 여성 현안에 대해서는 대체로 여성계 주장과 일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세훈 후보는 토론회를 마친 후 “선거 캠프 캐치프레이즈에 ‘여성이 행복한 서울’을 꼭 넣어야겠다”며 “여성이 만족하는 시장이 서울이 만족할 수 있는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소감을 밝혔는데, 이는 후에 서울시장 당선 후 시정에 반영됐다.

토론회는 지방선거 사상 처음으로 “여타 토론회에서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정책에 대해 검증할 수 있는 자리”라는 평가와 함께 “여성계가 주관하는 토론회가 갖는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중평을 들었다.

962호 [특집] (2007-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