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고등학교 북 콘서트에 다녀와서
2016년 1월 20일
전국이 대한추위로 꽁꽁 얼어붙은 날 김천고등학교 학생들을 만나러 갔다.
이번 강연은 특별한 만남이었다.
거의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학교 선생님들이 강사를 초청해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하는데 이번 김천고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나를 초청한 자리였다.
지방에서 밤에 강연을 하는 것도 처음이었고
서울역에서 오후 늦게 KTX를 타고 내려가는 것도 처음이었다.
또 학생들의 초청이라 학교에서 조그만 지원이라도 한다며 왕복 차표를 끊어준 것도 처음이었다.
강연료는 다른 곳에 비해 적었지만 학생들의 자발적인 행사라서
나도 기꺼이 가기로 했다.
김천은 내게 먼 기억으로 남아있다.
작가의 길에 들어서기 전 큰 아이 유치원 자모들로 엮인 모임회원들과
밤기차를 타고 내린 곳이 구미였고 새벽에 서기가 서린 금오산을 올랐다가 내려와
직지사를 찾았던 기억이다.
직지사는 단청이 다른 곳과 달라 첫인상이 매우 청청한 느낌이었다.
오방색을 주로 하는 단청색깔은 어디나 비슷한데 직지사의 단청은 청색이 들어가 있어서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구미김천역에 도착해 기차에서 내리니 바로 앞에 나를 반기는 분이 계셨다.
승차장까지 들어와 차표를 끊어줬으니 몇째 칸에 탔다는 것까지 아시고 배웅하러 오신
김천고 신중석 수학선생님이셨다.
대부분 국어교사들이 역으로 나오는데 수학선생님이라니 그것 또한 특별한 일이었다.
총각선생님이려니 했는데 벌써 애기가 둘이라니
요즘은 도무지 나이를 가늠할 수가 없다.
선생님의 차를 타고 김천고까지 가는 동안 나를 초청한 학생들 때문에 당황스럽다고
학생들이 마구 마구 일을 벌이는 바람에 뒷감당 하기가 힘들다고 하셨다.
내가 듣기로는 너무나 멋진 학생들이었다.
수동형이 아닌 그야말로 자립형 사립고 학생들 답지 않은가.
신중식 선생님은 그래서 예우가 소흘할 까봐 너무 신경이 쓰인다며
학교까지 가는 동안 학생들의 생활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주셨다.
그 중에서 놀라운 일은
학생들이 핸드폰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
학교 교정에 공중전화를 설치했다는 것이었다.
학생들도 독서시간을 빼앗기고 사고의 폭이 좁아지는 핸드폰을 아예 갖지 않고 스스로
핸드폰에 빼앗기는 시간을 아주 값지게 쓴다는 것이었다.
나부터도 핸드폰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 시대에
이런 학교가 이런 기특한 학생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도착하기도 전에 감동이 되었다.
학교에 도착해 나를 위해 식사시간이 끝났는데도 특별히 마련해준 식당에서
신중석 선생님과 함께 급히 저녁을 먹었다.
강당으로 들어서니 최재형 북 콘서트를 했던 동영상이 틀어져 있었고
마침 내가 들어섰을 때 화면에는 최재형 선생을 소개하는 내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학생들의 손에 에네껜 아이들, 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 꽃제비 영대, 개성빵을 들고 있었다.
학생들은 손수 티켓을 만들어 팔고 내 브로슈어를 만들어 티켓을 사는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고 했다.
VIP티켓은 선생님들에게 판 모양이었다.
그 돈은 초록우산어린이 재단 긴급구호 아동들에게 기부를 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광복 70주년을 맞아 우리 역사속의 디아스포라에 대해
독립운동가 최재형, 에네껜 아이들, 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에 대해 강연을 마쳤다.
질문은 시간이 촉박해서 많이 받을 수가 없었다.
곧이어 시낭송 수상자 수상을 하고
바로 시낭송이 이어졌는데 자작시를 쓴 학생의 시도 가슴을 울렸고
특히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억하는 시들을 낭송하는데
남학생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처절한 삶을 소재로 한 시를 낭송할 때
나도 가슴이 울컥울컥 했다.
피아노 연주, 키타 연주, 노래, 시낭송 등을 했는데
요즘 학생들이 이렇듯 진지한 학생들도 있구나
나는 학생들의 공연을 경청하면서
조국을 생각하고 고민하고 참여하는 우리 역사속의 지식인 젊은이들의 모습이 저랬지 않았을까
그런 감정을 내내 느꼈다.
서울로 올라오는 차를 예매 했기 때문에 싸인도 다 못하고 돌아오면서
가길 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기특하고 진지하고 믿음직한 김천고 학생들
다시 만나고 싶은 학생들이었다.
첫댓글 김천고를 방문 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유익한 시간이였습니다! 김천고 많이 사랑해주세요~
초청에 흔쾌히 수락해주시고 방문해주신 것과 좋은 강연 들려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계속 인연 이어지길 바랍니다.
-김천고등학교 송설 82기 이우현-
존경하는 문영숙작가님,자라는 학생들에게 좋은 시간이 돼었겠군요.
먼길이어도 학생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작가님을 힘나게했군요.
김천고 학생들 참 장하고 멋진 학생들이네요.
앞으로 큰 인물이 많이 배출되어 최재형 선생님의 정신을 널리 알렸으면 좋겠습니다.
집행위원장님 김천고에서 앞으로 큰 인물들이 반드시 나올 것입니다.
김천고 학생들,우리역사를 바로알고 훌륭하신 분들에대해 공부하고 미래의
우리의 통일조국이 세계의 역사를 리드해나갈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세요.
명문 김천고 학생들과 선생님들 한번 보고싶네요.
김천고 역시 명문학교군요.
학생들 멋지고 큰 인재가 많이 나오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