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먼발치에서/화현 손 현희
그리운 마음에는
그 사람의 얼굴과
따스했던 시절이 숨어 웁니다.
그러나
그 사람을 미워하기보다는
살아 숨 쉴 때
한 번은 꼭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남을 생각하며
세월이 지나는 자리
그 먼발치에서
묵정밭/화현 손 현희
힘든 줄 모르고
놀이터처럼 올랐던 산
고속도로로 산길이 막혀
돌아 돌아서 찾은 밭
호박 골짜기 고구마 밭은
넓게 누워 묵정밭으로 남았다
오 남매의 땀이 흘렀던
부모님의 정성이 담겼던
흙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잡풀이 얽혀 보이지 않을 뿐이다
즐거운 집/화현 손 현희
작은 둥지를 떠나
큰 둥지를 트니
행복의 문이 열립니다.
이곳을 출입할 때마다
여기에 사는 즐거움 하나
들꽃이 핍니다.
사랑스러운 아내와
내 아이가 미소 지을 때마다
향기는 집안 가득 퍼집니다.
햇볕 창가에
복이 방안에 내려앉아
세월이 지날수록 사랑은 깊어만 갑니다.
詩人의 언덕/화현 손 현희
새파란 너의 언덕
꽃으로 화려한 봄을
가꾸어 놓고, 넌
지금쯤 풀잎 하나 물고
하늘을 보고 있으리라
세월 흘러 청춘이 가도
네 마음속에 푸른 언덕은
철 따라 꽃을 피우리라
패랭이꽃 지면, 풀꽃이
하얗게 웃으리라
詩를 쓰며 자연을 담은
너의 글에서 향기가
세상을 향해 날리고 있으니
너 어찌 웃지 않으랴
가슴에 피는 함박꽃/화현 손 현희
그대 얼굴
하늘의 먹구름 같아서
비가 내립니다.
애타는 마음
겉으로 웃고 있어도
속은 마른 잎
마지막 사랑을 향한
한마음이, 가슴에
가득 함박꽃을 피웁니다.
마당/화현 손 현희
흙 마당
넓은 도화지
어린 자매는
물붓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동그라미 두 개에
부모님 모셔 놓고
꽃보다 환한 미소로 채웁니다.
노을 물드는 해거름
들 향기 가득 싣고
부모님 경운기 타고 오시겠지
바람처럼 스치고 싶습니다/화현 손 현희
당신을 잊을 수 없어
추억의 그늘에 숨겨 놓고
밤마다 기차를 탑니다.
옆 빈자리는 늘 비워 놓겠습니다.
언제든 당신이 원하는 역에서 탑승하길 기대하며
홀로 떠나는 밤의 긴 여행
당신을 찾을 수가 없답니다.
다만
꿈길에서 만나는 당신은 늘 바람으로
스칠 뿐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그래도
난 당신이 참 좋습니다.
언제까지나 당신을 놓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 밤도 당신과 함께 어디론가 스치고 싶습니다.
달밤에/화현 손 현희
둥근 달이 뜰 때면
창가에 서서
부모님 얼굴을 그린 후
마당을 옮겨 놓고, 평상에 앉아
산천을 바라보며, 이야기 뭉치 풀어
긴 밤의 수레를 탑니다.
보름 동안
닫혀 있던 마음에 창을 열어
또 하나의 붓을 들어
언니와 동생을 그리며
어린 날로 돌아가 찔레 순을 꺾어
한 입 베어 뭅니다.
그곳에 살고 싶다/화현 손 현희
풀밭 마당
벤치에 앉아
나만의 풍경을 그리며
꽃들을 보는 마음이 되고 싶다
옥탑방
창가에 서서
별을 헤아리며, 풀벌레 소리에
귀를 열며, 둥근 달을 보는 그리움이 되고 싶다
내 사랑하는 사람과
귀여운 세 딸과 함께
세상 끝날까지 자연 속
풀향에 행복세상 가꾸고 싶다
개울가를 지날 때/화현 손 현희
동네마다
빨래터가 있었다.
세탁기에 밀려, 아낙의 수다 소리
멈춘 지 오래
개구쟁이 물놀이하며
흙탕물 일으킬 때
들렸던 호통소리
귀에 들릴 듯
얼음 깨고 맨손으로
빨래를 하던 흐린 기억의 모서리
세월의 벽 속에 숨어
빈 방망이질 한다.
카페 게시글
문학지 상재글모음
초동문학회 동인지 상재글
華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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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0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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