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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등 이일훈 일등 건축가 되다 |
- 이일훈 『모형 속을 걷다』솔 2005.
- 이일훈 선생을 만나고 나눈 이야기.
◆ 읽은책 소개
이일훈 선생께서 저자이신 “모형 속을 걷다”는 건축가가 집을 구상할 때 집만을 설계하지 않고 사람도 설계한다는 느낌을 준책이다. 집을 단순히 재산이나 거주지로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 만난 분 소개
겉모습은 야수. 하지만 알고 보면 부드럽고 센스가 만점인 이일훈 선생.
이일훈 선생은 건축가이자 “모형 속을 걷다”의 저자이시다. 한양대학교 건축과를 졸업하셨으며 많은 수상 경력이 있으시고 경기대학교 건축 전문 대학원 대우교수 로 계셨고 건축 스튜디오 “후리”를 꾸려 나가시고 있다.
◆ 함께한 사람들
-박상열 최종 보고서 gho456@hanmail.net 010-3014-2285
-주동환 기획 보고서 blackcat929@naver.com 011-9276-3438
-김주성 외교 보고서 jusung37@naver.com 010-8861-0239
-권형한 물음 보고서 food45@naver.com 010-4189-5414
-정세준 사진 보고서 janghyunri@naver.com 010-9890-5766
◆ 이일훈 선생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우리는 이일훈 선생을 인터뷰를 하기 위해 약속 장소인 서울시 마포구 연곡동을 향해 일찌감치 출발했다. 첫인상이 매우 강렬했다. 하지만 사람을 첫인상만 보 고 판단하지 마라. 이일훈 선생의 특유의 말솜씨와 말씀 도중 나오는 말장난에 모 두들 매료되고 말았다. 맨 처음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이일훈 선생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게 된다. 초등학교 시절 글라이더 대회에 나갔다는데 중요한 것은 꼴등 을 하셨다는 것이다.
간만에 서울 나들이
- 이일훈, [모형 속을 걷다], 솔, 2005
- 건축가 이일훈 선생과 인터뷰하고 작성한 최종보고서
박상열(2학년 7반 23번 gho456@hanmail.net)
11월 2일 일요일이다. 우리 모둠은 <모형 속을 걷다> 의 저자이신 이일훈 선생을 만나러 선생의 사무실로 갔다. 선생의 사무실은 일반 단독 주택이었다. 사무실 안쪽을 본 우리는 모두 감탄했다. 역시 건축가라서 그런지 달라보였다. 그 화려한 사무실 밖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우린 그곳에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우리 모임
국어시간 송승훈 선생께서 이번 수행평가는 모둠으로 하겠습니다. 5명씩 짝지어 앉으세요라고 말 하셨다. 모둠이라? 나를 끼워줄 모둠이 있을까? 결국 내가 모둠원들을 하나 둘씩 모으기 시작했다. 분명 가만히 앉아 있으면 나는 외면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내가먼저 나선 것이다.
먼저 내 자리와 가까운 위치에 있는 주성이부터 끌어 들였다. 그리고 마침 내 앞을 지나가고 있던 세준이를 끌어 들이려고 하는데 동환이와 형한이도 세준이를 끌어 들이려고 하고 있었다. 그런데 순간 저쪽 팀도 5명이 안 되어 있었다. 병규가 그 모습을 보고 너희 끼리 모둠을 하라는 나쁘지 않은 의견을 말했고 당장 한 모둠이 탄생했다.
모둠원은 질보단 양으로 할 생각이었는데 최고의 모둠이 되고 말았다. 전교에서 알아주는 모범생 형한이, 운동신경 좋고 역시나 모범생 동환이, 역시나 모범생이고 끼 많은 세준이. 또다시 모범생에다가 성격까지 좋은 주성이, 아무리 봐도 최고의 구성이었다. 물론 내가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최고의 구성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수업시간이 조용하면 자고 있는 것이고 깨어있으면 시끄러운 그런 아이였다. 그런 내가 모둠활동 그것도 인터뷰를 하다니 정말로 말도 안됐다. 모둠원에 비해 능력이부족한 나는 결국 우리 모둠은 결국 인터뷰 할 사람을 정하기 시작했다. 형한이가 유근이를 추천했다 유근이? 그게 누구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하자니까 난 아는 사람이니까 자신만만한 거겠지 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고 보니 천재란다. 천재를 그렇게 쉽게 만날 수 있을까? 난 이지아(연애인)를 만나고 싶은데 차마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그때 주성이가 말했다. 유근이는 너무 어려서 인터뷰가 불가능할거라는 얘기를 하면서 프로게이머 얘기를 꺼냈다. 중학교 때 친구중에 지금 프로게이머를 하려고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영돈이라는 친구였다. 그 친구를 만나자고 추천했다. 동환이와세준이 그리고 내가 반대했다. 부탁하기가 왠지 미안하기 때문이었다.
형한이: 그럼 우리 건축가는 어때? 주성이하고 상열이 원하는 대학과에 건축학과 썼다며 그럼 건축가로 하자.
우린 모두 찬성했고 결국에는 건축가를 인터뷰하기로 했다. 우리는 건축가에 대해서 잘 몰랐기 때문에 우선 건축가를 알기위해 책을 정하기 시작했다. 송승훈 선생께서 추천해주신 여러 책 목록 중에 이일훈 선생의 <모형 속을 걷다>와 최경원 선생의 <르코르뷔지에vs안도타다오>와 임석제 선생의 <건축, 우리의자화상>를 후보에 넣었다. 그리고 책을 샀는데 우리 모둠원들 중 2명이 <모형 속을 걷다>를 1명은 <건축 우리의자화상> 그리고 2명은 <르코르뷔지에vs안도타다오>을 샀다. 그리고 친구들의 분석 결과 이일훈 선생을 인터뷰하기로 정했다.
최종보고서라고 그게 제일 쉬운 거야?
이제 모둠원들도 구했고 책도 샀고 인터뷰할 사람도 정했으니 역할분담만 남아있었다. 역할은 최종 보고서, 기획, 외교, 물음, 사진이 있었다. 역할분담 역시 암울했다. 나에게 적절한 것이 없었다. 그나마 보고서도 1장에다가 사진 찍는 것도 간편한 사진이 제일 하고 싶었다. 하지만 평소에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고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세준이가 사진을 맡았고 다른 모둠원들도 찬성했다.
그리고 기획도 리더쉽이 강한 동환이가 맡는 것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형한이는 무엇을 하든지 다 잘할 것 이었고 주성이 역시 그럴 것 같았다. 나는 뭘 하지? 문제는 나였다. 물음을 하기엔 내가 너무 질문을 대충 만들 것 이었고 외교를 하기에도 인터뷰 상대를 만나고자 하는 노력자체를 안 할 것 이었다.
처음에는 에이스인 형안이가 최종보고서를 하기로 되어있었다. 형한이가 최종 보고서를 하면 마무리가 깔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물음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이지? 잠자고 일어나보니 내가 최종보고서가 되어있었다. 나를 최종보고서를 시킨다고? 학기 초에 책을 읽은 후에 쓰는 서평 5장도 안 써서 결국 빵점을 맞은 나에게 15장을 쓰라고? 말도 안 된다.
그런데 모둠원들의 하는 말을 들어보니 최종보고서는 어차피 애들이 보고서 쓴 것을 보고 그냥 정리만 하는 것 일거야 라고 말했다. 쉬워보였다. 게다가 우리 모둠원들은 모두 에이스들이었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내신관리를 열심히 하는 애들이다. 그래서 나 때문에 우리 모둠에게 피해를 줄 수 는 없었다.
결국 난 나에게 관대해지며 최종보고서를 맡게 되었다. 그리고 형한이가 물음을 맡았고 주성이가 외교를 하기로 했다. 그렇게 난 맞지도 않는 최종보고서를 맡고 모둠활동을 시작했다.
지독한 녀석들
이젠 외교만 잘 되면 한시름 놓는 것이다. 그러나 쉬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책 저자를 만난다니 솔직히 기대도 하지 않았다. 외교인 주성이는 “모형 속을 걷다” 의 출판사에 전화를 시작했다. 그러나 몇 번을 해도 연락은 오지 않는 거 같았다. 역시 책 저자가 우릴 만날 시간이 있으면 책 한권을 더 쓰겠지. 예상대로 잘 되지 않는 모양이다.
이번엔 물음인 형한이까지. 전화를 해봤다는 것이다. 장난 전화같은 익명성의 달인 세준이도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형한이의 이름으로 전화를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연락은 여전히 오지 않았다. 그렇게 다음 국어시간이 돌아왔다. 그리고 송승훈 선생께서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외교담당인 주성이가 뜻 밖에 사실을 말했다. 이일훈 선생과 송승훈 선생이 친분이 있으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일훈 선생께서 송승훈 선생의 집도 지어주셨다는 것이다. 그리곤 우리는 송승훈 선생께 이일훈 선생 연락처를 얻으려고 하는 편법을 쓰려고 했다. 하지만 송승훈 선생께서는 우리가 아무런 노력도 없이 연락처를 얻길 원하시지 않으셨다.
될 때까지 노력을 하고 안 될 때 그때 부탁하라고 하셨다. 그러시면서 점심타이밍에 점심을 먹고 기분이 좋을 때 출판사에다가 전화해보라는 충고를 해주셨다. 그래서 우리 모둠은 포기하지 않고 전화도 계속해보았고 송승훈 선생의 충고 덕분인지 결국 “모형 속을 걷다”의 출판사에서 이일훈 선생의 이메일을 알아냈다. 그리곤 형한이가 이일훈 선생께 직접 이메일을 썼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답장은 없었다. 다른 모둠은 이미 모두 인터뷰 약속이 잡혀있었는데 우리 모둠은 무소식이었다. 11월 1일 토요일 주성이에게 전화가 왔다. 형한이의 메일에 이일훈 선생께서 답장을 하셨다는 것이다. 11월 2일 일요일에 만나자는 답장이 우리 모둠의 끈질긴 연락으로 결국 인터뷰 약속이 잡힌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지독 했다. 포기할 때도 됐는데 우리 모둠은 포기 할 줄 몰랐다. 아니 포기라는 것을 몰랐다. 그런데 갑자기 모둠에게 무언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다른 애들은 모두 전화를 하고 노력을 했는데 나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다. 미안함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미안함을 덜어내기 위해서 현장인터뷰를 위해서 샀던 책도 조금이나마 읽었고 송승훈 선생의 블로그에 들어가서 선배들이 쓴 최종보고서도 읽어 보았다.
진짜로 책 저자를 만나다
선생과의 약속이 잡히고 우린 약속시간 전에 도착하기위해 10시에 모이기로 했다. 내가 약속장소에 도착했을 때에는 형한이를 제외하고 모두 모여 있었다. 학교 갈 때도 매일 지각하던 형한이는 역시나 지각을 했다. 지각비를 걷었어야했는데 아쉽다. 뭐 사실 나도 따지고 보면 지각이지만 우린 다모여서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목적지는 홍대입구라고 했다.
우린 11번을 타고 강변역으로 출발했다. 형한이가 버스 안에서 다른 애들과 같이 질문을 수정 할 동안 난 핸드폰게임을 했다. 너무 지루하기도 했고 덥기도 했다. 그러면서 꼭 이렇게 까지 해야 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모둠은 주재근 빵집, 소방관 등등 가까운 곳으로 인터뷰를 하러 간다. 그런데 우리는 교통편도 만만치 않고 두시간정도 걸리는 곳에 가야했다. 속으로 그런 생각을 가지며 그렇게 강변역에 도착해서 형한이가 제안을 했다. “혼자 질문 다하고 그러면 선생도 지루하실 것 같고 그런데 질문 나눠서 하자, 다들 흔쾌히 수락했다. 우린 각자 형한이에게 받은 질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지하철에서도 걸어 다닐 때도 계속 외웠다.
그러다 우린 빈손으로 가면 예의가 아닐 것 같은 생각에 홍대입구에서 편의점을 찾아 들어갔다. 이천원씩 돈을 걷어서 우린 오렌지주스를 샀다. 그리고 선생 사무실 쪽으로 돌아다니는 마을버스를 타고 선생사무실이 있는 곳에서 내렸다. 시간이 조금 남아있었다. 다들 질문을 아직 외우지 못한 것 같아 남은 시간 동안 질문을 외우며 기다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다 되가는데 이일훈 선생께서는 보이지 않아서 우린 잠시 동네구경과 비슷하게 선생을 직접 찾아다니며 돌아다녔다. 선생이 만약 약속장소에서 기다리고 계시면 어쩌지? 하고 우린 두 팀으로 나눠 행동 했다. 나랑 주성이는 약속장소에 가고 있었다. 이때 주성이가 이상한 길로 막 달려가서 왜 그 길로 가지? 라고 생각했는데 주성이가 길을 착각한 것 이였다. 주성이도 실수를 하는구나하는 생각에 순간 웃음이 났다.
그런데 5분도 지나지 않아 형한이에게 연락이 왔다. 형한이가 이일훈 선생께 전화한 것이었다. 이일훈 선생께서는 버스에서 내리고 버스 가는 방향으로 걷다보면 대문이 열려있는 집이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고 한다. 우린 달리면서 찾아다녔다 그리고 선생이 말한 문이 열린 집 같은 곳이 있었는데 우리는 긴장한 나머지 들어가지를 못했다. 초인종을 눌러도 응답이 없자 그 순간 형한이가 당당히 먼저 들어갔다. 우리는 집을 잘못 찾아가 범죄자가 될까봐 밖에서 형한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순간 형한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얘들아 이일훈 선생님댁이 맞아 들어와!”
밖에서 봤을 땐 그냥 평범한 집구나 했는데, 대문을 지나서 안쪽 건물은 전혀 달랐다. 현관문이 유리로 되어 있는 정말로 멋진 집이었다. 우린 집안을 둘러보고 모두 감탄했다.
산적두목 인터뷰?
상열: 와 집 봐봐 진짜 좋다.
할 말을 잃었다. 집이 너무 좋았다. 그때 선생께서 나오셨다. 산적? 분명 덩치도 있으시고 수염도 기르신 게 꼭 산적 같았다. 오기 전에 형한이가 산적두목 닮으셨다고 말했다. 당황도 잠시 선생이 친절하게 우린 맞아 주셨다. 오늘은 쉬는 날인데 형한이의 메일을 보고 약속을 비워 두고 계셨다고 한다. 우린 돈 모아 사온 주스를 드리고 사무실 앞 정원에서 테이블 2개를 붙여놓고 자리에 앉았다. 선생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 여기선 피워도 좋아. 하고 우리의 긴장을 풀어주셨다. 선생께선 주스를 나누어 주셨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우리는 일부로 작은 병에 들은 것으로 사서 우리도 먹자는 생각으로 샀는데 성공적이었다. 그렇게 우리의 인터뷰는 시작됐다.
이일훈 선생 : 지금이 12시 30분이면 점심시간이잖아, 그러니까 인터뷰를 빨리하고 자장면을 먹으러 가자고 그건 내가 사줄게.
모둠원 모두 :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이일훈 선생 : 자 선수들답게 질문들 해봐. 학교 공부할 거 있음 빨리해야 되잖아.
세준 : (웃으면서) 선생님은 어렸을 때부터 꿈이 건축가셨어요?
이일훈 선생 : 나는 그러니까 구지 건축가를 미리 정해 놓은 건 전혀 아니였고, 모든지 그리고 만드는 게 잘하고 못하는가를 판단하기 전에 좋았어. 초등학교 4학년 때 이런 일도 있었어. 동력글라이더(고무동력기) 만들기를 수업시간에 했는데, 반에서 1등을 했어. 내가 만든 게 90%는 조립이고 날개에 종이 붙이는 것 정도만 내가 한거야. 반에서 잘 만들어서 학년 대회를 나갔는데 또 내가 1등을 했어. 그래서 시 대회를 나갔어. 그래서 꼴지를 했어. 그런데 난 현장에서는 약간 부끄러웠지만, 별로 안 부끄럽더라고. 꼴지는 발표도 안 해.
기록 나온 것 보고 자기가 그냥 아는 거야. 그래도 난 기분이 좋더라고 왜냐면 내가 만들었기 때문이야. 난 그렇게 ‘만드는 게 즐겁다.’란 생각을 하면서 학교를 다니고 그랬었어. 그리고 별 생각 없이 학교를 다니다가 전공을 정해야 될 때 그 생각이 들더라고 ‘아 무엇을 할까?’ 부모가 권하는 학과는 딴 곳이 있었어. 그곳은 내가 원했던 과와 달랐어. 그래서 나는 건축과를 갔어.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많이 만들 수 있겠다‘라고 생각을 했지. 건축과를 가기를 막 꿈꾸었던 것은 아니야. 단지 만드는 게 좋았던 거지.
세준 : 건축가는 어떤 직업이에요?
이일훈 선생 : 집을 지을 때 많은 사람들이 협력을 해야 하잖아. 건축주는 ‘새로 집을 짓겠다.’ 마음을 먹고 건축에 경제력을 부담하는 사람이야. 건축주가 집이나 건물을 지으려고 할 때, 맨 먼저 집을 디자인해야 돼. 건축가는 그것 전체를 구상하는 사람이야. 그리고 그 구상이 끝나면, 도면으로 만들건 서류로 만들건 무엇을 만들어. 그런데 만든 것들은 객관적이야 해. 그것을 시공사들이 받아서 그것으로 건물을 만드는 거지. 그 시공사에는 전기, 설비, 콘크리트 목재 등으로 일 하는 사람이 있고 그 공정을 관리하는 현장 소장이 있어. 연주회로 얘기하면 현장 소장은 지휘자야.
그러면 건축가는 뭐냐면 작곡가야. 많은 사람들이 현장소장을 전체를 지휘를 하니까 건축가라고 생각해. 그런데 그것은 연주만 지휘하는 거거든. 그러니까 건축가는 집을 짓는데 필요한 총체적 구상을 하는 사람이야. 즉 연주회라고 할 때 악보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보면 되. 연주회에서 작곡가는 기타는 어디에 동원이 될지. 아. 오케스트라에 기타는 없지.(크크 모두 재미있다는 듯 크게 웃었다. 선생 개그는 정말 센스가 넘쳤다.)
음 다시 작곡가가 ‘바이올린은 어떤 곳에 동원해야 할까?’, ‘피아노는 어디에 들어왔으면 좋겠다.’ ‘클라리넷과 협주를 시킬까 독주를 시킬까?.’ 등을 짜잖아. 건축가도 똑같아. 음악에는 악기들만의 음색이 있잖아. 건축에는 자기들만의 특성을 가진 재료가 있어. 건축가는 ‘그 재료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그리고 ‘공간을 크게 할까? 작게 해야 할까?’ 등의 것들을 구상하는 사람이야. 그리고 구상을 객관적 정보로 바꾸어 주지 그게 건축가야. 다만 그러한 일을 하고 건축주에게 경제적 보상을 받지.
동환 : 건축을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것이 있다면?
이일훈 선생 : (한 치의 고민도 하지 않으시며 당연하게)사람이지 뭐, 사람. 건축과 관련된 모든 사람. 건축주, 건설회사, 건설 인부, 협력 업체 쪽 사람, 공무원, 옆집 사람 등 사람이지 모. 건축은 너무나도 즐거운 일이고, 사회에 유익한 일이지.
이일훈 선생 : 물질은 말을 안 해. 콘크리트가 무슨 말을 하고, 유리가 무슨 말을 하겠어? 그런데 그 물질들은 정확한 장소에 쓰이면 되는 거거든. 그 재료들은 쓰이면 말을 하지. 다만 그 말들은 ‘그 재료들이 어떻게 활용 되었나.’ 등의 표현의 말이지. 그런데 사람들은 일과 관계되거나 이해타산과 관계되는 경우가 많아. 그 때문에 사람들은 ‘옳다 그르다.’ ‘좋다 나쁘다’ 등의 여러 가지 시시비비가 많지. 이러한 시시비비와 관계 되었을 때 난 가장 힘들지. 결론적으로 건축하는 행위가 힘든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가 힘든 거지. 나는 그래서 ‘가장 힘든 것은 사람이 아닌가.’라고 생각해.
질문을 미리 알려드린 것도 아닌데 이런 대답을 해주시다니 생각하시는 기미도 보이지 않고 질문이 나오자마자 이런 대답을 해주시는 선생이 신기했다. 그런데 선생이 하신 말 중에 고무동력기 대회에서 꼴등하신분이 지금은 훌륭한 건축가가 되신 것을 보니 나에게도 희망은 아직 있다.
동환 : 선생님이 지으신 건축물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축물은 어떠한 것이 있으세요?
이일훈 선생 : 내가 설계한 건축물들은 다 마음에 들고 다 마음에 안 들지. 다 마음에 드는 이유는 내가 열정을 다 바쳤기 때문이고, 다 마음에 안 드는 것은 더 잘할 걸 하는 반성 때문이지. 그러니까 모 대답이 너무 멋있었나? (호탕하게 웃으신다)하하하
모둠원 모두 : (크게 웃는다) 하하하하하.
주성 : 그러면 저희가 미래에 건축가가 된다고 했을 때, 저희에게 조언을 꼭 해주신다면 어떠한 조언은 해주고 싶으세요?
이일훈 선생 : 첫째는 건축가가 안 되는 게 좋겠고, 그 이유는 건축가는 사양업종이거든. 사회적으로 내세우는 경제적 관점을 기준으로 얘기해서 장래가 촉망되고 유망한 직업이 아니야. 그렇게 볼 때 건축이란 것은 ‘건설경기가 굉장히 활발해지거나, 사회가 경제적으로 풍유한 속에서 계속 안정적이면서, 창의적인 건축물을 많이 필요로 하다.’는 사회적 동기가 전제되어야 하잖아?
그런데 매일 집을 부수고, 산을 깎고, 새로 아파트를 짓고 하는 것들이 계속 조금씩 성장해나간다면 환경에 좋지 않잖아. 그리고 세상은 계소 성장할 수가 없어. 우선 우리 인구도 봐봐. 점점 줄어들고 있잖아? 사람이 줄어들면 필요한 집도 줄어들겠지. 그리고 환경 문제가 대두면서 무차별적인 건설에 대해 반성하고, 만들어진 도시를 잘 가꾸고 좋게 고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시기가 온 거지. 그러면 앞으로 건축가가 할 일이 굉장히 많을까 적을까? (우리 모두 ‘적어요.’ 라고 대답한다.) 그렇지. 직업으로써 일거리로 부모로써, 또 선배 건축가의 입장에서 볼 때 걱정이 되잖아? 그래서 난 안했으면 좋겠다.
난 건축가가 돈도 잘 벌고 이름도 잘 날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일단 우리 동네 아파트 건축하는 것 만 봐도 저거 설계한사람은 돈 얼마나 벌까? 라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그것도 일부분이거나 아니면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이일훈 선생 : 인간이라고 하면 누구나 강이 깊은 줄 알고 수영을 하고, 원하는 곳을 가기위해 비행기 떨어 질수도 있다는 걸 알고 비행기를 타고, 높은 곳에 서서 자신을 보기위해 위험한 줄 알면서 산에 가잖아. 산에서 미끄러지면 다쳐. 그런 것이 마음속의 열정이야. 그 열정이 막 끌어 올라 건축가가 되고 싶다. 그렇다면 난 막지 않아. 오히려 ‘멋있다! 한번 해 보아라.’ 격려 해주겠어.
그런 열정을 가지고 건축가 되려 한다면, 첫째 좋은 건축가가 되려고 할 때 꼭 필요한 소양은 세상과 인간을 사랑해야 돼. 사람과 세상을 사랑을 사랑하지 않고 디자인하는 것은 죄악이야. 나는 사랑을 가지지 않고 음식을 만드는 사람을 미워해. 부모님한테 왜 고마운 거지? 부모님이 너희들을 사랑해주기 때문이야. 그것을 직업으로 옮겨와도 똑같아. 음식이나 미용처럼 소비성을 존재로 한 것들도 사랑이 필요하지만, 건축은 오랜 기간 존재해야 한다고, 그리고 실제로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간다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사랑이 전제가 되어야해. 그리고 그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기 때문에 세상을 사랑해야해.
두 번째로 여러 가지 공학적인 요소를 갖추었을 난 후에, 역사나 철학과 같은 인문학적 소향을 많이 쌓는 게 제일 필요하지. 왜냐하면 건축을 공학적 소향으로만 본다면 기술적만 파악하게 돼. 그런데 건축은 기술 + 인문학적 이해가 공존하는 것이기 때문이지.
이 대답을 들었을 때 선생이 너무 멋있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았다. 사람과 세상을 사랑해야 된다. 교훈이 될 만한 이야기다. 선생이 존경스러웠다.
주성 : 선생님 책 제목을 보면 ‘모형 속을 걷다’라는 표현을 하셨는데, 책 속에서 말하는 ‘모형을 읽는다.’ 라는 표현과 비슷한 뜻을 내포한 것인가요?
이일훈 선생 :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악보를 볼 때 악보의 음악적 구성을 회화성으로 본다면 ‘본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고, 그리고 악보를 보면서 음악의 내면의 문학성을 본다면 ‘읽는다.’라고 말할 수 있을 거야. 연주자들이 악보를 보면서는 모라고 그럴까?
모둠원 모두 : (모두 머뭇머뭇된다.) 음.
이일훈 선생 : 나는 악보를 ‘듣는다.’라고 할 것 같은데. 실제로 음악인들이 악보를 보면 음이 들리잖아. ‘모형을 읽는다.’도 그런 뜻 인거야. 모형 안에 숨어 있는 의미를 본다는 것이지.
모형은 축소된 공간과 축소된 형태지만 축소된 비율만큼 확장시키면 내가 들어갈 수 있잖아? 그러면 모형 안에 들어가서 걸을 수도 있고. 우리가 좋은 책을 읽으면 이렇게 표현해도 되잖아? 나는 돌아가신 선생님의 책을 가끔씩 읽을 때, 그 책을 읽으면서 선생님을 만나. 마치 음악인들이 베토벤의 음악을 들으면서 베토벤을 만난 다는 것처럼. 나도 모형을 걸을 수 있는 거지. 그러니까 ‘모형 속을 걷다’ 나의 공간의 간접 체험을 적극적으로 표현이랄까?
형한 : 책을 읽어보면 선생님께서는 건축을 통해서 더 좋은 삶을 권유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어떻게 선생님께서는 그러한 건축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셨어요?
이일훈 선생 : 세상에 많은 건물들 속에 건축가가 작업한 건축물은 많지 않아. 말하자면 엄마가 한 밥은 요리라고 안하잖아.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야. 우리 사회에서 누가 사는지,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도 물어지지 않는 사회적으로 아주 보편적인 것들은 건축가가 작업한 것이 아니야. 우리 사회에 건축가가 작업한 것은 5%정도라고 보면 되. 그렇게 보면 ‘이 시대에서 건축물을 어떻게 지으면 세상에 유익할까?’라는 생각을 해야 하거든. 그것이 건축가의 의식이나 철학이라고 그런 거거든. 건축가가 좋은 의식에서 잘 디자인된 건축 속에 살면 그 사람을 바꿀 수 있는 거지. 예를 들자면 요즘 많이들 ‘고층아파트 너무 획일적이다.’라고 비판하잖아. 그런 얘기 들어봤지?
모둠원 모두 : 예, 들어 봤어요.
이일훈 선생 : 그렇게 비판을 받는 것은 ‘좋지 않다.’라는 뜻이잖아. 만약 처음에 지을 때 그 집을 잘 지었다면 그런 말이 나왔을까? 바라직한 철학을 구현한 집이 있고 그것이 사회에 보편성을 지니게 된다면 그 속에 사람들을 바꾸고 더 나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거지.
동환 : 그러면 여담으로, 선생님이 자식들에게 집을 지어 준다면 어떠한 삶을 권하는 집을 지어주고 싶으신가요?
이일훈 선생 : 내 자식들한테? 모 지들이 알아서 하겠지. 내 삶이 아닌데. 그런데 나한테 건축주가 되어서 정식적으로 부탁한다면, 책 뒤에서 ‘채나눔’ 이라는 것을 통해 내가 꿈꾸던 삶을 권유하겠지. 만약 정식으로 부탁하면 그걸 권유하는 것이지. 부탁도 안하는데 지어줄 생각은 없어. 할 일도 많은데.
아~떨린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끝에 내가 질문할 차례가 왔다. 남들보다 집중력이 월등히 떨어져서 곧 딴 짓을 하려고 했던 참에 형한이가 나에게 눈치를 주었다. 내가 질문할 차례가 되었다는 의미였다. 질문내용을 다 외우지 못한 탓에 미리 만들어둔 쪽지를 읽으면서 질문을 했다. 다른 모둠원들은 아무렇지 않게 보였는데 막상하려니까 긴장되고 말도 주성이처럼 더듬게 된다.
나 : 선생님 책속에서 ‘건축은 새로운 지형이다.’ ‘건축물은 자연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나무와 정자는 친구관계를 맺는다.’등의 표현들을 보면 마치 건축이 새로운 자연의 일부라고 보시고 있는데 어떠한 이유로 건축을 마치 자연이 일부로 보시게 되셨어요?
이일훈 선생 : 건축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이유는 건축의 출발이 자연이기 때문이야. 건축의 출발이 사람이 아니야. 건축은 사람이 필요한 것이지, 건축의 출발은 자연이야. 건축은 사람들의 피난처로 만들어 진거야. 배도 물위에 떠있는 건축이라고 볼 수 있고, 자동차도 달리는 건축이 되는 거야.
그런데 우리가 많이 익숙하게 보는 것은 땅에 고정되어 있는 건축이야. 나무가 자연의 일부의 요소로 땅에 고정되어 있듯이 건축 또한 자연적인 원리를 잘 따라야 하는 거야. 그처럼 건축에는 기술적 요소, 수학적 요소 등이 들어가잖아? 그러한 것들도 자연이 원리를 모두 표용하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근본적으로 바람이 통하고 햇빛이 들어오는 나무 중에 죽은 나무 본적 있어?
주성 : (너무나 자신감에 차서) 아니요. 그런 나무들은 웬만하면 다 살죠!
이일훈 선생 : 그래 그런데서 죽은 나무는 하나도 없지. 건축도 자연의 일부로소 비슷한 거야. 자연의 일부이니까 마치 나무들처럼 그 속에 바람이 통하고 햇빛이 들어야지. 결국 그런 의미에서 건축은 근본적으로 자연을 잘 관찰하고, 자연의 요소들 중에서 인간의 삶에 필요한 요소들이 건축 속에 다 스며들어 있어야 하지. 그래서 자연을 본받고 하나의 자연처럼 조화를 이루어 된다는 것이지.
동환 : 선생님이 설계하신 건물이 주변과 너무 맞지 않는 경우가 있으셨다면? 그 당시의 대처법은 어떻게 하셨어요?
이일훈 선생 : (농담 삼아 웃으시면 말하신다)아 이거 참, 괴롭구만. 가급적 주변의 건물들을 존중하려고 하지. 사회에서 볼 때 내가 디자인한 거물이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물이 있겠지. 그런데 나는 집을 때 이렇게 생각해. ‘이 주변은 이렇게 바뀔 것이다.’라고 예상을 하는 경우가 많아. 꼭 ‘주변의 건물들을 존중해야 되겠다.’라고 하는 근거나 이유가 없는 현장도 많거든. 그럴 경우에는 ‘이 주변은 이러하게 변할 것이다.’라는 것을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해서 예측을 하는 거지.
또 ‘그렇게 변했을 때에 이것이 어울리겠다.’라고 제안하는 거지. 좀 더 전문적으로 얘기하면 그 주변의 맥락, 환경, 상황을 강하게 인식하는 것을 건축에서는 ‘맥락주의’라고 말하지. 그런데 맥락주의 성향의 작품이 아니라 할지라도 건축할 때 주변의 맥락을 살피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지.
형한 : 들어보니까 글쓰기와 건축이 참 비슷한 것 같아요.
이일훈 선생 : 같지. 글쓰기에 있을 때 주제가 있고, 글쓴이가 구상한 핵심들을 각각의 위치에 배치하잖아. 또 나중에 다듬잖아. 불필요한 것은 없애고, 강조할 것은 한 번 더 말하잖아. 그리고 그 글 전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고, 누가 읽을 것인가를 생각하잖아.
세준 : 예, 글을 쓸 때는 그렇죠.
이일훈 선생 : 건축도 같아. 건축물 안에 누가 살 것인가. 내가 지은 건축물이 전체로 어떻게 존재 할 것 인가. 내년 후년 계속 사람들이 사용 할 것인가. 건축도 글씨기와 똑같은 거지.
세준 : 책에서 보면 선생님은 건축물의 요소, 마치 천장이나 벽, 계단 같은 것들에 각각의 의미를 부여하시고 집을 지으시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그런 경우에 각자의 특성에 의해서 전체적 조화가 잘 안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 않으세요? 있으시면 그러한 것들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하세요?
이일훈 선생 : 나는 매 경우의 것에다가 다 깊은 의미를 넣으려고 하지. 하지만 전체 속에 통합된 의미가 더 중요해. 그래서 아까 건축이 글쓰기와 같다는 말이 그러한 뜻이야. 글쓰기에서 단어가 아무리 예쁘면 모해? 우선적으로 문장이 안 되면 참 중구난방이잖아. 그리고 각각의 문장들이 다 문장으로써 명문이면 모해? 전체적인 조화가 있어야 할 것 아니야. 그런데 또 전체적인 조화가 있으면 모해? 전체가 유익한 글의 의도가 있어야 할 것 아니야. 유행가들 보면 각 소절마다 다 예쁘게 다듬어져 있냐. 그런데 다 부르고 나니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모둠원 모두 : (다들 공감한다) 맞아 맞아 흐흐흐흐흐.
이일훈 선생 : 그런 경우에는 전체가 가지는 큰 뜻 속에서 불필요하면 그 의미를 빼게 되지. 경우에 따라서는 의미가 없는 부분도 생기게 되는 것이고. 하지만 그 의미의 침묵이 나머지 것들을 더 힘을 줄 수도 있잖아?
형한 : 선생님이 주장하시는 ‘채 나눔’이라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는 책 속에 잘 소개 되어있는데,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가 없었어요. 어떻게 그 방법을 생각하시게 되셨어요?
이일훈 선생 : 아 그거 아주 간단해. 이 시대, 지금 세상에서 ‘건축이 잘못되고 있다’라고 생각을 했지. 건축이 모든 것을 다 짧고, 다 크게, 다 한 덩어리로 가는 것이 세상의 추세기는 하지만, ‘이러한 추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지.
주성 : 아 그래서 갑자기 생각이 나신거세요?
이일훈 선생 : 음 그러다가 보니까. 우리 조상들은 그렇게 살지 않으셨더라고. 그 때 .‘이렇게 좋은 것이 있는데 내가 지금까지 왜 무관심 했나?’라고 느꼈지. 그래서 조금 조금씩 다듬어서 ‘채 나눔’이라는 주장을 하게 되었지.
형한 : 그러면 그 책 속의 한옥 얘기를 하시면서 선생님이 말하셨던 한옥의 공간 구성방식에서 ‘채 나눔’이 유래 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이일훈 선생 : ‘채 나눔’이란 것은 일종의 이론적인 용어이지. 조상님들의 구성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거지.
동환 : 그러면 ‘채 나눔’을 여러 다른 건축가들에게 권하는 이유를 말하자면 어떤거세요?
이일훈 선생 : 그렇지. 그러니까 다른 건축가들이 굳이 ‘채 나눔’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내 주장에 동의하고 공감해주어서 그 건축가들이 작업을 해준다면, 세상을 위해서 반갑지. 모 내가 반가운 것이 있겠어?
주성 : 이번엔 좀 사회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는 것인데요. 저희가 강변역에서 홍대입구역까지 오면서 몇 가지 역의 사진을 찍어 보았어요. 그런데 역의 이름만 다를 뿐이지 생긴 것은 거의 똑같다고 봐도 무방한데. 이러한 획일적인 모습에 대해서 선생님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계세요?
이일훈 선생님 : 이해하면서 슬프지. 획일적 인 게 이해되지. 나는 그것을 이해하거든.
상열 : 왜 꼭 다 비슷하고 똑같은 모습으로 짓는 거예요?
이일훈 선생 : 싸기 때문이야. 짓는 사람들은 그렇게 해야 가장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고, 사는 사람들은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거든. 그러한 경제적 이유. 이해가 되지. 그렇게 이해하니까 슬프지. 조금 더 좋은 풍경과 환경으로 획일화된 모습을 탈피할 수 있을 터인데. 그 방법이 넉넉지 않거든. 그래서 그 생각을 하면 좀 우울하지. 매일 우울해.
이때를 놓치지 않고 재치덩어리 세준이가 말했다.
세준 : 아 그 우울함 때문에 많은 양의 담배를.......
이일훈 선생 : 아 담배! (크게 웃으신다)하하하하 우울함의 산물이야 이게. 우울함의 산물
동환 : 그러면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작은 영토를 가지고 있잖아요. 효율적인 면에서 우리나라에 적합한 고층아파트에 대해서는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세요?
이일훈 선생 : 효율의 면은 밀도를 조절에 있는 거야. 고층으로 짓는 것은 그 밀도와 관련 되어 있는 거거든. 사람들의 비판은 그 밀도를 조절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것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고층으로만 짓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지. 고층 자체는 비판을 받아야 할 것이 아니야.
형한 : 그러면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효율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요?
이일훈 선생 : 집들 자체를 적게 지어야겠지. 한 사람, 한 가정, 한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공간을 최대한 작게 잡고, 석유 소비형 생활을 빨리 고쳐야하고.
동환 : 아 그러면요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건축에 관한 우리 사회의 최대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이일훈 선생 : 건축물을 재산 가치로만 보는 것. 그것이 어른들이 처해있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우리 자식세대에 물려 줄 만한 바람직한 현상일까?’ 라고 되물으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 건축물을 문화의 산물로 생각하고 인식 되는 날이 오면 좋을 터인데. 음 내가 이것을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적 대책은 없어. 세상 모두가 합의를 봐야 하는 것이지.
주성 : 마지막으로 선생님에게 건축이란 어떠한 의미이신지?
이일훈 선생 : 나한테 건축은 즐거움이자, 괴로움이자, 아무 것도 아니자, 전부이자, 나한테는 종교같은 거지. 내 개인적으로는 그런 거지.
모둠원 모두 이해하는 듯이 끄덕였다.
형한 :선생님 사무실 안쪽 좀 구경해도 될까요?
이일훈 선생님 : 그래 뭐 볼게 있나 봐 봐
모둠원 모두 : 감사합니다.
우리는 사무실 안쪽으로 들어가서 구경을 했다. 아까는 잠깐 들어가 봐서 감탄 할 시간도 없었는데 자세히 구경을 하는데 집안이 너무 멋있었다. 건축가라서 그런가? 집구조도 예쁘고 사물배치도 다른 집들과는 달라 보였다.
형한 : 선생님 모형도 보여 주실 수 있으세요?
이일훈 선생 : 잠깐만 아직 남아 있나?
선생은 지하로 들어가셨다. 우린 모두 따라들어 갔다 작업실 같았다. 아니 작업실이었다. 선생이 모형을 보여 주셨다. 그러시면서 모형이 약하니깐 건들지 말라는 가벼운 충고도 하셨다. 이 모형들처럼 집을 지을 수 있다니 나도 하나 부탁하고 싶을 정도였다. 모형 하나하나 재질도 다르고 구조도 다르고 각자 개성 있는 집 모형(집이 아닌 것도 있었는데 무엇인지 질문을 못했다.)이었다. 선생과 인터뷰를 하다가보니 선생의 첫인상과는 다른 이미지셨다. 처음엔 선생이 무서운 분 인줄 알았는데 대화도 해보고 인터뷰 내용을 들었을 때 자상한 분이셨다.
모형들을 구경하며 형한이가 궁금했는지 질문을 했다.
형한: 송승훈 선생님은 어떻게 아셨어요?
이일훈 선생: 송승훈 선생님께서도 책을 읽고 나를 찾아오셨지.
형한: 송승훈 선생님 집모양도 있으세요?
이일훈 선생: 그건 집을 만들면서 선물로 송승훈 선생님께 드렸어.
나도 언젠가는 커서 돈을 많이 번 다음에 이일훈 선생이 아니더라도 유명한 건축가에게 집을 부탁해서 모형을 갖고 말거라는 생각을 가졌다.
인터뷰 후에 자장면 그리고 식초라고?
인터뷰가 끝났고 모형구경도 끝났다. 이제남은일은 자장면! 인터뷰도 끝나고 긴장이 좀 풀리니까 배가 고파져서 그런지 자장면을 대접하시겠다는 선생의 말이 떠올라 정말로 기뻤다. 마침 점심시간도 조금 지나서 딱 너무 배고플 때였다. 일단 나가 기전에 우린 선생과의 단체사진을 찍기로 했다.
인터뷰 했던 장소에서 의자를 나란히 놓고 선생이 가운데 앉으시고 그 옆으로 우리들이 앉았다. 세준이는 타이머를 해놓고 달려와서 앉았다. 잠시 후 플래시가 터지고 우린 찍혔다. 하고는 일어나려는 순간 다시 한 번 플래시가 터졌다. 당황했다. 선생도 우리도 모두 당황했다. 선생은 플래시 2번 터지는 것이 정말로 신기하셨던 모양인지 다시 한 번 찍어보자고 하셔서 큰 웃음을 주셨다. 사진은 찍은 뒤 우리는 웃음을 터뜨리고는 중국집으로 향했다. 가기 전에 이일훈 선생께서 집 문을 잠그시는데도 복잡했다. 보통이라면 대문만 잠그고 나갈텐데 도난경보기 같은 것을 작동시키고 대문까지 잠갔다. 가는 도중에 선생과 여러 얘기를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인터넷에 선생 기사나 개인적인 정보가 올라오면 직접 해당 포털 사이트에 전화를 하셔서 그 기사나 정보를 지운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해할 수 없었다. 기사나 정보가 올라오면 그만큼 유명해 지거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소리인데도 그것을 싫어하신다니 별난 경우였다.
자장면 집으로 들어갔다. 그 자장면 집 벽에는 온통 이소룡 액자사진이 붙어있었다. 나도 이소룡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소룡 이미지 검색을 해봤었는데 이런 사진은 처음 봤다. 자장면집 사장이 이소룡 팬이 셨을 지도 모른다.
선생께서 자장면으로 되겠어? 다른 거 먹을 사람 없어? 라고 하셨다. 손들어서 “볶음밥 곱배기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염치없어 보일까봐 그냥 “네” 하고 말했다. 선생께선 더 사주시고 싶으셨는지 정말로 자장면이면 되? 하고 물어보셨는데 우리는 자장면 진짜 좋아한다고 했다. 솔직히 고기면 더욱 좋지만 너무 염치없어 보일까봐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결국 선생은 보통을 우리는 모두 자장면 곱빼기를 시켰다.
자장면 보통1개 곱빼기5개를 시키고 기다리는 동안 주성이가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그리곤 형한이와 속닥거린 후에 선생께 사인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선생은 책을 달라고 하셨고 예쁘게 사인해 주셨다. 그리곤 거리에서 하던 예기를 마저 했다. 자장면이 나왔다 자장면 맛있어 보였다.
선생이 먼저 젓가락을 드시는 것을 보고 나도 젓가락을 들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선생께선 자장면에 식초를 뿌리셨다. 그것도 한 두 방울이 아닌 많은 양을 넣어 드셨다. 충격이었다. 다른 애들이 선생께 질문했다 식초 뿌리면 맛있으세요? 응? 난 원래 이렇게 먹어 라고 하셨다. 나를 제외한 우리 모둠원들이 나도 그렇게 먹어봐야지 하곤 식초를 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도저히 안 뿌릴 수 없었다. 애들이 맛있게 먹는걸 보고 맛있으니까 먹겠지? 하고 나도 넣어먹기 시작했다.
근데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다. 자장면집 사장이 군만두는 서비스에요. 하곤 군만두 한 접시를 주셨다. 군만두 12개가 나와서 각자 2개씩 먹기로 했는데, 너무 맛있게 생긴 군만두를 바로 입에 넣었는데 너무 뜨거워서 입천장이 다 데었다. 나는 자장면을 제일 먼저 다 먹고 기다렸다 모두 다 먹었을 때 쯤 동환이가 배가 불러서 더 이상 못 먹겠다고 했다. 나는 동환이가 남긴 자장면까지 모두 먹었다. 다 먹고 나니까 배가 너무 불러왔다. 너무 많이 먹었나 보다 이러다 채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식후 이별
자장면에 군만두 까지 다 먹고는 우린 중국집을 나왔다. 배가 고파서 너무 많이 먹다 보니후회가 된다. 배가 터질 것 같았다. 너무 욕심 부린 걸지도 모른다.(히히) 선생께서는 조심히 들어가시라면서 우리를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 주시고 선생은 혼자서 쓸쓸히 걸어가셨다. 그 뒷모습을 보고 나는 생각했다. ‘선생은 고무동력기 대회에서 꼴등을 하셨지만 지금은 우리나라 일등 건축가이신데, 거의 꼴등만하는 내가 선생처럼 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 생각보다는 나도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주신 선생께 너무 나도 감사했다.
돌아가는 길에 선생과 했던 인터뷰 내용을 되새겨 보았다. 오늘 선생이 해주신 말씀들은 모두 교훈이 되었다. 이일훈 선생 모습이 사라지고 우리들은 하이파이브를 했다. 한마디로 대박이었다. 다른 모둠들은 물음보고서에 쓸말이 없어서 걱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 모둠은 어느 부분을 편집할지 고민을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우리들은 다른 모둠에게 전화를 하며 대박이라며 자랑을 했다. 그리고 순간 처음에는 이렇게 먼 걸음을 하며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랑스럽다. 다른 사람들은 이일훈이 누구야? 라곤 말하지만 나에게는 일등 건축가이니까.
첫댓글 정말 행복한 과제였을 것 같아요. 아마 이 학생들은 평생 이 순간을 잊지 못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