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민 의 보 감 원문보기 글쓴이: 며루치
허임의 침구학 2 - 침구경험방 본문해설
‘침구경험방’의 서문은 여러 가지 면에서 허임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록이다. 이를 통해 그가 의학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과 자세를 몇 가지 살펴보자.
1. 먼저 병을 잘 살피고(先察病)나서 치료하라.
허임은 질병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선행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그러면 병은 어떻게 생기나? 그는 ‘내경’의 “사기(邪氣)가 모이는 곳엔 정기(正氣)가 반드시 허약하다”라는 구절을 질병의 발생 기전으로 본다. 그는 이 구절을 부연하여 질병의 원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힌다. 즉 “사람의 병은 다 먹고 마시는 것에 절도를 잃거나, 술과 성생활을 과도히 하여, 허약함을 타고 풍한서습(風寒暑濕)의 사기가 경락에 녹아들어와 영위가 행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침구치법은 어떻게 보았을까? 그는 치법관은 “침구로 허약한 것은 보태고 실한 것은 덜어(補虛瀉實), 그 기혈을 조절해주는 것(調其氣血)”이라는‘동인경’의 언급을 인용한다. 이는 침구치료의 대원칙이기도 하다.
아울러 몇가지 빈발 병증에 대한 감별진단을 직접 예시하며 병기 및 병태에 대한 설명을 보충한다. 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오색의 관찰을 통해 한열을 진단〉
· 푸른색이 많으면 통증이 있고, 검은색이 많으면 풍비(風痺)다. 흰색이 많으면 한증이고, 황적색이면 열증이다.
〈한과 열의 병태〉
· 한→ 한이 많으면 근이 땅기고 뼛골이 아프다.
배는 더워서 생기는 통증이 없다(腹無熱痛).
· 열→ 열이 많으면 근이 늘어지고 뼛골이 마른다.
머리는 차서 생기는 통증이 없다(頭無冷痛).
〈풍과 농과 담의 병태〉
· 풍(風)→ 통증이 잘 옮겨다니고 자주 변한다.
· 농(膿)→ 통증이 한 곳에 있고, 살갗이 벌겋고 열이 있다.
· 담(痰)→ 혹은 피부 바깥으로 붓기도 하고 가렵지도 아프지도 않다.
2. 임기응변 할 줄 아는 의사가 되라.
허임은 “의자(醫者)는 의야(意也)”라는 구절을 인용한다. 물론 이 구절은 의사가 지녀야 할 일반적인 덕목의 하나로 의가들이 즐겨 쓴 말이다.
허임은 “의자(醫者)는 의임기응변(宜臨機應變)”이라고 후자의 뜻으로 풀고 있다. 그는 의사에게는 무엇보다 인체와 질병의 역동성에 대한 인식이 중요함을 여러 차례 강조한다. 그는 꽉 막혀서 변화를 모르는 의사라면 질병을 낫게 하기를 기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함께 병에 대해 얘기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가 몇 차례 쓰고 있는 “생각을 움직여 바꾼다(運意轉換)”는 말도 이런 의미의 연장선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3. 침구기법을 손에 완전히 익혀라.
허임은 당대 제일의 침구임상가답게 마음으로 체득하고 손이 거기에 응해야 한다(得之於心, 應之於手)고 말한다. 마음과 손이 서로 응하는 경지를 요구한 것이다.
아울러 자와 컴퍼스는 줄 수 있을지라도 사람의 재주는 줄 수 없다(能與人規矩, 不能與人巧)는 구절을 인용하면서, 침뜸의 기술은 부단한 노력에 의해 연마해야 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모든 증상은 오장육부에 달려 있다
병증의 구분은 치료에 앞서 이루어져야 할 필연적 과정이다. 허임의 경우는 여러 병증을 오장육부로 카테고리화 한다. 이러한 노력은 다른 침구의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면이다.
그는 ‘소문·지진요대론편’의 오장병기(五臟病氣)를 중시하여, 그 내용중 일부를 자신의 의견으로 바꾸어 변용을 시도하고 있다.
· 심(心)→ 제반 통증, 가려움, 창양은 다 심에 속한다.
· 간(肝)→ 제반 풍증상으로 엎어질 듯하고 어질어질한 것은 다 간에 속한다.
· 비(脾)→ 제반 습증으로 붓고 그득한 것은 다 비에 속한다.
· 폐(肺)→ 제반 기침과 숨찬 것은 다 폐에 속한다.(허임이 바꿈)
· 신(腎)→ 제반 근골의 통증은 다 신에 속한다.(허임이 바꿈)
· 담(膽)→ 제반 절(節)은 다 담에 속한다.
‘부분’을 알면 침 치료가 보인다
허임은 “부분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 몸의 23개 부위에 대해 경락, 장부의 연관관계를 요약하여 정리하고 있다. 이는 인체를 유기적으로 인식한 것이며, 임상에서 활용하기에 매우 편리한 장치다. 예를 들어 머리의 질병이라면 독맥, 방광경, 담경, 위경 등에 있는 어느 경혈을 우선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병이 있는 부위의 경락을 따져서 그 경락에 속하는 혈자리를 선택하는 방법을 일명 ‘순경취혈법’이라 하는데, 침구임상에서 활용도가 높은 방법이다.
· 머리는 독맥, 방광경, 담경, 위경에 속한다.
· 이마는 독맥, 간경, 방광경에 속한다.
· 눈은 간경에 속한다(흰동자는 폐에 속하고, 동인은 신에 속하고, 대소자는 심에 속하고, 위아래 눈꺼풀은 비위에 속하고, 검은동자는 간에 속하고, 흑백간은 비에 속하고, 안쪽 눈초리는 방광 및 대장에 속하고, 바깥쪽 눈초리는 담경 및 소장에 속한다).
· 얼굴은 심, 대장, 위경에 속한다.
· 코는 폐와 독맥에 속한다.
· 입은 비장에 속한다.
· 이는 신장에 속한다(윗잇몸과 입술은 위에 속하고, 아랫잇몸과 입술은 대장에 속한다).
· 위 턱은 위에 속한다.
· 혀은 심, 신, 비경에 속한다.
· 목구멍은 위, 신, 심경에 속한다.
· 가슴은 상초, 폐, 심, 심포, 임맥에 속한다.
· 배는 중초, 비, 간, 신경, 임맥에 속한다.
· 아랫배는 하초, 간, 신경에 속한다.
· 옆구리는 간경, 담경에 속한다.
· 등은 방광, 독맥에 속한다.
· 어깨는 대장, 소장, 삼초경에 속한다.
· 팔다리는 비, 위에 속한다.
· 살은 비가 주한다.
· 피부의 털은 폐가 주한다.
· 음성은 폐가 주한다.
· 아홉 구멍(九竅)은 심장에 속한다.
경락은 쉼없이 흐르고…… 막히면 병이 된다!
경락은 우리 인체에 그물처럼 퍼져 있는 기혈의 운행 통로다. ‘영추·해론(海論)’에서 “12경맥은 안으로 장부에 속해 있고, 밖으로는 사지와 관절에 연결된다”고 한 것은 경락이 인체의 모든 구성 부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주는 하나의 연결망이라는 의미다.
허임은 경락의 기가 시간에 따라 쉼없이 우리 인체를 순행하는 것을 계곡을 흐르는 물에 비유한다. 따라서 질병은 마치 장애물이 있어 물이 흐르지 못하게 된 것과 같고, 치료라는 것은 그 막힌 것을 열어서 소통시키는 것으로 본다. 그러므로 그 증세를 잘 관찰하여 때에 따르고 변화에 응해야 병을 낫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우리 몸의 질병은 경락에 반영되며, 침구라는 자극을 통해 잘못된 기혈의 흐름을 바로잡아 주는 것이 곧 치료라는 의미다.
경락 계통은 여러 가지로 구성되는데 ‘동의보감’에서는 12경맥(經脈), 기경8맥(奇經八脈), 15낙맥(絡脈), 12경근(經筋) 등을 위주로 설명하고 있고, 허임의 ‘침구경험방’에서는 간결하게 가장 중요한 12경맥을 위주로 설명한다.
· 12경맥의 흐름과 배열 방식
12경맥은 수삼음경(手三陰經), 수삼양경(手三陽經), 족삼음경(足三陰經), 족삼양경(足三陽經)으로 이루어졌다. 즉 모든 사람의 팔과 다리에는 각각 3양맥, 3음맥이 있어서 합해서 12개의 경맥이 있다는 말이다.
수삼음경은 수태음폐경·수소음심경·수궐음심포경이고, 수삼양경은 수양명대장경·수태양소장경·수소양삼초경이며, 족삼음경은 족태음비경·족소음신경·족궐음간경이고, 족삼양경은 족양명위경·족태양방광경·족소양담경이다. 수와 족이라 한 것은 팔과 발로 경맥이 흐른다는 것을 말하고, 삼음, 삼양은 경맥의 특성을 표시하는 하나의 부호로 장부와 연관을 맺고 있다.
이들 12경맥의 흐름을 살펴보자. 수삼음경은 가슴에서 손으로 가고(從胸走手), 수삼양경은 손에서 머리로 가며(從手走頭), 족삼양경은 머리에서 발로 가고(從頭走足), 족삼음경은 발에서 배(從足走腹)로 흐른다. 12경맥의 흐르는 순서는 이러한 규칙에 따라 그 처음 시작은 수태음폐경→ 수양명대장경→ 족양명위경→ 족태음비경→ 수소음심경→ 수태양소장경→ 족태양방광경→ 족소음신경→ 수궐음심포경→ 수소양삼초경→ 족소양담경→ 족궐음간경→다시 수태음폐경의 순서로 낮에 25회, 밤에 25회로 쉼없이 흐르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영추·경맥편’이나 ‘동인경’의 내용을 받아들인 것이다.
‘침구경험방’에서는 ‘십이경초혈(抄穴)’이란 항목 아래 실제로는 12경맥에 임맥(任脈), 독맥(督脈)을 포함해서 정리하고 있으며, 이라는 용어는 쓰지 않았다. 이는 ‘동의보감’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실 임맥과 독맥은 기경8맥에 속하는 경맥이다. 기경8맥은 12경맥 사이를 가로 세로로 흐르며 12경맥의 넘쳐난 맥기를 모아두는 조절작용을 한다. 즉 마치 강와 호수의 관계와 같다고 볼 수 있다.
14경맥의 중요 혈(穴)자리
경혈은 침을 놓고 뜸을 뜨는 자리, 즉 경락선상의 요충지라 할 수 있으며 수혈(穴), 공혈,(孔穴) 혈위(穴位)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경혈의 배열순서>
역사적으로 볼 때 수혈을 정리한 방식은 침구서들마다 차이를 보인다.
경혈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내용은 경혈의 위치, 침 놓는 깊이, 뜸의 장수, 침을 꽂아 놓는 시간, 금기나 부작용, 일부 주치하는 병증 언급, 오수혈의 경우 혈성(穴性), 경혈의 이명 등이다.
허임이 ‘침구경험방’에서 언급하고 있는 총 수혈수는 150개혈(쌍혈:127개, 단혈:23개)인데, 이는 ‘갑을경’이 349혈, ‘동인경’이 354혈, ‘동의보감’에서 156혈을 수록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많은 경혈을 제외하고 일부만 선택하여 간결하게 수록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에 ‘침구경험방’에서 중요하게 여겨 뽑아 정리한 경혈들을 열거해본다.
1. 수태음폐경
소상(少商), 어제(魚際), 태연(太淵), 경거(經渠), 열결(列缺), 공최(孔最), 척택(尺澤), 중부(中府) ― 8개의 경혈 정리
2. 수양명대장경
상양(商陽), 이간(二間), 삼간(三間), 합곡(合谷), 양계(陽谿), 곡지(曲池), 견우(肩), 영향 (迎香) ― 8개의 경혈 정리
3. 족양명위경
여태(兌), 함곡(陷谷), 충양(衝陽), 해계(解谿), 삼리(三里), 기충(氣衝), 천추(天樞), 대영 (大迎), 두유(頭維) ― 10개의 경혈
4. 족태음비경
은백(隱白), 대도(大都), 태백(太白), 공손(公孫), 상구(商丘), 삼음교(三陰交), 음릉천(陰陵泉), 혈해(血海) ― 8개의 경혈
5. 수소음심경
소충(少衝), 소부(少府), 신문(神門), 통리(通里), 영도(靈道), 소해(少海) ― 6개의 경혈 정리
6. 수태양소장경
소택(少澤), 전곡(前谷), 후계(後谿), 완골(腕骨), 양곡(陽谷), 소해(小海), 천창(天窓), 청궁(聽宮) ―8개의 경혈 정리
7. 족태양방광경
지음(至陰), 통곡(通谷), 속골(束骨), 경골(京骨), 신맥(申), 곤륜(崑崙), 위중(委中), 의희(), 고황수(膏兪), 상료(上), 차료(次), 중료(中), 하료(下), 대여(大), 풍문 (風門), 폐수(肺兪), 심수(心兪), 격수(膈兪), 간수(肝兪), 담수(膽兪), 비수(脾兪), 위수(胃兪), 삼초수(三焦兪), 신수(腎兪), 대장수(大腸兪), 소장수(小腸兪),
8. 족소음신경
용천(涌泉), 연곡(然谷), 태계(太谿), 조해(照海), 부류(復溜), 음곡(陰谷) ― 6개의 경혈 정리
9. 수궐음심포경
중충(中衝), 노궁(勞宮), 대릉(大陵), 내관(內關), 간사(間使), 곡택(曲澤) ―6개의 경혈정리
10. 수소양삼초경
관충(關衝), 액문(液門), 중저(中渚), 양지(陽池), 외관(外關), 지구(支溝), 천정(天井), 예풍(風), 사죽공(絲竹空), 이문(耳門) ― 10개의 경혈 정리
11. 족소양담경
규음(竅陰), 협계(俠谿), 임읍(臨泣), 구허(丘墟), 현종(懸鍾), 양보(陽輔), 양릉천(陽陵泉), 환도(環跳), 경문(京門), 일월(日月), 견정(肩井), 풍지(風池), 목창(目窓), 본신 (本神), 객주인(客主人), 청회(聽會), 동자료(瞳子), 풍시(風市), 당양(當陽) ― 19개의 경혈 정리
12. 족궐음간경
대돈(大敦), 행간(行間), 태충(太衝), 중봉(中封), 곡천(曲泉), 장문(章門), 기문(期門) ― 7 개의 경혈 정리
13. 독맥
소료(素), 수구(水溝), 신정(神庭), 상성(上星), 백회(百會), 풍부(風府), 아문(門), 대추(大椎), 신도(神道), 요수(腰兪) ― 10개의 경혈 정리
14. 임맥
승장(承漿), 전중(亶中), 구미(鳩尾), 거궐(巨闕), 중완(中脘), 수분(水分), 신궐(神闕), 음교(陰交), 기해(氣海), 석문(石門), 관원(關元), 중극(中極), 곡골(曲骨) ― 13개의 경혈 정리
[출처] 허임의 침구학 2 - 침구경험방 본문해설|작성자 벽담
첫댓글 임기웅변 할 줄 아는 의사가 되라!
좋은책 소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