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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의 시학(종합문예지)
 
 
 
카페 게시글
회원 작품집 출간 소식 스크랩 오현정 시집 -몽상가의 턱 출간
착각의 시학 추천 0 조회 91 17.04.27 13:48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가방 속에 소리가 있네

                 

                             오현정



   그의 가방을 처음 들었던 날

   나는 돌고 있는 지구본을 들고 있었네

   가방 속의 소리가 화성이나 명왕성까지

   병든 나뭇가지에 겨우살이 꽃이 피고 철새를 날게 했네

   가방 안에 든 그와 연관된 사람들의 속내를 하나씩 꺼내보다

   뱀 피 내 핸드백을 성기로 해석했던 프로이트라면

   그의 가방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싶어

   남의 속살을 들여다보듯 그의 소지품을 꺼내다 집어넣었네

   가방 속엔 그의 신분과 명예, 혹은 나의 방패와 실마리가 오롯이 들어 있네

   맨살에 존재의 무게를 민낯에다 무늬로 새기듯

   고야드의 모노그램 백은 크로스로 매야 제격이라며

   친구는 태극기 집회장에서 인증샷을 보내네

   마틴루터 킹과 비틀즈의 가방엔 만인의 찬송과 노래가 울려 퍼졌고

   말코비치의 가방 속에 든 영화예술을 국가라는 원대한 계획으로 옮겨야 한다는

  젊은이는 촛불시위대에서 무거운 배낭을 메고 서성대네

   나의 잔소리와 뽀뽀가 든 그의 메신저 백은 지금 어느 어깨에서 다시 살고 싶은 초록 잎들과 갓 구워낸 케이크의 시나몬  향에 콧노래를 부를까

  현실과 환상사이에서 어느 길을 낼지 가방은 혼자 묵언중이네

  기막힌 상황 앞에서 가방은 주인의 욕망을 다 담아내면서 소리 지르지 않네

  죽어가는 자연 속에서 온종일 지껄여대며 숨막혀하는 사람을 위해 손수건을 내밀며 댄디즘을 발휘하고 소네를 읊는 든 든한 속,

  그런 가방 들고 싶어 눈을 번뜩이며 또 가방가게를 둘러봤네

  위트와 낭만의 소리 무거움을 잊고 우주를 메고 다니네

  그의 가방을 다시 들 때처럼 내 미래의 책갈피가 궁금해

  예리하게 설레고 싶은 날 가방이 대신 콩닥콩닥 소리 지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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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17.04.27 13:48

    첫댓글 축하드립니다.

  • 17.04.27 18:57

    축하드립니다.

  • 17.04.28 09:33

    그리워 하고 바라고 하는 일이 몽상일까
    현실과 동떨어져가는 현실이 안타까워 굳이 몽상이라 했을까!
    가방 끈에서 내 육체로 옮아오는 정이 가방속의 것과 내 육체의 것이 바꿔지고 엉키고 ..
    동경하는 삶도 현실도 뒤 섞여 가식하지않는 세상을 꿈구고 있는 시인의 절규를 느꼈습니다.
    010- 으로 시작하는 첫머리 첫장에 표지에 소통하고 융합하려는 기도도 함께 ...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17.06.10 23:17

    관심있게 읽어주시고 축하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8시집을 출간하고 나서 더욱 깊이 사유하고 끝없이 상상하려고 합니다. 착각의 시학 회원님들 건강하시고 좋은 시 많이 쓰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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