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6일 ·
한 포기 남은 남한산성 투구꽃은 잘 있을까?
마누라가 산에 오르기 어려워진 이후로는 나도 오르지 않아 궁금해할 뿐이다.
2020년 10월 6일 ·
투구꽃을 찾아서
1. 남한산성
집사람이 무릎이 좋지 않다며 산을 멀리하는 바람에 한달 두어 번은 오르던 산을 가본 지가 몇 달째...
그런데 어제, 연휴 마지막 날(나에게는 아무 의미 없으나) 근처 남한산성에라도 가보자 한다. 해서 비교적 편하고 인적 드문 고골 쪽으로 오르기로 하는데, 내심 기대하는 것이 있었다. 그 길에는 이맘때면 피어나는 투구꽃 두 포기가 있는데 올해도 볼 수 있을 거라는...
한참 오르다가 드디어 하나를 만났다. 그런데 몇 년째 함께 보이던 또 하나는 보이지 않는다. 두 포기가 길 양쪽으로 몇 미터 사이 두고 있었는데... 장마에 쓸려가지는 않은 듯하고 누군가 손을 탄 거 아닐지... 남은 한 포기도 비탈에 드러누운 덕에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은 듯 겨우 명을 유지하고 있다. 부근엔 어느새 산꼭대기까지 뒤덮은 서양등골나물 흰 꽃만 징그러울 만큼 무성하게 피어나고 있을 뿐...
내려오는 길에 다시 찾아봐도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 뿌리째 캐간 듯하다. 하릴없이 주는 것 없이 밉살스러운 서양등골나물만 손 닿는 대로 뽑아내고 내려왔다.
2. 용문산 옆 중원산
바로 다음 날인 오늘, 집사람이 어제 산행에서 자신을 얻은 듯 평소 자주 가던 용문산 부근 산길을 걸어보자 한다. 하루 한두 사람 만나기 힘든 호젓한 길. 연휴가 막 지난 월요일, 길은 시원하게 열려 있어 금방 산 밑에 닿을 수 있었다.
산어귀부터 수없이 펼쳐지는 보랏빛-지천이 꽃향유다. “꽃향유길”이라 불러도 좋을 만.. 그런데 뜻밖에 또 투구꽃 한 포기가 눈에 띈다. 같은 보랏빛이지만 투구꽃은 사람의 눈을 끄는 힘이 있는 듯하다. 한 시간 가까이 오르다 무리하지 않으려고 중간에 내려오는데, 오르면서 두 포기, 내려오면서 두 포기, 무려 네 포기를 만날 수 있었다.
그 밖에 봄에는 서너 포기밖에 보지 못했던 금낭화 무리를 발견한 것도 소득이었다. 내년 봄에는 꼭 이곳에 와서 금낭화 꽃마중을 받아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