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대구교회 이단 규정에 관한 질의 및 재고 요청
발신: 대구교회 이현래 목사
(대구광역시 달성군 가창면 헐티로 1280, 053-768-3900)
수신: 고신총회 총회장 귀하
(참조수신: 고신총회 이대위원장 및 관계자 분)
(서울특별시 서초구 고무래로 10-5, 02-592-0433)
존경하는 고신총회 총회장님 및 관계자 여러분에게.
1. 귀 총회의 이단 규정과 이에 관한 질의
본인은 대구교회 담임목사입니다.
본인은 저와 대구교회가 2009년 제59차 고신총회에서 이단으로 규정되어 있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교단으로서는 유일하게 귀 교단에서 저희를 이단으로 규정하였고, 그 사유가 2005년 한기총에서 저와 대구교회를 이단으로 규정했다는 것이라고 알게 되었습니다. 2005년 한기총 이대위(당시 대표회장 최성규 목사, 이대위원장 한명국 목사)에서는 대구기독교총연합회가 올린 ‘대구교회(이현래) 이단성 문제 판단 요청의 건’을 접수해 본인과 대구교회를 이단으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대구기독교총연합회(당시 대표회장 신현진 목사)의 ‘대구교회(이현래) 이단성 문제 판단 요청의 건’은 대구교회 교인이 설립한 대구 남산병원 개원 반대 데모에서 비롯되었습니다(2005.11.8. 개원 허가). 위 병원 설립 이전 해당 건물의 한 세입자가 개인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병원 설립 취지를 악의적으로 왜곡시켜서 주민들을 선동하여 반대 데모가 시작되었습니다. 위 세입자는 병원 설립자가 대구교회 교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각 교회들에 ‘이단 전진기지’가 들어온다고 퍼뜨려 갑자기 이단 기지 반대 데모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교회들이 사실관계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병원 설립자와 이해관계에 놓여 있던 세입자가 퍼뜨린 ‘이단 전진기지’라는 말만으로 데모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 이후 이단 판단 청원을 하기에 이르게 된 점입니다.
한기총은 지금까지 자체적 신학이 있는 교단과 달리 독자적으로 어떤 교파나 교회를 조사하여 이단으로 규정한 적이 없었고, 다른 교단들에서 한 이단연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차원에서 이단 문제에 대처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한기총은 전례 없이 대구교회에 대해서만 독자적으로 이단 규정을 하였습니다. 게다가 ‘이단성 문제 판단 요청의 건’을 접수하고 한 달 남짓한 짧은 기간에 인터넷상에 올려진, 사려 깊지 못한 한 개인의 대구교회 비판 자료만을 근거로 3페이지 분량의 ‘대구교회 연구 보고서’를 채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2005.11.25). 저와 대구교회는 위와 같은 이단 판단 과정에서 저의 사역의 내용 및 대구교회의 실체에 관한 단 한 번의 면담 내지 소명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였습니다. 게다가 그러한 진행과정조차 알지 못하였습니다. 저와 대구교회에 대한 이단 규정 과정은 절차상 너무 성급하게 진행되었다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한기총에서 저와 대구교회를 이단으로 판단했다는 이유만으로, 2009년 고신총회에서는 자체 연구보고서도 없이, 한국 개신교단 중 유일하게 대구교회를 이단으로 등재하였습니다. 한기총의 이단 판단(해지)은 여러 교단들에서도 문제가 되어 한국의 대표적 장로교단들은 한기총에서 탈퇴를 결의했고, 귀 교단도 2014년 한기총을 탈퇴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기총의 독단적 이단 해지가 탈퇴의 주된 이유라면, 대구교회에 대한 한기총의 독자적이고 성급한 이단 규정 역시 재고되어야 할 것입니다.
고신총회는 일제 강점기에 혹독한 시련을 거치면서 순교자 정신 위에 세워진 교단으로서, 장로교단 중에서도 신앙의 순수성과 경건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교단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는 귀 교단의 신앙의 토대와 지켜온 영적 유산을 사랑하고 존중합니다. 귀 교단에서 내려지는 판단은 공신력과 함께 교계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이단 규정은 매우 신중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저와 대구교회에 대한 귀 총회의 규정은 절차상 내용상 매우 아쉽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한번 이단으로 단죄되면 다수의 사람들은 더 이상 알아보려 하지 않고 편견을 가지게 됩니다. 기독교계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이단을 비상식적 행동을 하는 반사회적 집단으로 생각해 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구교회 교인들은 이런 편견과 고정관념 속에서 취업과 직장생활 등 사회생활에 불이익을 당하기도 하고, 결혼을 앞둔 청년이 대구교회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반대에 부딪히는 등 여러 가지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교회의 어린 자녀들까지도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사례들이 생겨나면서 정신적 고통은 물론 구체적으로 사회생활에까지 여러 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와 대구교회는 깊은 고민을 안고 귀 총회측에 질의를 드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귀 총회측에서는 한기총에서의 위와 같은 사려 깊지 못한 이단 판단 이외에 어떠한 조사나 근거에 의하여 저와 대구교회를 이단으로 규정하셨는지에 관하여 견해를 듣기를 간곡히 원합니다.
2. 저와 대구교회의 사역
저는 C.C.C.에서 대학생 전도사역을 하다가 1977년에 대구교회를 시작하였습니다. 사역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저의 일생 목표는 예수 그리스도를 알아가고, 예수님의 죽으심을 본받아 사는 것뿐이었습니다. “대구교회가 전하는 것은 예수만을 그리스도라고 전합니다. 어린양으로서 인류를 구속하신 예수를 새 인류의 주님이라고 전합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고 부활하신 예수를 참 하나님이시고 참 사람이라고 전합니다. 교회를 통해서 다시 오시는 예수를 영광의 주님이라고 전합니다. 인류의 소망은 어린양이신 예수께서 통치하시는 새 예루살렘이라고 전합니다.” 이것은 저의 신앙고백이자 대구교회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올려 놓은 것입니다(www.churchlife.net).
저는 젊은 날 결핵 4기로 죽었어야 할 몸인데 하나님의 긍휼과 은혜로 이날까지 살아 왔습니다. 소망이 없던 자리에 있을 때, “하나님이 너를 죽을 자리에서 살려 주셨다. 그러니 이제 일어나 주님을 위해 살지 않겠느냐?” 하는 친구의 편지 한 통에 신학을 하고 목회자의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쓸모없던 제 인생이 주의 손에 이끌려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연약함을 인해 제게 베푸신 은혜를 감사하고 일생 은혜만을 전하며 살아왔습니다.
저는 이제 나이도 많고 주께서 부르시는 날까지 예수님만을 전하기를 소원하는데, 전날에 행해진 이단 판정이라는 것이 복음의 진보에 걸림돌이 될까 염려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신뢰하고 사랑하며 살아온 교인들이 큰 짐을 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더욱 마음 아픈 일입니다.
“본질적인 것에는 일치를, 비본질적인 것에는 자유를, 그리고 모든 것에는 자비를!” 이런 정신으로 판단이 된다면 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의 구원자로 고백하고, 성경을 유일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고 살아간다면,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는 다양성으로 이해하고 관용하는 마음이 필요할 것입니다. 저는 40여 년 설교를 해 왔지만 항상 입술이 부족함을 느낍니다. 주께서 마음을 보시고 부족함을 채우시고 막힌 담을 허셔서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며 다양한 지체의 관계를 경험하게 하시기를 소망합니다.
대구교회는 이런 일이 있기 전까지 대구에서도 대구교회가 있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게 교회를 이루고 살았습니다. 공격적인 전도를 해서 다른 교회들에 피해를 주거나, 반사회적인 활동을 해서 물의를 일으키는 일도 없었습니다. 40년 사역의 결과 교인 수가 천 명이면 교단도 큰 교회도 아닌 일개 교회의 자연스런 성장일 것입니다. 과도한 헌금을 강요한 적이 없고 교회를 들어오고 떠나는 것은 언제나 자유로웠습니다. 자발적인 헌금으로만 운영을 해 왔기 때문에 30년이 지나기까지 자체 교회를 가지지 않았고 열 번이나 이사를 다녀야 했습니다. 더 이상 임대로 장소를 구할 수 없게 되어서 2005년 대구 외곽에 부지를 매입하고 2016년 교회를 건축하였습니다.
참고하실 자료로, 한기총 대구교회 보고서에서 주로 인용된 ‘최종 완성(2004)’, 제 일생 사역의 주제이기도 한 ‘십자가의 사역(2007)’, 최근 저의 생각을 신학적 주제에 따라 간단히 정리한 ‘예수의 아버지, 하나님(2016)’ 세 권의 책을 동봉합니다. 어떤 입장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부분 발췌한 말들과 전체 맥락에서 저자가 말하려는 것을 보는 것은 사뭇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필요하다면 어떤 자료든지 보내 드릴 것입니다. 귀 교단의 대구교회 이단 규정을 다시 재고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리며, 하나님의 은혜가 저와 귀 교단의 모든 분들에게 함께 하시기를 원합니다.
2017. 06. 06.
대구교회 이현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