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해남 미황사를 가꿔왔던 주지 금강 스님이 20년간의 소임을 내려놓는 가운데 미황사를 아끼는 이들과의 일화가 주목받고 있다.
금강 스님의 ‘아름다운 회향’은 내년 2월 주지 임기 만료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대흥사에 따르면 미황사 주지 임명 등 행정을 관리하는 본사 대흥사와 금강 스님은 대화 끝에 미황사 주지 소임을 회향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 소식이 공식화되면서 미황사 신도회와 해남 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모인 ‘미황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난 12월 10일 지역 신문에 “남아달라”는 호소를 지면 광고했다. 이들은 광고에서 “금강 스님은 다 쓰러져가는 미황사를 아름다운 사찰로 일궈냈다”며 “달마산에 미황사가 있어 산이 아름답듯이 미황사는 금강 스님이 계셔야 아름다운 절”이라고 호소했다
금강 스님이 미황사에서 열린 음악회에서 지역주민과 춤을 추고 있다.
실제 금강 스님은 전 주지스님에게 미황사 살림을 이어받아 미황사를 일신했다. 스님은 본사와 말사 주지 임기가 4년인 조계종 내규에도 이례적으로 주지를 5번 연임하며 미황사를 지역 주민들의 의지처로 바꿔 나갔다.
금강 스님은 한문학당, 템플스테이, 참선수행, 청년출가학교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산사와 대중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 여러 예술가와 교류하면서 미황사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렸다. 또 미황사 괘불탱 복원, 도량 정비, 조선 시대 목조상 65구 전수 조사로 불교문화와 문화재는 물론 문화유산 보호에도 앞장섰다. 이런 공로로 12월 초 문화유산 보호 유공자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미황사가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이라는 애칭을 갖게 된 건 금강 스님의 노력 덕분이었다. 본사인 대흥사에서도 이런 노고를 인정해 포상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템플스테이 참가자들과 담소를 나누는 금강 스님.
미황사 어린이 한문학당 수업 모습.
'미황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호소문 발표와 함께 뜻에 동참하는 지역주민 3,000명의 서명을 대흥사에 전달하려 했다. 도량을잠시 비우고 전국을 순례하던 금강 스님은 뒤늦게 소식을 들었다. ‘조선일보’ 김한수 종교전문기자에 따르면 금강 스님은 난감했다고 한다. “20년 동안 잘한 일이 있다면 주민들과 사찰, 불교와 친근한 관계가 되도록 한 일”이라며 “‘미황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용적으로 ‘미황사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된다면 잘못 산 게 된다”고 금강 스님은 전했다.
급히 미황사로 돌아온 금강 스님은 주민들을 설득했고, 예정대로 주지임기를 끝내는 것에 주민들도 한발 물러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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