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론 제7권
대법대론 중 인시설문 13
[한 성품]
경(經)에서 말씀한 것과 같아서,
한 성품[一性]으로 이루어진 것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문] 무슨 인연으로 그 일이 그와 같은가?
[답] 마치 필추가 세간정(世間定)을 끌어들이는 것과 같다.
먼저 욕탐을 여의고 그 다음에는 애쓰지 않으면서도 다시 흘러 흩어지지 않으며,
그것을 일으키고 자라나게 하고 쌓음으로 말미암아 뒤에 변화의 일을 일으키며,
그렇게 일으키고 자라나게 하고 쌓아서 변화의 일을 지은 뒤에는 그 마음의 좋아함에 따라,
혹은 사람 몸으로 변화하기도 하고, 혹은 코끼리 몸으로 변화하기도 하며,
혹은 말의 몸으로 변화하기도 하고 혹은 소의 몸으로 변화하기도 하며,
혹은 나는 새의 몸으로 변화하기도 하고 혹은 수레의 형상으로 변화하기도 하며,
혹은 나무 모양이나 담과 벽의 모양으로 변화해서 혹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하며,
혹 나오기도 하고 들어가기도 하면서 자유자재로 왔다 갔다 한다.
이런 인연으로 말미암아 그 일이 그러하다.
경에서 말씀한 것과 같아서,
다양한 종류가 있어도 한 성품으로 돌아간다.
[문] 무슨 인연으로 그 일이 그와 같은가?
[답] 마치 필추가 모든 모습과 형질과 일의 모양에 따라,
혹은 사람의 몸으로 변화하기도 하고 혹은 코끼리의 몸으로 변화하기도 하며,
혹은 말의 몸으로 변화하기도 하고 혹은 소의 몸으로 변화하기도 하며,
혹은 나는 새의 몸으로 변화하기도 하고 혹은 수레 모양으로 변화하기도 하며,
혹은 나무 모양이나 담과 벽의 모양으로 변화해서 혹은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하며,
혹은 나오기도 하고 들어가기도 하지만,
모든 변화하는 일에 따라 공용(功用)이 가볍고도 민첩하며,
그러한 갖가지의 일과 모양으로 변화하며 변화한 뒤에는 사라져 없어지면서 모두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인연으로 말미암아 그 일이 그러하다.
[오고 가는 모양]
경에서 말씀한 것과 같아서,
모든 변화하는 속에 오고 가는 것이 그 지견(知見)을 따라 각각 차이가 있다.
[문] 무슨 인연으로 그 일이 그와 같은가?
[답] 만일 어떤 사람이,
‘오는 모양’을 변화해 내려 하면 먼저 스스로 생각을 일으키기를,
‘어떻게 하면 사람들로 하여금 나를 볼 수 없게 하고 나를 알 수 없게 할까’라고 하며,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는 곧 선정에 들어가서 담과 벽을 뛰어넘어 마음대로 오거니와,
이것은 곧 오는 모양이지만 다른 사람은 볼 수가 없다.
어떻게 가는 모양을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가?
만일 사람이 ‘가는 모양’을 변화해 내려 하면, 먼저 스스로 생각을 일으키기를,
‘어떻게 하면 사람들로 하여금 나를 볼 수 없게 하고 나를 알 수 없게 할까’라고 하며,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는 곧 선정에 들어가 담과 벽을 마음대로 뛰어넘어 간다.
이와 같기 때문에 가는 모양을 보지 못하게 된다.
선정 중에 변화하여 오는 모양은 곧 가는 모양이요, 변화하여 가는 모양이 곧 오는 모양이므로,
이처럼 알거나 보고 함은 그 일으키는 바를 따라 저마다 차이가 있어서 저마다 분명히 알게 된다.
지혜로운 이는 마땅히 그 응함을 따라서 밝고 지혜로운 성품으로써 모양이 없는[無相] 가운데서도 모양이 있는[有] 것을 일으키고 광대하고도 날카로운 지혜로 두루 열어 밝힌다.
이런 인연으로 말미암아 그 일이 그러하다.
[장애가 없는 모양]
경에서 말씀한 것과 같아서,
담과 벽을 뛰어넘고 혹은 산과 돌을 넘어도 그 몸은 달라붙지 않고 마음대로 가는 것이 마치 공중에 있는 것과 같다.
[문] 무슨 인연으로 그 일이 그와 같은가?
[답] 마치 필추가 공정(空定)에 든 것과 같다.
그 선정 가운데서는 담과 벽을 뛰어넘고 혹은 산과 돌을 넘어도 그 몸은 달라붙지 않고 마음대로 가는 것이,
마치 공중에 있는 것과 같으며, 뛰어넘는 일체의 산이나 돌과 담과 벽은 마치 허공과 같아서 모두 장애가 없다.
경에서 말씀한 것과 같아서,
어떤 이는 땅으로 들어가는 것이 마치 물속에서와 같고,
물을 밟는 것이 마치 땅에서와 같다.
[문] 무슨 인연으로 그 일이 그와 같은가?
[답] 비구가 마치 수정(水定)에 들은 때와 같아서, 땅으로부터 올라갔다 잠겼다 하고 일어났다 엎드렸다 하면서,
장애가 없는 것이 마치 물속에서와 같고,
올라갔다 잠겼다 하는 것도 그러하여, 그의 흐름을 끊지 않고 마음대로 가며,
땅속에 있는 것이 마치 물에서와 같고,
물을 밟는 것이 마치 땅에서와 같다.
이런 인연으로 말미암아 그 일이 그러하다.
경에서 말씀한 것과 같아서,
어떤 이는 공중에서 먼저 가부좌하고 앉을 수 있어서,
앉아서 가는 형상이 마치 나는 새와 같으며, 공중을 밟는 것도 자유자재하다.
[문] 무슨 인연으로 그 일이 그와 같은가?
[답] 마치 필추가 세간정(世間定)을 끌어들이는 것과 같다.
먼저 욕탐을 여의고 그 다음에는 애쓰지 않으면서도 다시 흘러 흩어지지 않으며,
그것을 일으키고 자라나게 하고 쌓음으로 말미암아 뒤에 변화의 일을 일으킨다.
곧, 살고 있는 지방을 따라,
공중에서 혹은 앉기도 하고 혹은 가기도 하며,
또는 공중에서 큰 불덩이가 되어 활활 타는 것으로 변화하기도 하고, 혹은 연기의 모양이나 혹은 연기로 된 당기 모양으로 변화하기도 하며,
혹은 풍륜(風輪)이 공중에서 불어치는 것으로 변화하기도 하고, 혹은 풍륜 가운데서 코끼리를 타고 가기도 하며,
혹은 수레 모양이나 말 또는 사람으로 변화하기도 하고, 혹은 담과 벽으로 변화하기도 하며,
혹은 나무 모양으로 변화하기도 하고, 혹은 나는 새로 변화하기도 하는데,
모든 변화한 모양을 따라 사람들이 다 함께 보고는 모두 생각하기를,
‘놀랍고도 괴이한 일이다’라고 하면서,
그 특이함을 찬탄하며, 신통의 힘이 이런 양상이고 이와 같은 것임을 저마다 분명하게 알게 된다.
그것은 신족지력(神足智力)을 잘 닦았기 때문이다.
이런 인연으로 말미암아 그 일이 그러하다.
경에서 말씀한 것과 같아서,
혹 어떤 사람은 허공 가운데서 손을 들어 해와 달의 두 모양을 움켜잡는다.
[문] 무슨 인연으로 그 일이 그와 같은가?
[답] 마치 필추가 선정 가운데에 있는 것과 같다.
그 해가 일륜(日輪) 가운데서 나오고 그 달이 월륜(月輪) 가운데서 나올 적에,
이에 선정 가운데서 신통의 일을 일으켜,
곧 손으로 허공을 움켜잡고 해와 달을 어루만지는 것이니,
선정의 신통력 때문에 마음대로 하며 장애가 없다.
경에서 말씀한 것과 같아서,
어떤 사람은 범천세계[梵界]를 오고 가기를 마음대로 하며 자유자재하다.
[문] 무슨 인연으로 그 일이 그와 같은가?
[답] 어떤 필추는 세간정을 끌어들여 먼저 욕탐을 여의고 그 다음에는 애쓰지 않으면서도 다시 흘러 흩어지지 않으며,
그것을 일으키고 자라나게 하고 쌓음으로 말미암아 뒤에 변화의 일을 일으킨다.
곧, 몸과 마음을 한데 모아 융합하고 섞어 하나로 만들어서,
마음은 몸으로 나아가고 몸은 마음으로 나아가니,
몸과 마음이 서로 나아가면서 운용하고 융합함이,
비유하건대 마치 소와 꿀과 물과 기름을 한 곳에 넣어 융합하는 것과 같다.
선정에 있는 필추도 그와 같아서,
몸과 마음이 한데 융화되어 가뿐하고 부드러우면서 마음과 생각이 자유자재하여 뜻대로 갈 수 있으며,
범천세계에서 높고 낮은 데를 뛰어넘으면서도 아무런 장애가 없다.
비유하면 마치 상자를 만드는 사람이 상자를 가지고 들어 올리며 다루어도 아무런 장애가 없는 것과 같다.
또 걸식하는 필추가 베풀어 준 밥을 얻어 발우에 담아서는 이리저리 헤치고 뒤적여도 아무런 장애가 없는 것처럼,
선정에 있는 필추도 또한 그와 같아서,
몸과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가뿐한 생각을 내어 이리저리 부리고 써도 아무런 장애가 없으며,
범천의 궁전에까지도 마음만 내면 곧 도달하고 색력(色力)이 더욱 왕성해지며,
기세와 작용이 굳고 강해서 범천세계를 자유자재로 왕래한다.
경에서 말씀한 것과 같아서,
부처님께서 어느 때 존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알겠느냐?
나는 이와 같이 뜻에 의해 이루어진 몸으로, 신통의 힘을 써서 마음대로 범천의 궁전에 갈 수 있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참으로 그렇습니다.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세존께서는 곧 그와 같은 4대(大)로 만들어진 거칠고 무거운 색신(色身)으로써 마음대로 범천의 궁전에 가실 수가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나는 알고 있느니라.
이와 같은 색신은 거칠고 무거운 4대로 화합하고 부모의 부정(不淨)과 갈라람(羯邏藍) 등의 뭇 인연으로 이루어졌으므로,
비록 음식ㆍ의복ㆍ목욕ㆍ자양과 갖가지 다스리는 일을 빌린다 하더라도 마침내는 닳아 없어지게 되고 파괴되어 흩어지는 법이거늘,
저 범천의 궁전에 갈 수 있겠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가실 수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가실 수 있습니다, 선서(善逝)시여.”
“세간의 쇠나 보습 등의 기구가 풀무에 있으면서 벌겋게 이글거릴 때에,
아직 불에서 나오기 전의 그 쇠 기구들은 모두가 가볍고 부드러워서 펴거나 말기가 쉽지만,
찬 것을 만날 때에는 모든 쇠 기구들은 무겁고 딱딱해져 펴거나 말기가 어려운 것처럼,
아난아, 여래도 또한 그와 같아서,
만일 때로는 몸과 마음이 융합하고 가뿐한 생각이 나서 다시 유연함이 더해지고 화창하면서 알맞게 되면, 뜻하는 대로 범천의 궁전에 갈 수 있느니라.
또 만일 마음이 상속(相續)하지 않으면, 곧 마음은 의지가 없고 마음은 매인 데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하나니,
마음에 의지가 없고 매인 데가 없기 때문에 몸은 곧 자유자재 하니라.”
[문] 무슨 인연으로 변화로 된 사람이 공중에서 마음대로 머물 수 있는가?
[답]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能化人]이 자재하므로 변화된 이도 또한 그러하다.
변화의 힘 때문에 허공에 머무는 일[住空]이 마치 땅에서와 같다.
이런 인연으로 말미암아 공중에서 다닐 수가 있다.
[문] 무슨 인연으로 변화로 된 사람이 공중에서 다닐 수 있는가?
[답]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이 자재하므로 변화로 된 사람도 또한 그러하나니,
변화시킨 힘 때문에 공중에서 머무는 것이 마치 땅에서와 같다.
이러한 인연으로 말미암아 공중에서 머물 수가 있다.
[문] 무슨 인연으로 변화로 된 사람이 공중에서 앉아 있을 수 있는가?
[답]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이 자재하므로 변화로 된 사람도 또한 그러하나니,
그 때문에 허공 가운데서도 앉아 있는 상태[分位]를 변화해 내는 것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말미암아 공중에서 앉아 있을 수 있다.
[문] 무슨 인연으로 변화로 된 사람이 공중에서 평상을 펴고 마음대로 누워 있을 수 있는가?
[답]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이 자재하므로 변화로 된 이도 또한 그러하나니,
이 때문에 공중에서도 평상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말미암아 공중에서 누워 있을 수 있다.
이와 같아서 나머지 다른 모든 신통의 공력과 변화하는 일도 그 설명한 것과 같이 뜻대로 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