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경 제3권
19. 차마현보품(差摩現報品)
단본에는 순번이 24이다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나열기의 죽림정사에서 수없이 많은 큰 제자들과 함께 계셨다.
그때에 그 나라에 어떤 바라문이 있었다. 그는 집이 가난하여 돈도 곡식도 없이 곤궁히 지내었다. 아무리 부지런히 노력해도 가난은 더욱 심하여 어쩔 도리가 없었으며, 입을 것도 먹을 것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어떤 사람에게 물었다.
“지금 이 세상에서 어떤 일을 하면 현세에서 그 복을 받을 수 있는가?”
그 사람은 대답하였다.
“너는 모르는가? 지금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셔서 일체 중생을 복으로 건지고 이롭게 하여 구원을 받지 않는 이가 없다. 또 그 부처님에게는 큰 제자 네 분이 있다. 즉, 마하가섭(摩訶迦葉)ㆍ대목건련(大目犍連)ㆍ사리불(舍利弗)ㆍ아나율(阿那律) 들이다.
이 네 분 현사는 항상 가난한 이들을 가엾이 여기고 고액을 받는 중생들을 복되게 한다. 만일 네가 지금 믿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그분들에게 공양올리면 현세에서 너의 소원을 이룰 것이다.”
그때 바라문은 그 사람의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여 나라 안으로 돌아다니면서 스스로 노동하여 재물을 조금 얻었다. 그것을 가지고 집에 돌아와 음식을 준비하여 여러 성현을 청하여 하루 공양하였다. 그리고 일심으로 정진하면서 현세의 갚음이 오기를 바랐다.
바라문의 아내 이름은 차마(差摩)진(晉)나라 말로는 안온(安穩)이라는 뜻이다인데, 그는 존자들에게 공양을 올렸다. 여러 큰 제자들은 차마에게 8관재(關齋) 받는 것을 권하여 재(齋)를 받고는 모두 절로 돌아갔다.
그때 병사왕은 숲에서 놀고 성으로 돌아오다가 길에서 어떤 사람이 나라에 중죄를 짓고 나뭇가지 끝에 결박되어 길가에 세워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왕을 보고 슬퍼하면서 먹을 것을 조금 청하였다. 왕은 그를 가엾이 여겨 곧 먹을 것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거기서 떠났다.
왕은 해가 저물어 낮의 일을 깜빡 잊었다가 밤이 되어 생각하였다.
‘나는 아까 그 죄인에게 먹을 것을 주기로 약속하였는데 어째서 깜빡 잊었을까?’
곧 사람을 시켜 그에게 밥을 가져다 주려고 하였으나 아무도 가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은 모두 이렇게 말하였다.
“지금은 밤중인데 길에는 아마 사나운 짐승이나 모진 귀신이나 나찰의 재화가 많을 것입니다. 차라리 이 자리에서 죽을지언정 거기는 갈 수 없습니다.”
그때 왕은 그 사람의 고통을 생각하고 마음이 아팠다. 그를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곧 나라에 영을 내렸다.
“누구든지 그에게 밥을 가져다 주면 상금 천 냥을 주리라.”
그러나 나라 안에는 아무도 그 모집에 응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차마는 늘 사람들이 하던 말을 들었다.
‘만일 어떤 사람이 8관재를 받들어 지니면, 어떤 모진 귀신이나 독한 짐승들의 일체 재화도 침해하지 못한다’는.
차마는 이런 말을 들었으므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 집은 빈궁하고 또 나는 재법을 받들어 지닌다. 지금 왕이 모집하는 것은 나를 위하려는 것이다. 나는 지금 가서 거기에 응모하여 값을 받으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곧 가서 응모하였다.
그때 왕은 또 차마에게 말하였다.
“나를 위해 그에게 밥을 가져다 주고 무사히 돌아오면 나는 너에게 금 천냥을 주리라.”
차마는 분부를 받아 밥을 가지고 가기로 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재법을 가져 조금도 빠뜨림이 없었다. 그래서 길을 따라 떠났다. 성을 벗어나 차츰 멀리 가다가 남바(藍婆)라는 한 나찰 귀신을 만났다.
그때에 그 귀신은 5백명 새끼를 낳았는데 처음으로 몸을 풀고 나서 몹시 주리고 목말라 차마를 보자 잡아먹으려 하였다. 그러나 차마는 재법을 하나도 빠뜨림 없이 지녔기 때문에 귀신은 도리어 두려워하였다.
굶주림에 시달려 차마가 가지고 있는 음식을 빌면서 말하였다.
“조금만 나를 주시오.”
차마는 거역하지 않고 조금 주었다. 비록 적었으나 귀신의 힘 때문에 그것으로써 배가 불렀다.
그때 나찰은 차마에게 물었다.
“당신 이름은 무엇입니까?”
“내 이름은 차마이다.”
나찰은 기뻐하면서 다시 말하였다.
“나는 지금 아이를 낳고 안온하게 되었고 당신 때문에 목숨이 살았습니다. 내게 이익됨이 적지 않아 나는 살게 되었고, 또 좋은 이름을 들었습니다.
내가 사는 곳에 금 한 가마[釜]가 있어 그것으로 당신의 은혜를 갚겠습니다. 잊지 말고 돌아갈 때에 가져 가십시오.”
귀신은 또 물었다.
“당신은 어디로 가려 하십니까?”
차마는 대답하였다.
“나는 이 음식을 가지고 어느 사람에게 주려고 가는 길이다.”
남바는 또 말하였다.
“내 누이동생이 저 앞에 사는데 이름은 아람바(阿藍婆)입니다. 만일 당신이 만나게 되거든 나를 위해 안부를 묻고, 나는 5백 명 아들을 낳고 몸이 안온하다고 내 사정을 자세히 알려 소식을 전해 주십시오.”
차마는 그 말대로 길을 따라가다가 아람바를 만나 곧 안부를 묻고 남바의 사정을 자세히 말하면서 5백 아들을 낳아 모두 안온하다고 하였다.
그때 아람바는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차마에게 물었다.
“당신 이름은 무엇입니까?”
“내 이름은 차마이다.”
아람바는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내 언니가 해산하여 안온하고 또 당신 이름이 좋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지금 내가 사는 곳에 금 한 가마가 있어 당신에게 드립니다. 잊지 말고 돌아갈 때에 가져 가십시오.”
그는 또 물었다.
“당신은 어디로 가려 하십니까?”
“나는 왕을 위해 음식을 가지고 어떤 사람에게 간다.”
아람바는 말하였다.
“내 사내 동생 분나기(分那奇)가 저 앞 길에 있습니다. 나를 위해 안부를 묻고 이 누이의 뜻을 전해 주십시오.”
차마는 그를 하직하고 길을 따라 나아갔다. 그 말대로 분나기를 만났다.
그 두 누이를 위해 사정을 자세히 이야기하면서,
‘큰 누이는 아들 5백 명을 낳고 몸이 안온하여 조금도 언짢은 일이 없다’고 전하였다.
그때 분나기는 두 누이가 편안하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면서 다시 차마에게 물었다.
“당신 이름은 무엇입니까?”
“내 이름은 차마이다.”
“당신 이름은 안온이요, 또 내 누이들이 편안하다는 소식을 전하니 더욱 유쾌합니다.”
그리고는 말을 이었다.
“내가 사는 곳에 금 한 가마가 있어 그것을 당신에게 드립니다. 잊지 말고 돌아갈 때에 가져 가십시오.”
차마는 그를 하직하고 길을 따라가다가 옛날의 그곳을 기억하고 그 사람에게 가서 밥을 주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금 세 가마를 가져다 집에 두고 다시 왕에게 상금 천 냥을 얻어 그 집은 가난을 면하고 곧 부자가 되었다.
그 나라 백성들은 그 집에 재물과 보배가 많은 것을 보고 기꺼이 하인이 되려고 그 집에 몰려와 심부름꾼이 되었다.
왕은 그의 복덕이 그러하다는 말을 듣고 곧 궁으로 불러 대신을 삼았다.
그는 이미 왕의 녹을 먹고 또 부자가 되자 부처님을 믿는 마음이 정성스럽고 독실하여 복업을 더욱 널리 늘이기 위해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여 큰 공양을 베풀었다.
부처님께서는 스님들과 함께 그의 청을 받고 공양이 끝난 뒤에는 그를 위해 설법하셨다. 그는 마음이 열려 수다원이 되었다.
그때 대중들과 아난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