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비로자나성불신변가지경 제6권
18. 수방편학처품(受方便學處品)
이 때에 집금강비밀주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바라옵나니 여러 보살마하살들에게 지혜방편을 갖추며 닦아야 할 학구(學句)을 설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귀의자들인 모든 보살마하살로 하여금 두 가지 생각[二句意]이 없고 의혹심을 떠나 생사유전(生死流轉) 가운데에서 언제나 무너지지 않게 해 주십시오.”
이와 같이 말씀드리자 비로자나세존께서는 여래안(如來眼)으로 온갖 법계를 관하시고 집금강비밀주에게 말씀하셨다.
“잘 듣거라, 금강수여. 지금 오묘한 수행의 도를 설하겠노라.
보살마하살이 여기에 머문다면 마땅히 대승에 통달할 수 있을 것이다.
비밀주여, 보살은 언제나 다른 생명을 빼앗지 말아야 하며[不奪生命戒] 이것을 범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주지 않는 것을 빼앗거나[不與取戒], 삿된 음행을 하려고 하거나[欲邪行戒], 거짓말[虛誑語], 추악한 말[麤惡語], 이간질하는 말[兩舌語], 뜻 없이 하는 말[無義語戒], 탐욕(貪欲), 진에(瞋恚), 사견(邪見) 등을 모두 해서는 안 되느니라.
비밀주여, 이와 같은 것이 닦아야 할 학구이니라.
보살이 닦아야 할 학구에 따르면 곧 바른 깨달음 얻으신 세존과 모든 보살과 더불어 함께 행하는 것이니, 마땅히 이와 같이 학습해야 하느니라.”
이 때에 집금강비밀주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박가범께서는 성문승에게도 역시 이와 같은 10선업도(善業道)를 설하셨습니다. 세간의 백성과 모든 외도(外道)들도 역시 10선업도를 언제나 추구하고 수행합니다.
세존이시여, 거기에 무슨 차별이 있으며, 무슨 특별한 다름이 있습니까?”
이와 같이 말씀드리자, 부처님께서 집금강비밀주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훌륭하구나. 비밀주여, 그대는 훌륭히 능히 여래에게 이와 같은 뜻을 묻는구나.
비밀주여, 마땅히 잘 듣거라. 내가 지금 차별의 도와 하나의 도를 설하리라.
비밀주여, 성문승의 학처에서 나는 혜방편(慧方便)을 떠나 교령(敎令)을 성취하여 변지(邊智)를 개발하는 것은 10선업도를 행하는 것과 같지 않다고 설하였느니라.
저 모든 세간에서는 다시 나에 집착하기 때문에 다른 원인으로 전개되는 것을 떠나느니라.
보살이 대승을 수행하여 모든 법평등에 들어가 지혜방편을 섭수하는 것은 자타를 갖추기 때문에 모든 소작(所作)이 전개되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비밀주여, 보살은 여기서 지혜방편을 섭수하여 온갖 법의 평등에 들어가 부지런히 수학해야 하느니라.”
이 때에 세존께서는 다시 대자비안(大慈悲眼)으로써 중생의 세계를 관찰하시고 금강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비밀주여, 그 모든 보살들은 몸과 목숨이 다할 때까지 불탈생명계(不奪生命戒)를 수지하여 마땅히 칼과 몽둥이를 버리고 살해하려는 생각을 떠나 다른 이의 수명을 보호하는 것을 마치 자기 몸처럼 해야 하느니라.
나머지 방편은 모든 중생의 종류 가운데에서 그 사업에 따라 그 악업의 과보에서 해탈하게 하는 것이므로 베푸는 것이 있을 뿐이지 원한과 해치려는 마음이 아니니라.
또다시 비밀주여, 보살은 불여취계(不與取戒)를 수지할 때에 만약 다른 이가 소유한 모든 소용되는 물건이 있다면 가지려는 마음을 일으키지 말아야 하느니라.
하물며 나머지 주지 않은 것은 취해서는 안 되느니라.
나머지 방편은, 모든 중생이 인색하여 쌓아 모으기만 하고 베푸는 복을 닦지 않는 것을 보면,
그 모습에 따라서 그 인색함을 없애 주기 위해서 자타를 떠나 그가 보시를 행하도록 하고,
이러한 이유로 보시를 찬탄할 때에 묘색(妙色) 등을 획득할 수 있느니라.
비밀주여, 만약 보살이 탐심을 일으켜서 이를 건드려 취하면, 이 보살은 보리분에서 물러서며 무위(無爲)의 비나야법(毘奈耶法)을 어긴 것이니라.
또다시 비밀주여, 보살이 불사음계(不邪婬戒)를 수지하여 만약 다른 이에게 속해 있거나 그의 부인이거나 종족이라면 표상(標相)으로 보호해야지 욕심내면 안 되느니라.
하물며 제 길이 아닌 곳[非道]으로 두 몸을 교접해서야 되겠는가?
나머지 방편들은 마땅히 제도해야 할 바에 따라서 중생들을 섭호하라.
또다시 비밀주여, 보살은 몸과 목숨이 다하도록 불망어계(不妄語戒)를 지녀야 하는데, 설령 자기 목숨이 달린 인연이라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느니라. 그것은 모든 부처님의 보리를 기만하는 것이니라.
비밀주여, 이것을 보살이 최상대승에 머문다고 이름하느니라. 만약 거짓말을 하면 부처님의 보리법을 어기고 잃게 되느니라.
그러므로 비밀주여, 이 법문에서 마땅히 이와 같이 알고 진실하지 않은 말을 버리고 여의어야 하느니라.
또다시 비밀주여, 보살은 불추악매계(不麤惡罵戒)를 수지하여 마땅히 부드러운 마음이 담긴 말과 다양한 종류에 따른 언어를 가지고 모든 중생들을 섭수해야 하느니라.
왜냐 하면 비밀주여, 보리살타의 첫 번째 행은 중생을 이롭고 즐겁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니라.
그러나 어떤 보살은 악취의 인에 머무는 자를 보면 이를 절복(折伏)시키기 위하여 거친 말을 하기도 하느니라.
또다시 비밀주여, 보살은 불양설어계(不兩舌語戒)를 수지하며 간극어(間隙語)와 뇌해어(惱害語)를 여의어야 하느니라. 이를 범하면 보살이라 이름하지 않느니라.
중생들에게 갈라서게 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해서는 안 되느니라.
그러나 다른 방편으로 중생이 견처(見處)에서 집착을 생할 때 그 대상에 따라서 이간시키는 언어를 설하여 일도(一道)에 머물게 한다면 이것은 일체지지(一切智智)의 도이니라.
또다시 비밀주여, 보살은 불기어계(不綺語戒)를 지녀서 대상에 따른 언어로써 시방(時方)을 화합하게 해서 의리(義利)을 출생하고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환희심을 내게 하여 이근(耳根)의 도를 정화해야 하느니라.
어찌한 까닭인가? 보살은 차별어(差別語)가 있기 때문이니라.
혹은 어떤 보살들이 재미와 웃음을 우선으로 하기에 중생들의 욕락을 일으켜 불법에 머물도록 하기 위해 비록 뜻과 이익이 없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이와 같은 보살은 생사에 떨어져 유전하지 않느니라.
또다시 비밀주여, 보살은 마땅히 불탐계(不貪戒)를 지녀서 그 필요한 다른 물건에 대해서 물든 생각을 일으키지 않느니라.
어찌한 까닭인가? 보살은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니라.
만약 보살의 마음에 물든 생각이 있다면 그 일체지문(一切智門)에서 힘이 사라져 일변(一邊)에 떨어질 것이니라.
또다시 비밀주여, 보살은 마땅히 환희를 일으켜 이와 같은 마음을 내어야 하느니라.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그로 하여금 자연스레 생하게 하는 것은 지극히 훌륭한 일이다.
자주 스스로 축하하고 위로하여 그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자재(資財)를 손실하지 않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다시 비밀주여, 보살은 마땅히 부진계(不瞋戒)를 지녀서 모든 장소에서 두루 언제나 안인(安忍)을 닦아 원수거나 친한 이에게 성내거나 기뻐하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그 마음을 평등하게 유지하여야 하느니라.
어찌한 까닭인가? 악한 생각을 품으면 보리살타가 아니기 때문이니라.
왜냐 하면 보살의 본성은 청정하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비밀주여, 보살은 마땅히 불진에계(不瞋恚戒)를 지녀야 하느니라.
또다시 비밀주여, 보살은 마땅히 삿된 견해를 멀리 여의고 바른 견해에서 행하며 타세(他世)을 조심스러워하며, 해치지 말며, 악이 없고 아첨하지 말아 그 마음을 단정하고 곧게 해서 불법승에 대하여 그 마음이 분명해야 하느니라.
왜냐 하면 비밀주여, 삿된 견해은 가장 큰 허물로서 능히 보살의 온갖 선근을 끊느니라.
이것은 모든 선하지 않은 법의 어머니[母]라 하느니라.
이 까닭에 비밀주여, 아래로는 재미와 웃음에 이르기까지 마땅히 삿된 견해의 인연을 일으키지 말아야 하느니라.”
이 때에 집금강비밀주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10선도계(善道戒)의 극근(極根)을 끊는 단(斷)을 설해 주십시오. 어찌하여 보살은 왕위(王位)로서 궁전에서 부모와 처자와 권속에 둘러싸인 채 자재하여 하늘의 묘한 즐거움을 받으면서도 허물이 생하지 않나이까?”
이와 같은 말씀을 드리자, 부처님께서는 집금강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훌륭하구나. 비밀주여, 그대는 마땅히 잘 듣고 이를 잘 생각하여라. 내가 지금 보살의 비니결정(毘尼決定)의 선교(善巧)를 설하리라.
비밀주여, 보살에는 두 가지 부류가 있음을 마땅히 알라.
무엇이 두 가지인가?
이른바 재가(在家)와 출가(出家)이니라.
비밀주여, 그 재가의 보살은 5계(戒)의 구절을 받아 지니고 세력 있는 지위에서 자재하여 갖가지 방편도로써 때와 장소에 수순하여 자재하게 섭수하여 일체지를 추구하느니라.
이른바 방편을 구족하여 춤추는 재주나, 천사주(天祠主) 등 갖가지 기예를 시현하느니라.
그 방편에 따라서 4섭법(攝法)으로써 중생을 섭수하여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뜻을 두고 구하게 하느니라.
이른바 불탈생명계(不奪生命戒)와 불여취(不與取)와 허망어(虛妄語)와 욕사행(欲邪行)과 삿된 견해 등의 계를 수지하는 것이니라. 이를 재가의 5계구(戒句)라 이름하느니라.
보살은 설한 바처럼 훌륭한 계를 수지하여 마땅히 분명히 믿고 부지런히 수학하여야 하며, 옛적의 모든 여래의 학처에 수순하여 유위계(有爲戒)에 머물고 지혜방편을 구족하여야 여래의 위가 없으며, 길상한 무위(無爲)의 계온(戒蘊)에 이를 수 있느니라.
또한 네 가지의 근본죄와 활명(活命)의 인연도 역시 범해서는 안 되느니라.
무엇이 네 가지인가?
이른바 제법을 비방하는 것과, 보리심을 버려 여의는 것과, 간린(慳吝)하고 중생을 뇌해(惱害)하는 것이니라.
왜 그런가 하면 이들의 성질은 물들이는 것으로 보살계를 지니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니라.”
과거의 모든 정각자와 미래세와
현재의 인중존(仁中尊)께서는 지혜와 방편을
구족하시고 위없는 깨달음을 수행하여
무루(無漏)의 실지를 얻으셨느니라.
또한 나머지 학처(學處)의
방편지(方便智)를 떠나는 데 대해 설하신 것은
대근용(大勤勇)인 모든 성문을
이끌려고 하시려는 것임을 마땅히 알라.